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중 완(고현정)과 난희(고두심)은 모녀관계.
친구처럼 투닥거리면서도 사이좋은 두 사람이지만 완이 난희에게 느끼는 감정에 있어
공감할만한 부분이 흥미있어 정리해봄
1
엄마는 늘 누구에게나 후순위였다.
할버지에겐 늘 관심 밖이었고 할머니는 50이 넘어 어렵게 낳은 장남이며
전기 기술자 일을 하다 전봇대에서 떨어진, 나보다 어리고 장애 있는 삼촌이 언제나 1순위였다.
아빠에게는 숙희라는 여자가 있었고, 나는 엄마를 너무 사랑하지만
제발 나와는 상관없이 혼자 알아서 행복해줬으면 좋겠으니까.
- 엄마의 생이 벅차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완이지만,
그리하여 엄마에게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으나
엄마에게 유일한 자신이 버거운 완.
2
"너 진짜 어른들 얘기 안 쓸거야? 야 써.
너 지난번에도 할머니 얘기 쓰기 싫다고 그랬지만 결국엔 써서 데뷔하고, 책 내고, 돈벌고 했잖아.
이번에도 쓰기만 하면 대박나요. 제목은 엄마의 늙은 친구, 디어 마이 마더 올드 프렌드."
난희는 전부터 완이 자신과 자신의 친구들을 주인공으로 글을 쓰기 원했음.
완은 예의상 엄마의 친구들에게 살갑게 굴지만 일명 '꼰대'들이 가진 틀에 박힌 관념과
편견이 늘 지겨웠음.
"네가 엄마 말 들어서 안된 게 뭐 있어."
"그만큼 해줬음 됐잖아. 아직도 안됐어? 난 언제까지 엄마 말만 듣고 살아야 되는 건데?"
"기집애야. 너 위해서 이런 말 하지, 나 위해 이런 말해?"
"기껏 유학다녀와서 그냥 번역작가로 하루 걸러 일하고, 대충대충.
기껏 밥이나 쳐먹고 지 용돈벌이밖에 못하는 주제에. 어이구."
"왜 모든 사람들이 엄마처럼 24시간 죽어라 열심히 일만 하면서 살아야 되는건데? 왜?
내가 엄마처럼 무식하게 일하다가 두 번, 세 번 쓰러지면 좋겠어?
난 엄마처럼 살기 싫어. 난 이렇게 살거야. 하루 벌어 하루 살면 뭐 어때.
인생 뭐 좀 대충 살면 어때서?"
"난 뭐 일이 좋아 했냐? 내가 왜 죽어라 하고 일만하면서 살았는데!"
"나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보상해줬잖아.
머리 나빠서 공부도 못하는 애가 죽어라 공부해가지고 SKY대 들어 가주고,
집 떠나면 무서워하는 애가 유학 가주고, 머리 기르라면 기르고, 바지 입으라 바지 입어 가면서
아직도 안 됐어? 나 더는 싫어. 인정하셔. 엄마 딸 이거밖에 안 되는 거."
"아휴. 다른 집 딸년들은 사춘기 지나면 그냥 사근사근 엄마한테 애교도 피우고 잘도 그러더만."
"아유 그래요. 그럼 다른 집 딸년들이랑 사세요."
"야. 근데 너 전에는 고분고분하더니 왜 이렇게 사나워졌어?
슬로베니아 다녀와서. 왜 너 거기서 무슨 인생에 충격받을 일 있었냐?
말해봐. 순한 애가 변해도 너무 변해서 그래.
왜 거기서 뭐 연하랑 헤어질 때 무슨 일 있었던 거야 뭐야.
말해봐!"
불쑥 튀어나오는 연하의 이름에 눈물을 삼키는 완.
연하(조인성)은 완이 슬로베니아에서 사랑했던 남자였음.
불의의 사고로 다리가 망가져 걸을 수 없게 된 상태.
여전히 연하를 사랑하고 그리워하지만
유부남, 장애인은 안된다는 난희의 말 때문에 이도저도 못하고 있음.
울컥 차오르는 눈물을 삼킨 완은
무언가가 터져버린 듯
"순하게 살다가 지쳐서 그런가 보지! 별 일이 있었는가 보고!"
