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요경(禪要經)
실역인명(失譯人名)
김철수 번역
1. 가욕품(訶欲品)
수행자가 도를 구하여 선정(禪定)을 닦고자 할 때, 그때에 법사(法師)는 그의 근기의 상(相)에 따라 네 가지 섭수(攝受)하는 도를 행하여 이로움과 즐거움을 보여 가르치고, 믿음과 계율을 널리 청정하게 한다. 믿음과 계율이 청정해지면, 다음에는 차례대로 여섯 가지 욕구[欲]를 제거하니, 이른바 색욕(色欲)ㆍ형용욕(形容欲)ㆍ위의욕(威儀欲)ㆍ언성욕(言聲欲)ㆍ세활욕(細滑欲)ㆍ인상욕(人相欲)이 그것이다.
앞의 다섯 가지 욕구에 주의를 기울이면 그것들을 관찰함으로써 부정(不淨)한 상(相)을 얻을 수 있으며, 인상욕(人相欲)에 주의를 기울이면 사람의 골절이 나누어져 끊어지는 상을 관찰할 수 있다. 그 온전한 주검을 관찰한다면 두 가지 욕구, 즉 위의욕(威儀欲)과 언성욕(言聲欲)을 끊을 수 있으며, 만약 썩어가는 시체를 관찰한다면 여섯 가지 욕구를 모두 다 끊을 수 있다.
깨끗하지 못함[不淨]에는 두 가지 관(觀)함이 있다. 첫째는 죽은 시체는 냄새가 나고 문드러져서 깨끗하지 못하니, 우리 몸의 깨끗하지 못함도 또한 이와 같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관하고 나면 마음속에서 혐오와 근심이 생기니, 이 상(相)을 취하고 나서 한가하고 고요한 곳인 산ㆍ연못ㆍ무덤가ㆍ빈 집ㆍ나무 아래에 이르러 스스로 깨끗하지 못한 곳을 관찰하여 그곳을 얻을 수 있으면, 마음을 몸에 붙들어 매서 달아나 흩어지지 않게 한다.
둘째는 법을 들으면 잊지 않고 생각하여 자신의 몸 가운데 있는 서른여섯 가지 사물을 분별하여 관하니, 머리카락ㆍ몸의 털ㆍ손톱ㆍ치아ㆍ콧물ㆍ눈물ㆍ침ㆍ땀ㆍ때ㆍ지방ㆍ기름ㆍ가죽ㆍ막(膜)ㆍ피부ㆍ살ㆍ힘줄ㆍ핏줄ㆍ척수ㆍ뇌ㆍ심장ㆍ간ㆍ비장ㆍ신장ㆍ폐ㆍ위ㆍ창자ㆍ밥통ㆍ아기집[胞]ㆍ담ㆍ멍ㆍ생장(生藏)ㆍ고름ㆍ피ㆍ똥ㆍ오줌이다.
온갖 벌레와 냄새나고 더럽고 부정한 것들이 모여 몸을 이루어 5도(道)를 왕래하며 온갖 괴로움이 활활 타오르니, 마치 떠 있는 시체가 물의 흐름에 따라 동쪽ㆍ서쪽으로 이동하면, 그것이 이르는 곳에 있는 사물은 모두 다 더러워지는 것과 같다. 또한 나의 몸을 생각해 보면 뼈를 기둥으로 삼고 살을 진흙으로 삼아 힘줄로 얽어매어 피가 흐르니, 마치 종기와 같고 독과 같다. 피부의 털과 아홉 개의 구멍을 문[門戶]으로 삼고, 장ㆍ위ㆍ아기집ㆍ막(膜)을 곳집[庫藏]으로 삼아 여기에 질투와 교만과 악한 마음을 더하여 몸이라고 일컫는다. 탐욕하여 구하는 데 만족할 줄 모르니, 이는 마치 시내나 도랑과 같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이는 세 가지 탐욕의 생각[欲想]을 제거해야 하니, 믿음의 보시[信施]를 받았을 때는 그것이 불[火]이나 독(毒)과 같다고 생각하며, 모든 벌레들을 도와준다고 생각하며, 죽은 시체에 생각을 두고, 침ㆍ타액ㆍ이빨에 낀 더러운 것들이 맛을 오염시킨다고 생각하고, 내[我]가 없고 지혜가 비어서 깨끗함[白淨]을 무너뜨린다고 생각하며, 탐욕하고 애착하는 인연이 오로(惡露)를 이룬다고 생각하여, 이와 같이 사유(思惟)해서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이 갖추어지면 능히 생사를 초월하여 세상의 복전(福田)이 될 수 있다.
