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오전. 아침부터 짹짹거리는 우리 새 모란앵무 6개월령..
아침부터 사람을 보자 반기며 꺼내달라고 난리 난리.. 예뻐서 꺼내 몸에 두고 놀다가 머리를 감으려고 잠깐 혼자 두고
욕실 들어가 머리감고 나왔습니다.
나와보니 저희집 거실에 큰 해피트리 흙 위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주워먹고 있었어요.
평상시에도 그 큰 나무를 너무 좋아해 잎사귀도 뜯어먹고 ... 흙에서 열심히 뭘 주워먹기도 하고, 제가 계란껍질을 비료로 주기도
해 그런 것들 먹나보다... 했습니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전 외출을 했습니다. 새는 새장에 넣어두고 ... 그게 오전 10시경...? 새가 화분에 앉아있던 건 8-9 시 사이였겠네요 ...
그리고 그 날 오후 3시... 집에 돌아왔습니다.
이상하게 조용합니다. 사람이 오면 반기며 짹짹거리던 새가 반응이 없네요. 보니 뒷꽁무늬만 보인채 집에 콕 틀어박혀 사람이 와도 반기지 않고 좀 이상합니다.
나오지 않으려고 꼼짝 않는 새를 억지로 끌어내어 손에 올려놓고 보니 .... 헉...~~ 하네요...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아침까지 멀쩡했었는데...
눈은 반쯤 감겨 있고 ... 몸도 무겁습니다. 축 늘어져 부풀어져 있었고.... 설사를 쫙쫙 합니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습니다. 갑자기 건강하던 새가... 왜 이럴까.... 가만 되짚어 보지만 다른 날과 다른 건 화분 위에 앉아있었
던 그것 하나..뿐입니다.
너무 절망적인 상황에 잠시 고민하였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이대로 죽기를 기다려야 하나.. 병원으로 가도 가망이 있을까 싶고 머릿속이 깜깜합니다.
우선 인터넷 조류카페에서 근처 조류병원이 있는지 확인해 보니 다행히도 .... 근처 옆 동네에 하나가 있습니다.
콜택시를 불러 급하게 주소를 들고 병원에 찾아갔습니다.
새는 꼼짝을 안하고 옷에 브로치처럼 매달려 있고 움직일 힘도 없이 버티고 있습니다.
심장은 콩닥콩닥 뛰는게 손으로 느껴지고 미동도 없이 굳어가는 새는 잠깐 부르르 떨고 ... 부르르 떨고 ... 뻣뻣해지는 느낌....
이러다 택시 안에서 죽어버릴 것만 같아 병원으로 가면서도 그냥 집에 되돌아가야 하나 고민....
그 사이 생각해보니 ... 제가 3일 전에 알비료를 듬뿍.. 화분에 뿌려준게 생각나 혹시 그것 때문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요 ...
병원에 새를 들고 가 얘가 죽어가는데 혹시 비료 때문에 그럴 수도 있냐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네요 ...
급하게 새를 건네받은 의사선생님.. 이 놈 죽어가면서도 어찌나 손을 꽉 물어버리던지... 참 그럴 힘이 있다는게 웃기데요....
8시간이 지났냐고 물으시고 전 6시간 정도 흐른 것 같다 하니... 손에 받자마자 새 간에 해독주사를 놓아주시네요 ....
새는 너무 작아서 수액을 꽂을 수도 없고 .... 위세척을 할 수도 없고 ... (강아지는 그렇게 한다네요)
해줄 수 있는게 없으시다며 내일까지 보고 살면 사는 거고 죽으면 죽는 거랍니다.
계속 새를 깨워서 간에서 빨리 비료를 해독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며 2시간마다 한 번씩 약을 먹이라고 무슨 물약을 주셨어요...
활성화제 같은 거라고 .....
