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로 떠나는 기범이
가평 장날이다.
윗날이 좋아 하늘이 파랗다.
어머니는 햇된장을 담궈야 한다며 큰 독을 하나 사오라 했다.
오랜만에 맑은 날이어서 봄볕을 즐기며 장터를 돌았다.
장터를 돌다 푸짐하게 서있는 항아리들 앞에 섰다.
"아저씨, 저기 큰 독 얼마예요?"
대답을 듣기 전에 호주머니 안에서 핸드폰이 지글댔다.
꼭 이런 때 전화가 온단 말씀이야, 혼자말을 하며 전화를 받았다.
"형, 나 승연인데, 기범이 좀 말려 줘. 기범이가 이라크로 가겠대. 자기가 거길 왜 가..."
반쯤은 울음섞인 다급한 목소리였다.
승연이는 어떻게 좀 해보라며 내게 애원을 했다.
"승연아, 그걸 내가 어떻게 말려. 어휴, 미치겠네..."
장터를 빙빙 돌며 남은 찬거리를 사는 동안,
따사로운 봄날 장터에 폭탄이 떨어졌다.
달래를 건네받은 손에 피가 튀었다.
꾸깃한 천원짜리 종이돈 몇장에도 피가 튀었다. 팔다리가 튀었다.
그 와중 차오르는 수치심으로
나는 내 양심의 자리를 찾아 보아야 했다.
어디에도 없었다.
기범아.
저녁에 보자.
*박 기범은 <문제아/창작과 비평사>를 쓴 서른 한살 총각 동화작가입니다.
지금은 경북 울진 위에 죽변이라는 산골마을에서 이야기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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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폭격 예정지에 인간방패로 자꾸 사람들이 떠나네요.
자신의 생명을 걸고 전쟁광 부시를 말리려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말릴 수도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말렸으면 합니다.
첫댓글 지하철에 불낸 인간이나.다 말리는 전쟁하겠다고 설치는 부시나...다 잡아다가 독속에 집어넣고 뚜껑닫아서 어디다 묻어버리면 좋겠습니다.
그 독은 니가 들고 갈 거지? 무진장 무겁겠다, 야. 내가 쫓아가면서 땀은 닦아줄게. 훌륭한 일을 하는 펭귄에게 그쯤은 해줘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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