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무상(人生無常)과 제행무상(諸行無常) ◈
인생무상(人生無常)이란 말이 있어요 이는 한마디로 사람의 인생이란 참으로 덧없다는 뜻이지요 그러니까 이 말에는 허무감이 많이 묻어 있어요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인생(人生)이지요 이 세상의 모든 철인(哲人)이 인생이 무엇이고 어떤 것인가를 논하고 사유(思惟)의 대상으로 삼았으나 아직도 그 명쾌한 답을 내 놓은 철학자나 선지자들은 없어요 그저 인생무상이니 제행무상이니 할 뿐이지요
그렇다면 왜 인생이 무상(無常)하다고 하는 걸까요? 인생무상(人生無常)이란 사람이 덧없이 흘러감을 두고 이르는 말인데 불가(佛家)에서는 무상은 일체의 만물이 끊임없이 생멸변화(生滅變化)하여 한 순간도 동일한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음을 의미하지요 따라서 무상(無常)이란 의미는 만물은 항상 변하며 영원한 실체로 존속하는 것은 이 세상엔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지요 이것이 곧 만물의 실상을 표현한 실체라 할수 있어요 그렇다고 무상이라는 것이 불규칙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요
그럼 제행무상(諸行無常)은 어떠한가요? 제행무상은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인 삼법인(三法印) 가운데 하나이지요 보통 삼법인은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일체개고(一切皆苦) 또는 열반적정(涅槃寂靜)을 말하지요
그러니까 제행무상은 인생무상처럼 허무감을 던져주는 말이 아니라 변화하는 이 세상의 모습을 말하는 것이지요
“자, 봐라.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해가 뜨면 해가 진다. 어린이가 청년이 되고, 곧 노년이 된다. 어느것 하나 항상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다 변화한다. 무상이다. 이 무상을 가장 잘 가리키는 말이 행(行)이다. 그래서 제행무상이다.”
여기서 행(行)의 의미를 사물의 변화, 운동, 움직임으로 이해하고 있지요 세상 모든 것은 변화·운동한다는 측면에서 ‘세상 모든 것’을 ‘제행(諸行)’이라고 하지요 세상 모든 것은 그렇게 변화·운동하는 것이니, 항상한 것은 없다는 것이지요 “세상은 이처럼 변화하는 것이니, 무엇을 붙잡아 두려고 하지 말라. 붙잡아 두려고 하니, 괴롭지 않은가!” 이것이 바로 제행무상(諸行無常)이지요
또 인생무상(人生無常) 제행무상(諸行無常)과 비슷한 말로 인생여조로(人生如朝露)라는 말이 있어요
중국 한(漢)나라때의 일이지요 무제(武帝)의 사신으로 흉노(匈奴)의 땅에 갔던 소무(蘇武)는 그들의 내분에 휘말려 포로가 되었어요 그렇지만 소무는 항복하지 않았지요 항복을 거부하는 소무에게 흉노의 우두머리 선우(單于)는 "숫양이 새끼를 낳으면 귀국을 허(許) 하겠다"며 북해(北海) 근방의 한 섬으로 소무(蘇武)를 귀양(歸養)보냈어요
그러나 소무는 그곳에서 들쥐와 풀뿌리로 연명하면서 고향으로 돌아갈 희망을 버리지 않았지요 그러던 어느날 한(漢)나라의 명장 이릉(李陵)이 소무를 찾아 왔어요 이릉은 소무가 떠난 이듬해 흉노를 정벌하려고 출전하였다가 참패하고 투항하여 살고 있었지요 이릉(李陵)은 자신의 투항이 부끄러워 감히 소무(蘇武)를 찾지 못했으나 선우의 명으로 할수없이 찾아온 것이지요
이릉이 소무를 위로하며 말하였어요 "자네가 이렇게 절조(節操)를 지킨다고 하여 알아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인생은 아침이슬과 같다(人生如朝露 : 인생여조로)고 하니 정말 덧없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어찌하여 자신을 이렇게 괴롭히고 있는가?何久自苦如此 : 하구자고여차) 그러니 자네도 이제 고생 그만하고 나와 함께 가세나" 하였지요
이렇듯 소무(蘇武)가 온갖 고생만 하다가 혼자 쓸쓸히 죽어 갈것을 염려해 간곡히 권유했으나 끝내 소무는 이릉의 말을 받아 들이지 않았어요 결국 소무의 지극한 충절에 감동한 이릉도 조용히 이별을 고하고 떠났지요 그 뒤 소제(昭帝)가 파견한 특사의 기지로 소무는 19년만에 풀려나 한나라로 돌아 갔어요
이는 한서(漢書) 소무전(蘇武傳)에 나오는 이야기지요 여기서 이릉(李陵)이 한 말 중에서 인생여조로(人生如朝露)란 말이 나오지요 "인생은 아침 이슬과 같다"는 이야기지요 이 말은 인생무상(人生無常)과 제행무상(諸行無常)과 일맥 상통하지요 인생무상(人生無常)은 인생이 한결같지 않아 덧없다는 뜻이고 제행무상(諸行無常)은 이 세상에 불변하는 것은 없다는 뜻인데 좋은 때도 흘러가니 교만하지 말고 나쁜 때 또한 흘러가니 절망하지 말라는 뜻처럼 제행무상은 무엇이든 영원한 건 없다는 뜻이지요 여기에 인생여조로(人生如朝露) "인생은 아침 이슬과 같다"는 말이지요
당(唐)나라 때의 시인 백거이(白居易)는 일찍이 인생무상(人生無常)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어요 ‘태산은 털끝처럼 작은 것도 업신여기지 않고(泰山不要欺毫末) 안자는 팽조를 부러워하지도 않았다(顔子無心羨老彭) 소나무는 천년 뒤 끝내는 썩고 말고(松樹千年終是朽) 무궁화는 단 하루라도 스스로의 영화로 삼는다(槿花一日自爲榮) 어찌 세상을 그리워하고 죽음을 항상 근심하리오(何須戀世常憂死) 또한 육신을 미워하며 삶을 싫어할 이유도 없다(亦莫厭身漫厭生) 삶이 가고 죽음이 오는 건 다 헛것이다(生去死來都是幻) 헛된 사람의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것에 무슨 정을 매리오(幻人哀樂繫何情)’
태산이 아무리 크다고 한들 털끝같이 작은 것을 업신여길 까닭이 없으며 공자의 제자 안자(顔子)는 32세에 요절했지만 800년을 살았다는 팽조(彭祖)를 부러워하지도 않았다. 소나무가 천년을 산다 해도 결국엔 썩을 것이요, 무궁화는 하루밖에 피지 못하지만 그래도 이를 스스로의 영화로 생각한다. 한데 굳이 세상일에 애착을 버리지 못하고 늘 죽음을 걱정할 필요는 무엇인가. 또 그렇다고 육신이나 삶을 미워할 까닭도 없다. 그저 태어나 살고 죽는 게 다 헛것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이 시는 백거이(白居易)가 집권층의 미움을 받아 지방으로 좌천돼 가는 도중 배 안에서 지은 것이라고 하지요 백거이(白居易)의 자(字)는 낙천(樂天)이고, 호는 취음선생(醉吟先生) 향산거사(香山居士) 등으로 불리었어요
인생여조로(人生如朝露) 인생은 아침 이슬처럼 왔다가 해가뜨면 사라지는 그저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이슬같은 것이란 뜻이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녹림처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