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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유산] 06
S#1. 주차장
개운한 얼굴로 차 향해 걸어가는 백성희, 가방에서 리모컨 키 꺼내드는데.
고평중(E, 작게) : 여보!
백성희 : (멈칫하는, 돌아보면)
고평중 : (주차장 기둥 뒤에서 슬며시 나타나는, 감격스런) 여보...
백성희 : (고평중 보고 벙했다가 헉! 경악하는)
고평중 : (한걸음 나서며, 미안한) 놀라지 말아요, 나야.
백성희 : (믿을 수 없는 사실에 더 기겁하는)
고평중 : (주위 둘러보며 다가오는)
백성희 : (정말 남편이다, 확인하는 순간 풀썩 주저앉는)
고평중 : (놀라 다가와) 여보!
백성희 : (사색으로 덜덜 떨리는, 너무 놀라 눈물 고여) 다, 당신...
고평중 : (눈물 어려) 그래, 나야. 고평중, 당신 남편.
백성희 : (너무 기막힌 상황에) 당신... 죽었는데...
고평중 : 미안해, 내가 다 설명할게. 우선 좀 일어나요. (백성희 팔 잡는)
백성희 : (맥없이 팔 잡힌 채 보는, 노숙자 행색 눈에 들어오고)
고평중 : 일어나. (잡아끄는데)
백성희 : (겨우 정신 차리는, 기막혀) 당신, 죽은 거 아니었어?
고평중 : 집에 갑시다. 가서 다 얘기하께.
백성희 : (퍼뜩 정신 나는) 집? (굳어져 고평중 보는)
S#2. 공원
얘기하고 있는 은성과 혜리.
혜리 : 아니 니들 쫓아낸 거 후회하고 찾아다녔다길래 그래도 양심은 있었구나 했더니만,
이젠 또 자매로 살았던 걸 비밀로 해 달라구? 완전 병 주고 약주고 또 병 주고 있어!
은성 : 이젠 정말 과거 인연까지 지워야하는, 진짜 남이 되는구나 싶드라.
혜리 : 근데 승미는 무슨 그런 인간 말종을 좋아한 대니?
은성 : 내 말이... 승미랑 친했으면 진짜 말리고 싶어.
혜리 : 혹시 돈 때문에 좋아하는 척 하는 거 아냐?
은성 : 아냐아. 아빠 재혼하고 우리 집으로 이사 왔을 때, 승미 눈이 완전 퉁퉁 부어서 왔어.
그때 어머니가 민망해 하면서 그러셨거든, 중3땐가부터 좋아 하던 오빠가 있는데 그 동네 떠난다고 밤새 울었다구.
혜리 : 승미 은근히 순정파네. (타박하는) 그래서 네 알겠습니다, 해주고 왔어!
은성 : 그럼 싫다구, 다 말해버린다 그러니? 승미가 무슨 죄가 있어서?
혜리 : (홧김에) 혹시 승미 땜에 쑈하는 거 아냐? 너 그 할머니네 있는 거 알구.
은성 : (말도 안 된다는) 아우 야 그건 절대 아냐! 아빠 납골당 앞에서 마주쳤을 때 서로 얼마나 놀랬는데?
승미는 은우 전단지 보고 전화까지 했었어.
혜리 : (속상한) 야! 그래두 은우 잃어버린 거, 반은 승미 엄마 때문이야! 그렇게 금방 찾을 거면 쫓아내질 말았어야지!
은성 : 그렇긴 하지만... 아빠 돌아가셨을 때 새어머니 심정 생각해보면 아주 이해 안 되는 것도 아냐.
하루아침에 아빠 돌아가시고 알거지 됐는데 나하고 은우, 당연히 부담스럽지.
혜리 : 천사 납셨네. 이해되니까 밉지도 않디?
은성 : 미워하고 싶지 않았어, 아빠 생각나서. 두 분 참 사이좋았거든. 아빠가... 많이 사랑했어, 새어머니.
어쨌든 그 분 계셔서 나도 은우 맡기고 유학도 갈수 있었구... 근데 내가 그분 미워해봐, 저세상에서 울 아빠 맘 아프지...
S#3. 공원
사람 없는 후미진 공원. 벤치에 앉아있는 백성희와 고평중.
백성희 : (기막힌) 보험금 때문에 죽은 척 한거라구?
고평중 : 뉴스에서 사망자 명단에 오른 내 이름 보는데... 순간 보험금 생각나드라구.
백성희 : 세상에... (입 벌어져 고평중 보는)
고평중 : 그 돈이면 당신하고 애들 길거리에 나앉진 않겠다 싶더라구. 그 생각이 드니까 나 살아있다고 나설 수가 없었어.
바닥으로 곤두박질 친 놈이 살았기만 하면 뭐해?
백성희 : (내막은 중요하지 않다. 닥친 상황 미칠 듯한) 아우... (하며 두 손에 얼굴 묻고 고개 숙이는)
고평중 : (자기 입장에서 해석) 미안해, 여보. 미리 말 못해 정말 미안하다.
백성희 : (고개 확 들며) 당신... 미쳤구나?...
고평중 : (미안한 맘으로 변명하는) 그게 당신한테 상의하고 할 일은 아니잖아. 산 사람이 죽은 척을 하는 건데,
백성희 : (오르는) 그럼 지금은 왜 나타났어? 여태 어디서 뭐하다 이제 나타났어!
고평중 : (그동안 애탔던 심정 나타나는) 연락이 돼야지! 보험처리 안전하게 끝날 때 까지 당신도 모르는 게 낫다 싶어
기다렸다가 전화했더니 당신 핸드폰 번호가 바꼈잖아.
백성희 : (멈칫하는)
고평중 : 핸드폰은 왜 바꿨어? 승미 핸드폰도 바꼈든데.
백성희 : (멈칫했다가) 그거... 빚쟁이들, 빚쟁이들 자꾸 찾아와 바꿨어.
고평중 : (미안해지는) 그랬구나... 이사는 어디로 한 거야? 우리 은성이 은우는?
백성희 : (헉! 굳어지는)
고평중 : 은우 학교에도 전화했었어. 학교도 관뒀든데 집 멀어서 전학 시킨 거야?
백성희 : (위기의 순간이다. 흔들리는 눈으로 고평중 보는)
고평중 : (애타는) 은성이 은우는 어쩌고 있냐구? 잘 있지? 잘 있는 거지?
백성희 : (보다가 떨리는 손 움켜쥐며) 걔들... 지금 여기 없어.
고평중 : (놀라)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백성희 : 은성이, 은우 데리고 미국 갔어.
고평중 : (더 놀라) 미국을 갔다구?
백성희 : 유학 계속 하겠다고 당신 보험금에서 지들 몫 챙겨 떠났어. 당신 장례 치르자마자.
고평중 : (충격에 눈 커지는) !
백성희 : (시선 돌리며 미리 해버리는) 기어이 가겠다는 애를 말릴 수도 없고, 가서 연락한다고 해놓고 아직까지 연락 없었어.
고평중 : (눈물 어려) 그 녀석들이 여기 없어?... (메이는) 하루하루 은성이 은우 얼굴 그리며 버텼는데...
그 자식들 만날 생각으로 버텼는데...
백성희 : (기막힌) 어디서 뭐하고 버텼는데?
고평중 : 막노동에 노숙에... (서러운) 당신 만나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나. 당신 다니던 수영장에 승미 학교에,
당신 그림자 찾아 안다녀본 데가 없어.
백성희 : (덜컥하는) ...
고평중 : 어제 은성엄마 산소에 갔는데 내 무덤이 없잖아? 뭔가 일이 잘못됐다 싶어 하늘이 노래졌는데,
(안도하는) 오늘이라도 만나 천만다행이야.
백성희 : (어떻게 해야 하나... 떨리는 손 벤치 부여잡고 버티는)
고평중 : 여보, 이제 집으로 좀 가자. 어디야? 동네가.
백성희 : (쿵!... 사색돼서 고평중 보는) 집으로 가자구요? (미치겠는) 집엘 어떻게 가? 당신 죽은 사람인데!
일은 혼자 저질러놓고 무작정 나보고 당신 데리고 집으로 가라구?
고평중 : (뜻밖의 반응에 놀라) 여보...
백성희 : (울듯) 당신, 당신이 어떤 짓을 했는지 알아? 당신이 날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아?
고평중 : (자기 입장에서 해석) 알아, 정말 미안해. (백성희 손잡으려면)
백성희 : (불에 덴 듯 놀라 손 빼는)
고평중 : (반응에 놀라 백성희 보면)
백성희 : (벌떡 일어서는, 일단 피하는) 은성 아빠, 나, 나 떨려서 더 못 있겠어.
(급하게 가방에서 지갑 꺼내 십 몇 만원 다 꺼내 내밀며) 내일... 아니 낼 모레 다시 만나.
고평중 : (따라 일어서는, 당황해) 조심해 들어가면, (하는데)
백성희 : (o.l, 불안과 두려움으로 짜증 폭발) 안 된다니까!
고평중 : (기세에 멈칫하면)
백성희 : 나도 생각 좀 해얄거 아냐! 어떻게 할 건지! (돈 벤치에 놓고) 낼 모레 10시 에 여기서 봐요. (얼른 뒤 돌아 빠르게 가는)
고평중 : (당황해) 여보!... (몇 걸음 따라가다 멈춰서는, 멍하니 보고 섰고)
S#4. 도로+백성희 차안
덜덜 떨며 운전하던 백성희, 길가에 차 끽 세운다.