만약 뼈를 관찰해 보면 사람에게는 두 발의 갑골(甲骨)ㆍ발가락뼈ㆍ발등뼈[趺骨]ㆍ복사뼈ㆍ종아리뼈ㆍ무릎뼈ㆍ넓적다리뼈ㆍ사타구니뼈[胯骨]ㆍ허리뼈ㆍ척추뼈ㆍ목뼈ㆍ머리뼈ㆍ턱뼈ㆍ양손의 갑골ㆍ손가락뼈ㆍ손바닥뼈ㆍ팔목뼈ㆍ팔뼈ㆍ팔꿈치뼈ㆍ어깨뼈ㆍ가슴뼈ㆍ심골(心骨)ㆍ이빨ㆍ갈비뼈가 있으니, 좌우를 생각해 보면 모두 눈으로 보는 것과 같다. 몸의 바깥 부분에 주목해서 또한 이와 같이 관찰하면, 320개의 뼈가 서로 지탱하면서 안에 있고, 가죽주머니의 아홉 구멍에서는 더러운 것이 밖으로 흘러나오니, 이와 같이 몸을 관찰하면 마치 죽은 시체가 귀신이 되어 일어나 돌아다니면서 말하거나 침묵하는 것과 같아서 항상 죽은 시체나 다름없다.
그러므로 자신의 몸에 대해 죽은 시체라고 생각하니, 푸른 멍이 들었다고 생각하며, 부어오른다고 생각하고, 고름이 흐르고 문드러졌다고 생각하며, 썩어간다고 생각하고, 피로 물들었다고 생각하며, 짐승이나 날짐승이 먹다 남긴 모습을 생각하고, 벌레가 나오는 모습을 생각하며, 뼈가 바스러진 것을 생각하고, 분리된 것을 생각하고, 썩어 문드러진 것을 생각하여, 세계의 중생은 즐거울 일이 없다는 생각을 내어서, 만약 마음에 두려운 생각이 든다면 반드시 인연법이 허망하고 공하다고 관찰하여 그것이 마치 요술로 지어낸 것처럼 존재하지 않는다고 관해야 하니, 이것이 제일의공청정지관(第一義空淸淨智觀)이다.
만약 마음에 나태한 생각이 든다면 마땅히 자신을 책망하여 이렇게 말한다.
‘늙고 병들어 죽는 괴로움이 가까이에 이르렀으니, 목숨[命]은 마치 번갯불이 쳤다가 사라지는 것처럼 짧은 순간이라 보전하기가 어려우며, 사람 몸으로 태어나기 어렵고 훌륭한 스승을 만나기 어렵다.
불법(佛法)이 멸하려고 하면 바른 말[正言]이 오히려 반대의 경우가 되어 버리니, 마치 날이 훤할 때는 등불이 있더라도 쓸모없는 것과 같다. 악한 사람이 출가하면 세속에 결탁하여 법을 훼손하고 탐욕과 음욕과 그릇된 견해로 탁하게 물들여 도(道)를 쇠약하게 하니, 악법이 자라나 큰 어둠이 장차 이르러 선정[定]의 인연을 파괴하여 갖가지 병통이 아주 많아진다. 안으로는 온갖 번뇌와 밖으로는 악마와 그 권속들이 괴롭히며, 귀신과 역병이 횡행하고 재앙이 닥쳐 세간이 황폐해진다. 사악하게 대하여 의기양양하게 남을 비방하니 온갖 번뇌는 만 가지 일의 실마리이며, 여덟 가지 괴로움[苦]이 윤회하여 밤낮으로 떨치지 못하니, 가련하다 내 몸이여! 이런 화(禍)를 만났구나. 번뇌의 적을 조금도 손상시키지 못하고, 선정법을 아직 얻지 못했다면, 비록 법의(法衣)를 입었더라도 탐욕의 맛을 생각하여 그 내실(內實)이 허망하니, 속인과 다를 것이 없다.
