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시도 우체국은 당시 삽시도 최고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영향력이 컸다고 할 수 있지요. 그 우체국을 책임지고 있던 분이 바로 일명 ‘사업주’라 불리던 최동주할아버지의 아들인 키다리 최병환선배님이었습니다. 고장 난 라디오는 다 고치셨고 좋은 인성으로 두터운 신뢰를 받고 계셨지요. 그 선배님의 바로 아래 동생이 두환(민환 이라고도 불렀음)선배였습니다. 저랑은 정말 친하게 지냈지요. 바둑을 그 선배님으로부터 배웠고 책도 많이 빌려다 봤습니다. 가게가 문을 닫을 때쯤에 저를 업고 자기 방이나 우체국을 구경시켜 주기도 했었지요. 처음 바둑을 배울 때 생각이 납니다. 바둑판 9개의 화점(花點)에 흑돌을 깔고 배워나갔지요. 그리곤 짬날 때마다 대국을 해주셨습니다. 제 바둑실력은 말 그대로 일취월장 했지요. 모두 그 선배님 덕이었습니다. 홍성고등학교를 나와 재수를 하면서 어려움도 겪다 저를 만났던 것인데 모든 면에서 배울 것이 참 많았던 형이었습니다. 용재후배님의 매형이 석점을 깔고 바둑을 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삽시도엔 그 형의 적수가 없었습니다. 나에겐 정석의 중요성과 포석에 신경을 많이 쓰라는 충고를 늘 해주셨던 형이었지요. 서울대를 가려고 그렇게 했지만 결국엔 수원에 있는 아주대를 가셨고 제가 대천에 살 때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지요. 충격이 실로 컸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삽시도에서 방위로 근무했지요. 하루에도 몇 차례씩 병환형님이 근무하는 우체국에 들렸다가 내가 있는 하꼬방으로 오셔선 함께 노래도 하고 기타도 치면서 우린 그렇게 깊은 정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할수록 아쉽고 그 선배님이 그립습니다. 병환선배님은 그 후 대천 명보극장 근처에서 살았었는데 지금은 모르겠습니다. 밤섬 박두만 선배님과는 처남 매제지간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