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양 다누리아쿠아리움에서 전시 중인 산천어. /위키피디아
지난 주말 강원도 화천군에서 개막한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 축제'가 오는 29일까지 열려요. 코로나로 중단됐다가 3년 만에 재개된 이번 축제 현장에 많은 사람이 찾아와 얼음낚시로 산천어를 잡았죠. 산천어(山川魚)는 몸의 빛깔이 고와서 '계곡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있는데, 사실은 강과 바다를 오가며 사는 물고기인 '송어'와 같은 종(種)이랍니다. 송어는 강에서 알이 부화한 뒤 어른이 되면 바다에서 생활하다가 다시 번식을 하러 강으로 올라오는 물고기예요. 다 자라면 몸길이는 60㎝에 이르고 몸 전체가 은색을 띠고 있죠.
그런데 송어 중 어떤 무리는 알에서 깨어난 뒤에도 바다로 나가지 않고 평생 강과 계곡에서 살아가요. 새끼 물고기 때 갖고 있던 몸의 검은 반점이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고, 다 자란 몸길이는 25㎝ 정도로 바다에서 살아가는 동족들의 절반이 채 되지 않죠. 이 무리가 바로 산천어랍니다. 이렇게 민물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아가는 동족들과 달리 평생 강이나 계곡에서만 살아가는 물고기를 육봉형(陸封型)이라고 부른답니다. 반면 강과 바다를 오가면서 사는 동족들은 강해형(降海型)이라고 부르지요. 육봉형 물고기가 왜 생겨나는지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는데요. 다만, 댐 건설 등의 이유로 바다와 강을 오가는 통로가 막혔을 때처럼 변화된 환경에서도 대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진화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과학자들은 이야기해요.
송어 말고 은어나 빙어도 원래는 바다와 민물을 오가면서 살지만, 지금은 민물에서 평생 살아가는 육봉형도 볼 수 있습니다. 산천어는 수질이 깨끗하고 수온도 낮은 물에서 살 수 있어요.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태백산맥 동쪽 동해와 연결되는 하천, 비무장지대 계곡 등에 주로 서식하죠. 하지만 맛도 좋고 영양가도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인공적으로 양식도 되고 있어요. 백두산 천지에도 북한에서 인위적으로 풀어 넣은 산천어들이 살고 있대요. 이번 화천 축제에서 사람들이 낚시로 잡은 산천어도 실은 자연산이 아니라 인공 양식해서 방류한 거라고 해요.
산천어(송어)가 번식하는 모습은 연어와 아주 비슷해요. 자갈이 깔린 여울에서 수컷이 꼬리를 움직여 알 낳을 자리를 마련하면 암컷이 2500개 정도의 알을 낳고 수컷이 정액을 뿌려 수정시킨 다음에 알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자갈과 모래로 잘 덮어놓죠. 하지만 연어와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답니다. 먼바다에서 알을 낳기 위해 올라와 기진맥진해진 연어가 번식이 끝난 뒤 그 자리에서 바로 죽는 것과 달리, 다음번에도 번식할 수 있죠. 살아가는 동안 최소 두 번은 번식이 가능하대요.
요즘은 우리 토종 산천어 혈통 보존 문제가 수산 당국의 고민거리로 떠올랐어요. 물고기를 테마로 한 축제가 많아지면서 산천어 수요가 늘어 수정이 돼 부화를 앞둔 일본산 산천어 알의 수입도 늘어났는데요. 이 과정에서 알이나 새끼가 강이나 계곡으로 흘러들어가 토종 산천어와 번식해 교잡종이 생기는 일이 점점 많아졌대요. 이 때문에 토종 산천어 혈통을 보존하기 위해서 재작년부터 비무장지대의 계곡에서 산천어들을 잡아 번식하는 작업을 시작했어요.
정지섭 기자 도움말=송하윤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