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입맛 살리는 필수메뉴

[꽂향기]

여름 입맛 살리는 필수메뉴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무더위가 계속되면 땀이 빠져나가고 기운이 떨어지며 입맛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럴 땐 밥보다는 시원한 냉면이나 콩국수 등이 생각나게 되는데 여름철 흔히 먹게 되는 면류, 그 맛과 영양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본다. 육수와 면발의 궁합 몇 년 전 발표된 한국인의 라이프 스타일 조사에 따르면 우리 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음식으로 겨울에는 불고기가, 여름에는 냉면이 으뜸으로 꼽혔다. 냉면은 오늘날 여름철 단골 음식으로 인식되지만 냉면의 본고장인 평양이나 함흥에서는 본디 한겨울에 먹는, 그래야 제 맛이 나는 것으로 알던 계절음식이었다. 물이 꽁꽁 얼어붙는 한겨울에 후끈한 온돌방 화로 옆에 모여 앉아 이빨을 부딪치며 먹는 냉면 맛은 북쪽 지방의 각별한 낭만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냉면 맛은 면과 육수의 조화에 있다. 특히 쫄깃쫄깃하고 고소한 면일수록 맛 또한 살아난다. 육수가 아무리 좋아도 면이 나쁘면 육수 맛까지 버린다. 좋은 면이라야 면에 육수 맛까지 배어들어 비로소 제 맛을 낸다. 예로부터 평안도 지방 고원에서 재배되는 메밀과 감자는 질이 좋기로 유명한데 평양 냉면 맛의 명성은 이런 양질의 기초원료에서부터 출발한다. 메밀에 감자 전분을 어떤 비율로 섞느냐, 그 섞은 것을 어떻게 반죽하느냐, 반죽한 것을 어떤 온도, 어느 정도의 시간으로 익혀내느냐가 면 맛의 질과 개성을 결정한다. 면 다음으로 중요한 비결은 육수이다. 평양냉면의 육수로는 꿩 삶은 국물을 으뜸으로 삼는데, 대개는 사골 우린 물이나 쇠고기 곤 국물에 동치미 국물을 섞어 이를 대신한다. 국수 위에는 편육과 동치미 무를 썬 것, 삶은 계란 따위를 얹으며 먹기 직전에 겨자와 식초로 풍미를 맞추어 준다. 평양 선수 VS 함흥 선수 냉면 하면 대표적인 것이 평양냉면, 함흥냉면으로 두 냉면의 차이는 면발에 들어가는 재료에 있다. 북한에서 평양냉면은 메밀을, 함흥냉면은 감자전분을 주원료로 쓴다. 그래서 평양냉면은 질기지 않은 반면 함흥냉면은 입으로는 좀체 끊어지지 않을 만큼 질기다. 평양냉면은 동치미 국물과 잘 어울리고, 함흥냉면은 비빔냉면이 제격이다. 이 때문에 남한에서는 평양냉면을 물냉면으로, 함흥냉면을 비빔냉면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지만 두 냉면 모두 육수와 함께 먹거나 또는 양념에 비벼 먹을 수 있다. 두 냉면이 뚜렷하게 구별된 것은 아니지만 그 특징에 따라 주로 평양식 냉면, 함흥식 냉면으로 구분한다. 함흥냉면은 질긴 면발과 맵고 진한 냉면 비빔장이 특징이다. 함경도의 특산물인 감자 전분이 포함되어 있어 정말 쫄깃한 면발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식초와 겨자, 따끈한 육수를 곁들여 먹고 나면 온몸에 땀이 주루룩 흐르며 개운해진다. 이런 매운 양념과 따끈한 육수는 함경도 지역의 혹독한 겨울에 따뜻한 열을 내기에 충분했다. 함흥 냉면은 이처럼 척박한 땅을 일구며 살아갔던 함경도 사람들의 강인한 기질처럼 먹는 사람에게 강인한 인상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평양냉면은 추운 겨울 한끼 식사로 또는 술을 먹고 난 후 해장국 대신에 먹었다고 한다. 냉면의 원조로 국수국물은 쇠고기를 삶은 육수나 꿩을 삶은 육수를 차게 식혀서 기름을 걷어내고 간을 맞추어 쓰는 것이 기본이고, 또 한가지 방법은 동치미국을 육수와 조합하여 쓰기도 한다. 동치미 국물만을 쓰면 동치미냉면이라 한다. 냉면사리를 큰 대접에 담고 제육 삶은 것을 편육으로 썰고 동치미 무를 얇게 썰어 소금에 절인 오이채·배채·삶은 달걀 한쪽 등과 함께 색스럽게 얹고 국물을 한쪽에서 가만히 듬뿍 붓는다. 먹을 때 식성에 따라 겨자즙 ·식초·설탕 등을 더 가미해 풀어서 시원하게 먹는다 지친 몸을 보(補)하는 ‘콩’별식 여름 음식으로 콩국수를 빼놓을 수 없는데 콩국수에 들어가는 콩은 덥지도 차갑지도 않은 중성으로, 비·위장을 튼튼하게 해주며 더위와 몸 속의 습한 기운을 없애준다. 예나 지금이나 입맛 없는 삼복 더위에 즐기는 콩국수는 더위에 지친 심신에 활력을 더해 주는 보양식이라 할 만하다. 콩국수를 하려면 먼저 콩을 물에 충분히 불려 껍질을 벗기고 팔팔 끓는 물에 넣어 살짝 삶아서 건진다. 콩이 식으면 곱게 갈아서 소금으로 간을 맞추어 차갑게 둔다. 콩을 갈 때는 볶은 참깨나 호두, 잣을 조금 섞으면 더욱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가는 국수를 삶아 사리를 만들어 그릇에 담고 콩국을 부은 뒤 위에 오이채를 얹어 내는데, 기호에 따라 간을 맞출 수 있도록 소금을 곁들여 내고 더욱 시원하게 즐기려면 얼음을 동동 띄워 내는 것도 좋다. 콩국에 어울리는 찬으로는 첫째가 열무김치, 그러나 오이나 버섯나물 또는 조기찜도 잘 어울린다. 이렇게 반찬을 곁들이면 양질의 단백질·지방·녹말이 배합되어 소박하면서도 별미롭고, 영양상 균형 잡힌 음식이 된다. 콩국수는 기력을 보할 수 있는 고단백 영양식인데다 익혀 먹어도 조직이 단단해 65% 가량은 흡수가 어려운 콩을 곱게 갈아 소화흡수도 높인 정말 지혜로운 음식이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여 500g짜리 흰콩 한 봉지면 4인 가족, 콩국수에 두유, 비지찌개까지 해 먹을 수 있으니 여름 별식으로 제격이다. 콩국수는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에게 좋다. 현재까지 밝혀진 콩의 생리적 기능은 혈중 콜레스테롤 감소, 항암작용, 혈당의 급격한 상승 억제, 골다공증 예방 등이 있다. 콩이 중금속에 의한 간 독성과 세포 파괴를 억제한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특히 밀은 갈증을 그치게 하고 열을 없애주는 작용이 있다. 이경섭 강남경희한방병원장 미디어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