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도르프 학교의 교사교육
Ⅰ. 들어가는 말
교사교육은 교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을 교직에 입문시키는 과정으로, 그 과정은 교사가 되어 교육을 실천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능, 그리고 교직에 필요한 태도와 자질 즉, 교사로서의 열정과 교육에의 헌신을 길러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교사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교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적인 성장과 끊임없는 자기개발을 통해 교사 자신이 먼저 교육의 본질을 체득하고 교육에 임할 수 있는 자기교육의 과정으로서의 교사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교직은 단순한 직업 이상의 것으로 성직자에게 요구되는 인격의 힘이나 윤리적 자질과 동시에 전문가적 능력도 필요한 것으로 간주된다. 더욱이 소명을 갖는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교직에 대한 열정과 헌신이 있어야 한다.
교육은 혼과 혼의 대화요, 인격과 인격의 부딪힘이요, 정성과 정성의 호응이요, 열정과 열정의 만남이기에, 교사가 교육을 통해 학생들을 변화시키고 감동시키고 움직이려면, 교사 자신이 먼저 변화하고 감동하고 움직여야 한다1)고 한다. 이와 같이 열정이 있고 교직에 헌신하는 교사, 인격대 인격의 만남을 실현할 수 있는 교사가 이상적인 교사의 모습이라는 데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교직은 과학적인 실천과 함께 분명히 예술적인 감성도 필요한 직업이다. 그런데 오늘날 교사 양성을 위한 우리 사범대학의 교육과정은 이론 중심의 교과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교사들은 제도화된 자격이나 관료화된 학교체제 속에서 관리되고, 일정의 이론적인 교직 관련 교과를 이수하면 교사자격증을 받는 방식으로 양성되고 있다. 또 자격증을 가지고 교단에 선 교사들은 전문가로서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수업을 하지 못하는 실정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예술가로서의 교사상, 그러한 교사 양성을 위하여 예술적인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교사교육의 과정을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발도르프(waldorf)학교2)에서는 교육이 실제로 예술활동처럼 이루어지고 있다. 교사를 영혼의 예술가로 간주하고 교육을 마치 구도의 과정처럼 행하는 발도르프학교는 오늘날 그 교육의 독특함을 인정받고 있다.3) 발도르프학교를 포함해서 그 교육의 성과를 인정받고 있는 오늘날 대부분의 학교 교육의 성과는 교사 개개인의 헌신에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소명을 가지고 가르치는 데에 헌신하는 교사를 양성할 수 있을까?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일반적인 교사양성 과정과 다르게 이루어지는 발도르프학교 교사교육의 모습과 특징을 살펴보는 데 본고의 목적이 있다. 발도르프학교 교육의 성과는 교사에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발도르프학교 교사 양성의 모습과 특징을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서 먼저 발도르프학교의 교사관, 교사의 역할을 살펴보고, 그러한 교사를 양성하는 교사교육과정을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발도르프학교 교사교육의 모델이 우리의 교사 교육에 무엇을 함의하는지 논의할 것이다.
Ⅱ. 발도르프학교 교사
1. 영혼의 예술가로서 교사
슈타이너가 새로운 학교를 시도한 목적은 바로 인간교육(Menschenbildung)에 있었다. 따라서 슈타이너는 다음과 같이 자유로운 정신생활로서의 교육을 강조하고, 발도르프학교 이념으로 ‘자유’를 역설한다.
오늘날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는 온전히 자유로운 정신의 삶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르치고 교육되어야 하는 것은 오로지 ‘성장과정 중에 있는 인간’(werdender Mensch)에 대한 인식과 각 개인의 소질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해야 하며 가르침과 수업의 기본 바탕은 참된 인간학을 근거로 해야 한다. 기존의 사회질서를 위하여 인간은 무엇을 알아야 하며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는가를 묻지 말고 그 인간에게 어떤 소질이 있으며 무엇이 그 속에서 개발될 수 있을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자라나는 세대로부터 항상 새로운 힘이 사회질서에 공급될 수 있고, 또 이 질서 속으로 들어오는 온전한 인간이 자신으로부터 만들어내는 것이 그 질서 속에 살아있게 될 것이다.4)
슈타이너에게 있어서 ‘자유’의 문제는 인간본질에 관한 문제로서, 개별적인 인간의 내적 활동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개인이 가지고 있는 내적 능력이 크면 클수록, 그 사람의 자유는 확대된다고 말할 수 있다. 내적 능력이란 물리적으로 보이는 형태의 능력이 아닌 내면의 능력으로, 슈타이너는 이것을 영혼의 세 가지 활동 -의지, 감정, 사고-으로 표현한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의 ‘자유’를 추구하는 교육은 개인의 능력을 충분히 그리고 풍부하게 고양시키고 개발할 수 있는 교육을 말한다. 이 때 교육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자기에게 장애가 되는 것을 의식적으로 극복하고 자기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형태가 된다. 발도르프학교에서 교육을 예술처럼 하는 것은 예술가를 길러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인간이 삶의 여정 속에서 끊임없는 자기창조의 과정을 밟아갈 수 있는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인간을 교육하기 위함이다. 인간이 자유롭기 위해서는 자기 바깥의 세계에 관해 아는 것뿐만 아니라, 내면의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 내면의 활동인 의지, 감정, 사고활동을 개발함으로써 창조적으로 자신의 삶을 의식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발도르프의 교사교육 역시 이러한 슈타이너의 교육관에 기초하고 있다. 슈타이너는 이와 같이 교육의 과정을 예술로 파악하고 ‘교육예술’(Erziehungskunst)이라고 한다. 예술로서의 교육을 하기 위해 먼저 교사교육의 개선이 필요했고, 예술가로서의 교사관에 따른 발도르프학교만의 독특한 교사교육이 진행된다.
