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금살금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펴보며 나왔지만,
모종삽으로 담 옆 흙을 파기 전,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잽싸게 흙을 파내고 주머니를 불룩하게 만들던
그 묵직한 돌을 끄집어내었다.
반짝! 반짝!
그 돌의 깨어진 돌출부에 촘촘히 박힌 육각 모양의
투명한 결정체들이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다.
그 빛을 오래 감상할 여유는 물론 없었다.
얼른 돌을 묻고 파낸 흙을 덮어 표시 나지 않게 꼭꼭
눌러 밟았다.
큰 소망 하나를 마음으로 빌며 꼭꼭 눌러 밟았다.
"다이아몬드가 되게 해주이소..."
"익아~ 뒷산에 가볼래?"
"와? 뒷산에 뭐 있나?"
11살의 추석, 아버지의 손을 잡고 찾아간 큰집에는
나보다 한 살 많은 사촌형이 있었다.
아이들만 만나면 평생 써먹은, 깡총 뛰는 개구리
접는 법을 가르쳐주고, 살아있는 개구리를 회초리로
때려 기절시켜 놓고는 등과 배를 살살 간질러 다시
살아나게 만드는 것을 보여주는 바람에 나는 이미
그 형 말이라면 뭐든 믿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뒷산에 다이아몬드 많다. 다이아몬드 보이주께."
"다이아몬드?? 정말로??? 다이아몬드가 얼마나
비싸고 귀한 긴데 뒷산에 있노?"
"정말이라카이... 아무나 보이주는 기 아인데
니라서 특별히 보이 줄라 캤디만..."
사촌형의 눈에 장난기는 있어 보였지만 거짓은 없어
보였다.
개구리를 죽였다가 살리는 묘기를 보여준 후라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호기심 반 기대 반 형을 따라
야트막한 큰집 뒷동산을 올랐다.
"여기다."
형이 말한 곳은 주먹보다 서너 배 큰 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흔히 보는 그런 동산의 어느 자리였다.
"여 다이아몬드가 어데 있노?"
의문스럽게 바라보는 나를 보며 씩 웃던 형이 근처의
돌 하나를 주워 들었다.
"인자 보이주께. 잘 봐래이~"
그 돌을 단단해 보이는 바위에 세게 던졌다.
돌은 두 세 조각으로 깨어졌고...
그 돌조각 하나를 주워 든 형이 깨어진 부분을
살펴보더니 나에게 내밀며 웃었다.
"자 받아라~ 다이아몬드~"
반짝! 반짝!
깨어진 부분에 석류알처럼 박혀있던 육각 투명
결정체에서 쏟아져 나온 빛들이 눈을 부시게 했다.
"우와~! 정말 다이아몬드네~"
"이 근처에 있는 돌들 깨 보면 다 그런 다이아몬드들이
박혀 있데이."
내 감탄에 화답한 형의 말을 듣고 다시 돌아본 그곳은
이제 그저 그런 동산이 아니라 다이아몬드가 지천에
굴러다니는 별천지였다.
얼른 옆에 있는 돌 하나를 주워 바위에 세게 던졌다.
깨어진 돌 속에는 어김없이 육각의 투명한 결정체들이
번쩍번쩍! 눈부시게 빛을 뿜었다.
그 후로 한참 동안을 닥치는 대로 미친 아이처럼
돌들을 깨뜨렸다.
노다지... 그곳은 정말 다이아몬드 노다지였다.
"히야~ 정말로 이 많은 게 다 다이아몬드 맞나?"
그러다가 제정신이 돌아오며 찾아든 의문.
설마 이 많은 게 다 다이아몬드라면 왜 우리가 부자가
아니었지?
큰집도 가난하진 않았지만 그렇게 넉넉하게 사는
시골 살림은 아닌데...?
그렇다면 저 음흉한 사촌형이 나중에 혼자 부자
될라꼬..?
갑자기 의문이 들어 사촌형에게 다짐하듯 물어보았다.
형이 빙그레 웃었다.
"니 석영이라고 들어봤나? 모래 많은 곳에 있다는 거..."
어디선가 들어본 것도 같아 고개를 끄덕거렸다.
한 번도 보지는 못했지만...
"그게 바로 석영이야~"
"그라마 이기 다이아몬드가 아이고 석영이라꼬?"
내 큰 낙담을 눈치채었을까?
한 살 많은 사촌형이 내 귀에 이렇게 속삭거렸다.
"이게 세월이 오래 흐르면 다이아몬드가 된다 카더라."
큰집 앞에는 아주 넓은 모래길이 있었다.
길 전체가 하얗게 빛이 나는 모래였었다.
그 모래 밑으로 물이 흐른다 했다.
