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며가며 라디오 시사프로를 되도록 챙겨 듣는다. 나중에라도 팟캐스트 다시듣기를 통해서라도 말이다.
특히 아주 조금 아주 조금이라도 내 입말글 혹은 썰이 왕왕 맛있게 느껴진다면, 그건 CBS 표준FM 트리오 방송-①아침 <김현정의 뉴스쇼> ② 오후 <구) 김미화의 여러분> ③ 저녁 퇴근길 <정관용의 시사자키 >- 덕분이다. 특정 이슈에 대한 반론 재반론 논거들을 파악하기 쉽고, 또한 쉬운 언어로 어떻게 소문내어야 하는 지에 대해서 좋은 정보의 장이 된다.
참고로 어떤 사건을 주도하거나 일으키는 국회의원에 대한 정보는(그의 스타일, 방점을 찍는 부분, 이슈를 다루는 습관 등) 국회방송의 <이슈 브리핑 과 국회토크> 프로를 다시보기 통해서 파악한다. 물론 의원들 개인을 띄워주는 프로그램인지라 출연하는 의원들은 무장해제하고 자기 스타일대로 떠벌리게 마련인데, 그게 이슈 너머에 있는 사람의 스타일과 진로를 가늠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된다. (자랑하기 위해 나온 방송에서 역설적으로 의원의 단점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아무튼, 각설하고 ‘CBS 트리오 방송’ 중에 <여러분> 프로가 결국 폐지돼 버렸다. 불쑥 논문표절 의혹이 불거지고 일베충의 여론몰이가 극성을 부리자마자 마음씨 착한 김미화 진행자가 자진하차했고,(제작진은 진실규명이 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김미화 씨를 붙잡았단다.) 지난 4월 한달동안 대타로 유명소설가 ‘김탁환’씨가 진행하다가 결국 오늘부로 시사프로가 아닌 음악프로가 그 자리를 꿰찼다. 뭐 <김광한의 라디오 스타> 란다.
김기덕 씨처럼 유명하고 익숙했던 디제이 김광한 인지라 아줌마 팬들이 게시판에서 죄다 환영 일색이다. (중략)
안타깝다. 뉴미디어가 부각되다 보니 우리들은 왕왕 올드미디어의 여론중요성에 대해 둔감해져 가는 것 같다.
이제 라디오를 통털어 재택근무자나 운전노동자들, 주부들에게 유용할 오후 시간대 라디오시사프로는 아예 없게 됐다. 그저 추억의 음악을 우려먹는 말랑말랑한 프로들이 과도하게 많은 영역을 차지해가고 있다.
알아서 기는 풍조, 세상의 각박함은 불편하니 니나노 힐링힐링힐링 제 안의 천국에서 방해받지 않는 흥얼거림만 얻고 싶은 겐가?
공중파와 종편을 통털어 유일한 책 관련 프로였던 ‘KBS 1TV 행복한 책읽기’ 프로를 폐지시켜 버린 KBS 는 엉뚱히 아이들의 과열경쟁을 부추길 <독서왕> 프로그램을 만들겠노라 매우 부산하다. 시대가 단단히 비뚤어지고 있다. 토요일, 일요일 진득한 다큐 스페셜 프로도 페지되고 뭐 지난 대한민국을 상찬하는 급조된 다큐 아류작들이 방송을 타고 있다. KBS 탐사프로인 <취재파일4321> 등은 결방되기 일쑤다. 달랑 <추적 60분> 하나 힘겹게 버티고 있다. 그나마 보수적인 색깔로 명맥은 유지했던 <KBS 1라디오 매일 열린토론>도 결국 폐지돼 버렸다. 소통과 토론과 시사가 사라진 유신 전야다.
김재철이라는 썩은 고름을 그나마 정리한 MBC 도 알아서 기는 풍조는 비숫하다. 파업 때 임시로 뽑은 아나운서와 시용기자와 알바작가들로 시사프로가 채워지고 있어 묵직하고 핵심적인 주제는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KBS 취재파일4321 처럼 MBC 시사매거진도 결방되기 일쑤다. MBC 스페셜도 그냥 니나노 프로그램으로 여기저기 땜방용으로 만들어져 방송된다. 피디수첩은 총괄제작자만 남겨두고 팀을 완전히 해체시켜 버렸다. 걸작 대신 깔작깔짝 건드리는 포맷들로 채워져 당연 시청율은 낮아지고 페지시킬 명분만 축적해가고 있는 형국이다.
7080 열풍과 추억팔이 뭐 다 좋다. 그런 프로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막장드라마나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비숫한 포맷의 예능 짜깁기프로 들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눈엣가시였던 시사프로를 몰아낸다면, 이건 아니올씨다다.
좋은게 좋은거고, 세상은 자기맘먹기 나름이라는 세계관만 여기저기 라디오프로에서 듣게 되는 시절은 개인에겐 쾌락을 선사하지만 사회로서는 비극일 수 있다. 지금 돌아가는 모양새가 그렇다. 아끼는 CBS 프로가 안 없어지게 평범한 애청자로서 여기저기 잔화를 걸고 노력해 봣지만 이제 다 끝나 버렸다.
시사정보는 뉴미디어 온라인에서만 정보를 취하면 될까? 그런데 그건 소통과 토론에까지 다다르지 못한 단순쇼핑일 뿐이다. 상식적으로 진화하는 사회와 개인을 원한다면 올드미디어 시사프로들을 교육방송처럼 사수해야 한다. 다 사라져가고 있지만 지금 남아있는 몇몇프로에는 번거롭더라도 시청취자 게시판 등에 칭찬과 격려글도 왕왕 써주시라.
아울러 진보적인 팟캐스트 방송이나 온오프 방송에 대해서도 ‘애청자 모니터 모임’ 을 만들고 비판과 격려 활동에 적극 참여해 주시라.
지금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진보적인 포맷의 방송프로가 아니라,
우민화를 촉진하기 위해 '대한민국인의 뇌에서 제거되는 시사기능‘ 이다. 아 정말 지독해지고 있는데 그저그런 푸념으로만 여러분이 이해하실까봐 매우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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