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서팔경(關西八景)-속명승보 11(2020. 3. 12)
제1경 강계(江界)의 인풍루(仁風樓)
제2경 의주(義州)의 통군정(統軍亭)
제3경 선천(宣川)의 동림폭(東林瀑)
제4경 안주(安州)의 백상루(百祥樓)
제5경 평양(平壤)의 연광정(練光亭)
제6경 성천(成川)의 강선루(降仙樓)
제7경 만포(滿浦)의 세검정(洗劒亭)
제8경 영변(寧邊)의 약산동대(藥山東臺)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평안북도, 평안남도, 자강도에 있는 명승지 여덟 곳을 가리킨다. 제3경과 제8경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누정이다. 그 중 실물이 사라진 곳도 두 군데 있지만, 옛 자료와 사진을 토대로 지었다. 아쉬움이 남는다. 앞서 지은 ‘평양팔경’과 마찬가지로 이 역시 가보지 못해 탁상에서 읊는다, 순서와 자료는 한국민족대백과사전 및 위키백과를 많이 참고했다.
서시
관서(關西)는 요충(要衝)이오 풍광도 빼어나나
분단이 되었으니 비익조(比翼鳥)로 날아갈까
관용(寬容)은 가슴에 품고 증오(憎惡) 만은 버리세
제1경 강계의 인풍루
절벽 위 눈 감은 채 수련하는 무장(武將)인가
참꽃 핀 솔밭 둑길 복사꽃 어린 강에
봄바람 따습게 부니 누각 난(鸞)새 졸립다
* 인풍루(仁風樓); 강계시 충성동에 있는 조선시대의 누정으로, 북한 국보 제64호다. 남산 남쪽 자락의 독로강(禿魯江)과, 북천강의 합수점 높은 벼랑 위에 동향으로 세워져 있다. 정면인 동쪽에서 보면 1층이지만, 서쪽은 강을 향해 기울어진 경사면을 그대로 살려 2층으로 꾸몄다.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여 1472년에 쌓은 강계읍성의 부속건물로서, 전시에는 군사를 훈련하고 사열하던 곳이다. 이외에도 장대 건물이 여러 곳에 있다. 1680년에 불탄 뒤, 그 해에 다시 세워졌으며, 1950년대 초 한국전쟁으로 크게 손상을 입은 것을 수리해 놓았다. 동쪽면 4칸(18.75m), 서쪽면 5칸(18.75m), 옆면 3칸(8.9m)의 2익공이고, 천장은 통전장과 소란반자로 되어 있다. 지붕은 겹처마로 된 합각지붕이다.
* ‘잘 있거라 인풍루’ 대중가요가 유명하다. 김영춘 노래(1942년)/유도순 작사/하영근 작곡/김준영 편곡/COLUMBIA 레코드 발매. 고풍의 정취가 넘쳐흐른다.
* 인풍; 어진 풍습(바람). 즉, 봄바람이니, 동쪽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을 의미한다.
* 난(鸞)새; 난조(鸞鳥). 중국 전설에 나오는 상상의 새로, 모양은 닭과 비슷하나 깃은 붉은빛에 다섯 가지 색채가 섞여 있으며, 소리는 오음(五音)과 같다고 한다.(문회콘텐츠진흥원)
* 강계시(江界市); 자강도의 도 소재지이다. 지형상 조선시대부터 가장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다.
제2경 의주의 통군정
우람한 장대(將臺)로고 삼각산 꼭대기에
가물댄 압록강은 물오리 점을 찍고
이끼 낀 옛 성벽에는 정회(情懷) 한결 깊느니
* 통군정(統軍亭); 북한 평안북도 의주군 의주읍에 있는 조선시대 의주읍성의 북쪽 장대인 누정이다. 정면 4칸, 측면 4칸의 합각지붕건물이다. 의주읍성(義州邑城)에서 제일 높은 압록강 기슭 삼각산(三角山) 봉우리에 자리 잡고 있다. 서북방위의 거점이었던 이 성의 북쪽 장대(將臺)로, 군사 지휘부로 쓰였다. 그래서 정자 이름도 ‘군사를 통솔하는’ 통군정이다. 여기에 올라서면, 이끼 푸른 옛 성벽이 눈앞에 보이고, 아래로는 압록강의 푸른 물 가운데에 점점이 떠 있는 여러 섬들이 굽어보인다.
* 1942년에 발표한 고운봉(1920~2001)의 ‘통군정의 노래’(유도순 작사, 한상기 작곡)는 변방의 정한을 불러일으킨다. 유튜브, 인터넷 등에서 한번 들어보시라!