슈타이너가 교육을 예술이라고 하는 이유는 예술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특징인 부분에서도 전체를 느낄 수 있다는 통합성 때문이다. 환원과학의 특성이 부분을 전체로 환원해서 전체를 설명하는 것이라면, 예술은 부분과 전체가 유기적인 관계에 있어서 환원을 통하지 않더라도 부분에서 전체를 볼 수 있는 특징을 갖는다. 슈타이너는 교육에서 이러한 유기적 통합성을 찾는다. 교육이 통합성을 갖는다는 것은 통합된 인간에 대한 교육, 즉 전인교육을 의미한다. 또, 슈타이너가 말하는 예술의 특성은 ‘정신적인 것이 감각지각 가능한 세계로 나타나는 것’5)이라고 한다. 예술가는 물리적으로 지각할 수 있는 것에 정신이 드러나 있는 형태를 부여하는 사람이다. 슈타이너는 이러한 예술의 정신성에 기초해 교육에서 정신성, 靈性을 회복하려는 것이다.6)
교육이 예술적이기 위해서는 먼저 교사 자신이 풍부한 예술성을 가지고 자기 자신을 예술가로서 자각하는 일이 요구된다. 슈타이너는 교사, 특히 아동기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를 ‘영혼의 예술가’(Seelenkünstler)라고 부른다.7) 영혼의 예술가가 되기 위해 교사는 예술적인 것을 기쁘게 사랑할 수 있고 예술적인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라, 열정(enthusiasm)이 필요하다. 따라서 예술로서의 교육을 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교사가 영혼의 예술가로서 자각해야 하며, 그러한 자각을 위해 교사 자신에게 열정이 필요한 것이다.
‘어떻게 하면 교사가 열정을 가질 수 있을까?’ 슈타이너는 이에 대해 교사는 첫째, 인간․아동 본성에 대한 인식, 둘째, 세계 본질에 관한 인식을 해야 한다고 답한다. 교사가 인간본성에 관한 인식과 세계본질에 관한 인식을 할 수 있으려면, 교사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친밀한 관계와 생생하게 살아있는 관계를 맺어야 한다. 이러한 관계는 바로 인지학적 방법을 통해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발도르프학교 교육의 이론적 토대가 인지학이듯, 발도르프학교 교사교육 역시 인지학 위에 기초하고 있다.
인간(교사자신뿐만 아니라 학생의)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고 세계와 살아있는 관계를 맺을 때 교사는 살아있는 수업을 할 수 있다. 살아있는 수업은 교사가 학생을 세심하고 민감하게 이해하고 자신의 체화된 지식에서 출발할 때 가능하다. 이 때 비로소 지식은 죽은 지식이 아니라 살아있는 지식으로 가르쳐질 수 있고, 학생에게 지식이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안에 창조적 힘이 깨어날 수 있을 것이다.
발도르프학교에서 교사는 학교를 살아 숨쉬는 유기체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교사가 하루 수업을 시작하기 전 학생들 한 명 한 명에 대해 명상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또 하루를 마감하면서 아이들의 모습을 마음속으로 그려보는 것을 이상적인 교사의 모습으로 간주한다.
오전 중에 이루어지는 주기집중 수업8)에서 교사는 자유롭게 가르친다. 발도르프학교에는 정해진 교육과정이 없다. 해마다 가르치는 교사가 교육과정을 구성해야 한다. 물론 발도르프학교 교육과정을 위한 기본적인 방침이 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기본적인 방침일 뿐 교육과정을 선정하고 가르치는 방법을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교사에게 달려 있다. 발도르프학교에서 교육과정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초기 발도르프학교 개교 당시 다루어졌던 교육과정이 토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교과에 상관없이 교사는 그림을 그리고 노래하며 놀이를 하고 리코더를 부는 예술적 활동을 모든 수업에 활용한다. 발도르프학교 교사들은 지식과 앎이 단지 머리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감정과 의지가 통합된 지식이 학생들에게 능력을 일깨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발도르프학교 교사들은 의지, 감정, 사고가 통합적으로 발달할 수 있도록 교육하기 위해서는 자율성, 유연성, 창의성이 교육과정의 주된 지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9) 교육과정을 실행하는 사람은 교사이다. 국가 수준에서 교육과정이 정해지는 우리 나라의 경우에도 그것을 가르칠 때에는 교사가 지역사회와 학교, 그리고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재구성 할 것이 요구된다. 그런데 발도르프학교의 경우,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것에서부터 그것을 실제 수업에서 가르치는 모든 과정이 전적으로 교사의 자율성과 창의성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교사에게는 예술가로서의 자질과 능력이 필수적이다.