모래가 얼마나 깊고 넓은지 큰비가 내릴 때라도
그 길 위로 물 흐르는 것 보는 것은 쉽지가 않다
했었다.
그래서 석영이 많은가 보구나...
깨어져 흩어진 돌들 중에서 맑고 예쁜 석영이 촘촘히
박힌 작은 돌 몇 개를 주워 주머니에 소중하게 넣었다.
그런 나를 보며 사촌형은 또 웃고 있었다.
"히야... 정말이제?
오래 놔두면 다이아몬드 된다 카는 거...?"
소망을 담아 한번 더 확인했다.
"익아~ 니 보갯또 뿔룩한 거 그건 뭐고?"
"아무것도 아이라예..."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버지의 물음에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가져온 돌들 중에서도 제일 반짝이는 돌을 골라,
표시 나지 않게 잘 묻고는 다시 한번 묻어둔 자리
확인하며 마지막으로 소원을 빌었다.
"하느님 부처님요. 제발 빨리 다이아몬드가 되게
해주이소. 내 부자 되면 어무이 소원인 다이아몬드
반지도 한 개 해주고, 서울로 돈 벌로 간 큰 누부야도
얼른 돌아오게 하고, 좋은 일 마이 하께요.
안 그라거든 천벌 내리 주이소~
아멘... 관셈보살..."
언제 한국에 돌아가면 그 골목 찾아가 그 자리
흙들 들추어 그 돌들이 다이아몬드가 되어있는지
꼭 확인해 볼 것이다.
석영 그대로 있더라도 노다지를 만난 듯
분명 행복할 것이다.
첫댓글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되어있거라 석영
비나이다 비나이다.
온세상이
반짝반짝 빛나는
고운 세상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랜 세월
피고지고 또 피어도 새롭고
싱그러운 크리스마스꽃이라는
게발선인장 꽃이 화려하게 피었습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지는 꽃
희망의 꽃입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 반쯤은
다이아몬드가 되어있을까요?
식목일 심은 나무들은 이제
울창한 숲이 되었던데요. ㅎㅎ
위의 글에 나오는 석영은 수정을 뜻하는 것 일거다
나도 어릴때 석영이 박힌 돌을 모으기를 좋아했다
그런데 서울에서는 그 거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남들에게서 몇 개 얻을 뿐 이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석영이라는 돌은 강도도 강하고
가공해서 보석류 로서 반지 등 장신구로 사용하면 아주 좋을거 같다
지금도 자수정 등 색깔이 있는 수정은 반지 등 장신구 용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마음자리님 계시던 그 동네는 석영이 많이 있던 곳 인가 봅니다
지금이라도 국내에 입국하면 거기에 가서 큰 석영을 찾아 내어서
가공해서 장신구로 사용 하는게 어떨런지용?
충성 우하하하하하
제 본향은 구미 옆 선산(옛이름 들성)입니다.
사암들이 많아서인지 흰모래들이
길을 가득 메우고 있어 특이한 곳이었어요.
그래서 주변 돌들도 석영을 품고 있고요.
구미 공단 조성하며 그 모래들 다 퍼가서 나중엔 땅이 드러났고요.
골목 그 돌 그대로 있으면 찾아서
간직하고 싶네요. ㅎ 충성~
아, 지금도 그 석영을 감춰 둔 그 곳을 기억하고,
서툴기도 두려움이 있었을 타국 생활을 계속하는 힘이
거기에 있었네요.
어린시절과 고향마을
마음자리님의 노다지를 잊지 않는 숨은 힘입니다.^^
숨겨둔 미래의 다이아몬드를 찾아서
언젠가 고향 길을 찾아 올 것을 기대합니다.
올 한해 끝까지 행복 가다듬고,
새벽이와 함께 안전운행,
건강과 건필 하셔요.
네. 고향이 있고 그곳에
제 꿈과 소망들이 다 남아 있으니,
어찌 잊겠습니까.
콩꽃님도 추운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고 곧 다가올 새해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세요.
ㅎ 나는 겨울에 강물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윤슬이 다이아몬드라고 생각했어요
아.. 그런 윤슬, 최근에 제가 하나
담아 두었어요. 드릴게요. ㅎㅎ
마음자리님 글을 읽고 어릴적. 기억을 떠올렸네요 철로변에 깔린 하얀곱돌을 주어 가지고 와서 마당. 한 쪽에 묻어 놓고 매일 소변을 보면 반짝이는 돌로 변한다고 친구들이 이야기해서 했던 기억이 생각 났습니다 이곳은 눈도오고 길도 미끄럽습니다
저도 그와 비슷한 추억이 있습니다.
분필처럼 단단한 바닥에 그림이나
글씨를 쓸 수 있던 석필이라고 있었는데
소변을 보면 나중에 반짝돌로 변한다고
해서 따라했던 기억도 납니다. ㅎ
외출 하실 때 미끄러운 길 조심하세요.
