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날 수록 연기의 규모가 커집니다.
`불이구나 !`
바로 남대문 시장 옆에는 남대문 경찰서가 있고 바로 옆에는 소방서가 붙어 있는데 왜 이리 조용한가?
시꺼먼 연기속에서 빨간 불꽃의 혀가 낼름 거리고 이제는 옆집으로 계속 번져 갑니다. 그제서야 소방서의 차소리가 들립니다.
그 불은 밤새도록 남대문 시장을 홀랑 태웠습니다.
1954년도의 큰 규모의 불이기에 우리나라 화재기록에 분명히 나와 있을 것입니다.
나는 다음날 오전에 남대문 시장에 가서 불탄 곳을 봤는데 아예 가운데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시형 부통령께서 두루마기를 입고 시찰을 나와서 지팡이로 땅을 탁탁 치시며 개탄을 하십니다.
그날 매형은 운명하셨습니다.
"세근아"
"예 누나"
"너 용인 큰집 좀 다녀오너라"
"예 누나"
나는 바로 버스를 타고 돌아가신 매형의 형님의 집인 용인군 이동면으로 찾아갑니다.
내가 불현듯 큰 매형의 집에 나타나자 매형과 매형의 늙은 형수님과 아직 시집가지 않는 딸 하나가 나를 반깁니다.
큰매형은 선비같은 분이십니다.
아주 점잖으시고 예의바르시고 신앙도 천주교신자로 열심하신 분이시고 모든이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계십니다.
그들은 나에게
어떻게 왔느냐?
쫓겨났느냐?
야단맞았느냐?
집을 나왔느냐?
궁금하기 짝이 없을 태지만 그들은 내 인격을 존중하기에 그런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고 그냥 반가워 하고 언젠가는 내가 스스로 말을 할 것을 기다리고 있는 분들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