백(E) : (기막힌) 살아 있었어?... (가슴 떨리는 듯 핸들에 얼굴 묻는)
S#5. 환 집 주방 (저녁)
저녁 먹는 할머니, 영란, 은성, 정, 환은 없다.
할머니 : 그래 오늘 첫 교육은 어땠냐?
은성 : 재밌었어요.
정 : (말도 안 된다는) 재밌었다구? 뭐가?
은성 : (멈칫했다가) 회사 차리기까지 할머니 고생했던 얘기도 그렇고,
처지 어려 웠던 직원들이 회사 들어와 자립한 사례들도 그렇고, 난 재밌었어.
할머니 : (흐뭇한) 또?
영란 : (그런 할머니 보는, 삐죽하고)
은성 : 직원 50프로는 싱글 맘을 우선 채용하는 원칙은 정말 의외였어요.
정 : 우리 회사에 그런 게 있었어?
할머니 : (쯧쯧 혀 차며) 그런 것도 모르면서 한때 점장 명찰 달았냐?
정 : 싱글 맘 위해서 회사 차린 건 나두 알아아- (뿌해서) 내가 달고 싶어 달았나? 할머니가 억지로 시켰으면서.
은성 : (분위기에 주눅 드는, 얼른 고개 숙이고 밥 먹는)
할머니 : 그래? 그럼 억지 아닌 자발적 계획으론 뭐 나오나 보마.
정 : 할머니 계획서 그거 진짜로 쓰라는 거였어?
할머니 : (어처구니없는) 할미 말은 다 씹어 뱉기로 작정했냐?
영란 : 어머니, 환이가 점장 때린 화가 그렇게 안 풀리세요? (투정처럼) 그게 언제 적 일인데요?
은성 : (때렸다는 말에 놀라 고개 드는)
환 : (들어오는, 주방 쪽 보다 자기 얘기에 멈칫 서는)
할머니 : (정색) 화가 아니라 실망이고, 계획서 내라는 말은 농담 아니라 명령이야!
영란 : (약간 추궁하듯) 아니 대체 얘들한테 계획서 받아서 뭐하실려구요?
할머니 : 어이 오영란이, 언제부터 내가 너한테 보고하는 사이가 됐냐?
영란 : 아니 어머니가 하두 황당하게, (하다 환 보는) 환아?
모두 : (환 쪽 보면)
영란 : (일어서며) 이리 와, 밥 먹자.
환 : 생각 없어! (사라지면)
영란 : (안타까워) 저 보세요, 애가 집에 통 맘을 못 붙이잖아요. 어머니가 좀 풀어주세요.
할머니 : (천연 덕) 어떻게 풀어주랴? 환이 앞에서 춤이라도 춰주까?
영란 : (벙해서 보는)
S#6. 2층 거실 (밤)
올라와서 환 방 앞으로 가는 은성, 노크하려고 손드는데 욕실에서 나오는 환.
환 : (보자마자 버럭) 딱따구리!
은성 : (흠칫 놀라 돌아보면)
환 : 너 뭐야? 왜 내 방 기웃거려!
은성 : (기분 상하지만 참고) 어머니가 내려와서 저녁 먹으래요.
환 : 못 들었어? 안 먹는다잖아!
은성 : (또 참으며) 내려와서 먹기 싫으면 방으로 갖다 줘요? 그렇게 물어보래요, 그쪽 어머니가.
환 : 가서 전해. 너 우리 집에 있는 한, 집에서 밥 안 먹는다구.
은성 : (모욕감에 뚝 굳어지는)
환 : 몰랐냐? 너 있어서 밥 먹기 싫은 거야, 집에서!
은성 : (화나는) 나도 이 집에서 살고 싶어서 사는 거 아니에요, 알아요?
환 : 살기 싫은데 왜 들어와? 안 산다고 가더니 왜 또 들어왔어!
은성 : 어쩔 수 없는 사정 있어서, (하는데)
환 : 아! 가출했는데 집하고 연락 끊어졌다는 그 말도 안 되는 사정?
은성 : (욱하지만 누르고) 그쪽이 아무리 나 싫어해도 나 이 집 못나가요.
댁한테 이런 취급 받으면서 이 집 못나가는 내 심정이 어떤지 알아요?
환 : 쑈하지 마, 안 통해.
은성 : (못 참고 오르는) 너 진짜 후지구나?
환 : 너 지금 뭐랬어!
은성 : 니가 뭔데 날 이렇게 막 대해? 나아, 우리 아빠 딸이야! (떨리는) 우리 아빠 딸이라구!
지금까지 울 아빠 딸로 부끄럽게 산적 없어!
환 : (기세에 주춤) 너 뭘 잘했다구,
은성 : (복받쳐서) 사람한테는! 말할 수 없는 사정이라는 게 있어, 알아? 말하고 싶고, 말해야 오해도 풀리지만
말하지 못하는 게 있다구! (눈물 어려) 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면서, 아무 것도 모르면서,
환 : (뭔지 모르지만 은성 진심 느껴진다. 당황해) 야!
은성 : 내 가방을 버렸다구? 진짜 버렸으면... 당신 진짜 나쁜 인간이야.
(눈물 가득한 채로 환 보며) 그 날, 그 날이 나한테 어떤 날인지 알면 나한테 이따위로 못해...
환 : (뭔가 아차 싶은, 당혹스럽게 은성 보는)
S#7. 승미집 거실 (밤)
창백한 얼굴로 들어오는 백성희. 승미, 초조한 얼굴로 소파에 앉았다가 일어나 달려온다.
승미 : 엄마, 얼굴이 왜 이렇게 백지장이야?
백성희 : (기운 없는) 엄마 좀 앉자. (소파로 가는데)
승미 : (지레 덜컥해서) 은성이가 싫대요? (두려움에 떨리는) 환이 오빠네한테 다 말해버린대?
백성희 : (돌아보는)
승미 : (겁에 질린 얼굴로 어느새 눈물 어려 엄마 보며) ...그런대?...
백성희 : (마음 아픈, 다가가며) 아이구 이 못난이... (승미 안아주며) 걱정 마, 은성이 암말도 안한대.
승미 : (포옹 풀며) 정말요?
백성희 : (다독이며) 그래, 너하구 모르는 사이로 해준다고 약속했어...
승미 : (후- 안도하는)
백성희 : (복잡한 마음으로 승미 보는)
S#8. 환 방 (밤)
탁자에 은성 가방 던지듯 탁 놓는 환.
환 : 좋아, 어디 니 정체 한번 보자! (가방 여는)
가방 속 물건들 있는 데로 꺼내는데... 아버지 구두 박스를 비롯, 은우 위한 퍼즐 박스와 피아노 연주 CD들,
화장품들과 악세사리, 장식품 등 온통 가족들과 친구들 선물들 예쁘게 포장돼 있다.
상식적인 가방 모습에서 벗어난 물건들 보고 멈칫하던 환, 가방 바닥에 있던 몇 권의 노트 꺼내 그 중 하나 펼쳐본다.
노트 속에 갖가지 한식과 서양 요리 레시피들 가득 적혀있다.
노트 위 공백에 ‘한식으로 세계를 정복하려면 세계! 그들의 입맛을 알아야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등의 구호들도 써있다.
환 : 뭐야, 요리하는 애였어?... (노트 닫고 다시 가방에 넣으려는데 노트 사이에서 삐죽 사진 보인다.
보면 고평중과 여고생 은성이 찍은 사진이다. 뒷면 보면 ‘2001년 *월 *일, 사랑하는 아빠 생신날에’ 쓰여 있다. 멈칫하는)
은성(E) : 거기에 울 아빠 생신 선물 들어있어! 오늘 울 아빠 생신이란 말야!
환 : (옆에 놨던 박스 열어보면 고급 남자 수제화 들어있다, 어? 방문 돌아보며) 완전 사기꾼은 아니었나보네...
(사진과 구두 번갈아 보는)
S#9. 은성 방 (밤)
침대에 앉아서 생각에 잠겨있는 은성.
백(E) : 승미가 얼마나 그 사람 좋아하는지는 너도 알거야.
은성 : (기막혀) 승미 완전 헛똑똑이, 저런 인간을 좋아하냐...
E 쿵쿵 문 두드리는 소리.
은성 : (? 일어나 문으로 가며) 네- (문 열면)
환 : (은성 앞에 백만원 수표 얹어있는 가방 툭 던져놓고 돌아서는)
은성 : (보면 자기 가방이다. 어? 놀라는)
S#10. 2층 거실 (밤)
3층에서 내려오는 환, 자기 방으로 가려는데 은성, 수표 들고 다다다 뛰어내려온다.
은성 : 저기요! 이거 뭐에요? (수표 내미는)
환 : (힐긋 돌아보며) 술값하고 핸드폰 값.
은성 : (얘 왜 이래? 어리둥절해 환 보면)
환 : (다시 가려는데)
은성 : (얼른) 이 돈은 그쪽 가방 찾으면 받을게요.
환 : (멈칫) 내 가방을 찾는다구?
은성 : 아직 확인은 못했지만, 찾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찾으면 그때 받을게요. (돈 내미는)
환 : (이건 또 뭐야? 영문 몰라 보는)
S#11. 은성 방 (밤)
바닥에 앉아서 아버지 구두 박스 여는 은성, 떨리는 손으로 구두 꺼내든다. ‘아빠...’ 하며 구두 가슴에 안는 은성.