8년 동안 학년이 진급해감에 따라 해마다 다른 교과를 가르치고, 또 교과를 주기집중 수업으로 가르칠 수 있기 위해서 발도르프 교사들에게 계속적인 자기교육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교사들이 지적으로 또 인격적으로 성숙해 가는 자기교육에 기꺼이 참여하는 것이 바로 발도르프 교육의 성공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주기집중 수업은 담임교사가 하는데, 발도르프학교에서는 8년 담임제를 택하고 있다. 8년 담임제를 통해서 교사는 아동의 7-14세에 해당하는 시기의 발달 단계에 맞추어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학년에서 8학년까지 교사와 학생은 함께 성장해간다. 이 시기 동안 교사는 학생의 친구이자 성장의 과정에 선 동반자 관계에 있다. 지속적인 관계로 인한 긴밀한 유대 형성이 교사와 학생 모두의 영혼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한편 발도르프학교 교사는 영혼의 예술가로서의 예술활동을 하듯 교육에 임하지만, 동시에 학교 경영 과정에도 관여하고 있다. 이것은 주로 개개인의 교사들이 모여 그룹을 이룬 교사회의를 통해 이루어진다.
2. 교사회의
모든 발도르프학교는 실질적으로 교사에 의해 운영된다. 하지만 각각의 발도르프학교 운영은 개개 학교 고유의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많은 학교경영자나 정책입안자들은 학교 정책을 결정하는 데 교사들을 참여시키고 교사들간의 상호작용이나 협력관계를 증대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목적을 실현한 학교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학교가 보여주는 위계적인 구조, 교사들간에 공유하는 교육철학의 부재, 지역교육청의 학교간섭 등이 이것을 방해하고 있다.
그런데 발도르프학교는 교사들의 합의에 의한 자치로 유지된다. 교사들이 교수-학습의 과정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전반적인 경영에도 참여한다. 교장이 따로 없으며, 모든 교사는 원칙상 동등한 권리를 갖고 활동한다. 이것을 위해 발도르프학교는 정책결정 과정의 핵심에 교사들의 협력을 두고 있으며, 일주일에 한번씩 열리는 교사회의를 통해 이것을 실현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학교를 교사들의 자치에 의해 공화제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슈타이너의 의도였다. 그는 “실제의 교사 공화제에서 우리는 대학 행정 위원회로부터 내려온 규정을 무조건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행동에 대해 완전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기회를 우리 스스로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이들은 완전히 책임을 져야한다”10)고 역설하면서 교사들이 학교운영과 교육에 대해 권리와 책임을 갖게 하였다.
이것은 발도르프학교가 자유학교로서, 모든 것이 규정되고 의사전달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위계적인 구조보다는 오히려 자유와 자기책임이 있는 곳에서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교육을 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발도르프학교 교사회의는 발도르프학교 교육 이념인 자유를 추구하는 교육을 행할 수 있기 위해 교사들이 교육과 학교운영에 대해 권리와 책임을 지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교사회의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서 운영된다. 교육협의회, 행정-조직 협의회, 내무 또는 학교운영협의회 등이다. 교육협의회에서는 학생들에 대한 교육학적-심리학적 보고와 교사 자신의 전공 영역에 대한 연구발표 및 논의가 이루어짐으로써 교사 상호간의 정보교환과 교사들의 자체적인 현직교육의 기능을 하고 있다. 행정협의회는 학사일정과 계획에 대한 것을 다룬다. 내무 또는 학교운영협의회는 학교운영상의 문제들을 다룬다. 교사회의에서는 일반적으로 동료간에 대표를 선출하여 평의회를 선출한다. 그들은 일정 기간 동안 학교의 모든 관리 사항을 논의하고 각종 협의회를 주재하며, 학부모-교사 연대 회의 등에 대표자로 파견된다.11)
교사회의는 다수결에 의해서가 아니라 합의(또는 통일된 소신)에 따라 의사결정을 한다. 이런 방법은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장점이 난점을 능가하기 때문에 이 방법을 사용한다. 따라서 교사들은 때로는 전체 그룹을 위해 자기 자신의 견해나 입장을 바꾸기도 한다. 여기에서는 모든 개개인이 동등한 책임을 갖고 있으며 특별히 리더는 없다. 이것은 그룹으로서의 모든 개개인의 교사가 똑같은 책임과 책무성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12)
교사들의 회의는 크게 매일 아침에 하는 회의와 일주일에 한 번 하는 회의 두 가지가 있다. 아침회의는 수업이 시작되기 전 5분 정도 하지만, 주로 목요일 저녁 시간의 교사회의는 4시 45분에 시작해서 7시에 마치기로 되어 있지만 대부분 밤 10시쯤 되어서야 끝난다. 한 학기마다 바뀌는 사회자가 수요일 저녁에 교사회의의 주요 안건과 차례를 미리 다른 교사들에게 전한다. 행정상의 업무에 대한 내용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통 10분 안에 마친다. 행정상의 일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대체로 원칙이 정해지면 누가 책임을 맡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그리고 학생들에 관해 관찰한 것을 이야기한다. 학년별로 아이들의 특징이나 다른 교사들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 후, 공부를 한다. 교사들은 함께 읽고 학습할 책을 정해서 읽고 소모임으로 나누어 토론한다. 이 외에도 교사모임에서는 합창이나 오이리트미를 함께 한다.13) 또 교사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면을 이야기할 기회를 갖기도 한다. 짧게는 하루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거나, 자신의 삶의 한 부분을(예를 들어 ‘당신은 9세 때 무엇을 하였습니까? 라는 질문을 하면서) 이야기하기도 한다. 교사들은 전직교육에서만 교육받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과정을 현직에서도 자기교육의 기회로 활용한다.
