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에서도 몇 번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저는 덱을 꽤 까다롭게 고르는 편입니다. 우선 탑 티어 덱은 기피합니다. 가능하면 2티어 정도의 애매한 덱이 좋습니다. 그리고 굴리는 맛이 있어야 합니다. 상대를 당황스럽게 만들 수 있어야 하고, 때로는 내가 당황스러운 상황이 와야 합니다. 그런 덱을 찾기 위해 지금까지 대략 15종 정도의 모던 덱을 굴려보았습니다. 개중 가장 좋았던 덱은 Skred Red였는데요. 메인에 블러드문을 넣는다는 쌈박함과 함께 모노레드만으로 컨트롤을 해보겠다는 그 배포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제 인생덱을 만났습니다. 바로 BW Smallpox 덱입니다.
덱 링크 : https://www.mtggoldfish.com/archetype/modern-wb-smallpox#paper
매직에는 여러 종류의 자원이 있습니다. 핸드. 생명점. 서고. 대지. 기타 지속물들. BW smallpox는 제가 아는 범위 안에서 가장 많은 부류의 자원을 한꺼번에 컨트롤하는 덱입니다. 물론 그 컨트롤의 핵심은 덱의 이름이기도 한 smallpox이지만, 그 외에도 이 덱에는 실로 무수한 컨트롤 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개념은 이렇습니다. 자. 너도 나도 카드 한 장씩 버리자. 공평하지? 물론 내가 버릴 카드는 무덤에서 다시 기어 나오는 생물이나 무덤에서 캐스팅하는 카드지만 그런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말라고. 자. 다음에는 너도 나도 대지 한 장씩 희생하자. 공평하지? 물론 나는 대지를 희생하면 새로운 대지가 하나 생기지만 그냥 넘어가자고.
이 덱은 상대의 카드를 최대한 쓸모없게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요컨대 상대의 대지가 부족하면 고비용 주문은 쓸모가 없어지지요. 내 생물의 수가 적은 데다 죽어도 다시 살아난다면 상대의 디나이얼은 쓸모가 없습니다. 상대가 핸드를 지속적으로 버리게 한다면 탑 드로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 됩니다. 특히 콤보덱의 경우 손에 들어온 콤보 피스를 버려야 하는 상황은 많이 괴롭죠.
동시에 이 덱은 내 카드 중 쓸모없는 카드를 최소화합니다. 대지가 손에 잔뜩 들렸다? 괜찮습니다. 그 대지는 Collective Brutality의 기능을 늘려주는 소중한 자원이 될 겁니다. Liliana of the veil의 +1능력을 쓰기 위한 재물로 바쳐도 되고요. 정 안 되면 후반부에 Bloodghast의 랜드폴을 발동시키는 용도로도 쓸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덱에는 쓸모없는 카드가 없습니다. 아무리 쓸 데가 없더라도 Collective Brutality, Liliana of the veil, Smallpox 덕분에 최소한의 사용처는 보장이 되지요. 흉흉한 모던 환경에서 대지를 넉넉하게 넣을 수 있는 이유이며, 전장에 둘 이상 나올 수 없는 플레인스워커나 전설을 얼마든지 필요한 만큼 쑤셔 넣을 수 있는 까닭입니다.
반면 사용하게 된다면 확실하게 우위를 주는 카드도 있습니다. Lingering Souls는 카드우위의 대명사와 같은 카드죠. 마나만 있다면 카드 한 장으로 생물 네 마리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플레인스워커들은 말할 나위조차 없죠. 무조건 1:1 이상의 카드교환을 해 주는 파워풀한 카드들입니다. Never/Return은 손에서 쓰든 무덤에서 쓰든 간에 좋은 성능을 내 줍니다.
그리고 1:1교환이지만 대신 저비용으로 상대를 괴롭히는 카드도 다수 채용하고 있습니다. 쏘트와 코질렉의 1마나 모던 양대 디스카드 수단은 중반을 노리는 이 덱이 초반에 박살나는 것을 방지해 줍니다. 저마나 위니 생물을 때려잡는 Fatal push도 빼놓을 수 없죠. Cast Out은 후반에 들리면 상대의 지속물 하나를 완벽에 가깝게 제거해 주고, 초반에 들리면 사이클링을 통해 패를 순환해 줍니다.
