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을 다녀와서"
온 세상이 하얗다고 하는 말을 이럴때 써야하지 않을까?
장수 팔공산 입구에 들어서니 어느새 하얀 눈으로 덮인 산이
우리를 마중하고 있다.
겨울을 싫어 하던 내가 산행을 시작하고선 하얀눈이덮인
겨울 산을 좋아하게 될 줄이야.
나무가지 사이사이에 사뿐이 올라앉아 하얀꽃을 만들고
아무도 걷지않은 길은 우리 일행이 러셀하며 걸어가는 기쁨
멀리 뻗은 한가한 오솔길 사이로 하얀눈 예쁜 나뭇가지에
우리는 마음을 다 빼앗기고 말았다.
너무 예쁘다는 말밖엔 어떤말이 필요할까?
자고개에서 시작한 산행 함미성을 지나며 돌아보니 성은 오랫세월을
버틴 흔적만이 조금 남아 있을뿐이다.팔공산 정상을 향해 열시미 걸어
오른다. 하얀 눈세상과 함께~~!!
유명한 산이 아니라서인지 팔공산 정상엔 커다란 통신사 탑만이 보이고
그냥 정상이라고 써붙인 돌탑이 우리를 기다린다.
눈이 넘무 많은 탓에 아이젠을 한 것도 효과 없이 스키없는 스키를 타며
걷기를 얼마..... 우린 폐가가된곳에서 따뜻한 점심을 먹을수 있었다.
식후엔 몰아오는 추위를 이기기 위해 또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식후의 오르막이라 언제나 힘든 산행이다.
새로운 맘으로 시작한 산행길은 점점더 많이 쌓여진 눈으로 이젠
술먹은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걸을 수 밖에 없다.
이리 저리 미끌거리는 길을 미끄럼도 타며 엉덩방아도 찧으며, 또
비료부태로 썰매도 타며 웃고, 웃고 또 웃고 ....!!
바람이 불어 한곳에 몰려있는 눈 쌓은 곳에 들어가니 눈이 허리를 감싸
안고도 남는 곳엔 추위 아랑곳 하지 않고 쑥쑥 들어가 누워보기도 하고~~!!
마냥 어린애들 처럼 너나 없이 즐겁기만 하다.
이치는 재를 가리키는 말이란다, 서구이치 오계치를 내려와선 갈림길이다.
그냥 와룡산 자연 휴양림으로 가야하나 아님 삿갓봉을 한번 더 치고 올라
갔다와야 하나 고민 하는데 시간 넉넉하니 다시 한번 올라보잔다~~!!
그래 언제 이곳에 다시 올지도 모르는데 우린 다시한번 도전을 한다.
급 경사로 오르막이 한참이나 진행되니 숨이 턱에 닿는다. 잘못왔나
손가락도 아직인데.... 그래도 시작하면 끝을 보는게 순서지 열시미 올라간다
몇사람 거치지 않은 길이라 힘들고 어렵다. 올라가는길에 앞으로 고꾸라져
눈으로 세수도 하고, 뒤로 미끄러져 엉덩방아도 찧으며 밧줄타고 바위길도
오르고 뒤에서 밀어주니 조금은 힘이 덜 든다.
드디어 도착한 삿갓봉엔 푯말도 없이 작은 판에 빨간글씨로 "삿갓봉" 그리고
옆에 웬 우산하나 걸어놓았다.
정상주라고 막걸리 한컵 마시고 다시 하산 시작 앞사람의 발자욱만 쫒아서 내려
오다보니 계곡으로 막바로 하산 급 경사이다.
이리저리 찾아 내려 오는데 발자욱이 없어진 길을 이젠 우리팀이 러셀하며
내려왔다 . 바람은 차겁고 볼을 시려운데도 땀은 왜 그리 나는지~~!!
미끄러 질까봐 긴장을 해서 그런가??
내려와보니 신발속엔 눈이 들어가서 양말이 다 젖어버려서 발이 무지 시려웠다
작년 내장산 산행이 생각났다. 그땐 아는 사람이 없어 혼자 견디고 왔지만
이번엔 갑장들이 신발 빌려주고 양말 빌려주고 그래서 잘 견디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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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대단하시네요 전 생각만 해도 넘 힘들을것 같은데요 그래도 겁게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오신 보라 향기님이 너무 부럽네요
겨울산을 자주 가시나봐요부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