제3경 선천의 동림폭
청수(淸水)로 덕수맞이 괴석은 영지(靈芝) 닮아
용담(龍潭)에 비친 노송 헤엄친 적룡(赤龍)이여
떨어진 백옥(白玉) 폭포수 인민 논밭 살찌워
* 평안북도 동림군(옛 선천군 심천면) 고군영리 태봉 남쪽에 있는 폭포다. 물이 매우 맑고 용암 닮은 기암괴석은 모양이 특이해 인기가 좋다. 수직높이는 5m이며, 너비는 보통 0.5m정도이다. 이 폭포에서 힘차게 떨어지는 폭포수는 물이 맑고, 구슬같이 떨어진다 하여 '옥포(玉瀑)'라고도 한다. 주위에 소나무, 참나무와 잘 어울리며, 폭포 밑에는 ‘용담(龍潭)’이라는 천연저수지가 있어 논밭에 많은 도움을 준다. 북한 천연기념물 제69호다.
* 덕수맞이; 북한식 표현으로, ‘폭포처럼 떨어지는 물을 몸에 맞는 것’을 의미한다. 동림폭이 명소라 함.
* 신미도 운종리의 선천나비섬바다새는 북한 천연기념물 제9호로 지정 보호한다.
제4경 안주의 백상루
눈부신 모루단청 날렵한 정(丁)자 모습
백 가지 가경(佳境) 둘러 서로가 뽐내지만
하늘 위 장엄한 연꽃 그 맑은 향 당하리
* 백상루; 평안남도 안주군 안주읍에 있는 고려시대의 누정으로 북한 국보 제31호이다. 정면 7칸, 동쪽 측면 6칸, 서쪽 측면 4칸의 합각지붕건물이다. 유서 깊은 청천강 기슭에 높이 솟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다. 14세기 고려 충숙왕이 쓴 시에 구절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전한다. 그 뒤 여러 차례에 걸쳐 보수를 거듭하였고, 1735년에 다시 지었다. ‘관서제일루’(關西第一樓)라 칭할 만큼 고유한 특색을 나타냈으나, 6·25 때 파괴 소실되어 1977년 북측이 재차 복구하였다. 특히 모루단청〔毛老丹靑, 머리초에만 칠한 단청〕이 화려하고, 눈이 툭 튀어나온 도깨비〔蚩尤像〕 문살도리가 위엄 있다. 루의 이름은 ‘백 가지 아름다운 경치를 다 볼 수 있다’는 데서 유래되었다. 高樓架層霄(고루가층소-높은 누각 반공에 솟았는데..)로 시작되는 허균(許筠)의 ‘백상루’ 오언배율한시(20행)가 유명하다. 지면관계로 생략한다. 주위에 수변 ‘칠성공원’이 있어 더욱 운치를 띤다.
제5경 평양의 연광정
봄빛을 익혀뒀지 대동강 으뜸 누대
늘어진 수양버들 현판을 휘어 감고
명기(名妓)가 춤추는 다락 주작(朱雀)으로 날아가
* 연광정(練光亭); 평양직할시 중구역에 있는 조선 시대의 정자로 북한 국보 제16호다. 대동문 근처에 위치하고, 대동강에 접한 절벽 위에 지어져 있다. 단청은 물총새처럼 영롱하다. 최초로 누각이 지어진 것은 1111년(고려)으로 당시에는 ‘산수정’(山水亭)이라 이름 붙였다. 여러 번의 재건을 거쳐, 현존하는 것은 1670년에 지어진 것이다. 임진왜란 때에는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와 명나라 심유경이 회견을 했다. 또한 1609년 사신으로 방문한 명나라의 서화가 ‘주지번’이 '천하제일강산(天下第一江山)'이라고 쓴 현판을 내걸었다. 만화루(萬花樓)라 부르기도 한다. 조선의 당대 풍류객이 즐겨 찾았으며, 명기 계웧향(桂月香)의 무대이기도 하다. 다락, 기둥 등에 걸린 명사와 묵객의 현판이 보석처럼 빛난다. 조경이 좋아 봄놀이에 알맞다.
* 주작; 주조(朱鳥)라고도 한다. 고대 중국에서 하늘을 별자리에 따라 크게 다섯으로 구분하여 오관(五官) 또는 오궁(五宮)이라 하였는데, 그 중 동서남북의 4관 중 남관(南官)을 다스리는 신이다.
