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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
3년만에 선보인 소설로 저자의 여덟 번째 책이자 다섯 번째 장편소설. 2003년 여름부터 2004년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연재했던 글이다. 이 소설은 인물들의 성격과 의미들이 훨씬 생생하고 극적으로 살아나는데다가, 허구의 인물들 이야기에 맞물려, 사이사이 구체적인 연대기적 사건 사실들이 다양하게 들어가는데, 거기에 이음새랄까 재봉선 같은 게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 자연스럽고 능숙한 배합 때문에 단순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넘어서는 품격이랄까, 중량감이 배가되었다. 무척 신선하고 인상적이며 또한 굉장히 유려하고 섬세한 문체 안에는 마치 철삿줄 같은 낭창낭창하고 질긴 특유의 힘이 숨어있다. [미디어 리뷰] 조선일보 : 3년 만에 새로 만난 은희경은 사뭇 다르다. 그간 경쾌함과 발랄함으로 생에 대한 직관을 보여줬던 그가 이번에는 무겁고 진지해졌다. 그의 작품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이게 은희경 소설 맞아?"라는 느낌을 줄 정도다. 2002년 여름부터 미국 시애틀 워싱턴대에서 2년간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문예지 '문학동네'에 연재한 작품을 다시 1년 이상을 매달려 책으로 펴냈다. "<새의 선물>을 쓸 때 12살 딸아이에게 원고를 보여주며 '이것 말 되니? 네가 재미있으면 된 거다' 했어요. 그 아이가 올해 대학에 갑니다. 제 소설도 이제 몸짓이 커졌고 큰 옷으로 갈아입어야죠." <새의 선물>이 열두 살 난 여자아이의 눈으로 본 세상이라면, 이번 소설은 어른의 시각으로 가족사를 돌아보며 자신의 성장기와 정체성을 반추하는 성장소설 형태를 취했다. 소설은 산골마을 3대에 걸친 가족사를 배경으로 현실에 뿌리를 내리려는 형과 이탈하려는 동생 간의 갈등과 화해의 이야기이자, 원수 사이였던 옆 집안과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설은 크게 3가지 이야기가 중첩되어 조밀하게 엮여 있다. 주인공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연루된 집안의 비밀이 한 축이라면, 형제이면서 사사건건 뒤틀리기만 하는 형과 아우의 갈등과 화해가 또 다른 이야기다. 여기에 영화감독이 된 주인공이 영화를 만들면서 벌어지는 도시인의 삶이 펼쳐진다. 아버지가 소설의 중심에 있는 것도 그의 소설에선 드문 일이다. 아버지의 죽음과 그가 남긴 유물로부터 인물들이 모였다 흩어지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버지가 남긴 집문서는 집안 전체에 흐르는 또하나의 역사를 드러낸다. 겉으로는 가장 도덕적이고 인근에 명성이 자자했던 집안에는 쉬쉬하며 잊혀져 간, 인간의 적나라한 욕망과 외설의 역사가 숨겨져 있었다. 부도덕과 불길한 욕망, 근친상간적 충동, 비극적 운명 등이다. 원수지간이었던 최씨 집안의 딸에서 낳은 딸이 등장하면서 소설은 극적 반전을 시도한다. 아버지는 죽으면서 고향의 집을 그녀에게 넘기라고 유지를 남기고, 자신의 도덕성에 치명적일 수 있는 증거를 아들에게 공개한다. 거짓으로 점철된 아버지의 비밀이 겉으로 드러나는 순간, 아버지는 재발견된다. '세상에는 수많은 비밀이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게 과연 모두가 진실일까. 어쩌면 객관적 진실보다 그렇게 믿도록 만들어진 진실이 더 진실할는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이 믿는다면 그럴 만한 필요가 있는 것...' "90년대에 나의 세대는 '아버지의 부정'에서부터 시작된 정체 찾기의 여정에 나섰죠. 그들에 대한 기억을 보수하거나 철거할 수 있다고 믿었죠. 하지만 처음 버려진 그대로 울타리 안에서 한참을 헤맨 듯한 느낌입니다. 이번 소설에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작중 모델로 삼았어요." 작가는 "그동안 '나' 자신을 숨기고 돌려 말하는 전략을 택했는데, 이번 작품에는 내 육성이 그대로 반영된 부분이 많다"며 "사십을 넘긴 지가 언제인데 이제야 비로소 유치한 장식이 잔뜩 달린 채로 빛이 바랜, 청춘이라는 무거운 외투를 벗어놓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 최홍렬 기자(2005-01-29) 한국일보 : 이 소설의 주인공은 따라서, 두 형제나 그들의 가계가 아니라 그들이 지나쳐 온 장구한 시간이며, 그 시간은 지금 우리의 시간에 닿아있고 녹아있는 삶의 시간이다. 