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진짜 오랜만에 글 씁니다.
입 다물고 살려고 했는데, 도저히 못 참겠네요.
댓글, 무기명 강의평가 그런 인터넷 환경에 좀 질리고 싫은 기억도 있어서 카페를 비공개로 하고 소통에 대한 열의도 없어지고 했는데요...
아... 이 사태를 보니 너무 걱정되고 화도 나고... 무엇보다 걱정이 많이 됩니다.
작년 12월에 오랜만에 우한에 방문해서 화중사범대학에서 개최한 회의에 참가했습니다. 꼭 가고 싶은 회의는 아니었지만, 그쪽에서 부탁도 있었고, 또 반가운 옛 벗들을 겸사겸사 보자해서 갔지요. 12월 6일에 귀국했으니, 알고보니 11월달부터 무한에서 이미 병균이 돌고 있었다니 정말 아찔합니다.
그리고 설 전에 무한이 봉쇄되면서 그 이전에도 위책을 통해 무한 학자들과 가끔 연락을 했지만, 23일 봉쇄부터 사태가 심상찮은 것을 거기 사람들도 느끼고 우왕좌왕했습니다. 중국학자들 100여 명이 속해있는 전공 위쳇방에도 가입되어 있는 상황이라 12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그곳에서 벌어진 온갖 토론과 여론의 변화를 진짜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었는데요. 하루에도 수백통의 메시지가 뜨고 기사 포워딩이 이뤄지는데 미묘한 여론의 변화도 감지가 됩디다. 너무 놀라웠던 것은 대약진때처럼 당이 다 알아서 할 것이다 당을 믿자 구호가 초반에 만연하다가 바뀌기는 바뀌는데 다들 중간에 흥분해서 지방 간부들까지는 욕하는데... 최근에는 검열을 의식해서 정말 조심하고 있습니다.
우선 진짜 무한 봉쇄는 근본적으로 재고해야합니다. 지금처럼 봉쇄하는 건, 거기 사람들 다 알아서하라는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억지로 봉쇄가 가능한가 그것도 의심스럽습니다. 이 병이 발병하면 치료 기간이 정말 긴 듯한데 결국은 늘어나는 환자를 수용도 못하는 상황에서 방치한다고 문제가 절대 해결되지 않습니다. 실제 이미 탈출자가 생겨나고 있고 중국 신문에도 보도가 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무한에서 호북성 농촌지대로 지금 확대되고 있거든요... 그리고 국가면 우한 사람들, 호북 사람들도 살려야할 것 아닙니까! 눌러서 봉쇄로 해결된 문제가 아닌데, 해외에 우리가 사회주의라서 이게 가능하고 잘 하고 있다고 하니, 할 말 없음. 지금 우한은 봉쇄로 환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이 문제로 정치적 논쟁을 하는 걸 보니 정말 화가 나고 한심스럽습니다. "선제적"이란 말은 노무현 대통령 사스 때 가장 먼저 실천했는데, 왜 지금 이 문제가 선제적인 사고를 하면 반정부고 별것 아니고 미국 감기보다 낫고 이렇게 이야기해야 좌파이고 친여당이고 진보인가요? 정말 이해불가입니다.
금방 프레시안 기사를 봤는데, 무증상자 전염은 확인된 적이 없다고 WTO에서 말한 것도 안 믿더군요. 처음 들어보는 독일사람 논문 가지고. 오늘 중국 바이두 기사입니다. 후난(호남)성에서 3대 한 가족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까지 9명이 집단 확진 받았습니다. 아무도 무한 간적 없다고 딱 잡아뗐는데, 결국 고모 한 명이 무한에서 1박을 하고 돌아왔다는 걸 자백합니다. 그런데 그 고모는 아무 증상 없었어요. 무한 다녀온 사람 다 신고하고 자가격리하라고 위에서 지시가 떨어지자 그 가족은 고모도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고 또 가족기업인 옷공장 못 돌릴까봐 그냥 reporting을 안 했었거죠. 실제로 나머지 가족 다 입원했는데 그 고모는 여전히 멀쩡해서 처음에는 확진자 아닌 가족에 들어갔대요. 그런데 감염경위를 추궁하는 심문 과정에서 자백했고, 그래서 정밀 검사 받자 양성 판정 나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 영국에서 비상 걸렸는데요, 프랑스 스키장에서 영국인 5명이 집단 확진 받았어요. 현재 영국은 청정국?이랄까 2명 중국인 입국자만 확진되었다가 최근에 1명 영국인 국적인이 확진받았습니다. 그 사람은 싱가폴에서 전염되었는데 싱가폴 출장 3일(1월 20일-23일)하고, 프랑스 스키장에 가서 24일-28일 지내다가 28일 귀국했는데, 2월 6일 확진받았습니다. 이 사람 확진 받은 뒤에 프랑스 측에 연락했고, 그쪽에서 이 사람과 같은 아파트에서 묵은 영국 가족들 검사했더니 5명 확진자 나온 겁니다.
지금 출장으로 영국에 와 있는데요, 빨리 한국에 가고 싶어요. 너무 눈치보여서. 미룰 수 있냐고 한국연구재단에 연락했더니 공문 온 것 없다고 중국 출장 예정된 분도 다 가야된다고 지극히 공무원스러운 답변을 해서 그냥 출장왔는데요. 열람하는 자료가 있는 런던 소아스가 아시아, 아프리카학 전문대학이라 워낙 아시아인이 많아서 그나마 낫습니다. 그래도 도서관, 식당 다 중국인인데, 어제 자료실 나 바로 뒤에서 문서 보던 중국인은 계속 기침까지 해서... 아침 10시부터 저녁 5시 자료실 문닫을때까지 계속 등 뒤의 기침을 들었습니다. 마스크나 좀 하지 ㅠㅠ. 밖에 나가면 참 무서워요. 공항에서 숙소까지 지하철 타고 오는데 맞은 편 사람이 저와 아시아인들을 보고 손세정제 꺼내서 막 바르더라구요. ^^;
여하튼 방심하지말고 알아서 "선제적"으로 각자 조심 잘 하기 바랍니다.
