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줄박이
장석민
연초록의 나뭇잎이 커가고 있는 봄날의 산길을 걷고 있다.
공기도 좋고, 연초록의 나뭇잎이 시야도 시원하게 해주고, 바람도 산들산들 불어오니 산책하기에 아주 좋은 날씨다.
어제 비가 내린 후 부쩍 더 커진 나뭇잎이 비를 맞아서 더욱 깨끗하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다.
키 작은 조팝나무, 키 큰 상수리나무, 이른 봄 노란 꽃을 피우고 이제는 예쁜 이파리를 키우고 있는 생강나무도 보이고, 때죽나무, 오리나무, 산사나무, 산딸나무, 아까시나무, 진달래, 철쭉, 모든 나무들이 활기차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살펴보면서 천천히 걷는다.
나뭇잎 하나 없이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나서 다시 이렇게 많은 이파리를 틔운 나무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의 신비를 다시 한번 느끼면서 산길을 걷고 있다.
한참 걷다 보니 나무들 사이에 진분홍인 듯 선홍색인 듯 예쁜 꽃이 보인다.
나무들 사이를 지나 가까이 다가가 보니 마치 병 모양, 예전의 백자, 청자의 그 병 모양의 꽃이 피어 있다.
‘병꽃나무’의 꽃이다.
한참 들여다보고 사진도 찍다가 또 길을 걷는다.
봄날의 산은 이렇게 예쁜 꽃들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산기슭에 피어난 제비꽃, 소래풀꽃, 개별꽃, 민들레, 자주괴불주머니, 현호색 등 작고 예쁜 들꽃도 수없이 많이 피어 있다.
산길을 걷는 것은 어느 계절이나 기분이 좋지만 특히 봄에 걷는 것이 더욱 좋은 듯하다.
연초록의 나뭇잎과 수많은 꽃들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물론 사람마다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고, 좋아하는 계절이 다를 것이다.
한참 걷고 있는데 작고 예쁜 새 한 마리가 가까이 다가온다.
너무 반가워서 손을 내밀었는데 손 가까이에는 오지 않고 주위만 빙빙 돈다.
그러다가 가까운 나뭇가지에 앉아서 빤히 쳐다보기도 하고, 포도동 날아서 머리 위로 지나가기도 하고 또다시 날아와 나뭇가지에 앉기도 한다.
휴대전화를 꺼내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그 예쁜 새는 우리나라 거의 모든 산에서 볼 수 있는 우리나라 텃새 ‘곤줄박이’다.
이 새는 본래 사람들을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는다.
산길을 걸으며 몇 마리씩 날아다니는 것을 본 적은 있어도 한 마리가 이렇게 가까이 날아와서 한참 동안 사람 주위를 맴도는 것은 처음 보았다.
그래서 더욱 예쁘고 신기하여 말을 걸었는데 아무런 대답이 없다.
아, 곤줄박이가 무언의 말을 했는데도 내가 알아듣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그렇게 한참 주위를 맴돌더니 포도동 날아가 버리고 나는 곤줄박이가 날아간 쪽을 한참 쳐다보다가 발길을 돌렸다.
산책을 끝내고 집에 와서 옷을 벗는데 윗옷 어깨와 등쪽에 작은 애벌레 두 마리가 붙어 있다.
그때야 알게 되었다.
곤줄박이가 왜 내 주위를 빙빙 돌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시력 좋은 곤줄박이가 내 옷에 붙어 있는 애벌레를 노리고 내 주위를 빙빙 돌고 있었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곤줄박이가 나를 좋아하는 줄로 착각하고 있었다.
참으로 아둔한 사람이다.
그래, ‘착각은 자유’ 라는 말이 있듯이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도 잠시나마 예쁜 곤줄박이와 함께 산길을 걸었으니 기쁘지 아니 한가.
봄철에는 산속에 사는 대부분의 생명체들이 종족 번식을 하고 있는 계절이므로 애벌레들이 나뭇잎이나 나뭇가지에 많이 붙어 있다.
가느다란 줄을 타고 내려오는 애벌레들도 있고, 나무를 기어다니는 애벌레들도 있다.
