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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실록 19권, 숙종 14년 9월 6일 정축 2/4 기사 / 1688년 청 강희(康熙) 27년
황해 감사가 아뢰기를,
"장연(長淵)의 장시(場市)에 지난여름부터 말린 고기를 내다 파는 자가 있었는데, 값이 돼지고기의 반에도 미치지 아니하므로 빈민들이 다투어 사 먹었다고 합니다.
그 고기는 빛깔이 희고 기름기가 적었으며, 불에 구우면 냄새가 노루 고기와 비슷하였으므로 사람들이 산짐승의 고기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장연의 백성 김세량(金世良)이 고기를 썰다가 그 속에서 작은 구리 반지 하나를 얻었는데, 곧 석 달 전에 죽은 그의 누이가 생전에 늘 끼던 물건이었습니다.
김세량이 크게 놀라 현관(縣官)에 고하니, 현감이 즉시 고기를 판매한 자들을 잡아 문초하였습니다. 그들이 모두 말하기를,
‘장연 서쪽에 사는 백정 한명수(韓命守)에게서 받은 것입니다.’
하였습니다.
이에 한명수를 잡아 추문하니 공초하기를,
‘병들어 죽은 소와 말의 살을 베어 말려 판 것뿐입니다.’
하였습니다.
현감이 의원을 불러 남은 고기를 살피게 하였는데, 의원이 아뢰기를,
‘살의 결이 일정하지 아니하고, 그 가운데에는 짐승의 살과 같지 않은 것이 섞여 있는 듯합니다.’
하였습니다.
현감이 이를 괴이하게 여겨 지난 수개월 동안 고기를 사 간 자를 조사하니 모두 사십여 호였고, 대부분 이미 먹어 없앤 뒤였습니다. 이 말이 퍼지자 읍민들이 크게 놀라 혹은 먹은 것을 토하려 하고, 혹은 병이 들었다고 호소하여 인심이 소요하였습니다.
현감이 한명수를 다시 형문하니, 마침내 공초하기를,
‘살아 있는 사람을 죽인 일은 없습니다. 장사 지낸 지 오래되지 않은 무덤을 몰래 파고 시신의 살을 베어 온 적은 있습니다.’
하였습니다.
현감이 묻기를,
‘이미 사람이 먹을 수 없는 물건임을 알면서 어찌 감히 장시에 내다 팔았는가?’
하니, 한명수가 말하기를,
‘처음에는 개에게 먹이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떤 자가 이를 짐승 고기로 알고 값을 주고 가져갔습니다. 이후 찾는 자가 끊이지 아니하여 팔았을 뿐입니다.’
하였습니다.
현감이 인근의 분묘를 검험하게 하니, 근래 장사한 무덤 여덟 곳에 몰래 파헤친 흔적이 있었고, 그 가운데 네 곳은 시신의 일부가 없어져 있었습니다.
감사가 이어 아뢰기를,
"죽은 자의 시신을 훼손한 것만으로도 이미 극히 흉패(凶悖)한 일인데, 그 살을 백성에게 먹게 하였으니 죄상이 참혹합니다. 더구나 고기를 팔아 얻은 이익을 나누어 가진 자가 있는 듯하니, 엄히 국문하여 동당(同黨)을 끝까지 추핵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하니, 답하기를,
"아뢴 대로 하라. 다만 고기를 사 먹은 백성들은 그 실정을 알지 못하였으니 죄를 논하지 말라."
하였다.
며칠 뒤 장연 현감이 다시 계문하기를,
"한명수의 집에서 거래한 물목을 기록한 책자 한 권을 찾아냈습니다. 이를 대조하니 지난해 겨울부터 그가 판매한 고기의 수량이 심히 많아, 파헤쳐진 분묘의 시신만으로는 그 수량에 미칠 수 없습니다.
이에 다시 추문하니 한명수가 처음에는 대답하지 아니하다가 말하기를,
‘무덤에서 취한 것은 처음 몇 차례뿐이었습니다.’
하였습니다.
그 나머지는 어디에서 얻었느냐고 거듭 물었으나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또 장부에 고기를 많이 내다 판 날을 살펴보니, 그보다 수일 앞서 장연과 이웃 고을에서 유민(流民), 행려(行旅), 유행승(遊行僧) 등이 홀연히 자취를 감춘 일이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포졸을 보내 산야와 하천을 두루 수색하게 하였으나 끝내 시신은 찾지 못하였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전교하기를,
"인명을 해쳤는지의 여부가 죄의 경중에 크게 관계되니, 속히 명백히 사핵(査覈)하여 아뢰라."
하였다.
그런데 한명수는 재차 형문하기 전날 밤 옥중에서 스스로 목을 매어 죽었다.
그가 죽은 뒤 장시의 고기 장수 가운데 세 사람이 장연을 떠났는데, 간 곳을 알지 못하였다.
첫댓글 아 너무 충격이다 실록이니까 뭐 야사도 아니고 와;;;
ㅁㅊ이게 실화라고...진짜 끔찍하다;;;
ㅁㅊ....끔찍한데 그시대에 ㄹㅇ 있을법한 일이야.. (물론 실화라 실록에 적힌거겠지만..)
아니 세상에........ 괴담이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