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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tester188.tistory.com/159
나는 얼마 전 미국 동부 해안에 있는 시더빌이라는 도시로 이사했어. 이 글을 쓰는 건, 맹세컨대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어서야. 처음부터 이야기할게.
몇 년을 꽤 지루한 교외에서 살고 나니, 도시로 옮기면 기분전환이 되겠다 싶었어. 나는 원래 가만히 못 있는 성격이고 할 일이 많은 쪽을 좋아하거든. 끊임없이 자극을 원하는 나를 늘 채워준 건 도시였고.
집을 알아보다가 완벽한 아파트를 찾았어. 예산이며 조건이며 딱 맞아떨어졌지. 내가 어디로 가게 될 거라고 딱히 정해두진 않았지만, 시더빌은 후보 근처에도 없던 이름이었어.
일단 그런 곳이 있다는 것도 처음 들어봤으니까, 계약을 넣기 전에 직접 차를 몰고 가서 둘러보기로 했어.
거대한 대도시일 거라곤 전혀 생각 못 했지.
적어도 필라델피아만 했어. 어쩌면 그보다 컸을지도. 오늘 전까지 들어본 적도 없는 도시라는 걸 생각하면 좀 이상한 일이야. 지도에서 본 적도 없고, 구글 어스에 검색해서 위성사진을 찾아보면 아무것도 안 떠. 이 정도 규모의 도시가 말이야.
아무튼 둘러본 뒤에 꽤 괜찮다고 판단해서 계약을 넣었어.
일주일 뒤에 아파트가 내 것이 됐다는 전화를 받았지!
당장 이사하고 싶었지만 하나 걸리는 게 일자리였어. 의대를 나온 지 3년, 예전 도시의 병원에서 일반외과와 진단의학 인턴을 마쳤으니 이제 혼자 진료할 수 있는 몸이었어. 좀 알아보니 시더빌 종합병원에서 사람을 뽑고 있길래 지원했어.
여기서부터 상황이 진짜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게 흘러가기 시작해.
우선 이 병원은 도시 전체를 통틀어 유일한 의료기관이야. 전문 병원도, 개인 의원도, 클리닉도 없어. 딱 이 병원 하나.
둘째로, 도시의 정중앙에 있어. 그러니까 지도상 기하학적 한가운데. 제일 큰 건물은 아니지만 작은 축도 확실히 아니야. 현대적인 설계에 아름다운 건물이라 그렇게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그럼 대체 어떻게 도시 정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병원 구조는 방위를 딴 네 개의 관으로 나뉘어 있어. 북관, 남관, 동관, 서관. 별로 안 이상하지? 그런데 어느 관도 실제 방향과 맞지 않아. 북관은 건물 남쪽에, 서관은 동쪽에 있고, 나머지도 그런 식이야. 어느 불쌍한 늙은이가 대충 그린 설계도 탓이겠지만, 이제 와서 그걸 누가 알겠어?
면접도 좀ㅡ 남달랐어. 병원장은 그냥 나를 채용했어. 이력서를 낼 필요도 없었고, 나에 대해 묻는 질문에 답할 필요도 없었어. 제일 이상한 건, 경력이나 학력 증명서를 준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그 사람이 그걸 다 갖고 있었다는 거야. 내 학위증 사본도, 의사면허 사본도. 준 적이 없는데 말이야. 소름 끼치는 일이지만 취직됐다는 안도감이 더 컸어.
질문의 종류도 나를 오싹하게 했어. 아까 말했듯이 나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거든. 대신 이런 걸 물었어. "공직에 있어본 적 있습니까?" 라든가, "배우자와 가장 친한 친구가 동시에 물에 빠지면 누구를 구하겠습니까?" 같은. 최소한 평범한 면접 질문은 아니지.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었는데, 맹세코 대화 도중에 그 사람 눈이 한순간 사라졌어.
일을 시작하고 몇 주 동안 나는 몇 가지ㅡ 이상한 직원 의식(儀式)들도 알게 됐어.
첫째, 매일 정확히 정오 12시가 되면 인터콤에서 신호음이 울리고, 의사와 간호사의 절반쯤이 넋 나간 얼굴로 5층에 올라가서 비명을 질러. 그냥 끝없이, 정확히 5분 동안. 이걸 "비명 시간"이라고 부르는데, 참여는 자유야. 규칙도 몇 개 이상해.
1) 참여하려면 반드시 5층에 있어야 해.
5층이 아니면 하던 걸 놓고 올라가. 심장 절개 수술 중이어도 아무도 신경 안 써. 그냥 가.
2) 참여한다면 정확히 5분을 질러야 해. 모자라도 해고, 넘쳐도 해고.
그게 다야. 나는 비명 시간에 참여한 적이 없지만 동료들 중엔 있어. 나중에 물어보면 다들 참여한 기억이 없대.