이 소설이 성장소설의 범주를 넘어, 더 넓은 세계를 지향하는 듯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 최윤필 기자(2005-01-29) 한국일보 : 은희경씨가 장편소설 <비밀과 거짓말>을 냈다. 2년 반 동안 매달려 쓰고 퇴고했다는 작품이다. 1995년 등단 이래 4권의 장편을 포함해 7권의 책을 낸 그간의 쾌조의 글쓰기 행보에 견줘 이 여덟번째 책에 들인 공력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그것을 작가는 '한 고비를 넘기 위한 수고'라고 말한다. 소설의 이야기는 중층적이다. 시골 소도시의 영준 영우 형제가 아버지의 배타적이고 비타협적인 훈육 속에서 성장하며 겪는, 정체성의 혼돈 등 다단한 생의 이야기가 큰 줄기를 이룬다. 거기에 이들 형제가 속한 집안과 이웃 집안이 마을의 헤게모니를 둘러싸고 벌이는 갈등의 대물림이 얹히고,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삶이 여러 감춰진 비밀 혹은 거짓말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섞여 든다. 집안 3대의 이야기가 갈마들고, 영화감독이 된 영준의 영화 시놉시스까지 중간중간 삽입된다. 이 복잡한 이야기 갈래를 작가는 특유의 '냉소적 이성의 문체'와 경쾌한 리듬의 다양한 변주를 통해 가지런하게 땋아가고 있다. 주무대인 시골 소도시는 단어의 뉘앙스처럼 폐쇄적이고 정체된 공간이다. 거기에 70년대라는, 우리사회가 경험한 가장 파행적이고 폭력적인 역동성의 시간이 밀어닥친다. 아버지는 관급공사 수주와 권력의 외줄타기에 삶을 건 자수성가한 건설업자. 그에게는 집안을 일으켜 세워 '가문의 영광'을 재현해야 한다는 소명이 주어져 있다. 그 소명의 대리자인 영준 형제는 그 간단치 않은 시대와 세대와 가계의 중력장에 놓인 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부대끼고 적응하며 성장한다. 그것은 그 자체로 결코 낯설거나 새로운 이야기가 아닐지 모르나 은희경씨의 문장으로 만나는 시간의 역사는 개별적인 경험의 기억들을 압도할 만큼 새롭고 진하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따라서, 두 형제나 그들의 가계가 아니라 그들이 지나쳐 온 장구한 시간이며, 그 시간은 지금 우리의 시간에 닿아있고 녹아있는 삶의 시간이다. 이 소설이 성장소설의 범주를 넘어, 더 넓은 세계를 지향하는 듯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작가의 말'에서 은희경씨는 "그동안 할말은 어지간히 한 것 같다. 새로운 이야기로 들어가는 경계에 섰지만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작별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적었다. - 최윤필 기자(2005-01-29) [출판사서평] 햇수로 삼 년 만에 은희경이 새 소설을 선보인다. 자신의 여덟번째 책이자 다섯번째 장편소설 『비밀과 거짓말』. 95년 등단 이후 일 년에 한 권꼴로 새 책을 선보여왔던 작가라는 점에서 꽤 오랜만의 작품이라 할 만하고, 그만큼 이 소설에 시간과 공력을 들였다는 걸 알 수 있다. 작가 자신이 이 작품을 자기 소설세계의 전환점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새의 선물』 이후 십 년, 삶과 죽음의 모든 중량을 담은 은희경 소설의 새로운 풍경 이 소설 『비밀과 거짓말』은 2003년 여름부터 2004년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연재되었던 작품이다. 그리고 작가는 이 작품을 탈고하기까지 일 년을 다시 매달렸다. 연재 시작부터만 따져도, 책을 묶기까지 꼬박 이 년여를 이 작품에 바친 셈이다. 그 시간의 무게 탓일까, 이 작품은 기존의 은희경 소설과는 사뭇 다르다. 그의 이전 작품들이 경쾌함과 발랄함으로 다가왔다면, 이 소설은 산고의 무게 이상으로 무겁고 깊게 다가온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공들인 문장과, 그 문장들 사이의 긴장, 그리고 행간의 밀도 역시 깊고 치열해졌다. 작품을 읽다가 문득, 이게 은희경 소설 맞아, 하는 느낌이 들 만큼 작가는 또다른 소설세계로 진입해들었음을 감지하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소설이 작가의 이전 작품들과 다르기만 한 건 아니다. 작가의 특장이라 꼽혀온 생에 대한 직관과 통찰력은 더욱 세밀하게 벼려져서 내장되어 있다. 이전에는 그것이 작품 전면에 드러나 있었다면, 이 소설에서는 “마치 철삿줄 같은 낭창낭창하고 질긴 그 특유의 힘이 유려하고 섬세한 문체 안에 숨어 있다.” 이 소설을 미리 읽은 작가 임철우의 표현을 빌리면, “스케일부터가 다르다. 