S#12. 공원 (밤)
벤치에 앉아 하늘 보며 은성 은우 그리워하고 있는 고평중.
고평중 : (눈물 어려, E) 은성아 이 자식아... 애비 좀 기다려주지, 그 새 떠나버렸냐...
S#13. 진성 본사 옆 (다음 날, 아침)
건물 옆 모퉁이에서 승미 기다리고 있는 은성. 승미, 주위 의식하며 온다.
은성 : 왔어?
승미 : (찔린 게 있어서 더 어색한) 어... 근데 무슨 일이야?
은성 : 어 저기, 그때 나 집 나오면서 두고 나온 내 물건들하고 아버지 유품, 혹시 버렸니?
승미 : (잠시 망설이다가) 아니, 집에 있어.
은성 : (반색하는) 아 다행이다... (안도하며) 니네 방 한 칸이라 좁다고 버렸으면 어쩌나 했는데.
승미 : (찔리지만) 그걸 어떻게 버려?...
은성 : 그럼 주소 좀 알려줘, 내가 있다가 가지러 갈게.
승미 : (놀라) 주소?
은성 : 어디로 이사했어?
승미 : (당황해) 어, 그게... (일단 둘러대는) 골목 복잡해서 찾기 힘들어. (하다) 오늘 저녁엔 약속도 있구.
(얼른) 나중에 보내줄게. (미안한 듯) 너 사는데 아니까...
은성 : 그럼, 낼 출근할 때 내가 뉴욕에서 가지고 온 가방만 먼저 갖다 줄래? 급해서 그래.
승미 : (환 가방이구나, 멈칫 보는)
S#14. 진성 본사 회의실
‘주) 진성 바로 알기’ 플랜카드 걸려있고 할머니, 단상에서 사장님 말씀하고 있다.
단상 양 옆으로 박변을 비롯한 이사진들 앉아있고 은성과 승미, 신입 직원들과 함께 앉아서 할머니 얘기 듣고 있다.
정장 등으로 차려입은 신입들 사이에서 은성만 티셔츠 류의 초라한 옷차림이다.
할머니 : 음식은 생명이고, 우린 생명을 나누는 사람들이에요. 파는 게 아니라, 나누 는 겁니다?
돈 받고 설렁탕 팔면서 나누긴 개뿔 뭘 나누냐고?
직원들 : (가볍게 웃음 터지고)
할머니 : 그게 왠고 하니... 안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거든. 고객이 설렁탕 먹으면서 돈을 내면, 그 돈은 우리 직원들에게
삶을 주잖아. 그러니 고객과 서로 더불어 사는 거지. (은성 보다가 은성 옷차림에 시선 머무는)
은성 : (마음에 와 닿는 듯 끄덕이는)
할머니 : (은성 거쳐 잘 차려입은 직원들 둘러보다 승미 보는)
승미 : (보일 듯 말듯 목례하는)
할머니 : (작게 미소로 답하고 말 계속하는) 그러니 여러분은 고객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잃지 말고
이 회사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기 바랍니다.
은성 : (직원들과 함께 진심 담아 박수치는)
S#15. 사장실
은성에게 돈 봉투 내미는 할머니.
할머니 : 퇴근길에 백화점 들러 옷 몇 벌하고 구두하고 좀 사갖고 들어와.
은성 : (놀라) 아니에요, 할머니.
할머니 : 이제 사회생활 시작이야. 맨날 티 쪼가리에 그 단벌 운동화로 버틸려고?
은성 : 저 돈 남은 거 있어요.
할머니 : 할미 팔 아퍼! 얼른 받어.
은성 : (어쩔 수 없이 받는)
S#16. 본점 매장
아직 한가한 매장. 긴장한 얼굴로 들어오는 은성.
수재, 빈 그릇 치우다가 ‘어서 오세요’ 인사한다.
은성 : (얼른 다가가 꾸벅 인사하며) 안녕하세요? 수습사원 고은성입니다.
수재 : 아- 수습? (반기며) 얘기 들었어요, 들었어. 잠깐만요... (카운터로 가서) 점장님, (신난) 수습, 수습 왔어요.
점장 : (보고 일어나서 다가오는)
수재 : 점장님이에요. 점장님, 이쪽은 고은성씨.
은성 : (꾸벅 인사하며) 고은성입니다.
점장 : (웃으며) 이준형 점장입니다. (악수 청하며) 잘해봅시다.
은성 : (악수하며) 열심히 하겠습니다.
수재 : (으쓱 가르치듯) 열심히 하는 건 소용없어요, 잘해야지.
은성 : 네, 잘하도록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점장 : 오늘 첫날이니까 매뉴얼 숙지부터 하죠. 수재씨, 탈의실 안내해 줘요.
수재 : 옙! 이리 와요.
은성 : (매장 둘러보며 따라 가고)
S#17. 환 집 거실
백성희 맞이해서 소파로 오는 영란.
영란 : (앉으며) 어떻게 된 거야? 너 어제 회사까지 왔다가 서류 안내고 갔다며?
백성희 : (가방과 핸드폰 옆에 놓고 앉는) 어, 안 그래도 그 얘기하려고 왔어.
영란 : 왜, 무슨 일 있었어?
백성희 : (웃으며) 영란아, 난 왜 이렇게 생각이 짧니? 그저 괜찮다는 니 말에 계속 가맹점 할 생각을 했으니 말이야.
영란 : 얘 그게 왜 생각이 짧은 거야? 내가 괜찮다고 했잖아.
백성희 : 아무리 생각해 봐도, 딸이 다니는 회사 가맹점 하는 건 아니드라.
가맹점 하다 무슨 일이라도 생겨봐, 승미나 너나 얼마나 불편하겠어?
영란 : 아우 얘 생기긴 무슨 일이 생긴다구?
백성희 : (슬쩍) 더구나 승미가 나한테 말도 안하고 느이 회사 들어가는 거 보니까...
환이하고 둘 사이에 뭔가 있는 거 같기도 하고.
영란 : (반색하는) 어머 그래? 안 그래도 승미가 왜 갑자기 대학원 관두고 우리 회살 들어오나 했드니...
암튼 너 생각 깊은 건 내가 못 따라가.
백성희 : 생각이 짧았던거라니까?
영란 : 그래서 정말 우리 회사 가맹점 안할려구?
백성희 : 응, 그냥 다른 거 알아볼려구.
영란 : 다른 거? 얘, 너 니 남편이 우리 회사 가맹점이라서 겨우 일하는 거 허락했다며?
백성희 : (얼른 웃으며 둘러대는) 또 떼써야지 뭐, 일하고 싶다구.
영란 : 근데 느이 남편 베트남 어디에서 무슨 공사 맡은 거야? 몇 년 걸린다면 꽤 큰 프로젝튼데,
작은 건설업 한다면서 그런 걸 어떻게 땄대니?
백성희 : (둘러대는) 그런 큰 공사는 아니구, 이번 기회에 베트남 쪽에 진출해 본다고 간 거야. 요새 국내 경기 엉망이잖아.
영란 : 근데 너 참 니 남편 얘기 안하드라?
백성희 : (당황했다가) 니가 승미 아빠 안본 것도 아닌데, 얘기하기 그래. (씁쓸한 척) 너같이 일부종사한 여자가 내 맘 알겠니?...
영란 : 뭐 어때? 친구 사이에.
백성희 : (화제 돌리는) 참, 환이 미국 안 간다며?
S#18. 골프 연습장
골프 연습하고 있는 환과 영석.
환, 딱딱 시원하게 치는 반면 영석, 번번이 헛스윙이다.
영석 : 아! 오늘 따라 공이 안 맞냐? (채 놓는)
환 : (다시 자세 잡으며) 승미 보다 못 치냐, 사내자식이. 가르친 보람이 없어. (다시 딱 치고)
영석 : (환 쪽으로 오며) 대체 승미는 너한테 뭐냐?
환 : (힐긋 보면)
영석 : 애인? 친구? 너 설마 여동생이라곤 하지 마라.
환 : (대꾸 없이 다시 딱 치는)
영석 : 너 그러다 승미씨한테 엮여 결혼도 하겠다?
환 : (다시 자세 잡으며) 못할 거 있냐?
영석 : (뜻밖인 듯 보는데)
환 : (채 놓고 연습장 둘러보며) 골프 연습장도 괜찮겠는데...
영석 : 뭘 그렇게 머릴 싸매고 있냐? 너답지 않게.
환 : 계획서를 내라잖아.
영석 : 니 땅 있잖아? 그거 팔아서 사업해!
환 : (영석 머리 탁 때리며) 할머니 허락 없이 파냐? (둘러보는)
S#19. 본점 앞
일 끝나고 나오는 은성. 준세, 형진 차 옆에 서서 기다리고 있다가 손든다.
은성 : (뜻밖인) 오빠 웬일이에요?
준세 : 첫 출근 축하하러!
은성 : (보며) 빈손인데요? 차 안에 뭐 있나?
준세 : 세상에서 젤 어려운 일이 여자 선물 사는 일이랜다. 뭐 믿고 무턱대고 사? 본전도 못 찾을려구?
은성 : (피- 웃고)
S#20. 진성 본사 앞
근무 끝나고 나오는 승미. 환, 차 대놓고 기다리고 있다가 경적 빵- 울린다.
