한국 축구가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추문속에 놓여 있습니다. 그야말로 한국 축구 기사가 전세계 스포츠 언론 매체에 연이어 등장하고 있습니다. 역대급 기사량입니다. 국제적 대망신입니다. 해외 언론 매체들은 신났습니다. 처음에는 한국 축구 대표팀에서 선배 후배의 일시적 감정싸움으로 주장인 손흥민이 손가락에 부상을 좀 입었다는 정도였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이야기는 어떻게 영국 언론 매체에 등장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대표팀 감독인 클린스만과 한국의 축구협회가 아시안컵 패배의 파장을 특정선수들의 다툼탓으로 돌리려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그리고 감독의 경질과 그런 무책임한 감독을 선임한 대한축구협회로 비난의 화살이 쏠렸습니다. 급기야 대한축구협회는 비상 회의를 열고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다는 발표를 하게 됩니다. 협회장은 지금 당장 사퇴할 생각은 없고 다음 협회장 선거때 나오지 않겠다로 일단락을 지으려 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국축구의 불상사는 멈추지 않습니다. 이제 특정 선수들의 입에서 이강인에 대한 그동안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주전급 일부 선수들도 가세합니다. 이제 이강인이가 나오는 시합에는 참가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이제는 전 감독인 벤투까지 소환됩니다. 벤투가 그렇게 강하게 이강인을 기용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강인의 병역 면제를 취소하라는 소리도 높게 나오고 있습니다. 국가 대표팀에서 영원히 추방하라는 주장도 등장합니다. 이강인 선수의 가족에 대한 욕설도 난무합니다. 대한축구의 앞날을 걱정하기 보다는 그냥 특정 선수를 짓밟는데 열중하는 모습입니다. 며칠전까지 영웅으로 칭송하다가 하루아침에 역적으로 만들어버립니다. 한국축구의 현주소입니다.
어디서 많이 본 모습입니다. 그런 양상입니다. 언론이나 여론의 흐름도 비슷합니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르키는데 보라는 달은 안보고 그냥 손가락 끝만 집요하게 처다보는 양상입니다. 한국인이 가진 기본 성향처럼 보입니다. 쏠림 현상이 생기는 것입니다. 우루루 모두 달려가서 합심해 두들겨 패는 그런 형식입니다. 무슨 일이 터지면 처음에는 그 상황에만 몰두합니다. 그러다 그 배후를 보게 됩니다. 과거의 일들을 모두 꺼집어냅니다. 과거 칭송했던 것도 그냥 무시됩니다. 그런 인간이었어 죽일 놈이구먼 하는 여론이 형성됩니다. 그야말로 과거에 나름 잘했던 것은 그냥 없는 것이 되고 맙니다. 뭔가 건설적인 방향으로 진전되는 것이 아닌 철저하게 응징하는 수순으로 진행됩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기억에서 사라집니다. 뇌리에서 사라지고 맙니다. 이런 흐름이 되풀이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물론 나이 어린 선수가 팀내 최고참이자 주장에게 덤벼드는 것은 어떤 경우라도 용납될 수 없습니다. 축구경기도 하나의 전쟁입니다. 승리를 위해 팀내 모든 것을 걸고 나서야 하는 것입니다. 특히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선수일 경우 더욱 그러합니다. 아직 정확한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앞뒤 정황으로 볼 때 이강인이 원인제공을 한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선수에 대한 징계도 당연히 뒤따라야 합니다. 몇달 동안 대표팀 선수 자격을 박탈하는 등 말입니다. 하지만 이번 불상사가 특정 선수에 국한되는 그런 사건일까요. 그동안 한국축구에 쌓여있던 병폐가 드러난 것입니다. 곪았던 부위가 터져 나온 것입니다. 그러면 그 부위의 고름만 제거하고 약만 바르면 끝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럴경우 또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곪았던 원인과 그런 곪음이 더 이상 계속되지 않도록 체질을 개선하고 꾸준하게 관찰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병이 생기면 진단을 하고 처방을 한뒤 처방에 따라 수술을 하든 약을 복용하든 해야하는 것입니다. 적당히 진단으로 끝나서는 절대 그병을 고치지 못합니다.
한국축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한국 축구의 병폐로 지적됐던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완치하도록 진단하고 처방하고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감독 인선을 둘러싼 잡음과 학연 지연 등으로 인한 잡음 그리고 그런 과정에 대한축구협회가 깊숙히 개입돼 있다는 그런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드려야 하는 것입니다. 한국 축구를 위해 헌신하고 나름 축구에 대한 지식과 열정이 있는 인물이 대한축구협회장으로 선임되야 하는 것은 정말 말할 필요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재벌가문이라고 그냥 무임승차해 몇십년 축구협회장을 맡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제대로 된 축구협회장을 앉히고 축구에 대한 재능과 열정이 넘치는 그런 인물들을 실무자로 앉히고 그런 속에서 한국축구를 위해 온 몸을 던질 최적의 감독 적임자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 대한축구협회가 존재하는 이유 아니겠습니까.
일부에서는 이번에 이런 불상사가 잘 터졌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왕 수술을 받아야 할 것이라면 하루라도 빠른 것이 좋다는 것이죠. 하지만 또다시 임기응변식 땜질로 상황을 끝내려 한다면 이제 한국축구의 미래는 없다는 지적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곧 다가올 월드컵 한번 정도 안나가면 어떻습니까. 사실 한국축구의 능력에 비해 너무 많이 월드컵에 진출한 감도 있습니다. 유럽과 남미의 그 기라성같은 축구강국도 월드컵에 못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나라는 이를 악물고 자국의 축구의 현실을 돌아보고 축구 인재들을 찾아내려 노력하고 국가대표를 이끌 충실한 감독 선임을 위해 국민 모두가 노력해 다음 대회때는 더욱 향상된 기량을 선보이는 것 아니겠습니까.
한국 축구가 특정한 선수 한명을 희생양으로 삼는다고 또는 감독 한명 경질한다고 나아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평소에는 별다른 관심도 없다가 A매치때만 불같은 관심을 보이는 성향도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평소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축구협회가 불성실한 운영을 보일 때에 불같은 지적을 하고 선수들에게 더욱 뜨거운 박수를 보낼 때 한국 축구는 조금이라도 향상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축구가 세계 언론의 조롱거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렇습니다.
2024년 2월 17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