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11일 (토)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 복음 묵상 (루카 16,9ㄴ-15) (이근상 신부)
"어떠한 종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한쪽은 미워하고 다른 쪽은 사랑하며, 한쪽은 떠받들고 다른 쪽은 업신여기게 된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 돈을 좋아하는 바리사이들이 이 모든 말씀을 듣고 예수님을 비웃었다.(루카 16,13-14)
문제는 우리 삶의 경험이 하느님과 재물을 분리할 수 없는 하나로 체험한다는데 있다. 우리 생명은 재물에 의지하고 있다. 밥도 집도 교육도 여행도 친구모임도 모두 최소한이든 최대한이든 재물을 필요로 한다. 우린 주님께서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십사 청하는 사람들이다. 우리게 필요한 모든 것들, 그걸 뭐라 부르던 그게 바로 재물이고, 우리와 하느님은 바로 그 재물로 연결되어 있다. 재물이란 냄새나는 단어대신, 말을 이리 바꾸어보자.
너희는 하느님과 밥을 함께 섬길 수 없다. 너희는 하느님과 집을 함께 섬길 수 없다. 더 나아가서 바로 그 재물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의 관계들을 살려간다. 일용할 양식을 통해서 식구가 되고, 친구가 되고, 동지가 된다. 그러니 복음은 실로 너희는 하느님과 친구를, 하느님과 가족을 함께 섬길 수 없다는 말씀으로 들어야 할 날도 온다.
하느님의 축복의 상징인 재물과 하느님을 함께 섬길 수 없다고 하니 바리사이들이 웃었을 것이다. 그들은 하느님과 하느님의 축복,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을 따로 분리하는 짓을 세상을 모르는 어리석은 이들의 행동, 무책임한 순진함이라 여겼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린 삶의 순간에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 그 어떤 중요한 관계, 그 어떤 소중한 것도 결국 놓아야 할 때가 있다. 놓고 하느님만을 바라보아야 할 날이 있다. 사실 그런 날들은 대부분 힘겨운 삶의 고비인데, 복음은 이리 말하고 있다. 그 힘겨운 날, 다 놓아야 하는, 놓도록 내몰린 날, 그 날이 바로 하느님을 선택하는 은총의 날이라고. 주님께서 약한 우리를 위해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을 마련하신 날이라고 복음은 우리를 위로하고 격려한다.
가장 힘겨운 날이 가장 귀한 선물의 날이다. 하느님을 선택하는 날.
출처: https://www.facebook.com/simonksyi/posts/pfbid0BRBfBLpMe5YyUDC5GhiKiivv5wdRwmCJsNc1y2Dsq434BAaqdZ5Exo61QeT24kv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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