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셋째 주, 예배당을 청소하는 날이다. 오랜만에 낮에도 춥지 않은 날이라 다행이었다. 물론 찬물로 청소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지만….
화장실 청소를 할 때부터 ‘음, 음’ 소리가 들린다. 청소하기 싫다는 뜻이다. 김민정 씨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예, 예.”
김민정 씨가 물기를 닦던 밀대를 다시 밀기 시작했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김민정 씨는 잔소리를 하고 싶은 내 눈빛을 읽었나 보다. 약간 머쓱해졌다.
예배당을 청소할 걸레를 챙겨 달라 부탁드렸다. 못 들은 체하며 예배당 계단으로 가버렸다. 부랴부랴 청소 도구를 챙겨 김민정 씨를 따라 올라갔다. 그래도 먼저 들어가지 않고,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김민정 씨, 저번처럼 예배당 바닥을 부탁드립니다.”
“….”
직원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직원이 했으면 한다는 뜻이다.
“저는 의자를 닦아야 해요. 아니면 김민정 씨가 의자를 닦으실래요? 오늘은 바꿔서 할까요?”
“음, 음.”
또 거절이다. 하지만 이 일은 김민정 씨의 일이니까 다시 설명한다. 아마 김민정 씨도 내가 어떤 말을 할지 ‘음’이라고 하던 때부터 느꼈을 것 같다.
“김민정 씨, 하기 싫은 마음은 알겠지만 이 일을 하기로 한 사람이 누구죠?”
김민정 씨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킨다.
“네, 김민정 씨가 하겠다고 말씀하셨잖아요. 목사님과도 약속하셨구요. 그러면 하기 싫어도 감당하셔야 하는 일입니다.”
“네.”
김민정 씨는 썩 유쾌하지 않은 얼굴로 바닥 청소를 시작했다. 잠깐씩 서서 직원을 바라보고 있긴 했지만 ‘음’ 하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평소보다 바닥이 지저분했는데도 잘 감당해냈다.
“김민정 씨, 오늘은 평소보다 떨어진 게 많네요.”
“네.”
“오늘은 저도 힘드네요. 묻어 있는 게 많았어요. 김민정 씨도 고생하셨어요.”
“네, 네.”
청소를 끝내고 헌금과 기도를 하는 시간, 김민정 씨와 올해 기도하기로 했던 것들을 다시 생각하며 기도했다.
오늘은 기도 제목이 하나 더 늘었다. 점심 때 서지연 선생님의 결혼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서지연 선생님과 박효진 선생님의 행복한 앞날을 위해 기도했다. 김민정 씨는 서지연 선생님이 많이 웃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청소 도구를 정리하고 나오는 길, 직원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김민정 씨가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김민정 씨는 아마 굴러가는 낙엽 소리에도 웃을 것이다.
“김민정 씨, 꼬르륵 소리가 그렇게 재밌어요?”
“흐흐, 네. 아, 배야.”
“허허, 거 참.”
“예, 예. 흐흐.”
“김민정 씨는 배 안 고파요? 저는 오늘따라 너무 배가 고프네요.”
“네.”
배를 통통 친다. 김민정 씨도 배가 고팠나 보다.
“우리 다음에는 예배당 청소 끝나면 창포원 가서 컵라면이라도 먹고 가요.”
“예!”
“청소할 때는 힘들었어도, 하고 나니까 기분 좋죠?”
“예, 예.”
“다음에는 청소가 더 즐겁겠네요. 컵라면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네. 히히.”
2025년 2월 14일 금요일, 구주영
청소하기 싫은 날이 있지요. 김민정 씨의 마음을 살피고 헤아리며 잘 설명하고 설득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구주영 선생님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월평
첫댓글 사진 속 김민정 씨 모습에서 착잡함이 느껴져요. 하하. 정말 당신의 일로 감당하고 계신다는 거겠죠. 막막하지만 해내는 모습, 배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