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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휴일(오이소박이 담그기)
오늘은 일요일, 어제는 토요일...
1박2일로 오이소박이를 담가 봤습니다.
제가 어릴적 호기심이 많았습니다.
옛날 그 귀했던 라디오와 전화기도 열어보았죠.
안에 누군가가 있다는 말에...
어린 고사리 손으로 나사못을 풀고있는 제 모습을 발견한 아버님이 어이가 없어 허허 너털웃음을 짓고 어머님은 화들짝 놀랐던 그 모습이 지금도 저의 또렷한 기억으로 남겨져 있네요.
모든 일이 궁금해서 어머님의 맛있는 요리에도 관심이 많아서 그 당시 어머님이 요리하셨던 거의 모든 음식 제조법이 제 관찰 카메라에 포착되어 그 기억이 지금까지 제 머리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어려운 두텁떡부터 고추장 담그기, 각종 김치 담그기, 갈비찜 등...
어머님의 요리법이 아직 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사내 자식이 부엌에 있으면 불알 두 쪽이 떨어져 계집아이가 된다는 어른들의 협박도 저의 호기심을 막지는 못하였는가 봅니다.
지금 60이 넘은 나이인데 아직도 제 요리 솜씨를 종종 뽐내고 있으니 말입니다.
엇그제 어여쁜 조카가 한 쪽 신장을 떼어내는 큰 수술을 했습니다.
요즈음 코로나19로 보호자를 제외하고는 면회가 어렵네요. 위로의 몇 마디만 조카에게 톡으로 남겨주고나니 아쉬움이 남네요.
조카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평소
조카가 좋아하는 오이소박이를 담가 주자는 아주 기특한 생각을 이 외삼촌이 하였네요.
어제 토요일은 남양주 비젼탁구 2인단체전에 참가해서 1등을 했네요.
평소 같으면 1,2.3차 뒷풀이로 이어지는데요.
어제는 몸이 별로 안좋다는 핑계를 대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인근 마트에 들러 재료 구입을 시작했습니다.
원재료의 중요성은 모든 제품에 적용이되지만, 특히 요리에 있어서는 더욱 강조되죠.
좋은 오이가 눈에 딱 띄네요. 딱 보니 크기, 신선도, 모양새, 전부 맘에 듭니다.
가격도 좋네요. 100개 3만원이네요.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네요.
오이 옆에 부추가 있네요. 2 종류가 있네요. 한 종류는 크고 억세보이고, 그 옆에 것은 작고 부드럽게 보이네요.
저는 망설임없이 억세보이는 큰 부추를 4단 골랐습니다.
저는 김치용 부추로는 좀 억세보이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래야 씹는 맛도 있고 부추향도 많이 느껴집니다.
1단에 1900원씩...
채소값 시세를 잘 모르나...
비싼것 같지는 않네요.
고추가루 안 매운것으로 국산 1킬로짜리...
요놈이 많이 비싸네요. 45000원.
장봐서 집에오니 10시30분...
헌데 저를 도와줄 주방 보조분(?)이 집에 아직 안들어 와 있네요...
서둘러 전화해보니 모임 약속이 있어 오늘 많이 늦는다고 하네요.
오늘은 보조없이 해보라고 하네요.
그래야 보조의 노고를 이해한다며...
참 큰 일이네요. 오이가 싸다구해서 100개씩이나 샀는데...
혼자 다듬고, 씻고, 절일려면...
저희 집이 9남매입니다. 누님 2분, 여동생네 그리고 대전 형님내외분께 조금 나누어 드리고자 큰 맘 먹고 오이 100개를 사왔는데...
엇그제 제대한 둘째놈도 없고...
할 수 없이 다라이 등 용기를 찾아 씻고...
고무장갑끼고 오이 100개 박박 문질러 닦고 양쪽 꼬달이 잘라내고...
자정이 휙 지나가 버리네요.
저는 오이를 소금물에 5시간 정도 절입니다.
큰 통에 달걀 1개와 물은 반통 정도 채우고 소금을 붓고 물에 녹여줍니다.
달걀이 물에 막 떠오르기 시작할때까지 소금을 풀어 줍니다.
