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생 시츄 '맥스'는 파란만장한 소년기를 거쳐 2018년 4월 20일, 지친 몸으로 내게 왔다.
그 날의 시츄는 두 눈이 없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아이였다.
8년의 삶이 허공으로 흩어진, 갈 곳 없는 아이, 정 붙일 데라곤 없는 아이였다.
눈이 없는 맥스를 안고 일산병원 좁은 케이지를 나와 용인 집으로 오는 내내 맥스는 몸을 떨면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눈이 보이지 않다 보니 그새 익숙해진 간호사 누나들 목소리는 하나도 안들리고, 낯선 목소리의 사람들이 두런거리며 저를 데리고 오래도록 길을 달리니 얼마나 불안했으랴.
그렇게 2달 모자란 7년을 우리는 서로 부대끼며 살아왔다.
우리 맥스 목마르구나?
우리 맥스 똥마려워?
우리 맥스 배가 고파?
우리 맥스 고구마 달라고?
우리 맥스 쉬하고 싶어?
그러면 기분이 좋아져서 나름 흠흠하면서, 그게 재롱이랍시고 내 무릎으로 기어오르곤 했다.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 날마다 그러했다.
오늘 오후 7시까지는.
눈이 보이지 않는 맥스를 위해 유모차에 태워 여러 관광지를 자주 다녔다. 어떡하든 소리라도 들어보라고, 나뭇가지와 이파리를 흔들어대는 바람소리라도 들어보라고, 시냇물 졸졸거리는 징검다리에 서보았다.
2년간의 심장판막증 투병 생활을 마치고, 잘 낫지 않는 폐렴을 견뎌가면서 살아오다 이제는 근육이 약해지고, 신경이 꼬이는 노환이 깊어, 그야말로 딱 하루 세게 앓고 오늘 오후 7시에 내 품에 안겨 고요히 숨을 놓았다. 언제 숨을 놓았는지 몰라 청진기를 갖다 대고서야 숨이 멎은 걸 알았다.
심장판막증에 걸리면 밤마다 호흡이 거칠어지므로, 늦추고 늦춰 저녁 시간에라도 병원에 가 안락사시킬 참이었는데, 아프지는 않게 잠이라도 재우다 보낼 생각이었는데, 그만 그 시간마저 놓쳐 우리 맥스 밤새 고생시키게 생겼다며 안달하는 나를 위로하려는 듯 내 품에 안겨 스르르 숨을 놓았다.
간밤에는 새벽 네 시까지 워낙 세게 앓아 나도 함께 잠을 자지 못했다. 내일은 어떡하든 편안하게 보내야지 했는데, 낮에 너무나 쌔근쌔근 잘 자길래 두었더니 병원 갈 시간도 안주고 숨을 거두어버렸다.
저와 나의 7년은 안타까운 일 반, 행복한 일 반이다. 특별히 고기를 내놓으라고 덤비지도 않고, 어디 가자고도 하지 않으면서 무릎에 앉는 걸 좋아하고, 일하는 아빠 발끝에 엎드리는 걸 좋아하고, 아빠 품에 안겨서 외출하는 걸 즐기던 우리 맥스는 지금 염처리해준 병원에서 준 종이관에 누워 새근새근 잘 자고 있다.
내일은 맥스를 화장하여 집으로 데려왔다가, 우리 마당에 모란이 피는 날 하얀 모란꽃 아래에 뿌릴 참이다. 그러면 그 위로 하얀 모란잎이 떨어지겠지.
맥스의 마지막 신분은 해피엔딩레스큐 소속 강아지다. 나는 이때까지 임시보호자였다.
우리집 경추장애견 별군이도 나는 임시보호자다. 처음에는 반년이나 일년만 맡으면 되는 줄 알았던 지독한 장애견들이지만 운명이 그러하니 지금껏 부대끼며 살아왔다.
우리 맥스가 아플 때 수술해주고, 위로해주고, 임보해주신 여러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맥스 임보하시느라 고생하신 딱지야 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더 오래 살리지 못한 점은 사과드린다.
눈 먼 개 맥스를 분양해보려고 애쓰시던 해레 임원님들, 그 목소리 아직 생생하다.
지금도 맥스처럼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임보해주시고 계신 분들, 또 입양하여 길러주시는 분들, 모두 존경한다.
맥스 사진 보시면서 이 아이가 다음 생에는 부디 사람으로 나서, 좋은 부모 만나 좋은 교육 받고, 좋은 인연 만나 즐거운 새 삶을 살기를 기원해주시면 고맙겠다. 시각장애견으로 7년 넘게 살았으니 업보는 다 녹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우리 맥스의 다음 생은 꽃길뿐일 것이다.
고맙다, 다 고맙다. 맥스의 삶을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지금 별군이는 맥스 형 관 옆에 누워 있다)
첫댓글 맥스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여태껏 맥스에게 얼마나 정성을 다해주셨는지 또 얼마나 맥스가 그리우실지 글 내용이 한 문장 한 문장 덤덤한듯 마음을 울리네요... 맥스가 강아지별에서 아프지 않고 행복하길, 보호자님 그리고 별군이도 맥스 빈자리를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고생많으셨어요~ 별군이는 많이 행복했을겁니다~^^ 별군아 그곳에서 반짝반짝 잘보며 행복하렴...
저희 달님이와 같은 시츄라 마음이 쓰였지만 알탄하우스에 간뒤로 잘 살겠구나 했었어요. 이젠 환해진 두눈으로 아빠와 별군이와 눈맞춤하고 자기별로 돌아가고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맥스야 잘가, 거기서 행복하고 나중에 아빠랑 또 만나라
글 잘 읽었습니다. 임시보호인데도 그 긴 시간을 함께해 오시느라 너무 수고하셨어요 ㅠㅠ 맥스가 눈이 없어서 스르르 눈을 감았을 때 청진기 대도 소리 들으며 판단하신거 너무 슬프네요. 덕분에 맥스는 안보여도 아파도 너무 행복했을 것 같아요~맥스야 잘가고 우리 모두 기억할께
맥스아버님...끝까지 사랑으로 함께 해주심을 너무 감사드리고 고생많으셨습니다..
맥스가 별군이와 아빠때문에 사랑 듬뿍 받고 외롭지않게 갔으리라 생각해요.
맥스의 빈자리가 크실테지만 잘 추스리시길 바래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