이 덱으로 상대하기 수월한 덱은 다음과 같습니다.
- 번 : 메인에 Collective Brutality 석 장이 들어가 있습니다. 두 번째 턴에 생물 찍고 손 털고 2점 회복하면 모노레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심지어 사이드보딩조차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 그릭시스 데스섀도 : 소수의 덩치 큰 생물로 밀어붙이는 덱은 smallpox의 한끼 식사거리입니다.
- 기프트 스톰 : 상대 손을 보는 디스카드 수단만 9장에 달하는 이 덱은 콤보덱의 천적입니다. 사이드보딩 후에는 상대의 무덤을 탈탈 털어버릴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U중심의 컨트롤덱에도 강합니다.
이 덱으로 상대하기 어려운 덱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엘프, 머폭, 카운터컴패니 : 저비용 위니들을 잔뜩 꺼내는 덱에 약합니다. 매스디나이얼이 없거든요. 특히 엘프는 답이 안나올 지경입니다.
-데스 앤 택스 : 비교적 느린 편이나 Flickerwisp가 무척 괴롭습니다. 나오면서 내 토큰을 하나 찍고, 유유히 날아서 플레인스워커를 때려잡거든요.
이 덱으로 상대하기 정말 싫은 덱은 다음과 같습니다.
- 스케이프시프트, 트론 계열. 대지를 잔뜩 찾아오는 덱은 이 덱의 천적이나 다름없습니다. 컨트롤이고 나발이고 아무 소용 없습니다. 대지 하나 부숴봐야 상대는 두 개를 더 찾아오고, 사이드보딩 후에는 울고 싶어집니다. 사이드보드로 Fulminator Mage가 4장 들어가지만 그래봤자 크게 도움은 안 됩니다. Fulminator Mage에다 Surgical Extraction까지 추가한다면 모르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사이드보드 공간이 부족할 지경입니다.
자. 스몰폭스의 세상으로 들어오실 분 계신가요?
첫댓글 암만그래도 땅덱에게 쎌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만만한게 아닌가보군요? 역시 상대방이 골라서 부수는거라는 점이 작용하는 모양입니다?
트론 계열은 특정 대지 찾아오는 수단이 꽤 있고, 스케이프시프트는 늘어나는 대지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습니다. 정말이지 상대가 말리지 않으면 답이 안나오는 수준입니다.
이런 글은 별도의 게시판에 올리는 쪽이 어울릴 거 같습니다.
규정상 갈 곳이 없습니다(......)
카드/콤보/자작덱은 기존덱 올리지 말라고 이미 공지가 되어 있고, 팁/완성덱 게시판에 올리라고 되어 있는데 그 게시판은 또 팁/칼럼 게시판으로 변경되어 버렸거든요. 그래서 완성덱에 대한 글이 갈 곳이 없어요.
잘 봤습니다. 역시 디스카드로 뭘 열심히 해봐도 땅을 건드릴 수 없는 게 고통이군요.
스케이프시프트와 트론은 어쨌든 땅을 줄창 깔고, 상대 탑드로우 한 방이면(우진, 카른, 웜코일, 스케이프시프트, 타이탄 등등......) 게임이 바로 말려버립니다.
글 재밌게 잘봤습니다 ㅎㅎ 신박한 컨셉이네요
신기하네용 처음보는 컨셉이네용... 잘봣어용
전에 칼리타스, 게트의 배신자와 뎀네이션을 넣고 폭스를 돌리는 덱을 봤습니다. 매스를 넣을수 있는 장점과 희생할때 토큰 생성때문에 칼리타스로 희생지정->먹기로 엄청 커지더군요. 매스쳐도 칼리타스가 먼저 터져서 좀비토큰이 남고요. 한번 해보시는것도 나쁘지 않다봅니다. 물론 스톰 사용자로서 힘든덱이지만 튜닝은 도와드려야죠 ㅎ
매스디나이얼 위주로 가면 스톰사용자로서는 오히려 더 상대하기 편해지실 거 같은데(......)
하지만 칼리타스를 집어넣는다는 건 재미있는 발상이네요! 한번 튜닝해 보겠습니다.
타일스파이럴의 Flagstones of Trokair가 국내에선 구하기가 힘들다는게 저덱의 옥의티
로윈시절에도 br버전으로 있던덱이고 굴리믄 맛은 일품이져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