대개 이와 같이 이루어지는 교사회의의 프로그램을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14)
오이리트미(30-40분)/ 교수와 아이들 관찰에 관한 토론(30-40분)/ 지난 교사모임 요약하기(5분)/ 보고(30분) -여기에는 교사들, 학부모-교사회의, 이사회, 학교위원회 등이 발표를 한다./ 보고에 대한 질문(15-20분)/ 공지사항 및 모임을 마무리하는 시 낭송.
교사회의를 통한 주기적 교사모임은 학교를 살아있는 유기체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교사회의의 목적은 규칙을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교사들이 경험을 공유하며 좋은 의지를 가지고 학교생활을 하며 서로간의 경쟁이나 갈등 상태를 줄이는 데 있다. 교사회의는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게 함으로써 교사들에게 현직에서 재교육을 하는 역할을 하며, 교사들이 내적 생명력을 회복하여 소진하는 것을 막아주는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회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것은 쉽지 않다. 다수결이 아닌 합의점을 찾기 위해 물리적인 시간이 많이 걸리는 어려움 이외에도 더욱 어려운 것은 교사 자신이 스스로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사회의를 통해 교사들은 공동으로 방법을 모색하고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것을 배우며, 이런 방법이 제대로 이루어졌을 때 시간이 지나면서 교사들간에는 서로 신뢰하는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다는 장점을 준다.
Ⅲ. 발도르프학교 교사교육
1. 교육과정
발도르프학교는 전적인 교사의 자유에 의해 교육과 수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교사교육 역시 자유로운 교사교육이 요구된다. 따라서 발도르프 교사교육은 국가의 교사 양성체제와는 별도로 자체적으로 이루어진다. 나라마다 발도르프 교사 양성을 위한 기관이 있다.15)
발도르프학교 교사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다른 사범대학과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졸업장이나 이에 상응하는 자격증이 요구된다. 그리고 입학신청서와 교사교육기관의 장(長)과의 면접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발도르프교사교육 과정은 학교마다 다르지만 대개 2~3년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구체적인 교육과정은 다음과 같다.16)
처음 1년 과정은 발도르프교육에 대한 철학적 기초과정으로 인간의식의 발달 단계, 슈타이너의 인지학, 명상하는 방법, 서구 사상에서의 윤회와 카르마, 다양한 예술활동, 1주간의 발도르프학교 관찰로 이루어진다.
2학년 과정은 아동발달과 발도르프학교 교육과정에 관한 심화학습, 교사를 위한 음악과 미술, 산수, 과학, 언어 등의 교수를 위한 발도르프교육 방법에 관해 집중적으로 학습한다. 7주간의 발도르프학교 관찰(우리의 교생실습에 해당)이 포함된다.
3학년 과정에서는 자기 특정 분야(유치원과정 또는, 1-8학년과정, 또는 고등학교 과정)를 결정하며, 연구하고 그 결과를 졸업논문으로 쓰게 된다.
특히 3학년 과정은 현장 중심의 교육 활동과 교사의 자기개발이 중심이 된다. 3학년과정에도 역시 11-13주간의 발도르프학교 실습이 포함된다. 이 때는 교생이라는 입장보다는 신임교사로서 활동하는 편에 가깝다. 수업진행, 학부모상담, 아동상담, 학교행정업무, 교사의 의무수행(의무 노동)들을 모두 해야 한다.17) 또 매 학년 세미나 시간에는 발도르프학교 현직 교사를 모셔다가 그들의 경험을 듣거나 실습을 하며 궁금했던 것을 토의하는 과정을 갖는다.
이상의 전일제 교사교육 과정 프로그램 외에도 교사를 하면서 계속적인 자기교육을 위한 과정도 있다. 이 과정은 주말과 방학을 이용한 워크샵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프로그램 역시 오이리트미, 명상하기, 인형 만들기와 인형극, 아동발달과 이야기, 농장 일하기 등 다양한 예술활동과 수공활동 등으로 구성된다.