연하를 사랑하는 만큼 엄마를 사랑하기에
그 무엇도 놓을 수 없는 완.
엄마를 위해 착한 딸로만 살아야 하는 자신과 자신을 그렇게 살게 만든 난희의 대한 원망을
꾹꾹 눌러담아야 했음
그러나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그저 투정부리는 것처럼 여기듯
혀를 차며 나가버리는 난희를 보며 완은 숨만 몰아 쉴 뿐이었음.
3
난희 "우리 완이 그 때 진짜 귀엽지? 예쁘고."
"얘는 뭘 많이 배웠네."
난희의 방에서 완의 어렸을 적 사진들을 보고 있는 충남(윤여정).
어느 때는 태권도복을, 또 어느 때는 피아노 앞에 앉아있는 어린 완의 모습들이
펼쳐져 있음.
"내가 시키니까. 우리 완이가 내 말이라면 껌뻑하잖아.
근데 내가 작가가 되고 싶었잖아. 그래서 어느 날 다 때려치고 작가하랬지."
"그러니까 걔가 네 말을 들어?"
"그럼. 그러니까 내가 살았지. 남편이 바람펴도, 아버지가 술 마시고 도박하고 엄마 패도
완이 때문에 살았어 내가."
난희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기는 충남.
충남은 전 날 완이 동진(신성우)과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했음.
동진은 완의 출판사 오너로 대학 선후배 관계, 한 때는 연인 사이.
그리고 동진은 현재 아내와 아이들이 미국에 나가 있는 기러기 아빠임.
동진을 알고 있는 충남은 완이 유부남을 만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상태.
-
위 대사에서 보면 난희에게 있어 완이 어떤 존재인지, 또 완에게 있어
난희가 어떤 존재인지 잘 보여주고 있음.
완은 절대적으로 엄마가 원하는 인생을 살았음.
공부에 재능이 없지만 공부 잘하고 착한 딸이 되고 싶어 좋은 학교에 갔고,
엄마가 원하는 대로 피아노를 배우고, 태권도를 배웠음.
끝내는 엄마가 원하는 대로 작가라는 진로까지 선택.
앞서 완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면서 데뷔 했다는 난희의 말이 있는데
이 또한 엄마가 사랑하는 할머니 이야기를 씀으로써 엄마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던
완의 또 다른 배려였을 걸로 유추할 수 있음.
4
정아(나문희)의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난희와 난희 친구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기로 한 완.
그 사이 동진과 완이의 관계를 안 난희는 동진을 찾아가 출판사를 뒤엎고
연하에 대한 그리움으로 무너진 완은 난희의 행동 때문에 감정이 붕괴됨.
그리고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인터뷰를 핑계로
꺼내놓지만 난희는 미친 소리라며 도망치듯 집을 빠져나갔음.
그러나 난희가 올 때까지 묵묵히 기다린 완이 다시 난희와 마주한 상태.
난희 "어이구 집구석은 이렇게 깨끗이 치워놓으면서 늘 지 집구석은 개장난으로.
웬일이야. 안 하던 짓을 다 하고."
"안 하던 짓은. 어렸을 때 늘 하던 짓이지.
기억 안 나? 여섯살 때부터 방청소하고, 설거지하고
엄마 웃으라고 들판에 꽃 핀 거 꽃꽂이도 해놓고. 그 때 나는
엄마가 좋아하는 일이면 뭐든 다 하는 애였잖아.
다 커서 질려서 안 했지."
난희 "그 때가 그립지."
"뭐가 그리워? 나는 그 때 매일매일 조마조마였는데.
엄마가 도망갈까, 엄마가 또 나한테 약을 먹일까."
약 얘기에 굳은 얼굴로 완을 보는 난희.
전 날과 마찬가지로 알지도 못할 소리라며 완을 피해 거실로 오지만
완은 고집스레 난희를 따라나와 거실에 자리를 잡고 앉음.
"엄마. 앞으로 내 인생에 끼어들지마."
"끼어들면! 끼어들면! 엄마가 네 인생에 끼어들면 어쩔건데 네가 이 기집애야!
내가 동진이 만나지 말라는 게 네가 나를 그렇게 원수보듯 쏘아볼 일이야?
그게 그럴 일이야?"
"내가 동진선배를 왜 만났는데."
