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16일
태화산우회
태안해변길 3코스
만리포해변-모항항-행금이쉼터-모항저수지-어은돌해변-파도리해변(9.3 KM, 3시간 30분)
기우(杞憂)란
옛날 중국 기(杞) 나라에 항상 걱정이 가득한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만약 하늘이 무너지면 어디로 피해야 될까 하고 침식을 잊으며 걱정을
하였다는 데서 유래되었다는데
오늘 일기예보 상의 폭우는 글자 그대로 기우로 그친 날이었습니다.
천둥 번개에 비는 억수로 내리고 있었기에 새벽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때까지는 일기예보를 현실로 받아들였지요.
그래도 배낭 메고 집을 나섭니다.
그러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빗줄기가 잦아듭니다. 천만다행이지요.
행담도 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할 때에는 빗줄기는 더
약해졌습니다.
9시 40분, 들머리 만리포 해변에
도착합니다.
이제는 보슬비입니다. 그래도 배낭 카바를 씌우고 우산을
펼치고 출발합니다.
모항항에 도착해서는 우산을 접고 모자를
씁니다.
모항항(茅項港)은 태안지역 어업의 주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는
항구입니다.
어항으로서 제법 큰 항구이기에 많은 어선들이 정박되어
있습니다.
모항항 음식점 옆 작은 골목으로 올라 제3파도길 아취가 세워진
숲길로 들어섭니다.
물기를 머금어 더욱 선명한 노랑의 큰금계국과 원추리가
길섶에서 맞이합니다.
걱정했던 큰비는 내리지 않으니 어차피 걷는 걸음걸음을
큰금계국의 꽃말과 같이 "상쾌한 기분"으로 걸어야겠습니다,
또한 원추리의 꽃말은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어은돌 해변과
파도리 해변은 어떤 풍경으로 우리 산우들을 기다릴까요.
모항에서 1Km를 걸어 행금이 쉼터에 도착합니다.
옛날에는 사금(沙金)이 많이 나왔던 곳이기에 붙여진
지명입니다.
보슬비도 내리니 산우님들 막걸리 생각들이
나나 봅니다.
한 모금씩 마시고
출발합니다.
높고 낮음을 못 느끼는 숲길을 10분 정도를 걸으면
아취가 세워져 있고 앞에 보이는 저수지는
모항 저수지입니다.
시멘트 포장 공사 중이기에 어수선합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좌측 길로 가야 하는데 우측 길로 잘못
들어섰습니다.
그 바람에 모항 저수지를 더
돌았습니다.
모항 저수지에는 수련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저수지 언저리에는 진 갈색의 애기부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핫도그 모양의 꽃대는 고개를 숙이지도 않고 당당하게
솟아있습니다.
애기부들의 꽃말은
순종입니다.
그런데 수련꽃은 쉽게 눈에 띄지가 않습니다. 저수지를 거의
돌 즈음에 몇 송이의 수련꽃이 보입니다.
그래서 풀을 헤치고 저수지로 내려가 수련꽃을
담습니다.
수생식물 수련은 물 수(水)가 아닌 잠잘 수(睡)를 써
수련(睡蓮)이라고 하지요.
이유는 밤이 되면 오므려 드는 꽃잎이 마치 잠을 자는 것
같기 때문이랍니다.
꽃말은 청순한 마음입니다.
이제 시멘트 도로를 오릅니다.
도로가에는 식재한 어린 소나무들이 보이는데 올봄과
여름 사이에 자란 모습이 선명하게 나타나는데
많이 자란 가지는 어린이 팔뚝만큼 자랐습니다. 푸르게 푸르게
잘 자라길 바라봅니다.
어은돌 항에 도착했습니다. 모항항보다는 규모가
작습니다.
어은돌(魚隱乭)의 명칭은 고기가 숨을 돌이 많은 마을이라
하고 붙여졌다고 합니다.
모항 4리 경로당 앞에는 모항 2리 어촌계 복지회관이
있습니다.
오늘 복지회관에서 태화산우회 2017년 상반기 마무리 및
하반기 출발을 위한 삼겹살(태양살) 파티가 열립니다.
1시간 30여분을 먹거리는 푸짐하고, 산우님들의 정은 더욱
깊어지며, 즐겁게 보냈습니다.
뒷마무리를 깨끗이 하고 회관을 떠나 어은돌 해변을 삼삼오오
어울리며 유유자적 걷습니다.
약간의 취기로 산우들의 모습은 더욱 다정해
보입니다.
캠핑장이 있는 해변 끝 방파제에 모두 앉아 휴식을 갖는
산우님들의 모습은 바닷새들이 평화롭게 앉아있는 모습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 시간만큼은 모두가 무념무상의
휴식이었겠지요.
다시 숲길로 들어섭니다. 이제 파도리 해변까지는
1.2Km.
전망대에도 잠시 들러봅니다.
고기가 숨을 돌이 많다는 마을 이름처럼 해안에 크고 작은
갯바위가 많은 어은돌 해변의 전경과 주변 섬들이 잘 보이는 곳입니다.
흙도, 목건여, 도로섬 등의 위치를
알려줍니다.
10여분 숲길을 걸어 나오면 파도리 해변이
나타납니다.
파도리는 갯바위와 자갈이 많아 거센 파도소리가 그치지
않은 데서 지명이 유래되었다죠.
파도리 해변은 파랑(波浪)의 새기가 강하여 모래 해변이 아닌
자갈해변이며 파랑의 침식작용으로 해식애,
파식대, 해식동, 시아치 등이 형성되어있는
해변입니다.
영업을 하지 않는 펜션 야외 평상에서 마지막 다리 쉼을
합니다.
그리고 파도 1리 마을회관에 도착하여 일정을 끝냅니다.
트레킹을 끝내며 오늘 날씨에 고마움을
갖습니다.
만약 오늘 날씨가 맑아 한 여름의 강열한 태양을 머리에 이고
걸었다면 어떠했을까요?
숲길은 불과 40여분을 걸었기에 나머지 2시간 40여분은
아스팔트 도로와 시멘트 도로를 땡볕 속에 걸었다면
몸도 마음도 지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