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절대 오지마래이? .... -
권다품(영철)
나는 평소에는 TV를 잘 안 보는 편이다.
정치인들 꼬라지가 너무 보기 싫어서다.
그런데, 우연히 켰더니, 어느 아들이 치매걸린 어머니를 모시고 집을 나가고, 남편은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했다는 내용의 뉴스였다.
내용을 자세히 들어보니, 아내는 4년정도 전부터 집에서 치매걸린 시어머니를 모셨고, 남편은 식당을 경영하는 부부였나 보다.
방송에 자세하고 나오진 않았지만, 그런 상황이었다면, 아내가 너무 힘들다며 남편에게 시어머니를 요양 병원으로 모시자고도 했을 것 같고, 자신도 모르게 더러는 짜증도 나고, 인상이 굳기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식당 영업에 시달렸다가 들어오는 남편의 마음은 불편했을 것이고, 아내가 고생한다는 건 알지만, 아내에 대한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남편은 일본 놈들이 우리 민족을 헐뜯기 위해 만들어낸 얘기기는 하지만, 자꾸 '고려장'과 뭐가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라도, 어머니를 요양 병원으로 보내 버리기가 쉽지 않았을 수도....
또, '혹시 우리가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보내버리면, 우리 하는 것을 보고 배운 자식들도 나중에 틀림없이 우리를 따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하지 않었을까?
아내를 달래 보기도 하고, 사정도 하고, 또, 다툼도 있었을 것이다.
아내는 4년동안 욕을 하고 사나워지는 시어머니 때문에 정신병이 걸릴 만큼 힘이 든 자신은 좀 생각해 주지는 않고, 효도, 사람의 도리, 자식의 도리만 생각하는 남편이 서운하지는 않았을까?
그러다가 남편은 결국, 어머니를 모시고 나가서 따로 살겠다며 집을 나가고, 아내에게는 이혼을 요구했다는 내용이었다.
누구의 잘못일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여자인 많은 며느리들은 그 아내의 마음이 이해가 될 것이다.
남자들 중에서도 더러 그 아내가 이해 될 것이다.
그러나 남편의 형제 자매들이나, 일부 효를 강조하며 사람의 도리를 말하는 사람들은 며느리를 나쁘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럼 그 여자는 자기도 늙으면 꼭 요양 병원으로 가야지. 안 그러면 평생 늙지도 말고 병도 걸리지 말든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자기가 당한 일이 아니라고, 남의 일이라고, 쉽게 말할 문제는 아닐 것 같다.
나는, 그 며느리의 입장도 이해가 가고, 그 아들 분의 효심에는 내가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만일 내게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하는 자문을 해봐도, 솔직히 그 효자처럼은 못할 것 같다.
그 병이 치매기 때문이다.
치매라도 정신없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정도라면 불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참고 모시는 자녀들도 있겠다.
그런데, 가정 집기를 부수거나, 욕을 하며 흉기를 휘두르고, 폭력을 쓰는 치매라면 어떨까?
또, 자꾸 어딘가로 집을 나가서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고, 온 가족들이 찾아나서고, 다른 형제들은 병든 자기 엄마 똑바로 안 챙긴다고 욕을 하고....
십 몇 년 전에 아내에게 들었던 얘기다.
어느 시골 의사가 쓴 수기를 읽었다며, 그 내용 중 하나를 내게 해줬다.
평소에 며느리를 참 잘 챙기고 이뻐했던 시어머니가 계셨단다.
연세가 들다보니 치매가 왔단다.
치매가 오기는 했지만, 그동안 계속 모셔오던 분이기도 하고, 그렇게 중증이 아니라서 고부간에 도란도란 얘기도 나누기도 할 정도라, 그렇게 힘들지도 않은 사이였던 것 같다.
가끔씩 정신 없는 말씀을 하시고, 정신없는 행동을 할 때는 그에 맞는 대답을 해드리면 되고, 또 그러다가 맨정신으로 돌아오기도 하는 정도였단다.
하루는 시어머니께서 맑은 정신으로 돌아온 것 같아서, 어린 아들이 잠든 틈을 타서 집 가까운 시장을 다녀오기 위해서 잠시 집을 비웠단다.
시장에서 돌아오니까 시어머니가 "우리 며느리가 하도 고생을 해서, 내가 맛있는 곰을 좀 사다가 끓인다." 하시더란다.
며느리는 애기가 잘 자고 있나 방으로 가봤더니 애기는 방에 없었다.
아들을 찾다가 결국 솥뚜껑까지 열어본 며느리는 그 자리에서 기절을 해 버렸단다.
치매는 이렇게 무서운 병이다.
혹시, 남편의 지극한 효심 때문에, 아내의 현실을 힘들게 해서 가정에 불행이 초래된다면, 남편분의 생각을 좀 바꾸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요양 병원에 보내지 않고, 하루 종일 간호를 할 수 있는 요양 보호사를 들여서 집에서 모시면 좋기는 하겠다.
그런데, 그렇게 하루종일 간호할 수 있는 요양 보호사를 들이려면 적게 잡아도 보통 가정의 생활비의 배 이상을 들여야 가능하단다.
아니겠지만, 아니기를 바라긴 하지만, 혹시라도, 그 돈을 아끼기 위해 아내에게 시어머니의 간호를 요구한다면, 그건 아내에 대한 배려는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내가 아니라, 자신의 누나나 여동생 시댁에서 자신의 누나나 여동생에게 그렇게 요구를 한다면, 과연 '그 분들 참 효심이 깊은 분들이네. 본 받아야 할 분들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만일, 아내가 치매걸린 장인이나 장모를 모시고 와서 좀 돌봐달란다면, '장인 장모도 부모니까 당연히 내가 모셔야지' 할 수 있겠는가를 자문해 보면 어떨까?
내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하다마는, 다른 병은 몰라도, 적어도 치매 환자만은 요양 병원에 모시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치매의 특수성 때문이겠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병이기 때문이다.
그 아들의 효심도 충분히 이해가 가고, 그 안타까움도 짐적은 가긴 하지만, 조금 더 냉정한 현실을 생각해 보는 것도 ....
'다른 사람들의 부모들은 죽어서 볼 수도 없는데, 우리 엄마는 비록 치매이긴 하지만, 언제든지 가서 뵐 수 있고, 손도 만져볼 수 있지 않은가'라고 생각할 수만 있다면,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완전히 잃은 사람들보다는 다행 아닐까?
치매, 정말 무섭고, 몸서리나는 병이다 싶다!
2023년 1월 27일 오전 11시 52분,
권다품(영철)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