환 보고 활짝 웃으며 뛰어오는 승미.
S#21. 동대문 시장 일각
걸어오는 준세와 은성.
준세 : 백화점 가자니까, (궁금한) 여기서 꼭 사야 한다는 게 뭐야?
은성 : 여기도 구두 예쁜 거 많아요.
준세 : 구두? 구두를 여기서 산다구?
은성 : 요새 시장 제품 품질이 얼마나 좋은데요? 값은 훨씬 싸구.
준세 : (말리는) 은성아, 그러지 말고, (하는데)
은성 : (구두 전문 상가 보며) 저기다!
S#22. 청담동 명품 매장
매장 둘러보는 환과 승미, 몽타주의 느낌으로...
슈트 골라 환에게 대보기도 하고, 모자 씌워보기도 하면서 즐거운 둘.
<시간경과>
새 슈트 입고 거울 앞에 서서 둘러보는 환.
승미 : 멋있다. (만족스런) 역시 오빠 옷은 내가 잘 골라.
환 : (피식 웃고 거울 보는) 괜찮네.
승미 : 오빠 검정색 잘 어울리니까... (들고 있던 셔츠 대보는데)
환 : 건 됐구... (몇 걸음 둘러보다 원피스 가리키며) 이거 니 스타일이다.
승미 : 나?
환 : 꼬맹이 취직했는데 오빠가 쏴줘야지. (행거에서 빼서 내미는) 입어 봐.
승미 : 됐어, 크리스마스 때 코트랑 가방 사줬잖아.
환 : 그게 언젠데, (하다 가방 하나 집어 들며) 같이 들면 괜찮겠네.
승미 : 됐다니까 가방까지, 오빠 왜 그래...
환 : (손짓으로 직원 부르며) 사줄 때 받어.
승미 : (무심함에 서운한) 내가 오빠한테 받고 싶고 하고 싶은 건 이런 거 아냐.
환 : (직원 쪽 보며 무심한) 알았어, 더 골라.
승미 : (기막혀 보는데)
직원 : (다가오면)
환 : (가방 가리키며) 이거하고, (원피스 내밀며) 얘 사이즈 알지?
승미 : (맘 몰라주는 환 시무룩해서 보는)
S#23. 동대문 시장 일각
구두 매장 양 발에 다른 구두 한 짝씩 신고 거울 보는 은성. 준세, 맘 안 좋은 얼굴로 보고 있다.
직원, 신발 진열대 안에 서있고.
은성 : (갸웃하며) 어떤 걸로 하지?... 아- 갈등되네...
준세 : 두 개 다 사. (얼마나 한다고)
은성 : (무슨? 준세 보는, 한쪽 구두 벗어 직원에게 보이며) 이걸로 주세요.
직원 : 잠시만요, (새 구두 찾고)
은성 : (지갑 꺼내드는)
준세 : (얼른 잡으며) 임마! 내가 사준다니까.
은성 : 이거, 할머니가 사주시는 거예요.
준세 : (황당한) 뭐?
은성 : (타박하듯) 오빠가 사주는 거면 내가 같이 왔겠어요?
준세 : (기막혀) 너 분명히 취직선물 산다고 나 여기로 끌고 왔다?
은성 : 오빠도 형편 안 좋으면서? 은우 전단지도 해주고 핸드폰도 해주고, 뭘 또 사줘요?
(지갑에서 10만원 수표 꺼내 내밀며) 여기요.
준세 : (멈칫하는, 거짓말한 죄로 더 말 못하는, 속상해서 보고)
S#24. 한강 둔치
좀 전에 산 옷차림으로 돗자리 깔아놓고 앉아서 김밥에 사발면 먹는 환과 승미.
둘 옷차림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부조화다.
환 : (황당한) 넌 뭐 이런데서 이런 걸 먹고 싶어?
승미 : (먹으며) 꼭 한번 이런 데서 오빠랑 사발면 먹고 싶었어.
환 : (사발면 젓기만 할뿐 안 먹는) 구질구질... (하다) 받고 싶은 거 따로 있다며? 뭐야? 사주께.
승미 : (멈칫 보는)
환 : 사줄께, 뭐야?
승미 : (보다가 말 돌리는) 할머니가 시킨 계획서는 썼어?
환 : 아직.
승미 : 회사 일 배우는 게 그렇게 싫어? 할머니 돌아가시면 어차피 오빠가 물려받아야 하잖아.
환 : (멈칫했다가) 팔아치워 다른 거 할 거야.
승미 : (먹다가 멈추고 보는) 설렁탕 파는 게 그렇게 싫어?
환 : (먹으며) 싫어.
승미 : 왜 그렇게 싫은데? 오빠 아버지가 할머니랑 일군 회사잖아.
환 : (순간 심각해지는) 아버지 생각나서 싫어.
승미 : (처음 듣는 얘기다. 놀라) 아버지 생각나서 싫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환 : (더 말할 수 없다) 뿔어, 먹어. (먹는)
승미 : (다시 먹으려다 궁금한) 아버지 사고 생각나서 그래?
환 : (멈칫했다가 말 돌리는) 우리 집에 들어온 애, 걔 완전 사기꾼은 아니더라. 가족사진 봤거든.
승미 : (은성 얘기에 놀라) 가족사진? (덜컥하는) 어떤, 무슨 사진?
환 : 지 아빠랑 찍은 사진인데, 가출해서 막 사는 앤 아닌 거 같드라구. 기집애가 무슨 사연이 있으면 진작 말을 하든지!...
(다시 먹는)
승미 : (쿵!... 불안해서 환 보는)
S#25. 동대문 시장 일각
포장마차 곱창 볶음 등 파는 포장마차에 앉아서 곱창 볶음 먹고 있는 은성과 준세.
은성 : 이 집, 아빠랑 처음 소주 마신 집이에요.
준세 : (멈칫 보면)
은성 : 울 아빠 자수성가 하셨거든요? 스무 살에 서울 올라와 (둘러보며) 여기 어디드라?
여기에서 처음 공사장 막노동으로 건설 일 시작하셨대요.
준세 : (찡한, 같이 둘러보며) 그러셨구나...
은성 : 고등학교 졸업하고 아빠가 여기 데려와서 술 가르쳐줬어요, (메이는) 곱창볶음 안주로 해서...
준세 : 그래서 기어이 이 집서 곱창볶음 먹자 그랬구나, 아빠 생각나서... (짠해서 보는)
은성 : (추스르며) 멀리 갈 시간도 없구요, 대리점 문 닫기 전에 빨리 가봐야 돼요.
준세 : 대리점?
은성 : 새벽에 우유 배달 좀 하려구요, 아침에 구인 광고 봤거든요.
준세 : (놀라) 배달을 한다구?
은성 : 빨리 돈 벌어서 혜리한테 빌린 방값 갚아야죠.
준세 : 방값이야 월급 타서 갚으면 되지. 매장에서도 종일 서 있어야 되는데 새벽에 무슨 배달까지 해?
은성 : 은우 곧 찾을 텐데 그럼 월급 받아서 돈 갚기 힘들어요. (먹는)
준세 : (맘 아파 보는)
S#26. 할머니 방 (밤)
앉아있는 할머니 앞에 돈 봉투 밀어놓는 은성, 옆에 구두 쇼핑백 놓여있다.
할머니 : 뭐냐 이게?
은성 : 구두 사고 남은 돈이에요. 할머니 시키신 대로 (쇼핑백 앞으로 보이며) 구두 샀어요.
할머니 : 내가 꼴랑 구두 한 켤레 사라고 했냐?
은성 : 이거면 충분해요. 사실 구두도 할머니 섭섭해 하실까봐 산거에요... (웃으며) 필요하기도 했지만.
할머니 : (신통한 듯 보다가) 잔말 말고 넣어둬.
은성 : (난처한) 할머니 저 진짜 이거 못 받아요.
할머니 : 너한테 사약 받으랬냐? 이거 돈이야, 돈! 돈을 왜 못 받어?
은성 : (울상으로) 제가 할머니한테 어떻게 돈까지 받아요? 취직 시켜 주시고 은우도 찾아주시는데...
그것만으로도 저 정말 할머니 은혜 못 잊어요.
할머니 : (찡한) 내가 더 큰 신세졌어, 너한테. 잊었냐?
은성 : 뭐가요? 남은 만둣국만 줄창 드렸는데.
할머니 : (타박처럼) 만둣국만 줬냐? (애잔한) 설렁탕도 주고 고등어도 구워주고 병원비도 내주고 그랬지, 니 형편에...
은성 : (멋쩍어) 그 덕에 지금 공짜로 먹고 자고 하잖아요.
할머니 : (다시 집어 내밀며) 할미가 주는 용돈으로 생각하고 받아 둬.
은성 : 아우 진짜 할머니이- (하다 얼른 쇼핑백 들고 일어서며) 저 피곤해 쉴래요, 안녕히 주무세요! (후다닥 뛰어 나가는)
할머니 : 저 저!... (하다 돈 봉투 보는, 다시 문 쪽 쳐다보고)
S#27. 승미 집 거실 (밤)
평상복 차림으로 차 키 들고 밖에서 들어오는 백성희.
백성희 : (낭패스런) 차에도 없고 핸드폰이 어디 간 거야... (하다 퍼뜩 생각나는, 소파로 가서 거실 수화기 집어드는)
S#28. 환 집 거실/승미 집 거실 (밤)
소파 밑에서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 티비 보고 있던 영란, 벨소리 나자 소리 찾아 기웃한다.
