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현 씨는 일주일에 한 번, 스터디카페에서 청소를 한다. 주현 씨께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 부탁했다. 발랄한 목소리로 “네!” 하고 대답한다. 고마운 주현 씨. 청소는 김민정 씨가 이전에 자주 했던 일이고, 구직에 대해 대화를 나눌 때마다 빗자루로 무언가 쓰는 모습을 표현하시니까 이번에는 꼭 청소를 하고 싶은지 의사를 알고 싶었다.
출근하기 전 카페에 들렀다. 오늘은 고마운 주현 씨를 위해 김민정 씨가 대접하기로 했다. 차를 마시며 같이 직장 생활은 어떤지 대화를 나눴다.
“주현 씨, 일하는 곳에 같이 가도 된다고 해주셔서 고마워요.”
“네. 히히.”
“민정 씨는 궁금한 거 없어요?”
“네, 네.”
김민정 씨는 주현 씨를 한 번 보고, 자신의 앞에 놓인 유자차를 한 번 보고는 궁금한 게 없다고 하셨다. 대신 직원이 궁금한 것을 여쭙기로 한다.
“주현 씨, 출근하면 주로 뭐해요?”
“청소요.”
“힘들지 않아요?”
“네.”
“일 하는 거 어때요?”
“….”
일하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한 적이 없는 듯하다. 같이 있던 박소현 선생님이 주현 씨에게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다.
“어, 화장실 청소하고, 복도(청소해요).”
“화장실 청소할 때 어떻게 해요, 주현 씨? 민정 씨한테 자세하게 설명해 줄 수 있어요? 화장실 청소할 때 뭐부터 해요?”
“쓰레기통 비우고.”
“네, 또 그 다음에 하는 거 있잖아요.”
“세제 뿌리고, 물 뿌리고.”
박소현 선생님의 설명을 들어 보니 중간에 단계가 더 있었지만, 주현 씨는 자기가 하는 일의 과정을 잘 알고 있었다.
스터디카페에서 주현 씨가 하는 일을 직접 보며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그동안 갔던 곳과 좀 다른 점은 박소현 선생님이 하는 일과 주현 씨가 하는 일의 분담이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독서실 내부와 실내화를 신는 복도는 박소현 선생님이, 화장실과 계단은 주현 씨가 나눠서 청소했다.
김민정 씨는 주현 씨가 청소하는 것을 보는 내내 춥다고 하셨다. “아, 후후.”라고 하시긴 했지만, 집으로 가고 싶다는 표현은 하지 않았다. 정주현 씨는 청소하는 내내 차가운 물로, 외투도 입지 않고 여기저기 누비며 일했다. 말로 하는 설명은 어려워했지만, 행동으로 보이는 설명은 누구보다 능숙했다. 중간에 김민정 씨가 복도를 막고 서 있는 것을 보고 “여기 (청소)해야 하니까 나와.”라며 일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김민정 씨, 주현 씨처럼 일할 수 있겠어요?”
“네.”
“청소하는 일, 하고 싶어요?”
“…예, 예.”
평소와 비슷한 대답이었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워도, 행동으로는 설명을 잘 하는 주현 씨처럼 김민정 씨도 행동으로 할 수 있을까?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김민정 씨, 지금 우리 주현 씨가 한 것처럼 청소를 해 봅시다.”
“음, 음.”
발을 떼지 않는다. 움직임도 전혀 없다. ‘음’ 하는 소리는 주로 거절의 의민데….
“김민정 씨, 주현 씨처럼 청소하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네.”
“그러면 연습이라고 생각하고 지금 해 봅시다. 저 안에 청소 도구도 다 있잖아요.”
“아니야!”
“김민정 씨가 청소하는 일, 하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아냐, 아냐.”
“청소는 아닌가요?”
“… 네.”
이제야 알게 된 속마음, 청소는 아니었다. 빗자루로 무언가를 쓰는 행동은 일, 혹은 직장에 대한 표현이었던 것 같다. 일을 할 마음은 있다. 그런데 그 일이 청소는 아니다. 김민정 씨가 하고 싶은 일에는 또 뭐가 있을까? 그리고 청소가 아닌 것은 스터디카페에서만일까, 아니면 다른 곳도 그럴까? 고민이 깊어진다. 김민정 씨도 머리가 아프겠지.
2025년 2월 13일 목요일, 구주영
직장 다니는 정주현 씨에게 묻고, 직장 가서 일하는 걸 봤군요. 덕분에 김민정 씨가 빗자루질 하는 시늉의 뜻이 분명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곳 예비하실 겁니다. 정주현 씨, 잘 설명해줘서 고마워요. 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