魯山(노산)에 와서/박재삼
소시쩍 꾸중을 들은 날은
이 바다에 빠져드는 魯山(노산)에 와서
갈매기 끼룩대는 소리와
물비늘 반짝이는 것
돛단배 눈부신 것에
혼을 던지고 있었거든요.
이제 나를 꾸짖는 이라곤 없이
심심하게 여기 와서
풀잎에 내리는 햇빛
소나무에 감도는 바람을
이승의 제일 값진 그림으로서
잘 보아 두고,
또 골이 진 목청으로 새가 울고
가다간 벌레들이 실개천을 긋는 소리를
이승의 더할 나위 없는 가락으로서
잘 들어 두는 것밖엔
나는 다른 볼 일은 없게 되었거든요.
===[박재삼 詩 100選, 박재삼문학관운영위원회]===
오늘 아침에 약간 급하게 처리해야 될 업무가 있어
오후에 시를 감상합니다.
소싯적이라 함은 아마도 초등학교 졸업 후
중학교 진학을 못하고 신문배달을 하던 시절 또는
야간중학교에서 심부름을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자신이 잘못해서 아니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꾸중을 들어 찾았던 노산 앞바다에서
갈매기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윤슬과 돛단배를 바라보시면서
이제는 꾸짖을 사람은 없고
꾸중을 들었던 옛 추억을 상기하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박재삼 문학관, 노산 공원, 노산이 함께 있습니다.
문학관을 방문하여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좋은 가을 날씨입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