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 잘나가는 해외건설 경쟁력 비결은
업체마다 세계 최초·최고 기술
한국 건설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지표면과 최고 52도 기울어 올라가는 건축 형태로 쌍용건설이 올 상반기에 완공한다. [쌍용건설 제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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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계 건설시장에서 한국 건설 업체들의 활약상이 눈부시다. 건축뿐 아니라 플랜트 등 전 분야에서 굵직굵직한 사업을 잇따라 따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서의 성과가 두드러진다.
◆어느새 수출 효자 업종으로=국내 기업들의 지난해 해외 건설 수주액은 491억 달러로 2007년 398억 달러, 2008년 476억 달러에 이어 3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올 들어서는 3월 말 현재 269억 달러어치의 공사를 따내 벌써 지난해 수주액의 절반을 넘었다. 2009년 세계 금융위기로 중단됐던 대형 사업 발주가 본격화하고 있는 데다 개발도상국들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늘고 있는 덕분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해외 건설 수주액은 당초 목표(600억 달러)를 뛰어넘어 7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바람직한 점은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 향상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70년대 초창기 해외 건설 사업은 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길을 닦고 다리를 놓는 정도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석유·화학 플랜트 수주가 급증했다. 최근에는 세계 5위권 업체들이 싹쓸이했던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 분야인 플랜트 기본 설계나 원전 플랜트까지 진출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의 결과물=해외 시장에서의 선전은 우리 업체들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저마다의 장기를 집중 육성한 것이다. 덕분에 업체들마다 해당 분야에서 세계 처음, 세계 최초,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을 하나 이상씩 가지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초고층 건축에 대한 집중 지원으로 세계 처음으로 지상 601m, 158층까지 콘크리트를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는 초고층 건축을 위한 핵심 기술로, 대만·일본 업체가 갖고 있던 종전의 최고 기록(지상 450m)을 갈아치운 것이다. 쌍용건설은 고난도 건축 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기술개발이 요즘 결실을 보고 있다. 세계 유명 건설업체들이 포기한 싱가포르의 52도 기울어진 건축물을 짓고 있다.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은 “선진국 경쟁업체들이 못하는 일을 우리가 해낸다는 게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은 석유·화학 플랜트 분야 중에서도 아로마틱스(벤젠 및 파라자일렌 생산 공장) 부문을 집중적으로 키운 덕에 세계 시장에서 아로마틱스 플랜트 전문 시공사로 알려졌다. GS건설 승태봉 상무는 “지금까지 5개국에서 10건의 아로마틱스 플랜트 공사를 했는데, 이는 단일 업체로는 가장 많은 실적”이라고 말했다. 원전 플랜트 수출에 나선 대우·현대건설은 국내의 경험을 토대로 꾸준히 기술개발을 일궈내 지금은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뛰어난 현장 관리 능력도 빼놓을 수 없는 무기다. 건설은 특성상 수천여 명의 근로자가 투입되므로 무엇보다 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지휘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현장 관리 능력이 있어야 공기를 단축하거나 준공 날짜를 맞출 수 있다”며 “중동 등지에서 갈고 닦은 우리 업체들의 현장 관리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SK건설이 지난해 준공한 쿠웨이트 원유 집하시설의 경우 48개월여의 공사 기간 동안 한 건의 안전사고도 없었다. 대림산업이 독자 개발한 플랜트 자재관리 시스템(Daelim Material Control System)은 사우디 국영석유회사로부터 세계 최고의 기술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