마스크는 그냥 마스크라도 꼭 쓰시고, 손 자주 씼고, 무엇보다 되도록 공중화장실 사용하지 말고요.
사스때에도 화장실이 연결되어 있어서 홍콩 아파트에서 일어난 집단 감염으로 328(321명, 수치가 보도에 따라 틀림)명이 집단 발병했습니다.
사스도 그렇고 코로나 바이러스 증상 중 하나가 바로 설사이고, 배변 중 바이러스는 수일 넘게 오래가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하는데 어떻게 우리 언론은 이제서야 이걸 보도하나요?
중국 위챗방에서는 벌써 23일부터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무증상 감염 및 배변 감염 시의 위혐성에 대해서 논문, 기사 다 올라오고 난리났는데, 이미 중국에서는 7일 전에 심천 환자 배변에서 바이러스 발견되어 조치 들어갔습니다.
이 집단 발병한 아파트, 그냥 몸이 안 좋고 설사 증세 있던 사스 감염자 1인이 동생이 사는 이 아파트에 들렀다가 화장실 한 번 쓴게 답니다. 그게 321명 환자(그중에 70여 명 사망, 이 수치도 다 틀림)를 낳았습니다. (싼 아파트 아니고요, 10억 짜리 고층 아파트입니다)
바이러스의 특성상 인체에 적응해서 잘 사는 게 목적이니까(그게 자연소멸이라는 겁니다만), 정점을 찍고 하강 국면에서 소멸할 때까지 몇 달 더 걸릴지 모르지만, 여하튼 최대한 감염 사이즈를 줄여야 걸린 사람도 제대로 치료받고 잘 넘어갈 수 있습니다. 참고로 사스는 7월 정도에 소멸했습니다.
하지만 우한에서 왜 사람들이 많이 죽겠습니까. 집단 발병하니까 의료 시설이 감당을 못하는거지요.
지금은 마스크 사태이지만, 병상이나 장비가 필요한 단계로 절대로 가면 안 되는 겁니다.
치사율이 낮다는 것은 의료 설비에 비해서 환자가 적을 경우 잘 케어가 되면 괜찮다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사스 환자 중에 중증까지 간 분들은 폐가 망가져서 평생 온전치 못한 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망률을 따지면서 안 위험하다는 사람들은 뭔지 모르겠어요. 결론은 무조건 안 퍼지게 선제적으로 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 논리는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합심해서 잘 넘겨야 한다는 겁니다.
과도하게 난리치거나, 중국 사람들에게 적대적인 것은 저 역시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들이 무슨 죄겠습니까! 천재인데... 하지만, 적어도 대책에 있어서는 사람의 힘이 좌우합니다. "과학"에 관한 일은 "과학"으로 해결해야한다는 것, 그러려면 제대로 보도가 되고 제대로 준비해야한다는 것, 꼭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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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 근거 없다고 할까봐 링크 겁니다.
https://www.yicai.com/news/100485647.html
https://www.bbc.co.uk/news/uk-51425702
호남성 사례는 충격이 컸던지, 어제는 바이두 홈페이지에 나오더니 아예 삭제되었어요. 아무리 해도 검색이 안 됨.
그래도 비슷한 사례는 줄줄이 보도되는군요. 광동성에서 무한에서 온 친척과 밥 한 번 먹었는데 가족 전체가 감염되었다는 보도.
http://3g.163.com/news/article/F4R2T2K30001899O.html
오늘 위챗방에 기가 막힌 게 올라왔는데요. 중국사회과학원 법학과 교원 주패의(홍콩적)라는 사람이 친구들 위챗방에 "제도가 만들어낸 사회문제는 심리학 과정 몇 개 듣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억울하게 죽은 생명이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남아 한이 될 것이다.... 난 더 이상 정말 못 들어주겠다. 미안하지만 여러 애국 네티즌들, 그냥 나를 잘라라!"라고 올렸답니다. 여기에서 나오는 애국 네티즌이란 爱国小粉红, 애국적 리틀 분홍색, 즉 중국이 잘 나갈 때 태어나서 중국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사회주의 교육을 철저히 받아 조금의 중국공산당이나 중국에 대한 비판도 용납 안 하고 매국이라고 공격하는 젊은이들인데요. 이 문자를 2월 6일 밤 11시에 친구들 위챗방에 올렸는데, 2월 7일 다음날 중국사회과학원에서 해고되었어요. 학생이 고발했고, 조사 결과 그 문자가 학생들에게 불량한 영향을 미쳤다고 공식 해고 통지를 보냈습니다.
중국 무한 사태는 그냥 놔두면 정말 큰일납니다. 애초에 감당 안 될 정도이니, 세계 각국에 의료진과 물자를 요청하고 도와달라고 해야합니다. 우리 나라도 우리 일처럼 나서서 도와야하구요. 이렇게 눈 감고 아웅하면 안 됩니다.
빨리 오픈하고 세계 각 국에서 의료진 파견하고 함께 대책을 세워야, 다 같이 가장 적은 희생과 비용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식에 따라 훨씬 빨리 잘 해결할 수 있는데, 정치 논리가 끼어드는게 어느 나라나 안타까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