"어허! 그것도 내 탓이네?"
"그럼 당연히 엄마 탓이지. 막 가고 싶었거든. 내가 동거까지 한 연하를 왜 버렸는데."
"뭐? 동거?"
"난 엄마 거니까. 엄마가 하지 말란 짓은 못하지.
엄마가 장애인 싫댔지. 그래서 다친 애 놔두고 한국 왔어.
당시에 엄마도 쓰러져서 핑계도 좋았지.
여섯 살 때 할머니 집 앞 들판에서 약 먹였을 때 나 분명히 알았거든.
난 엄마 거구나. 그러니까 무서워도 약을 먹으라고 하면 먹어야 하는 거구나."
완의 말에 충격받은 듯 무너지는 난희.
"내가 연하를 버린 건 다 엄마 탓이야.
미치도록 사랑한 남자 아프다고 버리고 나니까 내 안에서 내가 그러더라.
나쁜 년. 막 살아버려 그냥. 양심도 버리고 막 살어 그냥."
"잘못했다 그래 나한테. 잘못했다 그래 나한테!
왜 그랬어 나한테. 내가 엄마 거야? 엄마가 낳았으니까
엄마가 죽여도 돼?"
꾹 눌러왔던 감정을 터뜨리듯 폭주하기 시작하는 완.
그리고 그런 완을 망연하게 바라보는 난희.
"나한테 왜 그랬어. 내가 왜 엄마 거야. 말해. 나한테 왜 그랬어.
말해. 내가 왜 엄마 거야. 내가 왜 엄마거야! 말해! 내가 왜 엄마 거야!"
"당연히 넌 내거지. 나 죽을 생각하면서 어떻게 너를 두고가.
어떻게 널 두고 가."
30여년 전, 자신의 안방에서 남편과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침대 위에 있는 것을
목격했던 난희.
그렇게 집을 나와 난희는 엄마에게로 갔지만
엄마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맞고 있는 것을 보게 되고.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난희와 그런 난희를 불안하게 보던 완.
결심한듯 완을 데리고 들판으로 향하고
완은 무서워 울며 꾸역꾸역 난희의 걸음을 따라갔음.
농약으로 추정되는 약을 탄 요구르트를 완에게 먹이지만
끝내 못 보겠던지 완이 먹던 요구르트를 쳐내고 말던 난희.
그리고 피를 토하며 쓰러졌던 완과 난희.
난희는 완을 말리려 필사적으로 붙잡지만
완은 몸부림치며 자신을 안아오는 난희를 거부하고 밀쳐냄.
결국엔 똑같이 상처입은 두 사람의 손.
"비열하고 비겁한 박완.
왜 너는 30년동안 묻어둔 그 얘길 이제야 이렇게 미친년처럼 터뜨리는 건데.
너는 그 때도 엄마를 이해했고, 지금도 엄마를 이해해.
근데 왜 너는 지금 엄마를 이렇게 원망하고 있는데."
"그 때 알았다. 나는 연하를 버린 나를 용서할 수 없었다.
연하를 버린 게 내 이기심만은 아니었다고, 이유가 있었다고 변명하고 싶었다."
"내 탓만 하기엔 너무나 힘이 들어서 누구 탓이라도 하고 싶었다.그게 만만한 엄마였다."
"나는 연하가 너무나 보고 싶었다."
착한 아이로 살다 결국엔 무너져 터뜨리고 만 완.
좋은 딸이고 싶었고, 엄마를 사랑했기에 엄마가 바라는 대로 살아왔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미치도록 사랑했던 남자를 엄마로 인해 버려야 했었음.
그러나 선택은 자신의 몫이고 엄마를 버리지 못하고
좋은 딸로 묶여버린 자신만을 탓하기엔 버거워
엄마를 탓하고야 만다는 슬프고도 무거운 변명.
완을 보며 느낀 것은 일명 '착한 아이 증후군'
사전적으로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헌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착한 사람으로 남기 위해 욕구나 소망을 억압하면서 지나치게 노력하는 것이라고 정의함
어린 시절 주 양육자로부터 버림받을까봐 두려워하는 유기공포가 심한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는 방어기제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고 정신분석학적으로 얘기할 수 있음.