영란 : (소파 밑에서 핸드폰 집어 들며) 이게 누구 거야? (받는) 여보세요?
백성희 : (맞구나) 영란이니? (안심하는) 내 핸드폰 거기 두고 왔구나!
S#29. 승미 집 구석방 (밤)
먼지 쌓인 환 가방에 달린 선우환 적힌 네임텍 보며 쪼그리고 앉아있는 승미. 기막힌 우연에 멍한 기분이다.
S#30. 준세 집 (밤)
소파에 앉아서 핸드폰하고 있는 준세. 형진, 막 문 열고 들어선다.
준세 : 내일부터 하기로 했어? (타박하듯) 진짜 은성이 니 고집 못 말린다.
형진 : (은성이란 말에 어? 갸웃하며 다가오는)
준세 : 그래 알았어. 조심해서 하고, 일찍 자라... 그래... (끊는데)
형진 : (얼른 소파에 와서 앉으며) 형, 방금 통화한 은성이가 혹시 그 은성이야?
준세 : (흠칫 놀랐다가 보는, 망설임 없이) 그래.
형진 : (눈 커지는) 그 은성이라구? (벙한) 아니 형, 은성이하구 연락하고 있었어? 어떻게? 언제부터?
준세 : 우연히 다시 만났어.
형진 : 언제, 아니 근데 왜 나한텐 말 안했어?
준세 : 너한테 왜 말해야 되는데? 자식아, 너 은성이한테 어떻게 했는지 잊었냐?
형진 : (머쓱해져서) 아니 그때는... (얼른 변명하는) 형, 난 은성이랑 아무 사이 아니었어?
준세 : 그럼 됐네. (일어서는)
형진 : (따라 일어서는, 호기심에) 형 혹시 은성이랑 사귀는 거야?
준세 : (멈칫 서는) 왜, 그럼 안 되냐?
형진 : (더 놀라는) 진짜 사겨?
준세 : (마음 복잡한) 아냐 임마... (자기 침실 쪽으로 가려는데)
형진 : (긴가민가하지만) 형 조심해라!
준세 : (돌아보며) 뭘 조심해?
형진 : 걔 지금 완전 개털이잖아. 형한테 돈 빌려달란 말 안해?
준세 : (욱해서) 은성이가 너 같은 줄 아냐? (하다) 내가 뭐 볼게 있어서 돈을 빌려 달래!
형진 : 형이 왜 볼게 없어? 레스토랑 사장에,
준세 : (o.l) 니가 레스토랑 사장이고, 난 여기 니 집에 얹혀사는 거라며!
형진 : (어? 했다가) 은성이 아직도 그렇게 알아?
준세 : (화나는) 니 그 거짓말 때문에 임마! 내가 은성이한테 얼마나 미안한줄 알어?
형진 : (퍼뜩 생각난) 형 그래서 요새 툭하면 형 차 안 쓰고 내 차 빌렸구나?
준세 : 사람 오도가도 못 하게 만들고 자식이... (쏘아보고)
S#31. 환 동네 일각 (다음날, 새벽)
우유와 은우 전단지 담은 손수레 끌고 배달하는 은성,
주소 적힌 쪽지 보며 집 확인하고 배달 봉지에 우유와 은우 전단지 한 장 같이 넣는다.
S#32. 환 집 주방
식탁에 아침 차리고 있는 표집사. 영란, 백성희 핸드폰과 메모지 들고 들어온다.
영란 : 표집사, 아침 다 됐으면 심부름 좀 갖다 와.
표집사 : (반찬 놓다가 심부름이란 말에 딱 멈추는)
영란 : (눈치 못 채고) 이거 승미 엄마가 두고 간 핸드폰인데, 좀 갖다 주고 와.
표집사 : (바로) 싫습니다.
영란 : (벙해서) 뭐? 표집사 방금 뭐랬어?
표집사 : (흔들림 없는) 싫다고 했습니다.
영란 : (황당하고 오르는) 아니 싫다니? 내가 시키는데 감히 싫다고 했어, 지금?
표집사 : (자존심 상해 한걸음 다가서며) 전, 여사님께 고용된 사람 아닙니다.
영란 : (기세에 눈 커지며 한걸음 물러서는)
표집사 : (똑바로 쳐다보며) 장숙자 사장님, 그분께 고용된 사람입니다.
영란 : (너무 정색하고 다가오는 표집사에 눌려) 왜, 왜 이래?
표집사 : (감정 감추고) 고로 전... 여사님 심부름꾼이 아닙니다.
영란 : (평소와 뭔가 다른 분위기에 당황해) 그래서 안 간다구?
표집사 : 안갑니다. (어쩔 거야? 강하게 쏘아보는)
영란 : (기에 눌려) 어머 어머...
은성 : (배달 마치고 들어오다 주방 쪽 보는) 안녕히 주무셨어요?
영란 : (소리에 돌아보는, 얼른 은성 부르는) 얘 얘! (표집사에게) 됐어! 싫음 말어!
S#33. 거실
서있는 은성. 영란, 후다닥 달려 나온다.
은성 : 부르셨어요?
영란 : 너 심부름 좀 해라. (핸드폰과 메모지 내밀며) 이거 여기로 갖다 줘.
은성 : (얼결에 받으며) 네...
영란 : 일 있어 나간다니까, 길 어긋나기 전에 지금, (하는데)
표집사 : (주방에서 나오며) 은성 양, 아침 먹고 가요.
영란 : 지금 가! 아침 한 끼 안 먹음 죽어?
표집사 : (안 된다는) 여사님.
영란 : 그럼 표집사가 갈래?
은성 : (분위기에 얼른) 아뇨, 제가 갈게요. 옷만 갈아입고 바로 갈게요. (2층 쪽으로 가는, 허기지는 듯 배 만지고)
표집사 : (안타깝게 영란 쳐다보는)
S#34 주방
식탁에서 식사하고 있는 할머니, 영란, 정, 표집사.
할머니 : 은성이는 왜 안 내려와?
영란 : 제가 심부름 좀 시켰어요.
할머니 : 아침도 안 먹고 어딜?
표집사 : (불똥 튀겠구나, 걱정스럽게 영란 보는데)
영란 : 승미네 집에요. 어제 승미 엄마 왔다가 핸드폰 두고 갔거든요.
할머니 : 뭐? (수저 탁 내려놓으며) 그걸 왜 은성일 시켜?
영란 : 네?
할머니 : 친구한테 생색내고 싶음 니가 갈 일이지 왜 은성이한테 시켜?
정 : 할머니, 엄마가 걔한테 그 정도도 못시켜?
할머니 : (역정 내는) 뭐 급한 일이라고 아침도 못 먹고 나가게 만드냔 말야!
영란 : (서운한) 아침이야 나가서 먹음 되죠. 아니 우리 집에 들어와 팔자 늘어진 애 심부름 좀 시킨 게 그렇게 잘못이에요?
할머니 : 매장서 종일 서서 일하는 게 팔자 늘어진 게냐?
정 : (뿌해서) 할머니 덕에 월급 받고 생활비 한 푼 안내고, 팔자 늘어졌지.
할머니 : 그러는 넌 생활비 한 푼이라도 보태 봤어?
정 : (황당한) 할머니!
영란 : (말도 안 된다는) 어머니, 우리 집이 생활비 보태야 되는 형편이에요?
할머니 : 그럴 형편 아닌데 은성인 왜 들먹거려? 은성이 우리 가족으로 대하란 말 잊었냐?
영란 : (속상한) 걔가 어떻게 가족이에요? 저희가 얼마나 불편한데요.
할머니 : 은성이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불편해? 뭐가 불편해!
정 : 걔가 우리 집에 산다는 자체가 불편해! 싫어!
표집사 : (말리는) 정아.
할머니 : (기막힌) 이틀에 한번 꼴로 모녀가 짝짜꿍으로 맛사지에 쇼핑에!
하두 피곤에 지치셔서 쓰러져 자기 일쑤인 것들이 불편해?
영란 : 이틀에 한번은 아니에요, 어머니!
정 : (동시에) 이틀에 한번은 아냐, 할머니!
둘 : (해놓고 서로 쳐다보는)
표집사 : (못 말린다. 후... 옆으로 한숨 내쉬면)
할머니 : (탄식처럼) 내가 이렇게 눈이 어두었구나...
정 : (자기들 말 동조로 생각) 진짜 이틀에 한번은 아니었다니까?
영란 : (내친김에 투정) 어머니 요새 정말 너무하세요. 환이한테 통 곁도 안 주시고, 환이 성질 하루 이틀 겪은 거 아니시면서,
환이이, 지 아빠 죽는 거 눈 앞에서 본 애에요.
할머니 : (졌다) 아이구... (일어나서 나가는)
S#35. 승미 집 안방
긴장한 얼굴로 옷장에서 옷 고르는 백성희, 화려한 옷 꺼내들고 돌아서다 멈춘다.
다시 돌아서 옷 걸고 수수한 다른 옷 꺼내드는 백성희.
S#36. 승미네 아파트 일각
주소 적힌 쪽지 보고 동 찾으며 걸어오는 은성.
S#37. 승미 집 거실
시계 보며 서둘러 현관문 열고 나가는 백성희.
S#38. 승미 아파트 앞
보안 게이트 앞에서 주소에 적힌 호수 찍고 있는 은성. 주민, 안에서 나오면서 게이트 열린다.