교사교육과정에 예술적인 활동과 수공활동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발도르프학교 교육이 그러한 과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슈타이너는 교사 자신의 상상적이고 직관적인 의식이 발달해야 아동의 감정을 일깨울 수 있는 교육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발도르프학교 교사교육은 교사 자신의 예술적 감성을 발달시킬 수 있는 과정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발도르프학교 교사교육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 중에는 공립학교의 교사나, 교육학 관련 교수들, 또 자신의 자녀 교육에 관심이 있는 학부모들도 있다. 이들 중에서도 직접 발도르프학교 관여하게 되면서 발도르프학교 교사가 된 경우도 있다.
크리스토프린덴베르크는 일반 공립학교의 교사교육과 비교해서 발도르프학교 교사교육은 다음의 세 영역에서 결실을 맺고 있으며, 뚜렷한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한다.18)
첫째, 심리학적․생리학적 인간학은 아이들을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해주며, 둘째, 수업에서 행해지는 주제를 인간학적으로 깊이 있게 다룰 수 있으며, 셋째, 조각하기, 그리기, 연주하기, 오이리트미와 말하기 연습 같은 예술적 훈련은 아이들이 예술적인 것을 익히게 할뿐만 아니라, 심리학적으로 배운 것을 인지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2. 교사교육 이후의 진로와 학비
교사교육을 마친 후에는 우리의 교사자격증에 해당하는 ‘발도르 증명서’(Waldorf Diploma)를 받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발도르프학교 교사가 될 자격을 가졌다는 것이지 이것이 발도르프학교 교사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또 발도르프증명서는 발도르프학교 이외의 학교에서 교사직을 하는 데 필요한 자격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계속적으로 발도르프학교 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실제로 발도르프학교 수도 증가하면서 발도르프교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따라서 발도르프교사교육을 마친 졸업자들이 교사가 될 기회가 많아졌다.19)
발도르프증명서 외에도 발도르프학교에서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전공한 것이 유용하다. 발도르프학교에서 가르치는 데에는 전문적인 교과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주에 따라서 주가 발급하는 교사자격증을 요구하기도 하고, 발도르프 유치원 교사가 되는 데에는 주가 발급한 유아기 교사자격증을 요구하기도 한다.20) 그러나 발도르프학교 교사가 되는 데에 중요한 것은 자격증이 아니라, 발도르프학교에서 가르칠 만한 자질과 교사로서 헌신할 만한 준비가 되어있느냐이다. 발도르프학교에서는 주로 이것을 심사한 후 교사를 채용하고 있다.
따라서 발도르프학교 졸업생이라든가 발도르프학교 학부모라든가 해서 발도르프교육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의 경우 예외로 먼저 교사가 되고 현직 교사교육(in-service teacher training)을 받기도 한다.21) 다른 직업에서 일정 정도 경험을 한 사람들도 교사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교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이전의 경력을 보면 목수, 사진작가, 비서, 의사, 편집자, 음악가, 화학자, 예술가, 학교 교사 등 다양하다. 교사교육을 받기 위해 등록한 학생들의 수는 학교마다 다르지만, 등록한 학생들의 연령대 역시 대개 21-60세에 걸쳐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
학비는 학교마다 다르지만, 영국 에머슨 칼리지(Emerson College)의 경우 3년 과정 중 1학년에 해당하는 시기에 드는 수업료만 4,100파운드(2001-2002년 현재)로 적지 않다. 이것을 부담하기 위한 방법으로 장․단기 융자, 일하면서 공부하는 방법, 나중에 상환하는 방식 등이 활용 가능하다고 한다.22)
Ⅳ. 발도르프학교 교사교육의 특징
1. 자기교육과정으로서의 교사교육
발도르프학교 교사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교사교육과정 자체가 자신이 누구인가의 물음, 교사가 교사로서의 삶을 사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기교육과정이요, 자기개발의 과정이라는 점이다. 프레이리도 가르치는 일은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끊임없는 준비와 자기개발을 요구하는 작업이라고 말한다.23)
오늘날처럼 사범대학의 교사교육 과정이 소위 강단 교육학자들이 만들어 놓은 갖가지 지식과 기술로만 채워져 있는 교육론을 학습하는 것일 경우, 이론과 교육현장의 괴리, 교사와 학생간의 간극은 커져만 갈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이 경우 대부분 교사교육의 과정은 교사를 가르치는 자로서 고정시켜 놓고, 가르치고자 하는 내용과 방법을 익혀 학생들을 가르치는 자로서 교육시키는 것을 이론적으로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의 과정은 교사가 학생에게 필요한 지식을 전달하거나 학생의 잠재력을 계발시켜주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교사 자신의 자기수련이며 자기계발인 자기교육의 과정이기도 하다. 동시에 교사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 때문에 발도르프학교 교사교육 과정에 명상을 통한 자기 삶 돌아보기, 자신의 이야기하기 과정이 포함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교사교육은 학생이라는 타자에 대하여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될 자기 자신에 대한 자기교육과 자기개발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 자신의 내면적인 성장과 끊임없는 자기개발을 통한 교사교육이야말로 교직사회에서 쉽게 발견되는 교사의 소진을 막아줄 수 있는 교사교육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다.