작가의 야심이 확연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은희경이 이 년여를 이 작품을 붙들고 추구한 것이 단순한 변신이 아니라 더욱 깊은 지층과 더 넓은 지평을 지닌 소설세계임을, 작가가 끝내 자기 소설 속에 받아안고자 하는 것이 삶과 죽음의 모든 중량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다. ‘타인’에게 말 걸었던 은희경, 자신에게 말을 걸다 “소설이란 소설가의 현재이다. 이야기 속에서 과거를 끌어냈든 미래를 상상해놓았든 간에 거기에서 삶을 읽어내는 것은 현재의 눈이다.” 언젠가 작가는 그렇게 말했었다. 그렇다면, 『비밀과 거짓말』을 통해 이야기하려는 작가의 현재는 어떤 것일까. 작가를 평단과 독자들에게 한번에 각인시켰던 작품 『새의 선물』과 경쾌한 필치로 그려낸 동갑내기 남자들의 성장기인 『마이너리그』에 이어, 이 작품 『비밀과 거짓말』 역시 한 편의 성장소설로도 읽힌다. 예의 두 작품이 ‘스스로 성장을 멈추었다’는 열두 살 애어른 진희를 내세우고, 내내 ‘마이너리그’로 살아야 했던 ‘58년 개띠’ 남자들을 내세우며, 작가 자신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삶과 성장에 대해 냉정하게 말하고 있다면, 이 소설 『비밀과 거짓말』은 작가가 직접 삶을 마주하고, 작가 자신을 대면하고, 정색을 하고 쓴 성장소설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은 작게는 영준과 영우 형제의 갈등과 화해의 이야기이며, 확장하면 두 형제와 아버지 정정욱의 이야기이며, 다시 넓어져 아버지 정욱과 할아버지 정성일, 또다시 정씨 집안과 최씨 집안의 이야기이고, 다시 K읍의 이야기이고, 그리고 작가 은희경의 이야기이다. 그 안에는 삶과 죽음의 이야기가 있고, 사랑과 운명의 이야기가 있고, 공간과 시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가 스스로도 “어지간히 할말은 다 한 것 같다”고 말하고 있지만, 『비밀과 거짓말』에는 은희경이 작가생활 십 년 동안 쌓아온 내공의 힘, 내내 누르고 삭이고 벼려왔던 세상과 삶의 무게와 ‘진실’ 그리고 ‘비밀’이 모두 들어 있다. 그렇게 본다면, 이 소설은 성장소설의 범주를 벗어나 있는지도 모르겠다. 꼭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이 소설은 인물들의 성격과 의미들이 훨씬 생생하고 극적으로 살아나는데다가, 허구의 인물들 이야기에 맞물려, 사이사이 구체적인 연대기적 사건 사실들이 다양하게 들어가는데, 거기에 이음새랄까 재봉선 같은 게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 자연스럽고 능숙한 배합 때문에 단순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넘어서는 품격이랄까, 중량감이 배가되었다. 무척 신선하고 인상적이었다. 또한 굉장히 유려하고 섬세한 문체 안에는 마치 철삿줄 같은 낭창낭창하고 질긴 특유의 힘이 숨어 있다. --임철우(소설가, 한신대 문예창작과 교수) 누구에게나 삶은 불완전한 문장으로 남는다. 완전한 문장은 결국 상상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 저마다 상상의 삶을 꿈꾸며, 하지만 그 삶에서 소외된 채 살아갈 수밖에. 이 소설의 주인공은 지난 세기의 어느 지방 소도시다. 정교하고도 아름답게 회고된 문장 속에서 이 소도시는 서서히 굳게 입을 다물며 죽어간다. 그리하여 소설이 끝날 즈음이면 우리는 한 세계가 끝이 났음을 깨닫게 된다. 어쩐지 그 세계를 추억하는 일은, 낙원에서 추방된 이방인의 몫인 듯한 느낌이 든다. 명명백백한 모든 것들이 이윽고 비밀이 되고 삶은 약간 불완전해진다. 이 사실을 이해한 모든 아들들은 아버지가 된다. 거미줄처럼 정교하면서도 금방 부서질 듯 섬세한 소설이다. --김연수(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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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 개월 전, 익명방에 연재된 바 있었던 '영혼의 집 (너에게 부치는 편지)' 이라는 글 있었잖아요. 어떤 분이 쓰신 글인지 어렴풋이나마 짐작이 가긴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며 그 글 생각이 너무 많이 났어요. 고창이라는 지리적 배경이 일치한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겠지요. 인기 작가의 장편소설 치고는 꽤 공을 들인
흔적이 의외였어요. 작중에는 'K읍'으로 묘사되긴 했어도 그곳이 고창이라는 사실은 고창을 아는 사람이면 금방 눈치 챌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런 이유로 재미있게 읽었던 장편, 그래서 이 가을 아침에 한 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아우님의 권유로하여 더욱 보고싶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