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장수 기업의 비밀] [3] 최고의 명품시계 롤렉스
1927년 도버해협 횡단때 세계최초 방수시계 협찬 등
'화제 마케팅' 잇단 히트… 名匠 생산시스템도 한몫
롤렉스(Rolex). 시계업계에 이보다 더 강렬한 이름이 있을까. 2차 세계대전 영국이 독일에 대대적인 폭격을 감행할 당시 폭격 시간을 맞추기 위해 영국 조종사들이 손목에 걸었던 시계도 롤렉스였고, 최초로 영국 해협을 헤엄쳐 건넌 여성인 메르세데스 글라이츠도 롤렉스 시계를 차고 파도를 뚫었다. 쿠바의 혁명가 체게바라도 롤렉스 시계를 찼으며,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산을 정복한 힐러리 경도 롤렉스 시계와 함께 산을 올랐다.하지만 롤렉스는 1905년 창업 초기엔 스위스 시계 업계에서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았다. 시계 장인(匠人)들이 창업한 다른 스위스 시계 회사들과는 달리, 한스 빌스도르프라는 독일 출신의 비즈니스맨이 창업했기 때문이다. 시계업계의 비주류로 출발한 롤렉스가 1970년대 디지털 시계를 내세운 일본 업체들의 거친 공습, 금융위기를 이겨내고 100년 이상을 생존하며 오늘날 스위스 시계 업계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된 비결은 무엇일까.
- ▲ 스위스 제네바에 자리 잡은 롤렉스 본사의 모습. 롤렉스는 1905년 독일 출신인 한스 빌스도르프가 창업할 당시에는 스위스의 비주류 시계업체였으나, 100여년 세월을 거치며 스위스 시계 대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롤렉스 제공
롤렉스의 100년 역사 동안 최고경영자(CEO)가 단 3명이었다. 첫 번째 CEO는 창업자 한스 빌스도르프, 두 번째는 창업자가 세상을 떠나면서 지목한 후계자인 앙드레 하이니거, 세 번째는 하이니거의 아들 패트릭 하이니거다.
창업자 한스 빌스도르프는 24살이던 1905년부터 1960년 생을 마감할 때까지 55년간 롤렉스를 이끌었다. 그는 1900년대 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회중시계 대신 갖고 다니기 편한 손목시계가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하고 손목시계용 무브먼트(Movement·시계를 작동하게 하는 기계) 개발을 위해 스위스로 달려갔다. 당시 여타 스위스 시계 제조업체들은 회중시계용 무브먼트만 80% 이상 생산하고 있을 때였다. 그의 예감은 적중했다. 소형 무브먼트 특허를 내 손목시계 생산에 활용, 히트를 쳤다. 1926년엔 오이스터(Oyster)라는 이름의 세계 최초 방수 시계를 개발했다. '굴은 한 번 입을 닫으면 열 수 없다'는 의미의 오이스터는 이음매가 없도록 금속을 통째로 깎아 만든 케이스로 만들었다. 오이스터는 아직까지도 롤렉스의 대표모델이다.
- ▲ 날짜가 자동으로 맞춰지는 롤렉스 데이트저스트(Datejust) 모델.
아버지를 이어 3대 CEO 자리에 오른 패트릭 하이니거는 시계 제조에 사용되는 부품 100%를 스위스 롤렉스에서 자체적으로 '일괄 생산'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시계 생산을 80단계로 세분화하고, 생산직 직원들이 각 단계만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마이스터(meister·장인) 체제를 구축해 전문성은 살리되 기술 유출은 막았다. 그는 2006년, 사상 최대 금융 사기극을 벌인 뉴욕의 펀드매니저 버나드 매도프 사태에 휘말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 ▲ 롤렉스 시계 장인들이 시계를 만드는 모습. 롤렉스 시계 하나는 80여개의 생산 단계를 거쳐 만들어진다.
롤렉스의 장수 비결로는 창업자 빌스도르프의 '얼굴 전략'이 꼽힌다. 롤렉스 관계자는 "당시 다른 스위스 시계 회사들은 철저히 소수에게만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희귀 전략'을 폈지만, 롤렉스는 대중에게 얼굴을 공격적으로 알리는 전략을 폈다"고 말했다.
빌스도르프가 초기에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펼쳤던 주요 전략은 유명 이벤트에 시계를 협찬하는 것이었다. 1927년 여성 속기사 메르세데스 글라이츠가 영국과 프랑스 사이 도버 해협을 헤엄쳐 건넌다는 소식을 접하고 롤렉스 방수시계인 오이스터를 협찬했다. 언론의 관심은 그의 해협 횡단 성공뿐 아니라, 그의 손목에서 아무 이상 없이 작동한 오이스터에도 쏠렸다. 1953년 에드먼드 힐러리 경과 존 헌트 경이 인솔하는 등반대가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설 때도 오이스터를 협찬했고, 1960년 특수 제작된 실험용 오이스터 시계를 프랑스 심해 잠수정 '트리에스터(Trieste)'의 외부에 장착시키기도 했다.
- ▲ 롤렉스 시계를 차고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에드먼드 힐러리경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