막 호출 버튼 누르려던 은성, 열린 게이트 보고 들어간다.
S#39. 엘리베이터 안/ 1층 엘리베이터 앞 (커트 백)
-엘리베이터에 타는 백성희.
-1층 엘리베이터 앞. 올라가는 버튼 누르는 은성, 올려다보면 엘리베이터 내려오고 있다.
-엘리베이터 안. 서있는 백성희, 긴장한 얼굴이다.
백(E) : 낼 모레 10시에 여기서 봐요.
-1층 엘리베이터 앞. 은성, 막 1층 알리는 전광판 보는데 서지 않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지하 1층 엘리베이터 앞. 내리는 백성희, 주차장으로 간다.
S#40. 승미집 거실
환 가방 들고 착잡한 얼굴로 현관으로 가는 승미. 막 신발 신는데 현관 벨 울린다.
승미 : (문 열며) 엄마 뭐 두고 갔어? (하다 은성 보고 헉! 놀라는)
은성 : (놀라 눈 커져) 승미야...
승미 : (당황해) 은성...아...
은성 : (아직 영문 몰라) 승미야, 니가 왜 여기 있어? 여기, (메모지 다시 보려다가 승미가 들고 있는 가방에 시선 가는,
뚝 굳어지는, 다시 승미 보며) 여기... 너네 집이니?
승미 : (당황해 말 못하고 어쩔 줄 모르는) ...
<프래쉬 컷- 1회 28씬에서... ‘겨우 방 한 칸 얻을 돈 남았어’ 하던 백성희>
은성 : (승미 사이로 번듯한 집안 내부 쳐다보는)
승미 : (당황해 같이 집 돌아보고, 은성 보는데)
은성 : (기막힌 듯 승미 보는, 백성희 핸드폰 현관 옆에 놓고 확 가버리는)
환(E) : 무슨 사연이 있으면 진작 말을 하든지!...
승미 : (쿵... 하는, 얼른 쫓아 나가고)
S#41. 아파트 앞
배신감에 입술 깨물고 앞서 걷는 은성.
가방 든 승미, 집 들키고 어쩔 줄 몰라 불안한 얼굴로 몇 걸음 뒤에서 따라 온다.
승미 : (이대로 보내면 안 된다. 절박하게 보다가) 은성아!
은성 : (멈칫 서는)
승미 : (얼른 가까이 다가가서) 우리 아빠가 남겨 준거야.
은성 : (돌아보는, 아직 의혹에) 니네 아빠?
승미 : (작정하고 둘러대는) 아빠가 돌아가시면서 나 결혼할 때 주라고 남기신 게 있었대. 꼭 결혼할 때 주라고
고모한테 맡기신 건데, 우리 처지 어렵게 된 거 알고 고모가 미리 주셨어. 그 돈으로 이 아파트 얻은 거야.
은성 : (뜻밖의 말에 놀라는)
승미 : (미안한 듯) 그 돈 받자마자 너 찾았던 거야. 그러니까... 오해하지 마.
은성 : (찾았던 건 분명하다. 속아 넘어가는) ...그랬구나...
승미 : 미리 알았으면, 엄마도 너희 내보내는 일 절대 하지 않았을거야... 미안해...
은성 : 아냐, 니가 미안할 일은 아니지...
승미 : (아직 불안한) 엄마도 정말 후회 많이 했어.
은성 : (끄덕이며) 그래, 알아... (가방 보는)
승미 : (가방 내밀며 두려움 담긴) 환이 오빠한테 그 가방... 어디서 찾았다고 할 거야?
은성 : (승미 마음 느끼는, 가방 받으며 좋게) 걱정 마, 너한테 받았다고 안 해. 너나 나 우연히 라도 만나면 모른 척 잘해.
승미 : (울컥 찔린다. 눈물 어려) 미안해...
은성 : (미소로) 갈게. (걸어가고)
승미 : (긴장 탁 풀린다. 스스로 기막힌) 아버지 유산? (스스로 기막힌) 유승미...
S#42. 은행
현금 세는 기계에서 좌르르 쏟아지는 만원권. 백성희, 창구 앞에 서서 긴장한 얼굴로 보고 있다.
S#43. 공원
초조한 얼굴로 왔다갔다 서성이고 있는 고평중.
선글라스 낀 백성희, 저만치서 다가오다 멈춰 서서 고평중 본다.
돌아서다 백성희 보는 고평중, 반가운 얼굴로 한걸음 다가온다.
백성희 : (마음 다졌다. 천천히 다가가는)
고평중 : 여보!
백성희 : (이틀 전과 완전히 다른, 차분한) 앉아요. (벤치에 앉는)
고평중 : (앉으며) 그래, 맘 좀 진정 됐어? (마음 급한) 승미한테는 내 얘기했어? 은성이한테는 혹시 연락 왔어?
백성희 : 승미한테 말 안했고, 은성이한테는 연락 없었어.
고평중 : (뭔가 이상한 기색에) 여보...
백성희 : (후- 한숨 내쉬고 가방에서 만원다발 다섯 개 들어있는 작은 가방 꺼내 내밀며) 받아요.
고평중 : 이게 뭐야?
백성희 : 돈이야. 당신 이거 갖고 어디 지방에 가 있어.
고평중 : (놀라) 지방에 가 있으라니?
백성희 : (처음엔 달래는) 당신 살아있는 거 알려지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당신은 보험 사기로 전과자 되는 거고,
받은 보험금은 다 토해내야 돼! 그럼 나는 둘째 치고 은성이 은우는 어쩔 거야?
고평중 : (당황해) 조심하면 되지, 그렇다고 나 혼자 지방 어디 가서 살아?
백성희 : (벌떡 일어서며) 나 당신 때문에 하루하루 조마조마하게 못 살아. 남편 죽고 딸하고 둘이 사는 거 알사람 다 아는데
당신을 들여? 뭐라고 하고 들여? 애인이라고 해? 아님 그새 또 재혼했다고 할까?
고평중 : (따라 일어서는, 아직 상황 파악 못했다) 이사를 하면 되잖아!
백성희 : (기막힌 듯) 내가 왜 이사까지 하면서 당신을 거둬야 해?
고평중 : 뭐?
백성희 : 당신 죽은 사람 되기로 결정할 때 나한테 물어봤어? 아니 부도나기 전에 한마디라도 했어?
우리 부도나는 거냐고 내가 물어봤을 때, (하는데)
고평중 : (이상한 기색 느끼는) 잠깐, 잠깐만!
백성희 : (말 멈추면)
고평중 : (굳어서) 당신... 그거 벗어봐, 벗고 나 좀 봐.
백성희 : (멈칫하면)
고평중 : (버럭) 벗어! 그거 벗고 나 보면서 말해! 얼굴 보이고 말하라구!
백성희 : (보다가 선글라스 천천히 벗는, 고평중 똑바로 보고)
고평중 : ...말해. 이런 저런 핑계 대지 말고 당신 진심, 당신이 하고 싶은 말 해!
백성희 : (보다가) 나... 당신 못 받아들여. 아니 안 받아들여.
고평중 : (쿵!...)
백성희 : (기막히다는) 당신은 그럼, 죽었다 살아와서 우리랑 살려고 했어? 내가 당신 받아들일 줄 알았어?
고평중 : (버럭) 그래! 당신 믿었으니까!
백성희 : (같이 해대는) 나도 당신 믿었어!
고평중 : (멈칫하면)
백성희 : (차게) 당신 결혼할 때 나한테 뭐라고 약속했어? 평생 돈 걱정 안 시킨다고,
절대 비루하게, 남 눈치 보며 살게 안한다고 약속 안했어?
고평중 : (기막힌) 일부러 안 지킨 거야?
백성희 : 일부러건 아니건 나한텐 안 지켰다는 게 중요해! 겨우 7년, 겨우 7년 만에 나 이런 꼴로 만들 줄 알았으면...
(일침 놓는) 당신하고, 절대 재혼 안했어!
고평중 : (충격) !
백성희 : 그래놓고... 죽은 사람으로 나타나 보살펴 달라구?
고평중 : (배신감에 떨리는) 당신...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 어떻게 이럴 수 있어! (피 토하듯) 내가 누구 땜에 그런 짓까지 했는데!
죽은 사람 돼서까지 당신하고 애들 살리고 싶었는데!
백성희 : 나 끼워 넣지 마! 은성이 은우 때문이지! 내 핑계대지 마.
고평중 : (기막혀 눈물 어리는) 하...
백성희 : (떨리는) 날 이렇게 만든 건... 당신이야.
고평중 : (핏발 선 눈으로) 그래, 알았다... 알았어.
백성희 : 알았으면 됐어. (외면하며 가방 내미는) 자.
고평중 : (가방 무시하고 백성희 보며) 핸드폰 번호 줘.
백성희 : (놀라 보며) 핸드폰 번호는 왜?
고평중 : 은성이 당신한테 연락할거 아냐! (모멸감 누르고) 당신 원하는 대로 떨어져 나가겠는데, 핸드폰 번호는 알아야겠어.
백성희 : (절대 말해줄 수 없는, 미리 준비했다) ...은성이한테 연락 오면 당신 메일로 알려줄게.
고평중 : 뭐?
백성희 : 일주일에 한번쯤 메일 열어봐, 아무 것도 없으면 은성이 연락 없는 거야.
고평중 : (너무 기막혀) 당신... 이런, 이 정도 여자였냐?