오이 100개가 큰 통 한개로는 부족해 소금물을 둘로 나누어 오이를 소금물에 담그고 잘 눌러 놓았습니다.
시간을 보니 새벽 12시 30분.
오늘 새벽 5시 30분에 알람을 맞추어 놓았습니다.
얄밉게도 일을 끝내 놓으니 그제야 제 집사람이 슬그머니 들어오네요.
들어와서 폭탄선언!
낼 친구 딸 결혼식이있어서 일찍 나가야 한답니다.
낼 아니 오늘 또한 조금도 못 도와준다고 합니다.
늦은 밤인데...
탁구도 많이 치고, 일도 많이해서 피곤한데...
오늘 새벽부터 하루종일 할 일을 생각하니...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네요...
때르릉~ 때르릉~
벌써 알람이 울어 댑니다.
비몽사몽으로 오이를 씻어 큰 망에 올려놓고 5시간 정도 에이징 시작 합니다.
에이징의 목적은 수분 건조와 오이내 소금 농도의 평준화 작업입니다.
오이가 위 부분은 연하고 아래 꼬다리 부분은 밀도가 단단하여 절여진 오이의 염분 농도가 위 아래가 각각 틀립니다.
위 부분은 조직이 연해서 좀 짜게 절여져 있고 아래 부분은 단단해서 염분 침투가 적습니다.
5시간 정도 숙성하면 오이 내부의 염분 농도가 삼투압 작용에의하여 평준화되어 염분의 농도가 거의 같아집니다.
5시간 숙성없이 오이를 반토막 내버리면 위아래가 단절되어 오이 윗 부분은 짜고 아랫부분은 싱거운 우를 범하기 싶습니다.
물론 김치통안에서 함께 2~3일 지나면 서로 염분 농도가 평준화되기는하나 오이속박이 김치는 담근후 바로 먹는 경우도 흔하므로 5시간 정도의 숙성 절차도 고려되어야 할 필요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한 숨 자고 있으니 집사람이 외출 준비에 바삐 움직이는것이 느껴집니다.
부시시 눈을 뜨며 애절한(?)눈길을 주며 집사람을 바라보나...
집사람은 매정히 내 눈길을 뿌리치며...
오늘 많이 늦을것 같으니 그리 알라고...
대못을 탁~탁~탁~ 박고 나갑니다.
내 몸 씻고나서 부추를 씻고 다듬고 있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것 같습니다.
부추 네단을 혼자 씻고 다듬어 봤습니까?
.......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
이 생각 저 생각하면서 부추를 씻고 다듬어 갑니다.
드디어 1시간여의 투쟁(?)끝에 부추 4단 다듬고 씻기를 완성합니다.
다음은 오이 100개를 두 동강내고 십(+)자로 자르기 입니다.
여기에 저만의 노하우가 있습니다.
오이를 두 동강내고 십자로 자를때 오이 윗 동강은 중간에서 윗 꼬다리 방향으로 십자를 내고...
오이 아랫 토막은 거꾸로 아랫 꼬다리부터 중간 동강 방향으로 십자를 냅니다.
그 이유는 아래 꼬다리 부분은 조직이 단단해서 십자를 내어 소를 넣어주어야 간 맞추기가 좋고요.
윗 토막은 위 꼬다리가 너무 연약하기 때문에 십자내어 소를 채우면 간이 너무 짜지기 쉽기 때문입니다(사진 참조).
경험자분들은 이해가 되겠지만, 만약 이해가 안되면 주위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보세요.
다음은 부추썰기...
저는 부추를 3센티 정도로 비교적 길게 자르는 편입니다.
그래야 부추 십는 맛과 그 향을 느낄 수 있으며 각종 양념이 배어있는 "소"의 역활을 다 할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부추 소 버무르기...
별거 아닌 단순한 공정 같지만 순서가 아주 중요합니다.
첫번째로 잘 썰어진 부추에 새우젓과 액젓을 적정 비율로 섞어(저는 새우젓:액젓=7:3 입맛 취향에따라 다를 수 있음) 마늘, 설탕 등 각종 양념과 함께 버무립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고추가루는 맨 나중에 첨가되어야 합니다.