커피를 마실 거면 반드시 다 마셔야 해. 딱히 이상할 건 없지, 낭비를 줄이려는 거겠거니. 그런데 정말 낭비가 문제라면 구내식당에도 같은 규칙이 있어야 하잖아. 없어. 오직 커피만.
또 하나는 펜을 반드시 지녀야 한다는 것. 그것도 딱 하나만. 두 개도 안 되고 없어도 안 돼. 병원에서 지급하는 펜이야. 수술 중이 아닌 한 항상 몸에 최소 한 자루를 지니고 있어야 해. 귀찮고 이상하지만 나한테 큰 문제는 아니었어.
그 몇 가지 어이없는 것들만 빼면 나머지 직원 규정은 다른 의료기관과 다를 바 없이 평범했어.
층과 방은 가끔 위치가 바뀌어. 며칠 전에는 4층 북관 수술실로 호출을 받았어. 엘리베이터는 나를 6층 서관에 내려놨지. 그런데 그 방이 거기 있었어. 4층 북관이라는 표찰을 달고서. 구내식당은 날마다 자리를 옮겨. 응급실은 전날과 같은 관에 있는 법이 없어. 3층 동관은 아무도 못 찾아. 지도에는 분명 있고 청소부는 방금 거기를 닦았다고 우기는데도 말이야. 화장실은 필요할 때만 나타났다가 그 뒤엔 사라져. 이건 아직도 설명을 못 하겠어.
시더빌 종합병원의 몇몇 층에는 각자의 기벽도 있어. 7층에는 다른 층과 달리 엘리베이터가 두 대가 아니라 세 대야. 세 번째 것이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타본 적이 없어. 아무도 쓰지 않는 8층에서는 어둠 속을 걸어다닐 수 있는데, 남관 전체에 희미한 서커스 음악이 끊이지 않고 흘러. 어디서 나오는지도, 왜 있는지도 몰라. 8층에는 전기가 없어. 전구도 없어. 창문만 있어. 6층은 매일 색이 바뀌어. 어느 날은 벽이 파랗고, 다음 날은 노래. 4층은 없어. 밖에서 보면 분명히 있는데 들어갈 방법이 없어. 내가 4층에 가려다 6층으로 실려간 것도 그래서겠지. 5층에서는 환자들이 어째선지 사라져. 찾으러 다니면 그 환자가 바로 내 등 뒤에 나타나서 뭘 찾느냐고 물어.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도, 여기서 치료받는 사람들도 똑같이 이상해.
한번은 동료가 제멋대로 튀어나온 촉수를 소매 안으로 밀어넣고는 아무도 못 봤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걸 봤어. 내가 봤지. 나 네 비밀 알아, 마크.
일주일에 한 번씩 셋이 같이 투석을 받으러 오는 할머니들이 있어. 직접 진료한 적은 없지만 활력징후는 재본 적이 있어.
셋은 일란성 세쌍둥이야. 차트에는 1906년생이라고 적혀 있는데, 1906년에 일란성 세쌍둥이가 어떻게 다 살아남았는지는 내 이해 밖이야. 게다가 말도 안 되게 운 나쁜 유전적 이상으로, 셋 다 눈이 없어.
대신 의안을 하나 갖고 있어서 날마다 돌려 껴. 올 때마다 다른 사람이 그 눈을 하고 있어. 그걸 두고 서로 다투는 것도 본 적 있어. 왜인지는 몰라.
가끔 복도 끝에서 나랑 똑같이 생긴 사람을 봐. 그런데 곁눈으로만 보여. 고개를 돌려 쳐다보면 사라져.
한번은 맹장염 환자가 응급실로 왔어. 응급 충수절제를 하려고 수술실로 밀어넣고, 마취하고, 늘 하던 대로 했지. 그런데 시작한 지 20분쯤 지나서 갑자기 그 사람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어.
뇌파 모니터는 여전히 그가 의식이 없다고 표시하고 있었어. 심전도에는 안정 시 맥박이 찍혔어. 완전히 잠들어 있었다고. 비명을 지를 이유가 전혀 없었는데, 그건 수술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어. 깨어난 뒤에 뭔가 느껴진 게 있느냐고 캐물었지만 그는 없다고 했어.
예방접종을 받으러 온 어린 여자아이와 어머니도 있었어. 아이는 진료대에 앉았고 어머니는 구석 의자에 있었어. 방문은 닫혀 있었지. 활력징후를 재고 주사를 준비하려고 돌아섰다가 다시 뒤를 돌아봤는데, 어머니도 아이도 없었어. 허공으로 사라진 거야. 놀라서 아이 차트를 보려고 고개를 돌렸더니 그것도 없었어. 시스템에서 이름을 검색했더니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나왔어. 사망도 아니고, 그냥 결과가 없었어.
지금까지 중 제일 이상했던 건 며칠 전 일이야. 열 살짜리 남자아이가 팔이 심하게 부러진 채로 왔어. 심하다는 건, 완전히 박살났다는 뜻이야. 아마 절단해야 했을 거야. 팔이 아무렇게나 흐느적거렸고 뼈는 톱밥처럼 으스러져 있었어. 등산하다가 바위 밑에 팔이 깔려서 헬기로 실려온 아이였어.
