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릴리>부터 <블루 재스민>까지
그가 연출한 총 45편의 영화들을 대상으로 선정하였으며
순서는 제작 연도 기준입니다. (오름차순)
-
슬리퍼 (1973)
슬랩스틱 코미디 영화인 <돈을 갖고 튀어라>로 데뷔한 이래
(실질적 연출작이 아니므로 <타이거 릴리>는 제외)
처음으로 비평가들에게 높은 평을 받은 작품.
장르는 어울리지 않게도 SF인데
역시 우디 앨런 답게 냉동인간이 되어 2173년으로 날아가서도
1973년 당시를 풍자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가 연출한 영화에 다이앤 키튼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애니 홀 (1977)
"인생은 결국 두 가지예요, 끔찍하거나, 비참하거나. 끔찍한건 뭐랄까, 장님이나 절름발이 같이 영구적인 거죠.
비참한 건 그 나머지의 사람들이구요. 그러니 당신이 비참한 쪽에 속한다는 걸 감사히 여겨야 해요."
아카데미가 처음으로 우디 앨런에 손을 들어준, 그의 잘 알려진 걸작.
그러나 그는 무려 작품, 감독, 각본상을 모조리 휩쓸었음에도 시상식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의 아카데미 시상식 결석(?)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9.11 이후 처음 열린 시상식에 딱 한 번 이례적으로 참여한 바 있다)
보통 그 시간에 자신의 밴드원들과 호텔 바에서 클라리넷을 연주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긴 하나
사실 그는 영화를 평가하고 상을 수여하는 행위 자체를 그다지 무게감 있게 생각하지 않는 듯보인다.
맨하탄 (1979)
사실 그토록 호평받았던 <미드나잇 인 파리>의 오프닝은
이미 수십년 전 <맨하탄>에서 이미 했던 것이다.
<애니 홀> 이후
우디 앨런의 작품들은 단순한 슬랩스틱 코미디를 넘어
성찰을 하기 시작하는데, <맨하탄> 역시 그와 맥락을 같이하는 성숙한 영화다.
한나와 그 자매들 (1986)
박찬욱 감독이 푹 빠졌다던 그 영화.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기가 막히다.
축구 게임으로 치자면 선수의 모든 능력치가 정육각형을 빽빽하게 채운 형태라고나 할까.
특히나 결말이 평소 우디 앨런 영화 답지 않게 굉장히 긍정적이고 낭만적으로 그려져 여성 영화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우리의 변태 감독 박찬욱은 그 결말마저 (기막힌 창의적 분석으로) 비극적 결말로 해석해 버린다.
(박찬욱의 오마쥬 참고)
또다른 여인 (1988)
나름대로 순탄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던 여인이
50세에 이르러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
그가 존경해 마지 않는 잉마르 베리만의 영화와 그 영화 속 문법을 그대로 따라 찍었다.
주인공의 캐릭터는 여자이나,
내용으로 보나 나이로 보나 비슷한 나이가 된 우디 앨런 그 자신의 자전적 성찰 영화.
범죄와 비행 (1988)
우디 앨런의 염세주의가 잘 담긴 작품.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인력으로 되는 일은 아무 것도 없으며, 권선징악 역시 사람들의 소망일 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 사회 대부분의 일들은 그냥 운에 의해 진행된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면서 그런 비극적인 삶을 지탱할 수 있는 건 오직 사랑 뿐이라고 조언한다.
부부일기 (1992)
누군가 우디 앨런의 최고작이 뭐냐고 물어볼 때면
나는 항상 이 영화를 말해주곤 했다.
위트, 철학, 통찰, 여성관, 세계관까지 모든 면에서 정점을 찍고 있는 걸작.
죽기 전에 꼭~ 이런 소리를 무지하게 싫어하지만
이 영화만큼은 죽기 전에 꼭 보라고 강요하고 싶을 정도다.
매치 포인트 (2005)
사실 우디 앨런이 매 번 좋은 영화를 찍어낸 것은 아니다.
평작도 있었으며, 아쉬운 영화들 또한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평균 1년에 한 작품을 50년 가까이 꾸준하게 만들어 내는데,
전부 좋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지 신일 것이다.
2000년대로 넘어오며 그의 영화들은 그리 좋은 평을 받지 못했고,
심지어 몇몇 평론가들은 그에게 은퇴하란 소리마저 서슴지 않았는데
2005년 <매치 포인트>를 내놓으면서 우디 앨런은 그런 말들을 한순간에 가시게 만든다.
다분히 <범죄와 비행>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할 작품.
여기서 우디 앨런은 다시 한 번 이야기 한다.
"누군가 '실력보다 운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인생을 달관한 사람이다. 두려울만큼 인생은 대부분 운에 좌우된다.
그런 능력 밖의 일에 대한 생각에 골몰하면 무서울 지경이다.
시합에서 공이 네트를 건드리는 찰나, 공은 넘어갈 수도 그냥 떨어질 수도 있다.
운만 좋으면 공은 넘어가고 당신은 이긴다. 그렇지 않으면 패배한다."
미드나잇 인 파리 (2011)
우디 앨런은 자신이 반 세기에 걸쳐 만든 모든 작품의 관객수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중박 영화 한 편의 관객수보다 적다며 (그리고 그게 당연하다고)
자조섞인 농담조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자신의 영화가 미국 박스오피스 순위권을 다투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우디 앨런의 모든 영화를 통틀어 최고 흥행을 기록했고,
많은 이들은 이 결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국내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 영화에 반해 우디 앨런 영화를 처음 입문하게 된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고.
아마 모르긴 몰라도,
현재에 충실하라는 어른의 충고를 낭만적으로 담아낸 이 영화를 사랑하지 않기란 불가능 했을 것이다.
블루 재스민 (2013)
꽃보다 할배들처럼 실컷 유럽 투어를 즐기던 노년의 우디 앨런이
미국으로 돌아와 심기일전(?)으로 왕년의 시니컬함을 다시 뽐낸 작품.
그동안 그의 낭만주의, 러브러브, 몰캉말캉 이야기 행보에 좀 아쉬워했던
기존 팬들은 이 영화를 접하고 환호를 금치 못했다.
비평적으로도 <매치 포인트>이후, 아니 90년대 후반 이후를 통틀어 가장 높은 찬사를 받았다.
고약한 우디 앨런 영감은 우리의 영원한 엘프 여신마저
가차없이 겨드랑이에 땀 찬 부유층 이혼녀로 연기하게 만들었는데
대신 그의 다른 영화 여주인공이 그러했듯
그 대가로 각종 시상식에서 모든 영광을 휩쓸고 있는 중이시다.
아카데미에서도 <그래비티>의 산드라 블록을 가뿐히 제치며 오스카의 영예를 한 몸에.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보고싶은 작품이 많네요
AlTmUaFcmgoBTahBRsqNeoNRRGpundlqhrGZWiNsL
관리자에 의해 규제된 글입니다. 규제관련 안내
HpNkTOlVcUKNTPwriFVLURozSPjujjMFnXGTK
qufgCbqDmoGlBDEYNaNhIqmAc
roHoudrYXmLWCUO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