백성희 : (외면하고 가방 내미는) 현금으로 넣었어, 은행 거래 못 할 테니까.
고평중 : (모멸감에 이 악물고) 가져 가.
백성희 : 당신 지금 자존심 세울 때 아냐. 받어!
고평중 : (터지는) 야! 백성희! (하며 백성희 멱살 확 잡는)
백성희 : (놀라 고평중 보면)
고평중 : (부들부들 떨리는 손, 분노로 터질듯 한 눈으로 백성희 보는)
백성희 : (흔들리는 눈빛 얼른 가라앉히고 당당한 시선으로 버티는)
고평중 : (보다가 천천히 손 푸는, 돌아서 가고)
백성희 : (버티던 긴장 풀리며 손 떨린다. 애써 주먹 쥐고 보는)
S#44. 한강 둔치
피토하는 심정으로 짐승처럼 고통스런 소리 내지르며 오열하는 고평중.
S#45. 승미 집 거실 (저녁)
놀란 얼굴로 승미 보고 있는 백성희, 승미 얘기 다 들은 뒤다.
백성희 : 니가 친 아빠 유산으로 얻은 집이라고 했다구?
승미 : 몇 번을 물어?
백성희 : (신기한)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했어?
승미 : (자조적인) 엄마 딸이니까.
백성희 : (멈칫하면)
승미 : (그래도 걱정되는) 근데 은성이가 정말 믿었는진 모르겠어...
백성희 : 믿었어, 걱정 마.
승미 : 엄마가 그걸 어떻게 알어?
백성희 : 은성이처럼 사람한테 당한 거 없는 애는... 사람 속 켜켜이 들춰 살펴보면서 까지 의심 못해. (안도하고)
S#46. 환 집 2층 (밤)
가방 들고 환 방 앞에 서있는 은성. 환, 안에서 문 연다.
환 : 왜?
은성 : (가방 내밀며) 이거요. 늦게 돌려줘서 미안해요.
환 : (보고 놀라는) 이거 내 가방이냐?
은성 : 확인해 봐요. (돌아서 방 쪽으로)
S#47. 환 방 (밤)
탁자 위에 가방 놓고 열어보는 환, 언뜻 봐도 가방 안에 물건들 그대로 있다.
생각난 듯 옷들 뒤져 여성용 명품 시계 케이스 꺼내드는 환.
환 : 진짜 손도 안 댔네... (황당한 듯 문 쪽 쳐다보는)
S#48. 준세 레스토랑 (다른 날)
파스타 정도 놓고 식사하고 있는 박변과 백성희.
백성희 : 정말 죄송해요, 박 이사님. 그렇게 신경 써 주셨는데 제가 경솔해서 폐를 끼쳤어요.
박변 : 아닙니다. 솔직히 우리 회사 가맹점, 하기만 하면 수익 보장 확실한 건데,
따님 위해 포기하시는 거 보고 제가 감동했습니다.
백성희 : 아우 무슨 그런 말씀을...
박변 : 그럼 사업 계획은 접으신 겁니까?
백성희 : 그건 아니에요, 다른 거 알아보려구요... (관심 유도하는) 막상 다른 아이템 찾으려니까 참 막막하네요.
박변 : (걱정 된다는) 요새 경기에 초보자는 사업 시작 안하시는 게 좋아요.
(하다) 부군이 반대 안하세요? 능력도 있으시다면서요?
백성희 : 아 그게요... (망설이는 척 하다가) 솔직히 영란이한테는 말 못했는데... 반대 할 상황도 입장도 아니에요, 그 사람...
박변 : (뜻밖인 듯 보면)
백성희 : (서글픈 척) 사업도 그렇고 저희 관계도 그렇고.. 정말 딸아이 아빠 없이 키우기 싫은거, 딱 그거 하나 때문에 재혼했는데,
인생 참 뜻대로 안 되네요... (민망한 듯) 어머 이상하네? 제가 왜 박이사님한테 이런 얘길 하죠?
박변 : 뭐 어때서요? 편히 말씀하세요.
백성희 : 아우 아니에요. (말 돌리는 척) 그런데 박이사님 취향 참 젊으시네요.
(힐긋 주위 둘러보며) 남자들, 40대만 되면 더 토종만 찾고 이런데 싫어 하든데...
박변 : 아 여기요? (하하 웃고) 여기 제 아들 놈 가겝니다.
백성희 : (뜻밖인) 그래요?
박변 : 이 녀석이 있었으면 써비스가 더 좋았을 텐데 하필 오늘이 봉사 가는 날이랍니다. (웃고)
S#49. 무료 급식소
점심시간 끝나고 노숙자들 점심 흔적들 정리하던 준세, 문득 손길 멈추고 보면
거의 먹지 못한 설렁탕 그릇 옆에 놓은 채 멍하니 다른 곳 보고 앉아있는 고평중.
준세 : (다가가는) 아저씨, 식사 안 하세요? (미안한 듯 웃으며) 어떡하죠? 저희 이제 철수해야 할 시간이라서 빨리 드셔야 되는데,
고평중 : (준세 보는, 초췌하고 쾡한 얼굴)
준세 : (아직 고평중 못 알아보고) 드실 거면 기다려 드릴게요.
고평중 : (고개 저으며) 미안합니다, 귀하게 주신 걸 남겨서... (힘겹게 일어서는)
준세 : (기색 이상한) 아저씨 어디 편찮으세요?
고평중 : (그냥 가려는데 넘어질듯 비틀하는)
준세 : (놀라 잡으며) 아저씨!
<시간경과>
한 쪽 벤치에 힘없이 앉아있는 고평중. 준세, 약봉지에서 약 꺼내 내민다.
준세 : 몸살 약 사왔어요, 아저씨. (주며) 얼른 드세요. (물병도 주고)
고평중 : 고맙소... (약 먹는)
준세 : (걱정에) 연락하실 가족 없으세요?
고평중 : (울컥하는) ...있지, 있지만 만날 수가 없어요.
준세 : (미안한) 죄송해요 아저씨. 제가 괜한 걸 여쭤봤네요.
고평중 : (보는) 내가 미안해요, 초면에 이렇게 약까지 얻어먹고... 내 언젠가 꼭 갚으리다.
준세 : (생각난 듯) 우리 초면 아닌 거 같은데요? (반가운) 아저씨 몇 주 전에 여기 한번 오셨었죠?
고평중 : (? 보는)
S#50. 본점 매장
손님들 적당한 매장. 유니폼 입고 손님 둘 앞에 설렁탕 놓아주고 있는 은성.
다른 테이블에서 혼자 앉아 설렁탕 먹고 있는 할머니, 은성 쪽 본다.
은성 : 설렁탕 특에 야채 설렁탕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다 할머니와 눈 마주치자 생긋 웃고 주방으로 가고)
할머니 : (기특한 듯 씩 웃고 다시 먹는, 김치 집어먹다가 갸웃하며 다시 한 점 먹어본다. 고개 들어 점장 향해 손짓하면)
점장 : (얼른 다가온다) 네, 사장님.
할머니 : 김치 통 바꿔.
점장 : 네?
할머니 : 점심 영업 끝난 지가 언젠데 여적 오전 김치야! 김치가... (하다 깜빡 정신 놓치는) 김치가...
점장 : (지적 받고 쫄아서 계속 말하기 기다리고 섰는데)
할머니 : (다시 설렁탕 먹는)
점장 : (? 기웃 보면)
할머니 : (먹다가 보는, 영문 몰라) 왜 그러구 섰냐?
점장 : (당황해) 김치통 바꾸라시면서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신 거 같아서요.
할머니 : (당황한 기색 감추며) 점심 놓쳤드니 허기가 뒷말 꼬리까지 삼켰나부네. 김치 통이나 바꿔 와. (얼른 다시 설렁탕 먹는)
점장 : 네, 사장님. (주방 쪽으로 가면)
할머니 : (멈추고 표정 참담해진다. 심각하게 생각에 잠기는) ...
S#51. 병원 앞
참담한 얼굴로 힘없이 걸어 나오는 할머니.
S#52. 환 집 앞
차에서 내리는 할머니, 쇼핑백 들고 인터폰 앞에 서있는 현실 본다.
현실, 막 열리는 대문으로 들어가려는데.
할머니 : (현실 보는, 놀라 다가가며) 강주임, 니가 여기 웬일이야?
현실 : (돌아보는, 반갑게) 사장님! (꾸벅 인사하고)
환 : (막 도착하는, 이후 차에서 내리고)
현실 : 사장실로 전화 드렸더니 일찍 퇴근하셨다 그래서요. (쇼핑백 내밀며) 개똥이가 오늘 꼭 사장님한테 드리라고 했거든요.
할머니 : 이게 뭔데?
환 : (다가오는, 대문 막아서서 얘기하는 둘 보고 멈춰 선다)
현실 : (멋쩍은) 별거 아니에요, 하나는 제가 만든 십자수 쿠션 커버구요, 하나는 영양젠데요, 개똥이가 사장님 오래 사시라고
저금통 뜯어 산거에요.
할머니 : (놀라) 개똥이 그 꼬맹이가 조금통 뜯어 이걸 샀다고?
환 : (더 못 기다리고 다가오지만 들어가기 어정쩡하다. 인상 쓰며 멈추고)
현실 : 우리 개똥이 초등학교 들어가자마자 반장됐어요.