아무튼 팔 영상 촬영을 마치고 끔찍한 엑스레이를 판독하다가 돌아봤는데, 그 애가 휴대폰을 하고 있었어. 게임을 하고 있더라고. 어떻게 된 건지 저절로 다 나은 그 부러진 팔로. 몇 가지 물어봤어. 아이는 괜찮다고 했어.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상태를 설명했더니 그냥 이렇게 말했어. "그거 제 팔 아닌데요." 그러곤 다시 게임으로 돌아갔어. 그리고 쓰러졌어. 활력징후를 쟀더니 심박수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었어. 몇 번을 소생시키려 했지만 결국 사망 선고를 했어.
부모에게 알리러 가는데, 말을 하다 말고 누가 내 소매를 잡아당겨서 멈췄어. 그 아이였어. 방금 내가 사망 선고를 한 그 아이가 뒤에 서서 묻고 있었어. "무슨 얘기 하시는 거예요? 저 여기 있는데요!"
가끔 나오는 이상한 사례들만 빼면 나머지는 꽤 평범해.
그런데 여기서부터가 나를 제일 소름 끼치게 하는 부분이야.
어제 응급실 호출을 받았어. 늘 가던 길로 갔는데 응급실이 안 나왔어. 그놈의 데가 또 옮겨간 거겠지. 그래도 보통은 어떻게든 도착하거든. 아무튼 내가 있는 곳은 낯선 구역이었어. 몇 주씩 일했으면 다 봤겠거니 싶겠지만 아니더라고. 둘러보니 내가 선 복도에 이런 표찰이 붙어 있었어. "남서관".
이게 내 흥미를 끈 건, 이 망할 곳의 지도와 평면도를 전부 뜯어봤는데도 남서관이라는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야.
나는 존재하지 않는 구역에 있었어.
한동안 새로 찾은 구역을 둘러보며 걷다가, 갑자기 속이 밑으로 꺼지는 것 같은 최악의 기분이 들었어. 소름이 돋고 등골이 곤두섰어. 여기 있으면 안 된다는 걸 알았어.
남서관의 방들은 전부 육중한 자물쇠가 걸려 있었어.
나는 좀 들쑤셔보기로 했어.
더 걸어가다가 문이 열려 있는 방을 지나쳤고, 들키지 않게 조심하며 안을 들여다봤어. 내가 본 건 살면서 본 것 중 가장 끔찍한 광경이었어.
사람이었어. 아니, 사람처럼 보이는 것. 몸통에 팔만 달린 형태였어. 다리 자리에 팔, 머리 자리에도 팔, 원래 있던 팔 한 쌍 위에 또 팔.
나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고, 그것이 알아채고는 문 쪽으로 후다닥 기어왔어.
나는 복도를 내달렸고 등 뒤에서 문이 쾅 닫히는 소리를 들었어.
어깨너머로 돌아보니 아무도 없어서 마음이 놓였어.
들어온 길을 되짚으며 헤매는 동안 복도는 계속 재배치돼서 같은 자리를 두 번 찾을 수가 없었어. 복도가 끝없이 뻗어나가는 사이 사방에서 지독한 악취가 올라오기 시작했어. 살이 썩는 냄새 같았는데 그보다 심했어. 헛구역질을 하다가 아까 주머니에 쑤셔넣어둔 수술용 마스크를 꺼내 썼어. 냄새를 막아보려는 부질없는 시도였지만.
모퉁이를 돌자 거대한 수술실로 이어지는 양여닫이문이 보였어. 방호복 차림의, 아마도 사람 셋이 들것을 그 방으로 밀고 들어가고 있었어.
하나가 내 쪽을 흘깃 봤고, 나는 들키지 않으려고 재빨리 모퉁이 뒤로 몸을 숨겼어.
들것에 뭐가 실려 있었는지는 못 봤어. 사실 보고 싶지도 않았어. 그래서 달렸어.
달리고 달리다 보니 결국 응급실 근처였어. 30분 전에 도착했어야 할 그곳.
동료 마크가 숨을 헐떡이는 나를 봤어.
"너 무슨 일이야?" 그가 웃으며 물었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어.
"미안, 늦었어." 내가 말했어.
"무슨 소리야?" 그가 어리둥절해했어.
"길을 잃었어."
그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벽시계를 가리켰어. 아직 1시 30분이었어.
남서관에 최소 30분은 있었다고 맹세할 수 있어. 2시여야 한다고.
시더빌 종합병원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작가의 말: 요청이 있어서, 시더빌 종합병원에서 일하며 겪는 일들을 계속 기록해보려고 해. 행운을 빌어줘!
첫댓글 와 이시리즈 좋아하는건데 오랜만이다ㅠㅠ 또봐도 존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