슈타이너는 무엇보다도 현대 문명의 생각과 관념이 얼마나 무기력하고, 교사교육과 교육철학 전반에 물질주의적 사고방식이 강하게 퍼져있는지를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24)
교사는 먼저 자기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이 바로 이 시대의 산물이며, 오랫동안(초등학교 교육에서 대학의 교사교육에 이르기까지) 물질주의적 사고에만 길들여져 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나서 교사는 자신의 영혼과 정신에 어린 시절을 회복해야 하고, 어린이가 어떤 존재인지를 분명하게 재발견해야 한다. 이것을 위해 교사 자신의 내적인 깨달음과 성장이 교사교육에서 중요한 교육내용으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죽어있는 지식에 의지와 감정이 살아나도록, 살아있는 지식으로 만들 수 있는 예술가적 자질이 교사교육을 통해 길러져야 할 것이다.
2. 활동 중심의 교육과정 : 예술활동과 수공활동
인격의 발달, 지혜, 영감, 열정, 자유로운 인식능력의 발달은 발도르프학교 교사교육의 중요한 목적이다. 발도르프교육은 교사들뿐만 아니라 학생에게도 사고, 감정, 의지가 서로서로 긴밀하게 연계될 것을 강조한다. 이러한 것을 훈련하는 데 효과적인 것이 예술활동이라고 슈타이너는 생각한다. 때문에 발도르프학교 교사교육 과정에는 발도르프학교 교육에서와 마찬가지로 예술활동이 핵심이 된다.
슈타이너는 예술의 정신성에 기초해 교육에서 정신성, 靈性을 회복하려고 한다. 그러나 발도르프학교 교육에서는 정신적인 요소가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면과 항상 연계되어진다. 이론을 실제와 관련시키고 사고과정은 손으로 하는 활동, 더 나아가서는 몸 전체의 활동과 직접적으로 관련된다는 것을 체득하기 위해 교사 자신의 교육에서 역시 수공활동이 중시된다. 실제로 무언가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예술활동과 수공활동을 해보는 경험은 교사교육에 어떤 교육의 결과를 가져오는가?
예술활동과 수공활동이 갖는 힘은 직관적인 연계를 강화시켜준다는 것이다. 이때 감각은 직관으로 가는 통로가 된다. 손으로 만져봄으로써 사람들은 세상과 대화를 하는 것이다. 색과 굴곡, 금속, 유리, 진흙, 직물과 나무 등이 갖는 힘은 신의 의복이다. 즉, 이러한 것들을 지혜롭게 만지고 다루는 것을 배우는 것이 전인 교육이다.25)
그리기, 드로잉, 바느질, 조각하기 등은 신적인 것의 외형이고 몸짓이기 때문에 신적인 것을 드러낸다고 간주된다. 이런 이유에서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이용해서 손가락을 움직이고 팔다리를 움직여 충분하게 경험하게 하는 것이 발도르프학교에서는 중요한 교육내용이다. 따라서 발도르프학교 교사교육에서도 예술활동과 수공활동 중심의 교육과정이 주를 이루는 것이다. 예술적인 활동 중 발도르프학교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오이리트미(eurythmy)26)이다. 이것은 발도르프학교 전 학년에 걸쳐 배우는 필수 교과이고, 교사교육과정에서도 필수적으로 가르치는 내용이다.
예술활동과 수공활동을 통해 교사교육에서 강조하는 것은 교사 자신이 상상력을 지니고 단련하는 것을 강조한다. 상상력은 자기 자신의 창의성과 자기 주도성을 신뢰할 때 가능하다. 그러나 슈타이너는 상상력이 거짓이나 환상으로 빠질 수 있는 문제점도 인식하였다. 때문에 그는 교사들이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고, 용기 있고 독자적이면서도 진리의 정신을 겸비할 것을 강조하였다. 이것을 슈타이너는 초기 발도르프학교 개교를 준비하면서 교사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로 강조한다.27)
상상력을 고취시켜라(Imbue thyself with the power of Imagination). 진리를 향할 수 있는 용기를 지녀라(Have Courage for the Truth). 영혼의 책임감을 단련하여라(Sharpen thy feeling for responsibility of Soul).
상상력을 지니고 진리감각과 책임감이 있을 때, 교사는 주어진 내용을 잘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식의 교사가 아니라, 가르칠 내용을 자기 자신의 말로 재구성해 가르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교사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될 때, 교사가 지녀야 할 자율성과 전문성이 갖추어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3. 학교 현장과 연계된 교육과정
우리의 일반적인 교사교육은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입학시험을 마친 학생들이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에 입학해서 전문 지식과 특정한 방법론적․교육학적 지식을 교육받은 이들이 얼마 동안 현장 실습을 받은 뒤 교사가 될 수 있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대학에서 배운 지식은 대개 실제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에는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일반적이다. 이러한 점에서 결과된 것이지만, 우리나라 교사교육과 관련해서 제기되는 문제들 중 빈번하게 지적되는 것이 교사교육의 내용이 학교 현장과 괴리되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 사범대학의 교육과정은 대체로 교양과정, 교직과정, 전공과정으로 구성되어있다. 이 때 교직과정에서 배우는 교육학 관련 교과들은 대개 이론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28) 이에 정영근(1997)은 교사에게 필요한 교육학적 지식이란 단순히 이론적 지식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학습과 교육과 학습과 교육상황에서 합당한 판단을 내리고 책임 있게 실행에 옮길 수 있게 하는 실천적 지식을 포괄해야 하는 것이며 따라서 교육학이 교사들의 직업적 실천을 의미 있게 지원하는 학문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29)고 한다.