할머니 : (웃으며) 그래? 에미처럼 멍청하진 않나부네. (하다 환 보는)
현실 : 네, (메여서) 사장님 덕분에요.
환 : (입 모양으로 뭐야? 하며 턱으로 현실 가리키는)
할머니 : (모른 척 다시 현실 보며) 니 새끼 똑똑한 게 왜 내 덕이야?
현실 : 저 그때 죽을려고 쥐약 샀었어요... (메여서) 배는 불러오지 취직은 안 되지, 사장님이 일자리 안 주셨음 개똥이나 저나
지금 이 세상사람 아니에요...
할머니 : (찡해서 보는데)
환 : (못 참고 다가와 비켜달라는) 할머니 나 들어가.
현실 : (돌아보는, 놀라) 어머, 사장님 손주분인가봐요?
할머니 : 인사 드려, 서울 공장 강주임이시다.
현실 : (공손히 인사하며) 처음 뵙겠습니다, 강현실 주임이에요.
환 : (고개 까딱하고 다시 할머니에게) 나 들어간다구 할머니.
현실 : (냉한 반응에 머쓱해서 환 보는)
할머니 : 이 놈아, 손님이 왔으면 모시고 들어가야지.
환 : 직원이라며. (현실이 비켜서게끔 몸으로 끼어들어 들어가 버리는)
현실 : (기세에 뒤로 주춤 물러서고, 무안한)
할머니 : (못 마땅한) 저 저...
현실 : (민망한, 얼른) 아니에요, 사장님. 저 얼른 가 개똥이 저녁 줘야 해요. 그럼 저 가 볼게요. (얼른 뒤돌아 종종 뛰어가는)
할머니 : (미안한 듯 보고 다시 대문 쳐다보는)
S#53. 환 집 뜰
화난 얼굴로 들어오는 할머니, 현관으로 가다가 입구에 놓인 박스 두 개 본다.
‘뭐야...’ 하며 들여다보면 멀쩡한 구두와 핸드백, 옷들 가득 담겨있다.
S#54. 환 집 거실
들어오는 할머니. 영란과 정, 나란히 마스크 팩 붙이고 앉아 명품 카다록 보고있다.
할머니 : 밖에 저거 다 뭐냐?
영란 : (일어서며 못마땅한) 공장주임이 왜 우리 집까지 왔어요?
할머니 : 현관 밖에 저것들 뭐냐고?
정 : 엄마하고 나하고 오늘 옷 정리했어. 홍콩 쇼핑가기 전에 옷장 비워둘려구.
영란 : 정이가 하두 답답하다 그래서 바람 좀 쐴려구요.
정 : 작년에 괜히 세일시즌에 갔더니 쓸만한건 다 빠졌드라.
할머니 : (기막힌) 하라는 계획서는 다 쓰고 여행계획 세웠냐?
정 : 응!
영란 : 환이도 다 했대요.
<시간경과>
할머니 앞에 앉아있는 영란, 환, 정. 각각 A4 용지 한 장씩 들고 있다.
할머니 : 어디들 줘봐. 환이.
환 : (내미는)
할머니 : (받아서 훑어보는) 국내 최대 골프 연습장... (기막힌 듯 환 보며) 이건 무슨 돈으로 엇다 지을 거야?
환 : 김포 내 땅 있잖아. 거기다 지을려구.
할머니 : (놀라) 김포 땅? (기막혀) 그 땅은 나중에 직원 아파트 지으라고 사준거야. 잊었냐?
환 : 공장 기숙사도 아니고 무슨 매장 종업원들 아파트까지 지어?
할머니 : 뭐? (굳어져 환 보는, 그 위로)
환(E) : 할머니 죽기만 하면, 바로 팔아치워 명품 백화점 차릴 거야.
할머니 : (다시 확인하고 괘씸한 듯 보는데)
영란 : (얼른 둘러대는) 골프 연습장은 철거도 쉬워요, 어머니.
할머니 : (무시하고 정 계획서 집어서 보는) 요리, 꽃꽂이, 피부 관리 등 신부수업을 열심히 하다가 결혼한다? (기막혀 쳐다보면)
정 : 나 이제 슬슬 결혼 준비해야 될 때야 할머니.
할머니 : (보다가) 됐다, 올라들 가봐.
영란 : 어머니, 보셨으면 무슨 말씀을 해주셔야죠.
할머니 : (계획서들 들고 일어서며) 일단 올라들 가. (방으로 가는)
모두 : (뭐야? 멀뚱멀뚱 서로 쳐다보는)
S#55. 할머니 방
암담한 심정으로 계획서들 보고 있는 할머니.
<프래쉬 컷>
- 1회 66씬. ‘두고 봐! 할머니 죽으면 내가 그 회사 그대로 두나!’ 하던 환.
- 4회 56씬. ‘쇼핑 물건들 늘어놓고 있던 영란과 정’
- 4회 19씬. ‘춤추고 노래하며 만두 팔던 은성’
- 4회 52씬 중에서...
은성 : (터지는) 왜 못 버리냐구요? 내가 버려져봤으니까!
은성 : 갈데없는데 거리로 내몰리는 기분이 어떤 건지 아니까요! 우리 은우도 그러고 있을 테니까요!
(울며) 그런데 어떻게 할머닐 내보내요...
할머니 : (현재, 심각하게 생각에 잠기는)
S#56. 본점 매장 (저녁)
손님들 적당히 있는 매장. 테이블에서 빈 그릇 치우고 있는 은성, 배식대 밀고 주방 쪽으로 가다가 보면...
40대 노숙자 차림의 남자, 국물까지 싹 비운 설렁탕 그릇 앞에 놓고 힐끔힐끔 카운터 눈치 보며 주머니 뒤지고 있다.
일단 돈 없이 먹고 뒤늦게 일어나지도 못하고 어쩔 줄 몰라 쩔쩔 매는 모습이다.
은성, 막 스치면서 보면 손에 천원 두 장 들고 있다.
그런 남자 카운터에서 주시하고 있는 수재. 할머니와 표집사 들어오지만 모르고 남자 쪽만 쳐다보고 있다.
수재 시선 따라 남자 쪽 보는 할머니와 표집사.
주방 쪽에 빈 그릇 올려주다 멈칫하는 은성, 다시 남자 돌아본다. 빈 배식대 끌고 남자 테이블로 가는 은성.
은성 : (웃으며) 손님, 다 드셨으면 치워드리겠습니다.
남자 : (당황해) 아 예...
은성 : (그릇 집으러 가는척하며 오천원권 슬쩍 테이블 밑에 떨어뜨리는)
남자 : (버티지 못하고 일어설 듯 엉덩이 드는데)
은성 : (그릇 집어 놓다가) 손님, 여기 밑에 손님 돈 아니에요?
남자 : 네? (테이블 밑 보는)
은성 : (남은 그릇 치워 모른 척 주방 쪽으로 밀고 가는)
남자 : (오천원권 집어 드는, 밝아지고)
할머니 : (서서 보고 있고)
S#57. 본점 옥상 (밤)
야경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는 할머니. 표집사, 걱정스런 얼굴로 한걸음 뒤에 서있다.
할머니 : 성철이 넌 다 보고 있었지? 내 눈 멀었던 거 말야, 이놈아.
표집사 : ...죄송합니다...
할머니 : 내가 어쩌다 이리 헛살았을꼬... 내 밭 썩어가는 것도 모르고 먼 산만 바라보고 살았으니.
표집사 : (걱정스런) 이제 어떡하실 생각이세요?
할머니 : (마음 정리 끝난 듯) 밭이 척박해졌으면 갈아엎어야지.
(돌아서 표집사 보며, 다짐하듯) 갈아엎고 새 비료주고 다시 가꿔야지.
표집사 : (결심 느껴지는, 긴장해서 보고)
S#58. 할머니 방 (밤)
30대 초반의 민석과 50대 중반의 할머니 함께 찍은 흑백사진 보고 있는 할머니.
할머니 : (눈물 어린) 민석아... 에미가 잘하는 거지?... (메여서) 엄마 잘 했다구? 잘하는 거라구?....
옳치 그래, 내 너 그리 말할 줄 알았다...
S#59. 환 집 외경 (다음날, 아침)
S#60. 환 집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할머니에게 출근 인사하고 있는 은성.
은성 : 할머니 다녀오겠습니다.
할머니 : 그래, 수고해라.
은성 : 네- (현관으로 나가면)
표집사 : (미리 대기하고 있었던 듯 주방 쪽에서 다가와 선다)
할머니 : (정색하고) 다들 모이라고 해.
<시간 경과>
영문 모르겠는 얼굴로 할머니 쳐다보고 있는 영란, 환, 정.
할머니 : (셋 얼굴 하나씩 본다)
셋 : (어리둥절해서 서로 쳐다보는)
할머니 : 우선...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세 사람, 느이들한테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전한다.
정 : 할머니 뭐가?
영란 : 어머니, 애들 계획서가 맘에 안 드세요?
할머니 : 오늘, 지금 이 시간부터... 느이들한테 해줬던 모든 지원은 끝이야. 자립 해!
모두 : (벙해서 보는)
환 : 할머니 그게 무슨 말이야?
할머니 : 그리고!... (표정 한결 더 차가워지며) 회사에 내 모든 지분을 포함, 내 전 재산을 은성이, 고은성에게 상속한다!
셋 : (이게 무슨 말이야? 벙해서 서로 쳐다보는데서 엔딩)
<6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