온갖 악취문(惡趣門)이 모두 다 열리니 모든 선법(善法) 가운데서 바른 선정(正定)에 들지 못하고 결국 온갖 악법을 짓지 않음이 없으니, 내가 이제 어찌 이 똥자루에 집착하여 교만하고 방자한 마음을 내며, 정근하여 마음을 조복시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와 같이 다 떨어진 몸은 현성(賢聖)이 꾸짖는 바로서 깨끗하지 못하고 더러운 것들이 아홉 구멍으로부터 흘러나오니, 만약 이 몸을 탐착한다면 축생과 동일하며, 죽어서 대암흑[大黑闇]에 던져지면 다시 무엇을 의지하겠는가? 지금 사람의 몸을 받고서도 벗어나지 못하는데, 만약 악취(惡趣)에 태어난다면 무엇을 말미암아 해탈할 것인가?’
이와 같이 마음을 채찍질하여 다시 본처(本處)로 돌아가며 또 때때로 일으키기를 권유해서 마음이 기쁘도록 하면, 해탈법왕(解脫法王)의 혜명(慧命)이 항상 머무르며 신통한 광명이 항상 5도(道)를 비추니, 도의 가르침을 곧장 설하여 쉽게 이해하고 쉽게 행한다.
‘이미 이것이 나의 스승이니 내가 귀명(歸命)할 바이며, 향과 꽃으로 찬탄하여 마음이 편안하고 기쁘니, 마치 천제(天帝)를 의지하면 공중에서 놀아도 전혀 무섭지 않은 것과 같아서, 모든 대보살과 아라한 등이 모두 다 나의 동반자이다. 마음을 조복하기를 마치 고양이가 쥐를 제압하듯 하면, 모든 감각기관[根]이 조어(調御)되고 복종하여서 6신통(神通)이 자재하리니, 나도 또한 이와 같이 응당 스스로 마음을 조복하여 생사로부터 벗어나야겠다. 마치 감옥에 갇힌 죄수가 사방을 둘러보아도 꽉 막혀 있어 오직 화장실 구멍만이 있고 빠져나갈 다른 길이 없는 것과 같으며, 마치 사람의 몸속에 독이 있는데 오직 똥만이 그것을 치유할 수 있고 다른 약이 없는 것과 같다.’
이렇게 사유하고 나서 부정(不淨)한 것을 자세히 관(觀)하고, 다시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처음 익혀 행할 때는 마음에 진퇴(進退)함이 많아 여덟 가지 법[八法]의 악풍이 불어 내 마음을 무너뜨리지만, 만약 내가 도를 얻어 마음이 산처럼 편안해지면 최상의 오묘한 5욕(欲)으로도 오히려 무너뜨릴 수 없으리니, 어찌 하물며 탐욕에 가리겠는가?’
대목련(大目連)이 나한(羅漢)을 얻었는데, 어떤 부인이 기인(伎人)들을 데리고 자신을 잘 꾸민 다음 목련의 마음을 무너뜨리려 하자, 목련이 그때 게송을 설하였다.
그대의 몸은 뼈를 근간으로 세워져
가죽과 살이 서로 얽혀 있고
부정한 것들이 안에 가득 차있으며
오묘한 물건은 하나도 없네.
가죽주머니 속에는 똥과 오줌이 가득하고
아홉 구멍에서는 항상 피가 흘러나오니
귀신이라도 감당할 수 없는데
어찌 만족하여 스스로 귀하다고 하겠는가?
그대의 몸은 마치 걸어 다니는 뒷간과 같아
얇은 가죽으로 자신을 덮고 있으니
지혜로운 이라면 버리고 멀리하기를
마치 사람이 뒷간을 멀리하듯 하리라.
만약 다른 사람들이 그대의 몸에 관해 안다면
내가 싫어하는 것처럼
모두가 다 멀리 떠날 것이니
사람들이 똥구덩이를 피한다는 것을 알 수 있네.
그대가 몸을 스스로 잘 장식하여
향과 꽃과 영락(瓔珞)으로 꾸몄으나
어리석은 범부라면 탐애하겠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미혹되지 않네.