* 서정 넘치는 율곡(栗谷) 이이(李珥 1536~1584)의 練光亭 한시 소개
練光高閣臨江渚(연광고각임강저) 연광정 높은 누각 강가에 솟았는데
十里平波寒鏡關(십리평파한경관) 십리 푸른 파도는 찬 거울마냥 열리네
喬木遙看白鳥沒(교목요간백조몰) 백조는 키 큰 나무 흔들다 사라지고
古城廻抱靑雲回(고성회포청운회) 옛 성은 푸른 구름 끼고 도는구나
擧手遐思揖喬晋(거수하사읍교진) 손들고 교진에게 읍할 생각 떠올라
掛帆直欲痸登萊(괘범직욕초등래) 배 띄워 동래로 곧장 뛰어가고 싶구나
當風披璮動霞酌(당풍피단동하작) 바람 향해 옷 풀어헤쳐 노을 술 마시니
落日爲我猶徘徊(낙일위아유배회) 지는 해는 날 위해 외려 노는 듯 하네
제6경 성천의 강선루
사절(使節)은 먼 길 왔기 안식처 그리운데
누각은 전화(戰禍) 입어 황망히 불에 타도
선녀가 단장(丹粧)했으니 원암금침 어쩌리
* 강선루; 평안남도 성천군 성천읍에 있는 성천객사(成川客舍)에 부속된 고려시대 누각이다. 이 객사는 비류강(沸流江)변 절경에 위치하며, 동명관(東明館)을 중심으로 좌우 익사(翼舍)인 통선관(通仙館)·유선관(留仙館) 등을 합쳐 모두 33칸에 이른다. 동명관 전면은 중문을 중심으로 좌우에 십이루(十二樓)와 다른 건물로 중정(中庭)을 이루었다. 누각은 동명관 서북 후방에 강을 바라보며 배치된 정면 7칸, 측면 5칸의 중층건물이다. 한국전쟁 때 소실되어 지금은 터만 남아있다. 실물은 없지만, 당시를 회상해 시조로 읊는다.(네이버블로그 북한여행 동림폭포 인용 수정 2018. 8. 15)
제7경 만포의 세검정
만포(滿浦)는 천만리 길 압강(鴨江)은 아스란데
칼 씻은 정한(情恨)의 물 묘연히 흘러가도
침략자 더러운 손이 겨레 역사 태웠네
* 세검정(洗劒亭); 자강도 만포시 세검동에 있는 누정이다. 압록강변에 있는 이 정자는 예전에 정면 3칸, 측면 2칸의 익공식 겹처마합각지붕 건물로 수면에서 약 100m 높이에 아스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자연암반을 지반으로 삼고 기둥은 흘림방식이었으며, 그 위에 두공을 얹었다. 주위의 풍경과 잘 조화를 이루었던 누정이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 1636년 박남여 장군이 이끈 조선군은 침입한 청나라 군대를 물리치고, 이 곳에서 피 묻은 검을 씻었다. 이를 기념하여 세운 뜻 깊은 정자다. 이후 1938년 일제에 의해 불태워졌다. 북한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2010년 복원공사에 들어갔다고 전해지지만, 그의 사망으로 인해, 그 후의 상황은 알려지지 않는다. 이 역시 제6경과 마찬가지로 옛 자료를 더듬어 읊는다.
제8경 영변의 약산동대
약산(藥山)은 진달래가 동대(東臺)는 거북바위
조망(眺望)도 시원하랴 눈동자에 노는 절경
소인(騷人)아 비단 산 펼쳐 만천하에 알리게
* 약산동대(藥山東臺); 평안북도 영변군 영변읍에 있는 산(표고 489m)이다. 산에 유난히 약초가 많고 약수가 나온다는 뜻이며, 동대는 영변이 무주·위주·연주라는 세 고을로 나누어져 있을 때, 무주의 동쪽에 있다 하여 불렀다고 전한다. 일대가 북한 명승지 제2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노래 ‘영변가’와, 김소월(金素月)의 시 ‘진달래꽃’으로도 유명하다. 산은 험준하지 않으나, 절승을 이루는 제일봉·거북바위(북한 천연기념물 제78호)·학벼루 등이 울창한 수림, 철 따라 바뀌는 꽃과 어울려, 아름다운 풍치를 자아낸다. 특히 봄에 피는 진달래는 이 산을 뛰어난 승지로 만들었으며, 고급 비단천인 '영변약산단'에 문양을 넣어, 특산물로 생산하고 있다. 제일봉은 약산동대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이 곳에 오르면 서쪽으로 흐르는 구룡강과 대령강이 보이고, 동쪽으로는 멀리 묘향산과 용문산의 웅장한 모습이 펼쳐진다.(다음백과 발췌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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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저 『연비어약』 정격 단시조집(9) 제 2-4번(87~95면).
* 《윌더니스》 제25호(2020년 가을) 풍치시조 3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