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를 사랑한 할머니의 넋 할미꽃
꽃말: 사랑의 굴레
옛날 어느 깊고 외진 산골에서 할머니가 두 손녀를 데리고 살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가난했지만 부지런히 일을 하며 어렵게 두 손녀를 키웠습니다.
큰손녀는 얼굴이 예쁜 처녀였지만 마음씨는 고약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그런데 작은손녀는 별로 예쁜 얼굴은 아니었지만 마음 씀씀이가 곱고 착했습니다.
"언니. 할머니께서 힘들어하시니 저녁밥은 우리들이 짓도록 합시다."
"어른이 계시는데 왜 네가 설치니? 괜히 너 혼자 잘난 척하지 마!"
할머니는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큰손녀를 걱정했습니다.
"에그, 저렇게 속이 좁은 것이 어떻게 시집을 가려는지, 원!"
어느덧 큰손녀와 작은손녀는 나이가 차서 시집갈 때가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손녀들을 불러 놓고 말씀하셨습니다.
"얘들아, 이제 너희도 나이가 찼으니 좋은 데가 있으면 얼른 시집을 가야지."
큰 손녀는 '네, 할머니!'하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작은손녀의 대답은 달랐습니다. "아니에요, 할머니. 전 시집가지
않고 할머니를 모시고 오래오래 살겠어요."
할머니는 작은손녀의 말을 듣고는 가슴이 찡해졌습니다.
"얘야, 네 말은 고맙다만 누구나 나이가 차면 시집을 가야 한단다."
그러던 어느 날입니다. 이웃 동네의 부잣집에서 중매쟁이가 할머니를 찾아왔습니다.
"누추한 집에 무슨 일로 오셨수?"
"저, 이웃 마을의 김 부자 댁에서 이 집에 예쁜 처녀가 둘씩이나 있다기에 선을 보러 왔지요."
그 때 큰손녀가 쪼르르 뛰어나왔습니다.
할머니는 중매쟁이에게 큰손녀를 소개했습니다.
"이 애가 제 큰손녀입니다."
중매쟁이는 큰손녀의 예쁜 미모에 홀딱 반해 버렸습니다.
큰손녀는 김 부자 댁에 시집을 갔고, 작은손녀는 먼데 사는 성실한 산지기에게 시집을 갔습니다.
작은손녀는 시집가던 날, 몇 번이고 돌아다보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할머니, 몸 건강히 계세요."
세월이 흘러 손녀들을 시집 보낸 지도 몇 년쯤 되었을 때 할머니는 홀로
쓸쓸한 마음을 달래면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이제 너무 늙고
병까지 들어 도저히 혼자서 살 수가 없었습니다.
"이것들에게 찾아가 이 늙은 할미를 보살펴 달라고 해 봐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할머니는 아픈 몸을 이끌고 이웃 동네의 큰손녀를 찾아갔습니다.
"여보세요, 여기가 이웃 마을에서 예쁜 색시를 며느리로 맞아 온 부잣집이지요? 저는 그 애의 할미가 되는 사람입니다."
조금 있으려니까 화려한 비단옷에 금목걸이를 하고 금팔찌를 찬 큰손녀가 나왔습니다.
큰손녀는 할머니를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고
보름이 지나자 할머니가 자기에게 얹혀 살러 온 것을 알고는 푸대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큰손녀는 할머니만 보면 짜증을 내곤 했습니다.
할머니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추운 겨울날, 할머니는
큰손녀 몰래 집을 빠져 나왔습니다. 눈앞에는 할머니를 모시고 오래 오래 살겠다고 하던 작은손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작은손녀의 집은 높은 산 꼭대기에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언덕을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가까스로 고개를 올라가고 있는데 찬바람이 쌩쌩 불어 왔습니다.
춥고 숨이 차서 할머니는 한 발짝도 더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할머니는 그만 고갯마루에서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작은손녀의 이름을 부르면서 할머니는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작은손녀는 할머니 생각이 날 때면 언덕쪽으로 내려오곤 했습니다. 왜냐
하면 그 곳에서는 할머니가 계시는 곳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슬슬 집을 나섰던 작은손녀는 거기서 할머니의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어머나! 할, 할머니 아니세요!"
작은손녀는 엉엉 울면서 시체를 양지바른 곳에 묻었습니다.
다음 해 봄, 그 무덤에서는 '할미꽃' 한 송이가 마치 사랑하는 손녀들을
보내고 나서 늙고 병들어 힘없이 살던 할머니의 모습처럼 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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