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이 타격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제가 쓰는 글이 있습니다. '우중간으로 멀리 가는 타구가 나오면 그때부터 잘 칠 것이다'라는 내용입니다. 야구 좋아하는 팬이라면 누구나 [바깥쪽 공을 잘 밀어치라]는 얘기를 하지만 사실 그게 참 어려운 일이죠. 수많은 선수들이 바깥쪽 공을 무리하게 당겨 땅볼을 치거나 제대로 못 밀어서 파울을 만드는데 A급 선수들은 그 공을 제대로 밉니다. 우리에게 이름이 익숙한 [잘 치는 타자]들이 대개 그렇듯 말입니다.
데뷔 시즌을 20홈런으로 시작했고, 홈런왕 경험도 있지만 저는 여전히 김태균의 장점이 '파워'보다는 [타이밍]에, '비거리'보다는 [코스]에 있다고 봅니다. 박병호 같은 타자라면 공이 얼마나 날아가느냐를 보고 컨디션을 가늠해야 되지만, 김태균은 공이 어디로 날아가느냐를 보고 컨디션을 체크해야 됩니다. 우익수와 중견수 사이로 빠른 타구가 날아가면 그럴때의 김태균은 마음 졸이고 볼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AVG .330 이상은 치면서 틈틈이 장타를 날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숫자로 정리한 기록이나 DB로 모아둔 자료는 없지만, 그리고 본인이나 전력분석팀에 물어본 경험도 없지만 저는 김태균의 홈런에 두가지 종류가 있다고 봅니다. 좌중간 홈런은 라인드라이브고, 우중간 홈런은 높이 뜹니다. 몸쪽 공을 좋은 타이밍에 무심하게 당길때 멀리 가고, 바깥쪽 공을 의식적으로 띄워 쳤을때 멀리 간다는 느낌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과학적으로 검증한 바 없는 순전히 제 느낌입니다)
김태균에게 드물게 보이는 장면이 있는데, 우중간으로 라이너성 홈런을 날리는 경우입니다. 밀어낸 타구가 별로 뜨지 않았는데도 멀리 갔다는 것은 타이밍이 제대로 맞았을 뿐만 아니라 적잖은 힘도 실렸다는 뜻입니다. 김태균이 대기타석에서 매번 연습하는 그 독특한 타격폼, 공을 높이 띄우려는 그 자세를 인식하지 않았는데도 타구가 멀리가는 것이죠. 그저 공을 반쪽으로 쪼개기라도 하듯 그냥 풀스윙을 하는데 빠르게 넘어가는 것입니다. 어제 '약속의 8회'를 만들었던 홈런처럼 말입니다.
과거에 김태균이 그 코스로, 그 방향과 속도로 인상적인 홈런을 날렸던 적이 있습니다. 2006년 한국시리즈에서 권오준의 공을 잠실 오른쪽 펜스로 넘기던 순간입니다. 아시다시피 06년은 투수들의 해였고, 그 시절 잠실에서 '밀어친 홈런'을 만드는 것은 브룸바나 서튼 같은 외국인 타자들에게만 가능한 미션이었습니다. 06-07은 숫자로 보면 김태균의 커리어 로우에 가까웠으나 그의 스윙에 결국 홈런 DNA가 계속 남아있다는 것을 확인시킨 타구였습니다.
지난해 넥센전의 만루홈런, 올해 장원삼에게 친 만루홈런이 높이 떠갔다면 어제의 타구는 직선으로 갔습니다. 윤길현 구위가 별로였고 문학이 홈런에 인색한 구장은 아니지만 그 타구는 분명 만들어내기 어려운 것이었죠. 느린 그림으로 보면 임팩트 순간 마치 "으쌰 넘어가라~" 하는 식으로 이를 악다물고 치는데, 그렇게 온 힘을 다해 치면 대개의 타자들은 밸런스가 흩어져 1루수 파울플라이로 죽죠. 장타로 흐름을 넘겨줬고 급한 추격이 필요한 시점에 우측 직선타구로 홈런을 만들었다는 것에서 저는 큰 의미를 읽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쉽게 말하면 올해는 김태균이 확실히 장타를 의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김태균에게 홈런은 [정확히 치다가 잘 맞으면 나오는 것]이었다면, 최근에는 필요한 순간에 적절하게 터져주고 있죠. 앞뒤 타자들이 많이 좋아져 지난 3년처럼 투수들도 무조건 나쁜 볼로만 승부할 수 없고, 전반적으로 다득점 경기가 많으며 승리 확률도 높아짐에 따라 타격 스타일에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보입니다. 혹시 그것 알고 계신가요? 김태균이 지난 3년과 마찬가지로 현재 출루율 1위인데 장타율도 슬금슬금 올라와 어느새 4위에 랭크됐다는 것을 말입니다. 현재 김태균의 장타율은 박병호-최형우보다 높습니다. 덧붙여, 100타수 정도 더 들어선 박병호와 타점은 똑같고 말입니다.