저는 그나이에 다이아몬드가 뭔지도
몰랐던것 같아요 .
석영은 알았는데 이름도 예쁜 돌이
생긴것도 반짝이며 예쁘구나 했지요 .
한국 방문 하실때 한번 가 보세요.
제 생각에 다이아몬드가 묻어 있을것 같아요 .
도시 변두리 얼치기 소년이라
어리석게 아는 게 많았던가 봐요.
ㅎㅎ 한국가면 꼭 확인 해봐야죠.
추억이 담긴 곳들 순례도 할겸.
반짝이는 그 광물이
다이아몬는 아닐까 하는 꿈을 꾸며ㅋ
호기심 많고
꿈도 야무진 소년에겐
무심코 흐른 시간 따위는
마음에 품은 풍요로운 상상이
퇴색 될 리 만무하지요.
동화 소재로 너무 좋습니다.
호기심어린 마음으로 눈을 빛내고 있는
익이의 순수함이 감동으로 다가와요.
개구리를 기절시켰다가
다시 꿈틀대게 하는 사촌형의
개구진 모습도 웃음짓게 하구요.
오늘
저에게 글로 노다지 안겨 주셔서
감사드려요^^
사실 석영 그 자체로도 놀라웠는데
세월 지나면 다이아몬드가 된다니..
노다지 나누어 쓸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ㅎㅎ
셕영이 다이아몬드로 바뀔 때까지
수만년 건강하게 잘 사시길...ㅎ
그래도 그 사촌형은 동생의 코묻은 돈
갈취하기 위한 사기가 아닌, 꿈을 심어준
좋은 형님이시군요.
한살 터울 사촌형이라 친하게 지냈지요.
지금쯤이면 다이아몬드가 되어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ㅎㅎ
하하
어쩜
저랑 비슷한 점이 많아요
저는
여름 방학 때 고구마 밭을 매다
사금파리가 호미 끝에 걸리면
혹
고려청자나
백자나 싶어
조심조심 ㅎㅎ
저는
어릴 때 꿈이 돈을 많이 버는 거였거든요
잘 읽었습니다 ㆍ
어릴적 마음들은 넓고 맑아
공통점 찾기가 쉬운가 봅니다.
저는 영화 원없이 봐도 괜찮을만큼 벌고 싶었습니다. ㅎㅎ
어린 시절의 추억을 이리도 세세히
기억하며 수필로 옮기셨네요.
석영이 그대로 있더라도 노다지를 만난 듯
분명 행복할 것이라는
마지막 부분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제게는 어린시절의 소원이 어떤 것이
있었나 생각해보니
서울로 대학을 간 오빠가 성공해서 비단구두
사오기를 간절히 기다렸던 것이었어요.ㅎ
오늘도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의 글
잘 읽었습니다.
어린 날의 소망을 만나는 일이니
분명 노다지를 만난 듯 눈부시게
행복할 것 같아요.
그래, 소원하셨던 비단구두는
오라버니께서 사오셨던가요?
@마음자리 비단구두는 그냥 제 마음의
소원으로 남아 있을 뿐입니더~ㅎㅎ
@이베리아 ㅎㅎ 제가 좋아했던 큰누나는
제 동화책을 사왔던데요. ㅎㅎ
요 번주 내내 무쟈게 추운데요.
맘자리님 이야기 듣고
추위가 싹 물러간 줄 알았다니까요.
어~쩜 이렇게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잼나게 쓸 수가 있는거죠.
(갑자기 감사하다는 생각이 왜 들었는지
모르겠어요.)
맘자리님은 천상 이야기 꾼이예요.
제가요 성석제 작가 소설을 참 좋아하는데요. 느낌이 비슷해서요.
나중에 투명인간 함 보세요.
아침에 나무랑님 댓글 보고 운전하며 성석제 작가 투명인간 소개 대담 유튜브를 들었습니다.
주인공 김만수를 통해 우리 세대의 이야기를 일생 전반을 통해 보여주는데, 특이한 점이 화자의 시점이라더군요. 김만수의 시각이 아닌 주변 인물들의 시각으로 김만수를 보는 입체적 방식으로 썼다고 하네요. ㅎ
기회되면 전편을 읽어 보겠습니다.
훌륭한 작가분과 비슷한 느낌을 받으셨다니 영광입니다. 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ㅎㅎ 와~ 그때 오백원이면 정말
큰 돈인데... 잘 있겠지요.
오백원 지폐라면 옛날 돈 수집가에게도
가치있는 지폐잖아요.
푸른빛이 돌았다는 거 빼고는 그때
오백원 지폐의 생김이 기억나질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