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이라는 거리
은행 앱을 열어본 건 아침 햇살이 부엌 창문을 막 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잔고, 15,018원.
숫자는 늘 솔직하다. 부풀리지도, 감추지도 않는다.
그 냉정한 숫자 하나가 오늘 하루의 마음결을 결정짓는다.
숨이 얕아지고, 생각이 많아진다. 월급날까지, 아직 사흘.
그저 사흘뿐인데, 사흘이 이렇게 길 수가 있나 싶다.
간이 조마조마하다는 말이 이럴 때 쓰이는 걸까.
모퉁이를 돌며 신호등을 기다리는 짧은 순간에도,
지갑 속 잔돈을 세는 손끝에도,
계속해서 작은 불안이 밀려온다.
점심값, 저녁 반찬, 혹시 모를 돌발 지출까지.
하루라는 시간 안에 이렇게 많은 '계산'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 참 서글프다.
며칠 전, 대구 사는 점희에게 백만 원을 송금했다.
얼마전 버스기사를 퇴직한 노서방이 희귀병으로 고생한다는 말을 듣고 약값에 보태라고 보낸 것이다.
가족의 사정 앞에서 ‘통장 사정’은 늘 뒷전이다.
남은 걸 나눈 것도 아니고, 넘치는 걸 베푼 건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모자란 형편을 쪼개어 건넸을 뿐인데,
어쩐지 그 순간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지금의 이 빈잔 같은 통장도, 그 선택을 탓하지 않는다.
하지만 막상 내가 마주한 현실은 꽤 야속하다.
자동이체일은 다음 주라 다행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이 조마조마함은 참으로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나의 하루는, 언제부턴가 돈과 마음이 함께 마르기 시작한 듯하다.
건조한 통장 잔고가 내 안의 온기도 함께 가져가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버틴다.
작은 온기 하나가 마음속을 오래 데우듯,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었다는 사실이 나를 지탱한다.
돈은 돌고 도는 것이라지만, 마음도 그렇게 돌고 돈다면
이 간당간당한 삼일쯤은, 언젠가 나를 위로할 추억이 되어줄 것이다.
사흘 뒤, 월급이 들어오면 또다시 숨통이 트일 테지.
마음도, 냉장고도, 주머니도 조금은 넉넉해질 테니.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 하루를 조용히 건넌다.
삼일의 거리, 그 끝에서 나는 나를 다시 일으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