이글스 소속으로 개인타이틀을 가져본 선수들이 많은데 그들은 모두 우승반지를 갖고 있습니다. 김태균과 류현진만 빼고 말입니다. 김태균의 스윙이 지금보다 더 무뎌지기 전에, 팀이 그 시절의 영광을 한번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가까이서 매일 보니까 잘 모르지만, 이미 KBO 역대급 타자죠. 거기에 맞는 팀 성적을 한번 누리기 바랍니다.
첫댓글 타팀 팬들과 '김태균'에 대해 얘기를 해보면, 김태균 선수는 반드시 "재평가" 받아야 할 필요가 있음을 느낍니다
이글스 역사에서 정민철위원과 김태균을 생각하면 좀 마음이 짠하다랄까 그런 기분이듭니다. 암흑기와 함께 보내다보니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팀의 성적으로 함께 뭔가 좀 저평가를 받는 느낌이 있다라고 할까 그런 것 말입니다. 팀 성족이 받쳐줬다면 김태균 통산기록은 지금 보다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요. 대한민국 4번 타자라고 하면 김태균을 생각하던 그 시절 한화의 성적이 나름 좋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더 그런 생각이듭니다. 그나마 류현진 선수가 한화 있을때는 소년가장이니 하면서 타팀팬들도 안타깝게 여겨졌는데 유독 김태균에게는 매서운 잣대를 들이대네요.
동감입니다. 우측으로 밀어서 연 이틀을 넘긴 것으로 봤을 때 현재 상태로 김태균의 타격감은kbo 타자 가운데 최고가 아닌가 싶습니다.
붙박이 타순이라고는 1번과 4번이 전부인 우리 팀이 어수선한 가운데도 경기가 끝날 때까지 상대를 긴장시키고 박빙을 연출하는 힘. 현재는 김태균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김태균이 이호준처럼 늦게까지 타격의 페이스를 유지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승 타이틀 세개 정도는 넉넉하게 걸텐데요.
타팀 경기는 안봐서 잘 모르겠지만. 봐봤자 별로 보이는 것도 없지만 ㅋㅋ. 올 시즌 최고 타자는 김태균 같습니다.
간만에 통산장타율 체크해봤는데 오늘보니 0.534로 심정수와 동률이네요ㅋ 소수점 넷째짜리까지는 확인안해봤지만 김태균장타율이 올해 0.534밑으로 떨어질일은 없어보이니 우타자 통산장타율도 1위네요ㅋ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모두 역대 우타자1위입니다ㅋㅋ 거기에 올해 페이스면 장효조의 출루율 이승엽의 ops1위기록도 올해 가능성이 보입니다.
김태균 선수가 한화 선수라는게 고마울 정도입니다.
올해는 커리어하이 찍을 가능성도 있고 주장 역할도 잘하는거 같아요.
직관 가면 이닝 교대시 야수들 불러서 항상 화이팅 외치고~
김태균 선수 은퇴하기전에 꼭 우승해서 우는거 봤으면 좋겠어요ㅎㅎ
틀린 내용이 있어서 알려드려요..어제 홈런은 문광은 선수에게 친 홈런입니다.
어제 8회의 홈런은 포기하지말자.. 따라갈수 있다는 말을 직접 보여줬다고 봅니다. 그 홈런에 선수들도 자신감을갖고 바로 동점을 만들었던거라고 보여지더군요.
요즘 우리팀 김태균선수 없었으면 어쨌을런지 정말 생각만으로도 아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