꽤 많은 사람들이 이 증후군을 경험함.
그래서 흔히 이야기하는 '애늙은이','애어른'이 생겨남
혹여나 부모가 나를 버릴까, 나를 두고 죽어버릴까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착한아이가 되고자 자신의 감정을 숨기게 됨.
갖고 싶은 것을 포기한다거나, 자신의 꿈과 관계없이 부모에게 기쁨을 주고자
부모가 원하는 방향대로 살아가는 것 등등.
그러나 이렇게 자라난 아이들이 주체적인 생각을 가지고
판단을 하게 되는, 즉 버림받는 것에 대한 공포가 줄어드는 나이가 되면
자신의 욕구가 억압당하고 살아왔던 삶에 대해 반감이 들기 시작함
혹은 그저 순응했던 부모의 생각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고
따르지 않게 되면 부모들은 생각하게 됨.
착하던 아이가 왜 이렇게 됐을까?
그저 흘리듯이 아무렇지 않게 하던
'너는 착한 애야.'라는 말이 어쩌면 또 다른 폭력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음.
나 또한 완의 감정을, 착한아이로 살아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렸던 사람 중 하나로서
많이 공감이 가는 부분이라 글 쪄봄!
문제시 따숩게 말해주세요
첫댓글 진짜 인생이 담긴 드라마임
진짜 제발 디마프 봐 주면 안되냐... 나 진짜 3-4화부터는 완결까지 매회 보면서 울음...
아 진짜 개띵작
그래서 연하랑 결국 다시 만나?
ㄱㅆ 웅! 다시 만나! 난희가 나중엔 받아들이고 둘 허락해서 해피엔딩
@그대, 남지말고 흘러가라 아하 ㅠㅠㅠ 잘됐다 ㅠㅠㅠㅠ
너무 가깝고 사랑하지만 멀기도 하고, 미치게 밉기도 해서 ㅜㅜ 꾹꾹 눌러왔던게 터지면 정말 작정하고 제일 약점이 되는 부분, 상처가 되는 말, 어떻게 하면 저 표정을 더 일그러뜨릴 수 있을까 하는 할퀴는 말만 하게 됨 ㅜㅜ
진짜 이 드라마 최고임 대사하나하나가ㅠㅠ
시험끝나면 정주행해볼까?? 그럴만해??
ㄱㅆ 진짜 추천! 캐릭터들 많은데 한 사람, 한 사람 서사 다 촘촘하고 대사가 너무 좋아ㅠㅠ
@그대, 남지말고 흘러가라 오 원래 드라마 안보는데 꼭 봐볼게!!♡♡
자기 인생을 부정당하고 잃어서 자식만 바라보는 엄마와 딸의 애증관계를 정말 잘 나타낸듯..ㅜㅜ
이것만 봐도 눈물폭탄인데ㅜㅠㅠㅠㅠ하... 진짜 눈물 뽑을거 생각하고 봐야겠네..
디마프 ㄹㅇ 인생드라마 ㅠㅜㅠㅠ
디마프는 볼때마다 눈물나 모든 장면들이 내얘기같음..
마음아파서 이거 볼때 너무 힘들었어
이거 정말 너~~~~~무 공감했어 그래서 보면서 엄청울었음 매회
난 드라마 좋았는데 끝까지 다 못 봤어 옛날 생각나서 더 우울해지고 더 많이 울어서 중간에 하차했어
진짜 매회 우는 드라마
이거 보면 감정 소모 진짜 심해ㅠㅠㅠㅠㅠㅠ 엄청 슬픈데 또 하나하나 주옥같고,, 현실 반영 쩔어ㅠㅠ
내 인생드라마 진짜 원래 내인생에대해 지하 일층까지만 생각했다면 이거 본 이후로 사층까지 생각하는기분
아 진짜 우리엄마같다고 맨날 생각함 .. ㅠㅠ 내 인생드라마야 최고야 디마프
눈물나ㅠ
눈물난다 나랑 엄마같아 나도 증후군에서 벗어나려고 너무 엄마 원망했었고 지금도 그러고 가끔 그런 마음이 올라와ㅠ
아너무슬퍼ㅜㅜㅜㅜㅜ눈물나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하 진짜 우리 모두의 이야기 아니냐고.. 정말 공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