8800 원 계산하고 집에 돌아와 밤을 세워가며 꼬박 이틀을 .... 2시간마다 지키고 앉아 입을 벌려 주사기로 약을 넣었습니다.
한방울도 안되는 작은 양이지만...
전 사실 얘가 죽을 줄 알았어요... 병원 갔다와서 새장에 넣어놨을 때... 갑자기 쿵 떨어지는 소리가 나 보니 새가 물 먹으려고
집에서 나오다가 날지도 못하고 바닥으로 쿵 떨어지는 거였어요.
근데 참 생명의 기적이라는게 .... 조금씩 조금씩... 하루하루 ... 살아나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 작은 몸에서 무슨 힘으로 버텨내는 건지 보면서도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죽은 새 처럼 헝클어져 있던 깃털 모양도 바로 잡히기 시작하고 .....
2일 후엔 먹이도 먹기 시작..... 홍화씨를 까먹으려고 하는데 입에서 껍데기를 못 까더라고요 .. ㅠㅠ
아가 때 먹던 이유식을 냉동실에 저장해 놨었는데 그걸 주니 허겁지겁 받아먹길래 열심히 먹였습니다.
마트에서 파는 껍질 깐 해바라기 씨도 집에 놓아주니 쭈그리고 앉아서도 열심히 먹으려고 하더군요...
평상시에 "안녕?" 하면 저도 "짹..." 하고 대답하고 이름 부르면 "짹." 하고 "뽀뽀.. " 하면 뽀뽀해주던 아이였는데
제가 "안녕?" 하니.. 대답하려고 입을 쩍 벌리는데 목소리가 안 나오는 거 있죠...
근데 이 녀석 .... 3일째 아침 살아있는 것을 보고 확신이 생겼습니다.
여전히 울지도 않고 나오지도 않고 .... 불러도 대답은 없었지만 .... 살아있으니 살겠구나 싶더군요.
그리고 오늘.... 얼마나 짹짹거리고 하루종일 새장에 매달려 사람만 바라보던지 예뻐 죽겠습니다.
손에 올려놨을 때 똥을 쌌는데 된똥 싼걸 보고 좋아 소리 지를 뻔 했어요...~~
얘도 참 신기해요. 뭘 아나봐요.
입질이 좀 있었거든요. 저한텐 좀 덜하지만 그래도 깨물깨물 무는 편이고요, 다른 가족들은 만지지도 못해요...
근데 아프고 나서 오늘은 저한테 척 안기고.... 지가 먼저 만져달라고 고개를 숙이고 자꾸 제 손으로 머리를 들이넣고 ... 안 깨무네요....
기특한 녀석...
일상같은 평범한 속에 찾아온 이 위기로 ... 다시 한 번 사랑과 소중함을 느꼈습니다.
사랑한다 ...
이것저것 원기를 회복해 주기 위해 에그푸드와 제일 비싼 비타민제와 거울달린 장난감과 새 용품들을 몇 달만에 잔뜩 주문합니다.
첫댓글 휴~정말 다행이네요~ 저희집에도 화분에 알비료 넣어 놨는데... 흙속에 묻어야 겠네요~ ㅋ 건강하게 잘 키우세요~^^
그러게요. 정말 큰일날뻔 했어요. 평상시에 초콜렛, 유제품, 안되는 음식을 숙지하고 있었는데 비료는 전혀 몰랐거든요.. 비료중독이라는게 있데요. 정말 힘들었던 며칠입니다.
이글을 한참 읽어 내려가면시~
제가 꼭 겪었는 일 처럼 느껴지는건~!!
저 일주일 전 우리집 화분이란 화분에 알 비료 다 쳤어요
우리집 모란이들 4마리~온 집을 헤집고 다니는상황~헉
불행중 다행이네요~
아프고 난 아이 더애착이가고 미안한 마음에~맛난것 잔뜩~~저의 마음과 같네요
우연히 이글을 보지않았다면 저도 똑같은 일을 겪을 수도.....끔찍하네요
아이가 다시 건강해 져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이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히 잘 보앗습니다~모두 모두 건강하길 바라며~~^^*
네... 도움이 되신다면 저도 좋아요.. 이젠 한시도 한눈을 못팔겠네요. 새장 안이 가장 안전한 곳 같아요..
