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는 지난 10월 19일, 서울시 마포구에 생기는 첫 구립도서관인 서강도서관을 위탁운영하는 주체로 선정되었습니다. 서강도서관은 서강동동사무소와 보건소가 있는 건물 4층과 5층에 입주하는 320여 평 규모의 도서관으로, 오는 2008년 1월 1일에 문을 열어 1월 중순경부터 주민들에게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우리 회는 앞으로 3년 동안 마포구에 해마다 도서관사업계획을 제출하고 운영예산을 받아서 마포구의 예산으로 서강도서관을 운영하기로 하였습니다.
김영란 상임이사는 (주)이지막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이번 일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이지막은 사서 출신으로 도서관 운동에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만든 기업으로, 도서관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드는 일을 하며 도서관 설립 자문도 하고 있습니다. 2005년부터 마포구에 서강도서관 설립 준비과정을 자문하고 돕던 중에 이번에 우리 회에 마포구의 입찰에 참여할 뜻이 있는지 물어왔습니다. 이사회는 8차 회의에서 서강도서관 위탁운영사업에 관해 상임이사의 보고를 받고 (주)이지막의 대표들과 질의 응답하고 심의한 끝에 사업 추진을 승인하였습니다.
그런데 몇 지부장님이 사업 추진을 철회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어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이 사업을 안건으로 다루면서 지금까지 여러 차례 논의하였으나,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게 맞서 중앙운영위원회는 어떠한 합의점에도 이르지 못하였습니다. 결국 이사회는 이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경우 우리 회가 계속된 분열 상황으로 혼란에 빠질 것을 우려하여 사업 철회를 결정하였습니다. 이사회는 이제까지 서강도서관 설립을 실질적으로 준비하고 우리 회의 입찰 참여를 지원해준 (주)이지막과 협의하고, 마포구에 사업 포기의 뜻을 전달하기로 하였습니다.
저는 이사회 의결에 따라 사업 포기에 따른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심사숙고한 끝에 사업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여, 이사장 직권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리고 11월 27일 마포구와 서강도서관 위탁운영에 관한 협약서를 체결하였습니다.
제가 이렇게 판단한 까닭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지금 사업에 반대하는 분들은 우리 회에 법적인 피해가 돌아오지는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회 스스로 입찰에 참여했고 선정 심사를 통과하여 구청과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도서관 개관을 한 달 여 앞둔 시점에 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 회로서는 어떻게든 조직의 분열과 혼란을 피해야 하는 것을 절박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사업 포기로 피해를 입게 되는 마포구와 (주)이지막에게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고의로 피해를 준 것이 아니어도 고의적인 방해가 아님을 입증할 근거가 확실하지 않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둘째, 사업 포기는 관과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우리 회가 관에 피해를 입힌 사례가 됩니다. 관에서는 우리 회를 신용할 수 없는 단체로 판단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래서 우리 회가 부정당행위를 한 단체라는 내용이 공문서로 전국의 관공서에 전달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 회는 각 정부기관과 자치단체 산하의 도서관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지회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습니다. 그 여파는 한두 해에 끝나지 않을 것이고, 우리와 뜻이 다른 단체들을 통해 소문이 돌고 그것이 관에서 일을 맡은 담당자의 판단을 바꾸게 할 수도 있습니다.
셋째, 지금 도서관계에서는 우리 회의 서강도서관 위탁운영을 기대어린 관심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도서관이 크게 늘어나고 있고, 그간 민간이 축적한 경험으로 도서관 운영을 위탁하는 사례들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도서관계에서는 위탁운영의 장단점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으나 실제로 위탁운영이 늘기 때문에, 누가 위탁운영하며, 위탁운영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가가 앞으로도 도서관계의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잘못된 위탁운영의 폐해가 심각한 만큼, 그간 독서문화운동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헌신해온 우리 회가 도서관을 위탁운영한다는 일에 도서관계의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입니다. 그분들의 관심이 큰 만큼 사업을 포기할 경우 실망도 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회가 쌓아올린 신뢰를 크게 잃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넷째, 이번 사업 추진에 찬성하는 지부장님들, 도서관 운동에서 우리 회가 더욱 큰 몫을 하기를 기대하는 회원들, 오랜 내부 진통으로 사회적으로 우리 회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회원들의 기대를 저버릴 때 회원들이 또 한 번 좌절감을 느끼고 일할 의지가 꺾이게 될 것입니다.
우리 회의 공식적인 회의 체계에서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이사장 직권으로 결정하게 됨을 회원 여러분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는 마포구 서강도서관 위탁운영에 관한 안을 12월 정기총회에 제출하여 대의원들의 판단을 물을 것입니다. 지금 제가 결정하여 추진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총회의 의결에 따라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
이제 앞으로 상임이사는 저의 결정을 따라서, 이제까지 내부 논란으로 진행하지 못하던 서강도서관 개관 준비를 진행해갈 것입니다. 가장 먼저 도서관 운영 전반을 협의할 준비팀을 구성하게 됩니다. 서강도서관에 직접 참여해 활동할 회원들을 선발하고, 도서관에 필요한 인력을 공개 채용할 것입니다. 그리고 도서관 인력이 갖춰지는 대로 직원들을 교육하고 2008년 서강도서관 사업계획서를 마련하고 구청에 제출할 예산서를 작성하는 일이 뒤따를 것입니다. 지부장님들이 협조해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만약 12월 총회에서 서강도서관 위탁운영을 포기한다는 결정이 내려지면, 마포구와 협약한 대로 마포구에 고지하고 마포구가 대책을 마련하는 3개월의 기간 동안 도서관 운영을 계속하게 됩니다.
앞으로 두 주 뒤에 열릴 총회에서 서강도서관 위탁운영에 관한 안을 정식으로 심의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안건에 대한 설명이 준비되는 대로 최대한 빨리 공지해드리겠습니다. 회원 여러분은 안건에 대한 설명을 보고 의견을 나누시고 대의원들에게 뜻을 전하여 대의원들이 총회에서 책임있는 한 표를 행사하도록 노력해 주십시오.
상임이사의 결정과 이사회의 승인으로 추진하는 이번 사업이 중앙운영위원들의 반대로 모든 이사와 중앙운영위원이 참석하는 확대임원회의에까지 올려졌고, 이미 지부에 따라서는 지부운영위원회에서 반대 결의를 한 곳도 있습니다. 반대 의견을 내신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상임이사가 구청에 입찰 자료로 제출한 자료를 보시고 우리 회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판단한 분들이 많은 줄 압니다. 이사회는 처음 서강도서관 위탁운영을 심의하는 자리에서 그 자료를 검토하고 자료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며 서강도서관이 우리 회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게 운영되기 위해서 필요한 조처들을 확인한 다음 사업 추진을 승인하였습니다. 그러므로 회원 여러분은 8차 이사회와, 그 뒤 열린 회의 결과들을 열람하시고, 앞으로 발표될 위탁운영에 관한 보고들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것들이 이번 서강도서관 위탁운영에 관한 공식 자료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