반면, 발도르프학교 교사교육은 철저하게 발도르프학교 교육 현장과 연계되어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 현장과 긴밀하게 연계된 교사교육을 구체적으로 보면 첫째, 발도르프학교 교육의 기초가 되는 슈타이너의 인지학적 인간학을 배운 교사들은 아동들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데서 교육을 시작하며, 교육 내용과 방법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도 그 아동을 먼저 고려하고 있다. 장차 교사가 될 예비교사에게 가르치는 교직과목으로서의 심리학이나 생리학이 역시 추상적인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가르치는 아동에 대한 이해로 직결되고 있다.
둘째, 예술 활동과 수공활동을 통해 언어, 음악, 색과 형태가 작용하는 세계를 탐구하며 교사가 될 학생들은 세계를 더 잘 다루게 된다. 이것을 통해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수업을 할 수 있는 교사가 되는 것이다. 즉 자기교육의 과정을 통해 장차 교사가 될 학생들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점에서 “예비교사교육의 과정은 앞으로 그들이 만날 아이들과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경험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되기도 한다.30)
교사교육의 과정이 글로 배우고 암기하는 식으로 이루어지면서 교육의 과정이 그런 모습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인 것 같다. 이론에 치우쳐 있고 경험을 무시한 채 언어주의만을 고집하는 것은 일반적인 교사 양성의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셋째, 교사교육 과정에는 발도르프학교에 참여하는 실습과정이 비중 있게 포함되어 있다. 우리의 교사교육이 4주간의 실습으로 이루어지는 것과는 달리, 1학년 과정에서 1주간의 실습(주로 관찰), 2학년 2학기 중의 3주간의 실습, 2학년 3학기의 3주간의 실습, 그리고 3학년 2학기에 11-13주간의 실습이 있다. 실습기간이 길다보니, 당연히 우리의 4주간의 실습을 통해 얻는 것에 비하면 훨씬 학교 현장과 가르치는 학생들에 대한 구체적인 관찰과 연구가 가능하다.
발도르프학교에 직접 참여하는 실습 이외에도 세미나 시간에는 발도르프학교 현직 교사를 모셔와 그들의 경험을 듣거나 실습을 하며 궁금했던 것을 토의하는 시간을 갖는다. 또 직접 모의 수업을 준비하여 직접 해보기도 한다. 이와 같이 발도르프 교사양성 과정은 현장과 연계되어, 교사교육을 마치고 발도르프학교 교사가 되는 데 철저하게 준비시키고 있다.
Ⅴ. 맺는 말
이상에서 자기교육의 과정으로서의 교사교육, 예술활동과 수공활동 중심의 교사교육과정, 학교 연장과 연계된 교사교육의 특징을 보이는 발도르프학교 교사교육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특징을 갖는 발도르프 교사교육이 우리나라 일반적인 교사교육에서도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오늘날 발도르프학교 운동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은 재정문제나 의지의 부족이라기보다는 사실상 교사확보의 문제라고 한다. 그만큼 교사양성의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일반 교사교육이 발도르프 교사교육의 모델을 따르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생각된다. 더욱이 이론적 토대인 인지학 없이는 발도르프 교사교육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사회‧문화적 맥락이 다른 인지학을 한국적으로 수용하는 데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본 논문의 문제의식 역시 외국의 한 교사교육을 우리 교사교육의 모델로 삼자는 데서 출발한 것은 아니다. 이미 사범대학의 교사교육에 관해서는 많은 문제가 제기되었고, 해결책 모색을 위해 교사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개선 방안 모색을 위한 연구와 제도 개혁이 시도되어 왔다.31) 그러나 여전히 우리의 교사교육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이에 제도개혁의 차원에서 지식 위주의 교육내용을 첨삭하고, 새로운 교수방법론을 도입하는 식으로는 교사교육과 관련한 현존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며, 교사교육에 관한 보다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본고에서 살펴본 발도르프학교 교사교육의 특징이 교사교육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우리 교사교육에 함의하는 것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발도르프학교 교사는 끊임없는 자기교육의 과정을 통해, 지식의 전문가에 국한되지 않고 소명을 가지고 사람을 가르치는 일에 헌신하는 교사가 되어간다. 교사가 된 이후 교사회의를 통해 자기 자신을 바꾸어 나가는 것은 현직에서 계속교육의 기회로 활용된다. 물론 이외에도 재교육의 기회를 마련하여 교직에서 오는 소진을 막기 위한 장치들이 있다. 학교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워크숍, 인지학회 관련한 오이리트미 코스, 크고 작은 교사들의 공부모임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계속적인 자기교육의 과정을 밟아나간다. 