새들은 그것을 노리고 나뭇가지를 옮겨다니며 영양 보충을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내가 나무 사이를 걷는 중에 줄에 매달려 있던 애벌레가 내 옷에 붙었던 모양이다.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내 주위를 빙빙 돌던 그 곤줄박이도 맛 좋은 애벌레를 먹고 싶었는데 선뜻 다가올 수는 없었나 보다.
한 생애 살다 보면 그런 경우도 있다.
곤줄박이와 애벌레 같은 그런 경우라고 해야 할까.
화려한 외모, 부드러운 말씨와 예쁜 미소로 다가와 주위를 빙빙 도는 사람
그런 사람의 정체는 무엇일까?
갑자기 곤줄박이처럼 느껴진다.
순간, 소름이 쫘악 돋는다.
첫댓글 귀여운 곤줄박이 새소리 들으면서 봄산을 다녀온 것 같아요.
수채화처럼 아름답네요.
윤슬 주간님!
감사합니다.
요즘 산속은 정말 활기차고 아름다운 계절인 듯합니다.
오늘도 평온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나는 곤줄박이와 참새를 구분하지 못해요.
산책을 안 하니 당연한 결과겠죠 ^^
開東 선생님!
감사합니다.
곤줄박이는 참새보다 약간 큰데 배 와 뒷목 쪽이 갈색이고
머리는 검정색, 날개는 회색인데 참 예쁘게 생겼습니다.
산에서 자주 보는데 먼 거리에서만 보다가
그 날은 가까운 거리에서 특별한 만남이었습니다.
여유로움을 느낍니다. 곤줄박이새 이름 처음 들어보네요
임창순 선생님!
감사합니다.
'곤줄박이' 라는 새 이름이 예쁘지요.
우리나라에 사는 새들 이름이 예쁜 것들이 많지요.
직박구리, 어치, 황조롱이, 박새, 오목눈이, 동박새, 찌르레기, 방울새 등
새와 더불어 산책하고 싶다면 애벌레 몇 마리 등에 붙이고 걸으면 되겠어요!
내가 먼저 유혹해버리는 것이지요~ㅎ
잘 읽었습니다.
회장님!
감사합니다.
산에 다니면서도 그렇게 가까이 새가 날아온 적이 없었거든요.
다람쥐는 간혹 만나면 가까이 왔다가 달아나기도 하지만
새들은 가까이 오지 않거든요.
그날 곤줄박이가 너무 가까이 와서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는데
나중에 옷에 붙어 있던 애벌레 때문에 그렇게 가까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온한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곤즐박이, 박새, 직박구리, 동고비 등 우리 주위로 흔히 다가오는 새들이지요. 그만큼 산과 들에 풍부한 먹이가 있다는 뜻이겠지요. 옷에 뭍어온 벌레의 생사가 궁금하군요.
미둔 선생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산에 가면 작고 예쁜 새들이 많습니다.
그 새들을 보면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들으면서 산길을 걸으면 즐겁습니다.
편안한 밤 되시기 바랍니다.
곤줄박이~ 처음 들어봅니다.
새봄에 산에 가면 벌레가 긴 줄 타고 내려와서
내 허락없이 어깨에 등에 붙어서 따라오고 ㅜㅜ
생각만해도 무서워요.
저는 벌레가 제일 무섭답니다.
봄의 향기가 고스란히 느껴져서 참 좋습니다.
敍林 선생님!
감사합니다.
우리나라 산에 사는 텃새들 이름이 예쁘지요.
곤줄박이, 오목눈이, 황조롱이, 직박구리, 찌르레기, 어치, 박새 등
봄에 숲에는 벌레들이 많지요.
벌레들이 많으니 새들도 겨우내 부족했을 단백질 보충하는 계절이지요.
자연생태계는 그렇게 순환하는 듯합니다.
행복한 나날 되시기 바랍니다.
곤줄박이가 올해 우리집 창고에서 새끼를 쳐 나갔어요 ^^
김홍래 선생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곤줄박이가 안전한 곳을 찾아서 선생님 댁 창고로 왔군요
텅 비어 있는 저희 고향집에도 장독대 옆 작은 꽃나무에 둥지를 튼 새가 있더라고요
평온한 나날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