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갤러리 기획
신진작가와 중견작가전
줌갤러리에서 2011년 토끼해를 맞아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이지만 따뜻함을 전하고자
2월 9일부터 15일까지 신진작가와 중견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글 : 줌갤러리 제공
[2011. 2. 9 - 2. 15 줌갤러리]
[줌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상갤러리 157(6층) T.02-323-3829
홈페이지로 가기 http://www.zoomgallery.co.kr
김재선_양화와 한국화의 사이
김재선의 작업 <꿈꾸는 방랑자> 시리즈는 한국화의 조형원리와 서양화의 아쌍블라주의 기법이 조화를 이루면서 탄생한 특수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우선 작가의 근작들은 한국의 전통적인 한지가 사용 되면서 한국인이 지닐 수 있는 얼을 표현하고 있으며, 한지의 포근함과 물성이 자아낼 수 있는 소박하고 담백한 맛을 간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단순히 그리는 회화의 범주를 넘어, 특수한 오브제를 부착하여 화면에 밀도감과 3차원적인 일루전을 강조하는 회화인데, 여기에 등장하는 수백 개 혹은 수천 개의 고무신들은 한지를 녹여 액화상태로 만든 후에 다시 굳히는 방식을 통해 만들어진다.
김재선 꿈꾸는 방랑자 37x47cm 닥
정원숙_일상의 따스함
인생은 역동적이거나 지나치게 불행하거나 너무 행복하거나 하는 극적인 인생만 있는 건 아니다. 가만히 있다가도 길을 가고 있을 때도 누구와 얘기하고 있을 때도 문득 떠오르는 얼토당토 않는 상상들! 이런 온갖 상상들이 인생의 한 면을 재미나게 해주고 있어서 행복하고 그래서 붓을 잡는다. 상상은 사실을 외면하는 저 반대편 이야기가 아니다. 사실을 근거로 하기에 상상의 세계가 좀 더 구체화 되는 건 아닐까? 지구상에서 볼 수 없는 동물을 그리는 일은 쉽지 않듯이 말이다. 순전히 주관적인 재미겠지만 이는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다. 그래야 인생이 조금은 덜 지루할 테니까. 행복하거나, 왜곡 돼있는 자신과 맞닥뜨리는 생소함, 이런 사소함이 생활에 섞여서 모르던 나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한 생각이 생활의 활력소가 되길 희망하며 언제나 변치 않길 바랄뿐이다.
정원숙
정인영_“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 = “십자가의 길”
당신은 진정한 행복을 느껴 본적이 있습니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이라고 말하는 어떤 만족을 얻기 위해 살아간다. 일반적으로 행복이라 함은 풍족한 의식주, 권력, 명예, 부(富) 등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것으로 우리의 마음은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많은 돈을 갖고 있고, 높은 학력을 갖췄으며,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바라볼 때 그들은 자신이 이룬 것들을 지켜내기 위해 매일 매일을 긴장과 고뇌, 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2000년 전, 우리를 위해 이 땅에 내려왔다. 그는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높고 높은 보좌를 떠나 핍박과 고난의 길, 가장 낮은 길인 십자가의 길을 택하였으며, 세상의 부와 명예, 권력을 탐하지 않고 오직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상에서의 짧은 생을 보냈다.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고 홀로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그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행복”이라는 나의 만족만을 위해 살아가는 내가 부끄러워 진다. 이 세상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위대한 희생과 사랑의 길, 십자가의 길을 이번 전시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를 통하여 전하고자 한다.
정인영 Via dolorosa
황제성_생명의 순환을 노래하는 메타포의 시공간
황제성의 또 다른 특징은 '문인화(文人畵)적 격조의 공간구성'이다. 물론 공간구성에 대한 문제는 이전의 작업에서도 꾸준히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는 다소 평면적인 여러 공간이 겹친 '층별 공간구성'이었다면, 지금은 한 화면에서 기운생동을 자아내는 '문인화적 공간구성'이란 점이 차별되고 있다. 전통 문인화는 작가의 사의<寫意>를 품은 사군자(四君子)를 빈 공간에 배치함으로써 명상적인 공간인 여백<餘白)을 완성한다면, 황제성 역시 이미 채워진 공간에서 그 문인화적 공간구성법을 새롭게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출현하는 형상은 같은 꽃이지만, 그 꽃은 배치되는 형식에 따라 대나무가 되고 국화가 되며 난초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 여백의 공간을 자유롭게 유영(遊泳)하고 있는 물고기나 곤충들은 바로 쉼 없이 고민하고 번뇌하는 작가의 모습이며, 그것은 곧 '살아있음'이다. 황제성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한 가지 테마 즉, '생명의 순환'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느 경우엔 사실적인 표현으로, 단순화된 기하학적 표현으로, 중성적인 색감으로, 화려한 색조로…. 표현하는 외면의 형식이 아무리 제 모습을 바꿔나가더라도 그 내면의 주제의식에 변함이 없다면, 결국 그 모두는 하나의 언어일 것이다.
황제성 순환의바람으로부터 20F oil on canvas 2010
유용상_순간의 영원성(The eternity of an instant)
유용상은 최근의 작업에서 와인이나 음료 등의 물과 같은 유동적인 물질의 상태에 대한 상징적 속성과 그것을 담고 있는 컨텍스트로서의 유리잔이나 종이컵의 여러 가지 상황을 그려가는 것을 통해 작가의 삶과 인생에 대한 사색적 담론들을 사실적 이미지 속에 녹여내고 담아내는 작업을 해 나가고 있다. 유용상이 만들어내거나 포착한 상황은 “인스턴트 러브”(Instant love)라는 작품 명제에서 보여주듯 순간적이고 찰라적인 사랑에 대한 담론이며 그 복선의 장치로 일회용 종이컵이나 거품, 그리고 립스틱의 흔적을 전면에 그려내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사실 작가가 지속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순히 현대인의 일회성의 사랑에 대한 감상이나 판단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라 순간 혹은 영원성의 문제이거나 시간성과 공간성 속에 던져진 인간의 실존적 질문이며 그에 대한 고민들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