위와 같이 버무려 놓으면 약 10여분후면 부추 숨이 죽으며 물이 생깁니다.
이 상태에서 고추가루를 넣어 가며 반죽(?)을 하면 고추가루가 물기를 흡수하면서 반죽(버무림)이 마치 수제비 반죽처럼 걸죽해집니다.
부추에서 생긴 물기를 다 흡수하도록 고추가루를 충분히 넣어줍니다.
고추가루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갈 수 있으므로 안 매운 고추가루를 적극 권장합니다.
마지막으로 소박기입니다.
이 또한 저만의 노하우가 있습니다.
김치통에 오이를 채울때 먼저 오이 아랫토막 부분에 소를 채워서 밑바닥에 2~3층으로 깔고난 후 그 위에 오이 윗토막 부분에 소를 채워서 그 위에 같은 층수로 윗토막 오이를 채웁니다.
계속 강조하듯이 오이는 윗 부분과 아랫 부분의 조직밀도가 많이 달라 그 맛이 서로 다릅니다.
위 부분은 연해서 김치로 담근후 바로 먹는것이 좋고 아랫부분은 단단해서 어느정도 익혀 먹는 맛이 좋기 때문입니다.
해서 오이 밑토막은 김치통 아래쪽으로 윗토막 부분은 위에 배치해 놓고 그 맛을 시기적으로 다르게 즐기시면 좋습니다.
소박기가 거의 끝나가니 집사람 들어와서 사진 몇 컷 찍어주고 마무리 설겆이 도와주네요.
시계를 보니 오후 4시 30분...
오늘 첫끼니를 막 담근 오이 한쪽과 찬 밥 한 공기로 해결하고 부랴부랴 배달길로 나섭니다.
두 누님과 한 여동생을 위하여 한 남자가 배달의 기수되어 길을 떠납니다.
우리 어여쁜 조카가 제가 정성스럽게 담근 오이속박이를 맛있게 먹고 빨리 쾌차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는 못된 병마가 조카 몸 근처에 얼씬도 못하도록 간곡히 기도합니다.
여러분도 우리 조카의 빠른 완쾌를 기도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요즈음 오이가 좋고 값이 싼것 같아요.
여러분도 다음 주말에 함 시도해 보세요.
꼭 두 분이 오손도손 같이 해보세요.
감사합니다.
외삼촌
첫댓글 라면이랑 함께 먹고 싶네요~^^
사장님 탁구실력이나 요리실력이 대단하십니다^^
맛있어 보입니다. 저도 요리 한 지가 3년이 넘었습니다.
다음주 빠빠빠 주간 뉴스 헤드라인은 게보코리아 김치사업까지 손대다! 가 될정도로 맛나 보이네요
크 맛있어보입니다 솜씨가 좋으십니다 글로 오이소박이를 한번 더 담그신것같아요 ㅎㅎ 조카분이 오이소박이를 드시고 쾌차하시길 기도합니다
와!
이옥규사장님 안녕하세요?!
연일 사업 확장관계로 무척 바쁘실텐데 언제 이런 것을 다 하셨습니까?!
아니 사장님께서 언제 배우셔서 이렇게 오이소박이를 잘 담그신단 말입니까?!
마치 전문가(전임주부)의 손길이 느껴집니다요.
글구 이렇게 많이 담그신걸 보니 불우이웃돕기 하실려고 하시는것 같아요.
사진으로만 보아도 매우 제대로 된 레시피에 매우 잘 담그시는데요!
그 맛난 오이소박이 넘 먹고 싶습니다.
삼투압을 고려해서 (일찍 먹을 수도 있기에) 절임의 평준화를 꾀하시다니, 정말 세심하십니다.^^
많은 분들이 긴 글 읽어주시고 호응해주시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나중에 게보 주최 대회 열리면 맛보기라도 대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오이소박이를 담가봐야겠네요 글 감사드립니다
캬. 대단한 가장
대단하십니다. 말이 안 나오네요.ㅎ
저도 매우좋아하는
오이소박이
저녁도 못먹고있는데,
침이 꿀꺽~~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