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4일 종속과 복종 어렸을 때 신부님은 특별한 사람이고 똑똑하고 훌륭한 사람인 줄 알았다. 미사 때 복사하면서, 특히 성찬 예식 중에 무릎을 꿇고 몇 계단 높이 있는 제단에서 신부님이 하는 행동을 뚫어지게 바라봐야 했다, 종을 몇 차례 흔들어야 했으니까. 그는 하느님과 아주 가까운 사람인 줄 알았다. 부모님과 다른 어르신도 그에게 존대하고 그의 말을 들으니까 그가 정말 높은 사람이고 특별한 사람인 줄 알았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런 생각들이 내 무의식 속에 자리 잡게 되었을 거 같다. 어린이가 무슨 하느님을 알고 그분께 자신을 봉헌하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겠나. 아마 좋아 보이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으니까 나도 저렇게 돼야겠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그런 유치한 생각을 통해 부르셨을 수도 있고.
예수님은 제자 중에 열둘을 따로 뽑아서 사도라고 하셨는데, 사도는 파견받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루카 복음은 예수님이 산속에서 홀로 밤새워 기도하신 후에 그 명단을 발표하셨다고 전한다.(루카 6,12-13) 그런데 그 사도들 면면을 보면 예수님이 인선 작업하시느라 밤새워 고민하신 거 같지는 않다. 어쩌면 그냥 당신이 만난 순서대로 뽑으셨는지 모르겠다. 꼭 그들이야 했던 게 아니라 열두 명이면 됐던 거 같다. 아무나 그 열둘이 될 수 있던 게 아니었을까? 나 자신을 뒤돌아보며 든 생각이다. 하느님은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녀들을 만드실 수 있다고 하셨으니 말이다.(루카 3,8)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를 불러 모으시어, 모든 마귀를 쫓아내고 질병을 고치는 힘과 권한을 주셨다.”(루카 9,1) 마귀를 쫓아내고 질병을 고치는 힘의 근원은 주님께 대한 완전한 종속과 복종이다. 먼 길을 떠나는데도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셨으니 말이다. 먹을 거, 입을 거. 잠잘 데 그리고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하느님이 다 알고 계신다고 믿어야 한다. 지금은 아픈 사람은 병원과 의사를 찾아간다. 퇴마, 구마(驅魔)는 교황님에게 특별한 권한을 받은 사제들만의 능력이다. 사제를 포함한 모든 그리스도인은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야 한다. 회개와 믿음을 매일 새롭게 한다. 동이 트면 어제와 같이 순례길을 나서는 거처럼 말이다.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께 완전한 종속과 복종, 그분께 대한 무한한 신뢰를 일상 안에서 배우고 익힌다. 종속과 복종 그리고 신뢰가 사도들의 능력이었던 거다. 스승과 함께 있을 때는 간질을 일으키는 악령 한 마리 쫓아내지 못했지만, 주님 승천 후 그들 홀로 다닐 때는 주님의 이름으로 앉은뱅이도 일으켜 세웠다. 세속화의 가장 무서운 마귀는 하느님을 잊어버리게 하는 놈이다. 병은 의사에게, 지식은 AI에게, 마음의 병은 심리치료사에게 맡기더라도 내 영혼은 하느님께 맡긴다. 사실 우리가 나고 죽고 하는 그 모든 게 하느님 손에 달렸다.
예수님, 주님의 십자가 희생은 고문과 죽음이 아니라 아버지 하느님께 대한 완전한 신뢰입니다. 12.3 내란 때 상관의 명령을 안 들었거나 소극적으로 불성실하게 수행한 군 장교들이 포상과 훈장을 받았습니다. 제가 종속되고 복종할 분은 주님 한 분임을 더 깊이 깨닫게 해주십시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주님 뜻이 그대로 어머니 안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셨으니, 저도 그렇게 선하신 하느님을 무한히 신뢰하게 도와주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