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거주춤 염치한은 허리를 굽혔다.
가운데가 불거져 걷는 것이 불편했다.
문득 염치한은 자신의 부풀어 오른 잠옷의 허리끈을 잡아 당겨 안을 들여다봤다.
생각보다 작았다.
잠옷에 부풀어 오른 가운데를 거울에 비쳤을 때는 아무리 과소평가해도 이집트의 피라미드만 했지만 실제 들여다 본 크기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위에서 아래로 쳐다봤을 때는 빛의 굴절에 의해 실물보다 크기가 작아 보인다는 사실을 염치한은 몰랐던 것이다.
염치한은 팬티벨트를 앞으로 주욱 당겼다 놓았다. 퍽 소리가 날 정도로 팬티벨트가 배꼽을 때렸다. 찌릿한 배꼽통증을 느끼면 솟아오른 피라미드가 스물스물 무너질 줄 알았다.
그러나 배꼽의 통증은 피라미드 뿌리에 진동파를 전했고 그 진동파는 피라미드 꼭대기까지 휩쓸었다.
염치한은 뾰쪽하게 솟아오르는 팽창감과 가죽이 터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 얼른 의자에 앉았다.
PC를 켰다.
대자보를 불러냈다.
이 고통을 없애려면 얼른 애인을 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대자보 타이틀에 애인이란 단어를 삽입 한 후 내용을 추가할인 또는 삭제하면서 최종 수정했다.
올해의 애인 선정기준
1. 외형. 가을아침 붉은칸나 엇비슷한여자(아이리스도 무관 )
2. 신체. 163(+-5) 50(+-8) 80A(+-5)
3. 품위. 상하대비 황금비율(수평팽창 불가)
4. 능력. 150(+0, -25.)
5. 특혜. 국적불문. 경력불문. 성질불문. 연령제한 없음.
수정작업을 다 끝낸 염치한은 다시한번 내용을 꼼꼼히 읽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상상 못한 파격할인이 다소 서운했지만, 이 정도면 대충생긴 여자라도 걸려들 것이라 자신했다.
“됐어!”
염치한은 섣달 그믐밤에 붙였던 대자보를 뜯어내고 그 자리에 방금 수정 출력한 대자보를 붙였다.
그때 홈시스템의 차임이 울렸다.
“띠리리리리잉 띠리리리잉.”
4인치 화면에 아래층 지고환이 푸석한 얼굴로 서 있었다.
채주리
새해 둘째 날.
본사에서 새 입고된 정수기박스를 정리하고 있는 지고환에게 염치한이 매출전표를 내밀며 말했다.
“지부장. 새해 첫 주문 들어 왔어요.”
지고환이 환하게 웃으며 염치한에게 말했다.
“우와! 7건이네요? 사장님 취임경축주문입니다. 올해 대박 징조 럭키세븐!”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지부장이 작년에 다 뿌려놓은 결실이니 지부장 영업실적이지.”
“여하튼 출발 좋습니다!”
자신에 비해 덜 기뻐 보이는 염치한의 눈치를 살피며 지고환이 슬쩍 물었다.
“사장님 되시더니 욕심이 커졌나 봐요? 작년엔 하루 3건만 해도 입 찢어지더니?”
염치한이 억지로 웃었다.
“왜 안 기쁘겠소? 새해 첫날인데. 허지만 갑자기 매출이 뛸 땐 항상 자중해야 돼. 너무 고무되다 다른 고객께 실수할 수 있으니까.”
지고환이 염치한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나이테 하나 더 생겼다고 아주 달라졌어요? 좋아요. 좋아!”
두 사람은 손바닥을 마주쳤다. 탁! 탁! 탁!
“해피 뉴 이어!”
“해피 뉴 세일!”
매출전표를 꼼꼼하게 검토하던 지고환이 고개를 갸웃하며 염치한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 분 이상한데요?”
“?”
“작년, 사장님이 영업부장이었을 때 정수기 설치했던 채주리 고객님이네요”
“그런데요?”
“또 설치한다는 것이 이상하잖아요?”
“같은 아파트로 이사 온 다른 고객님일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이름까지 같을 수가 있습니까? 이 동네엔 이런 정수기 두 대 설치할 만한 평수가 없는데?”
염치한이 정색하고 지고환을 쳐다봤다.
“또 말조심 하지 않고. 동네 분들이 들으면 섭섭하겠다.
“사람 없는 데서는 언론의 자유보장하세요. 일일이 그런 데까지 신경 쓰면 호흡곤란 합니다.”
“이런 서비스업하려면 몸에 배어야지. 흐흐흐.”
“알았어요. 근데 말입니다. 채주리고객님이 왜? 정수기 또 필요할까요? 아직 AS유효기간도 5개월 이상 남았는데.”
“세상에 이름 같은 사람 한둘인가요? 동명이라도 일단 결재했으니 설치해드려요. 그리고 이 고객님 AS정보는 최초구매지로 해야겠죠?”
“누가 설치 나갈 건데요?”
염치한이 지고환을 아래위로 째려봤다.
“나 지금 누구야?”
“사장님요.”
지고환은 그렇게 대답해 놓고 머리를 긁적였다.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염치한이 사무실로 들어가자 빈 정수기박스를 발로 걷어차며 지고환이 투덜댔다.
“어휴! 올 한해 내 운명이 깜깜하다. 일 년을 또 어떻게 참고 견디냐? 같이 공동 사장하면 될 텐데 저 고집불통. 어휴, 동업자의 비애가 팍팍 느껴지구나. 에이! 썅노무 새끼!”
지고환의 발길에 걷어차인 빈 정수기 박스가 창고지붕을 부웅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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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자보에 대폭인하 애인쎄일 시대를 예고 하엿군요
해를 넘기게되면 노처녀 노총각 들의 마음이 심숭생숭
한가 봅니다
ㅎ
바겐세일 하지 않으면 유통기한 지나는데 어쩌겠어요?
젠틀맨님의 시대엔 어떠하셨는지요?
사모님 아니었으면 글쎄요....ㅋㅋㅋㅋㅋ
고운 저녁시간되세요
염치한도 큰일이군요,
바겐 쎄일 ㅎㅎㅎ더군다나 국적도 안가리고 말입니다.
급하니까요...ㅋㅋㅋ
멋진 밤되세요
염치한이 체알첬네요~~ㅎㅎ
신속히 구함이라고 써놓지
체알치다가 뭔가요? 꼭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고운 밤되시구요
염치한 남자망신 그만 시켜라
ㅋㅋㅋㅋㅋ....지금 망신 문제 따질 때가 아닌걸료.
염치한 입장되어 보세요...진짜 속탑니다....ㅋㅋㅋㅋㅋㅋ
火女가 걸려드는게 아닐까?
텐트치지말고 잘기다리게나~~ㅎㅎ
ㅎ
편한 밤되십시오
힘이쎄기는 쎄네요..
걸음을 제대로 못걷고 말입니다
ㅋㅋㅋㅋㅋ
보통입니다...염치한
염치한이 사장님이셨네요 지고환은 동업자이자 부장님 막 싸우길래 대체 어떤 관곌까 의문스러웠거든요
ㅎ
친구는 싸우면서 의리가 깇어가고 애인은 싸우다 정들죠..멋진 아침입니다.
잘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춤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