당신은 부정한 것들의 덩어리[聚]이고
온갖 더럽고 나쁜 것들을 모았으니
비록 진기하고 아름다운 옷을 입었더라도
이는 마치 뒷간을 장엄해 놓은 것과 같네.
그대의 옆구리와 갈비는 척추에 붙어 있어
마치 서까래가 대들보와 기둥에 의존하는 것과 같으며
오장(五藏)이 배 안에 있어
부정(不淨)하기가 똥푸대와 같네.
내가 당신의 부정(不淨)한 모습을 관(觀)해 보면
마치 오색의 똥덩어리와 같은데,
구슬과 영락으로 장식하여
겉만 마치 화병(畫甁)처럼 좋아 보이네.
만약 사람들이 허공을 물들이려고 해도
끝내 물들일 수 없는 것처럼
당신이 나를 어지럽히려고 하는 것은
마치 나방이 스스로 불에 뛰어드는 것과 같네.
일체 모든 탐욕의 독을
내가 지금 멸하여 다했으니
5욕(五欲)을 이미 멀리 여의었고
마구니의 그물은 이미 찢어졌네.
내 마음은 허공과 같아
일체 모든 것이 물들일 수 없으니
천상의 욕락(欲樂)을 내려오게 하더라도
내 마음을 물들일 수 없도다.
세속에 떨어지면 세간의 괴로움을 낳고
수명이 빠르기가 번개와 같으며
늙고 병들어 죽음에 이르게 되니
그것에 대적해서는 호기롭고 강할 수 없네.
친족에게도 의지할 수 없고
숨을 곳도 없으며
하늘의 복도 오히려 다함이 있거늘
사람의 수명이 어찌 장구(長久)하리요.
아주 취약하여 명(命)을 넘지 못하니
마치 바람이 뜬구름에 불면
뜬구름은 아주 빨리 무너지듯
형체와 목숨은 오래 이어지지 못하네.
몸이 죽으면 혼령이 흩어지니
내 몸이 아님을 마땅히 알라!
노력할 때 힘써 정진하면
사람의 몸을 넘어설 수 있으리.
생사가 끊임이 없는 것은
탐욕으로 맛을 즐기기 때문이니
분노하는 마음을 기르고 쌓음을 늘려서
헛되이 온갖 고충을 받네.
몸에서 나는 냄새가 마치 죽은 시체와 같고
아홉 구멍에서 부정(不淨)한 것이 흘러나오며
마치 뒷간의 벌레들이 분뇨를 좋아하는 것과 같이
어리석게 몸을 탐하는 것도 이와 다름이 없네.
비록 겉으로는 궁 안에서
5욕의 색미(色味) 사이에 있더라도
마음[ 志意]으로는 달게 여기거나 즐기지 않고
항상 그윽히 선(禪)을 생각하여
밤낮으로 창문을 관(觀)한다면
어떤 하늘이 합장하며 말하기를
때가 이르러 지금 갈 수 있다고 하니
뭇 기인(伎人)들은 다 잠자고 있네.
세간에는 만족할 만한 즐거움이 없어
항상 근심ㆍ걱정과 함께하며
은혜와 애정으로 합쳐 모였다 해도
반드시 다시 헤어져야 하네.
집안사람들이 돌아가며 통곡해도
죽어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고제(苦諦)를 알기에
그러므로 도를 행하고 배우네.
세간에는 기쁜 날이 적고
근심ㆍ걱정하는 날은 아주 많은데
무엇으로 말미암아 이런 괴로움을 얻는가 하면
스스로 지은 것이지 다른 사람 때문이 아니네.
세속인들은 은혜와 애정을 좋아하나
도를 닦는 사람들은 원수처럼 여기며,
부귀(富貴)는 괴로움의 뿌리이니
마치 새가 그물에 걸린 것과 같네.
사람의 목숨은 아주 빠르게 내달려서
다섯 마리 말이 끄는 마차로도 쫓아갈 수 없으며
남은 목숨이 날마다 사라져 없어지니
각각 스스로 생각해 보라.
은혜와 애정으로 모였다 하더라도
무릇 성(盛)했다 하면 마땅히 쇠(衰)하는 법이니
그러므로 스스로 뽑아 버리고
도를 얻어 응당 귀명(歸命)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