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표석을 만나러 부산박물관으로
장산 일원에서 발견된 이산표석들 중 하나가 부산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5월 6일 부산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 앞 주차장은 빈자리가 많아 주차에 어려움이 없었지만 그만큼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정문을 들어서니 양쪽 마당에 유물들이 세워져 있어 혹시 이산표석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나 싶어 열심히 찾아 나섰다. 눈에 익은 동래유심부사공덕비도 만나고 옛 서면 로터리에서 옮겨온 부산직할시 승격 기념상도 만났다. 그러나 정원을 반 바퀴 돌 때까지도 이산표석은 보이질 않았다. 나머지 반 바퀴에를 돌아도 문인석과 무인석만 보이고 이산표석은 없었다.
박물관 전시실로 들어서자 구석기 유적지로서 해운대 좌동이 등장했다. 연이어 배산산성과 연산동고분군에서 나온 유적과 복천동고분군 유적들이 등장했다. 익숙한 가야의 토기들과 판갑옷이 등장했고 찰갑옷(미늘갑옷)도 보였다.
신라를 거쳐 고려에 이르자 불상과 청자들이 나타나고 조선으로 들어가면서 차츰 부끄러운 장면이 뒤를 이었다. 임진왜란 때 민초들이 겪은 비참함과 왜적에 맞서 싸운 부산진성과 동래성의 처절함도 보였다. 근대 부산의 장면도 새로웠고 다양한 인쇄·출판물이 당시의 시대상을 잘 나타내고 있었다.
기증자들 전시실에선 해운대라이프(당시 신도시라이프)에 소개한 조만규 씨 이름이 반가웠으며 단연 이병철 회장의 소장품들이 돋보였다. 특히 백자들이 저마다 곡선미를 자랑해 눈길을 사로잡았고, 기타 기증자들의 이름과 기증품에서도 독특한 작품이 걸음을 멈추게 했다.
◇ 이산표석은 어디에?
그런데 전시실을 다 둘러봐도 이산표석은 보이질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직원에게 이산표석에 대해 묻자 잘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박물관에 귀중한 유물들이 많아 이산표석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인지, 아니면 전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눈에 보이질 않아 많이 섭섭했다. 욕심 같아선 전시실이 아니더라도 야외 한 귀퉁이라도 좋으니 이산표석이 전시되어 있었으면 했다.
부산박물관에서도 이산표석을 발견할 수 없는 건 어쩌면 박물관 측이 이산표석에 대해 무관심하고 연구할 의향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해운대 장산 일원에서 167개나 발견된 이산표석인데 해운대에서조차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보니 부산박물관에서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그래서 이산표석에 관심을 둔 사람들마다 표석 한 조각이라도 부산박물관으로 보내는 것을 그렇게 반대하는가 보다.
가까운 시일 내에 해운대구에서라도 이산표석들 중 부서지거나 유실될 위험이 큰 놈부터 주민들이 잘 볼 수 있게, 그래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한곳에 모아 전시하길 빌어본다.
/ 예성탁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