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와 맛의 고장인 수원에는 이름난 갈비집들이 많다.
특히 왕갈비와 돼지갈비는 전국적으로도 소문이 자자한 편이다.
삼풍가든과 가보정, 신라가든과 삼부자갈비, 본수원갈비가 그 중 널리 알려진 메이저급 음식점.
물론 좀 쎈 가격에 자주는 못가더라도 손님들이 먼곳에서 찾아오면 수원 시민들은 종종 이곳을 찾곤한다.
정갈한 한정식집 분위기에 두툼하게 말린 생생한 왕갈비는 숯불에 오르면 먼저 그 향으로 침이 고이게 만든다.
물론 고급스런 분위기의 실내와 깔끔한 반찬, 정성스런 서빙으로 맞는 좀 비싼 갈비집도 좋지만
수원 시내 곳곳에는 나름 전통과 노하우를 가지고 시민들의 입속을 즐겁게 해주는 곳이 많으니.
숨어있는 산림의 고수들을 만나러 오늘은 인계동에 있는 팔도왕소금구이에 가봤다.
이곳은 수원 맛즐인 사이에서도 꽤 인기있는 곳이다. 제일 유명한건 역시 돼지고기 토시살구이.
일단 장어처럼 쥔장께서 숯불에 초벌구이를 해가지고 와서 테이블위 숯불에서 슬슬 노릇하게
익혀 먹으면 되는 시스템이다. 냄새 덜나고 쥔장이 알맞게 구워오니 그 맛이야 참 기막히다.
식당 안은 그리 크지 않은 편이고 홀과 룸이 있다. 동네 대포집같은 스타일.
룸이라지만 따로 나뉜건 아니고 그냥 마루스타일로 테이블에 6섯개 정도 일자로 놓여있다.
내력이 깊은 만큼 내공도 상당한데, 일단 쥔장의 고기 굽는 솜씨가 역시 수준급.
요즘 스타일의 깔끔한 인테리어는 아니고 좀 노후된 느낌이지만 정감있고
포근하게 다가온다. 왠지 이런집이 마음에 드는건 그만큼 나일 먹어선가.
이 집은 돼지고기만을 판매한다. 특히 젤 인기있는건 메인메뉴인 토시살.
그리고 갈매기와 가브리살도 판다. 커다란 바구니에 손질하고 살짝 간을 한 토시살이 가득 담겨있다.
이렇게 보니 돼지고기라기보단 양고기나 오리고기 같다. 모든 메뉴는 1인분 200g에 1만원.
작년까진 1인분에 8천원이었는데, 올해들어 감당할 수 없는 물가땜시 가격을 인상했다 한다.
그렇지만 요즘 삼겹살이나 목살을 팔고 있는 다른 고깃집과 비교했을땐 뭐 그리 비싸다고만은 할 수 없다.
입구 오른쪽에 있는 마치 바베큐집의 그것처럼 좀 낡아보이는 화덕이 있다.
빨갛게 달아오른 연탄위에서 토시살이 잔잔하게 익어가고 있다.
육즙이 새어나가지 않게 굽는것이 아자씨만의 비결이라는데,
먹느라고 까먹었다. 솔직히 깔끔하고 그럴싸한 고깃집을 원한다면 좀 그렇겠지만.
이 집을 찾는이들은 대부분 동네 분이거나 추억의 맛을 보러오신 중년이상 분들.
그렇다고 젊은이들이 없는건 아닌데, 갓 만난 커플보다는 좀 오래된 편안한 연인들이 가면 괜찮을듯.
테이블에는 동그란 숯이 담긴 통을 넣어준다.
뭐, 참숯의 묘한 분위기는 아닞만 이놈의 화력도 꽤 쓸만하다.
미리 쥔장이 화덕에서 구워오기에 테이블에서는 그리 센 화력의 숯은 필요없다.
그냥 살짝 익히면서 식지 않을 만큼의 불이 있으면 된다.
모양새가 학교다닐때 겨울철 난로 연료로 쓰던것이랑 비스무리하다. 물론 갈탄과 나무, 우유팩도 태웠지만..
그때 난로위에 도시락을 올려놓고 김이 모락모락 나던 그 밥이 생각나는것은.. 봉지라면도 꽤 쓸만했는데.
둥근 석쇠가 테이블 중앙에 놓이고 그 위에 토시살이 올려졌다.
토시살은 특유의 육즙과 부드러운 육질,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토시살을 한번 맛본 사람들은 목살이나 삼겹살보다 이걸 먼저 찾는다고 한다.
비계가 없어 퍽퍽해보였지만 먹어보니 그런 염려는 할 필요가 없을만큼 야들야들하니 부드러웠다.
물론 삼겹살의 부드러움보다야. 한우에도 토시살이 있다는데, 맛은 돼지고기가 낫다고한다. 입맛차이겠지만.
토시살을 올려놓은 테이블에는 김치와 콩나물무침, 부추무침이 함께한다. 특별한 찬은 없다.
함께하기 좋은 국물이나 계란찜, 국김치가 있었음 더 좋을것같다.
잠깐 숯불위에서 불로 마사지를 받은 토시살. 톡톡 소리를 내며 토시살이 그 진미를 드러내고 있다.
퍽퍽해보이는 토시살이지만 숯불위에서 한번 더 구워낸 토시살은 입에 들어가면 살살 녹는 느낌.
물론 좀 질긴 부위도 있고. 전반적으로 고기 상태도 좋았고 술한잔 함께하기에 적당했다.
갈매기살이 좀 퍽퍽한 편이라면 이 토시살은 삼겹살보단 좀 쎄지만 그래도 중간은 가는편.
맛은 삼겹살과 겨루기에 충분한 실력자. 삼겹살은 야외에 나가 모닥불에 궈먹으며 한잔해야..낚시하면서.
살짝 불위에서 익혀야지 너무 익히면 타거나 뻣뻣해져서 토시살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소고기에 살치살이 있다면 돼지고기엔 토시살인가. 요즘엔 괴기보다 해산물을 더 즐기지만.
매콤하면서도 싸한맛이 괜찮았던 부추무침과 콩나물무침.
토시살의 약간 퍽퍽한 돼지고기 느낌과 냄새를 잘 잡아준다.
역시 고기엔 싱싱하고 매콤한 야채와 함께해야 그 맛이 배가되는 듯하다.
저녁이 깊어갈수록 손님들이 하나 둘 테이블을 차지하고 맛깔스런 토시살과 함께 한잔 즐긴다.
평소 먹던 삼겹살이나 갈비가 좀 물린다면 돼지고기의 특별한 맛 토시살을 맛보는건 어떨까.
물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친구 참이슬과 함께 어느정도 토시살을 먹고 있을때 쥔장께서 숯불위에 부추무침과 콩나물무침,
김치를 넣고 함께 싸먹으라고 했다. 그냥 상추나 깻잎에 싸먹어도 맛은 좋지만 이렇게 매콤하고
칼칼한 것들을 함께 끓여 토시살과 먹으니 맛이 역시 땡큐다. 이곳은 저녁시간에 좀 늦게가면
자리가 없을수도 있다. 특히 흐릿흐릿하거나 비가 내릴때엔 피어오르는 연기가 맛심을 자극한다. 이미 수원
맛집블로거와 시민들에게 인정받은 그 맛. 유명세보단 진솔한 맛이 그리워지는 요즘 가볼만한 곳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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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계동이 저희 홈은 아니지만 가끔 가는데, 이집도 좀 분위기는 허름하지만 맛은 좋더라구요..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