즉, 교사자신의 내적인 깨달음과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교사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교사교육은 이러한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 우리는 주로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교사 자신이 어떻게 스스로를 교육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32) 따라서 가르치는 사람 자신의 내면에 대한 성찰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둘째, 활동중심의 교사교육과정을 통해 교사들은 가르칠 교과에 대한 지식과 가르치는 방법에 대한 지식과 기술적인 면만을 배우지 않는다. 활동중심의 교육과정을 통해 다양한 체험을 함으로써, 장차 교사가 될 사람들은 학생들에게 의지와 감정이 통합된 능력을 일깨울 수 있는 예술가로서의 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바람직한 교사상을 단순한 지식의 전달자로 보지 않으면서, 교과목에 대한 지식과 교수방법을 이론적으로 가르치는 식으로 교사교육을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 일이다. 오늘날 교육 문제로 제기되는 지식편중의 교육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교사가 먼저 지식편중이 아닌 다양한 예술활동과 수공활동의 체험을 통해 교육받는 것이 선결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윤팔중은 교사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의 교육과정은 그 학교의 특성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자신이 배운바 대로 가르칠 것을 전제하기 때문에 하급학교의 특성을 나타낸다고 말한다. 따라서 인간교육을 할 수 있는 교육기관의 교육과정은 ‘어린이의 세계에서만 볼 수 있는 영롱한 영혼의 세계와 자신의 신명이 실존적으로 만나는 데서 무한한 보람을 누릴 수 있음을 발견할 수 있도록 그에 필요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33)고 역설한다. 셋째, 현장과 긴밀하게 연계되어 교사교육이 이루어지는 점 역시 우리의 교사교육과 관련해서 자주 제기되는 현장과 괴리된 교사교육의 문제에 많은 함의를 지니는 것으로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참고문헌
고병헌(2000), 「간디교육론」, ꡔ교육사랑방 발표문ꡕ.
김정환(1982),『전인교육론ꡕ, 서울 : 세영사.
김종건(1996), 「교원교육과정에 관한 연구」, ꡔ한국교사교육ꡕ, 제 12호.
오천석(1972), ꡔ스승ꡕ, 서울 : 배영사.
윤팔중(1981), ꡔ전인교육을 위한 교육과정ꡕ, 서울 : 배영사.
정영근(1997), 「교사와 교육학적 지식」, ꡔ한국교사교육ꡕ, 제 14권 제 2호, 1-17쪽.
정영수(1995), 「슈타이너의 교육론」, ꡔ인간교육의 탐구ꡕ, 서울 : 동문사.
정윤경(1998), 「슈타이너의 人智學的 敎育論 硏究」, 고려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정혜영(1996), 「초등학교 개혁을 위한 모델로서의 봘도르프 학교에 대한 연구」, ꡔ공주교대논총ꡕ, 제 33집 1호, 153-183쪽.
한주미(2000), ꡔ노래하는 나무 : 발도르프학교에서 나의 체험기ꡕ, 서울 : 민들레.
廣瀨俊雄(1990), ꡔシュタイナーの人間觀と敎育方法ꡕ, 東京 : ミネルヴア書房.
Blunt Richard(1995), Waldorf Education : Theory & Practice, Cape Town : Novalis Press.
Finser Torin(1992), ‘The Waldorf School Faculty Meeting’, David S. Michell. Ed., The Art of Administration : viewpoints on professional management in waldorf school, U.S.A.: A.W.S.N.A.
Freire Paulo(2000), Teachers as Cultural Workers-Letters to Those who Dare to teach(프레이리의 교사론), 교육문화연구회 역, 서울 : 아침이슬.
Lindenberg Cristoph(2000). Waldorfsculen : Angstfrei Lernen, Selbstbewußt Handeln(자유발도르프교육입문 : 두려움 없이 배우고 자신 있게 행동하기), 이나현 역, 서울 : 밝은누리.
Michell David(1988), ‘The Organization of A Waldorf School’, David Michell & David Alsop Ed., Economic Explorations : An Economic Handbook for Waldorfschools, U.S.A. : A.W.S.N.A.
Richard Mary Caroline(1980), Toward Wholeness : Rudolf Steiner Education in America. Middletown, Connecticut : Wesleyan Univ. press.
Saßmannshausen Wolfgang(1996), 「발도르프교육-아동발달이 교과과정을 결정한다」, 강남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편, ꡔ발도르프교육의 이론과 실제ꡕ.
Steiner Rudolf(1966), Study of Man. Revised trans., Harwood A. C., London : Rudolf Steiner Press.
Steiner Rudolf(1977), Rudolf Steiner, An Autobiography. Trans., Stebbing Rita, Blauvelt : Steiner Books.
http://sfwteachertraining.org(The Curriculum at the San Francisco Waldorf Teacher Training).
http://www.steinercollege.org(Rudolf steiner College).
http://www.waldorf.or.kr(한국슈타이너교육예술협회).
http://www.awsna.org(AWSNA and Waldorf Education).
http://www.emerson.org.uk(Emerson College Teacher Trai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