해피엔딩이라 다행이군요...보는이가 조마조마 하다가 마지막엔 흐뭇해집니다
네.. 지금 생각해도 기적이란 말 외엔... 너무 기특한 녀석이에요.. ^^
정말 놀라셨겠어요.
아이가 얼른 건강을 되찾길 바랍니다.
그동안 마음고생 심하셨을텐데.. 슬픈일이 생기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네... 정말 그래요... 답글 감사합니다. ^^
글읽는 제가 조마조마했네요 건강해져서 다행입니다,저도항상조심해야겠네요.
집안에 위험한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ㅠㅠ 항상 눈여겨 보는 수밖에 없어요.. 2-3 살 아이 키우는 거랑 똑같은 것 같아요..
저희집 모란이는 난 화분에 뿌려놓은 알비료 먹고도 거뜬하네요,ㅋㅋ,
한때는 바닥에 뿌려놓은 모래는 안먹고 화분에 흙을 파먹었어요,
그러다 시들시들해서 항생제 조금 타 주었는데,바로 회복되었어요
근데 요새 또 화분에 흙 파먹어요,내성이 되었는지 아무렇지도 않네요~
노란색 알비료 뿌리셨어요...? 저희는 까만 ... 정말 작고 입으로 부셔먹을 수 있는 알비료 뿌렸거든요... 암튼 비료에 있는 인이라는 성분이 안 좋다네요... 유박비료 이런 건 개가 먹어도 죽을만큼 청산가리보다 몇배 독하다는 ..
네,노란색이에요~
까망베르님 덕분에 많은 참고가 되었읍니다.
한순간의 실수가 한생명을 좌우하네요~
다행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큰일날뻔 했는데~정말 다행입니다...앞으론 아가랑 행복 누리며 잘사세용^^
네.... 감사합니다. ^^
정말 다행이네요. 강아지하고 비슷한거 같아요. 새머리라고 놀릴게 아니란 생각들어요. 참 똑똑하네요.
축하하구요, 애쓰셨어요. ^^
네... 죽어가는 동안 손에도 안오고 약 먹이려고 끄집어내면 집으로 기를 쓰고 들어가려고 하더라고요. 평상시엔 항상 철망에 붙어 나오고 싶어 안달. 집에 안들어가려고 안달... 울고 그랬거든요. 참 신기해요..
고놈 기특하네요. ㅎㅎㅎ 사진한번 올려주세요! 까망베르님 간떨어지도록 놀라게 한넘! ㅋㅋㅋ 기른정이 더욱더 쌓이게 했네요.^^
ㅋㅋ 넹...모란앵무 체리블루에요.. 숫컷.. 요즘 짝을 찾아줘야 하나 그냥 둬도 괜찮을까 고민이 많네요.. ^^
기적적으로 살아난 우리 애에요.
제목하고 다른 내용인가 싶어 읽으면서도 조마조마했습니다.. 아이가 회복되었다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꺼져가는 생명도 안타깝지만 다시 회생하듯 회복해주는 일도 감동으로 눈시울 붉어지게 하고도 남네요. 아이랑 앞으로 더욱 행복한 시간되세요~ ^^
네. 감사합니다. 볼 때마다 더 예쁘고 얼마나 기특한지 모르겠어요..
정말 다행입니다. 제 생각이지만 그래도 병원에서 성의껏 조치를 해 주셨다는 생각이 드네요..
네... 감사드린다고 전화해야 할 것 같아요... 살아났다고요..^^
정말 다행이네요~
좋은 경험 하셨내요...경험은 큰 스승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