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대가 내린 어느 주말 무등산 중머리재 모습. 핸폰으로 찍었어도 겸재 정선의 수묵화 필이...
간간히 소식 전한다면서 벌써 2월도 훌쩍이다.
눈만 뜨면 코로나19 소식에 정말 징글징글하다 소리가 절로 나오는 요즘이다.
언젠가 케이블 채널에서 브래드피트 나오는 좀비영화 '월드워Z'를 보는데 북한에 무기 팔아먹다 걸린 전직 CIA요원이 북한엔 왜 좀비가 없는지 아느냐고 피트에게 묻는다.
당연히 모른다는 피트에게 그는 2800만 인구 전체가 수령님의 지시로 앞 치아를 몽땅 뽑았기 때문이라며 북한이기에 가능한 대책 아니냐며 봉건 세습체제를 실컷 조롱한다. 합죽이가 돼 서로의 목을 물어뜯을 수 없기에 당연히 좀비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암만 미국놈들이 악의 축 운운하는 나라라고 해서 오락영화에서까지 저런 대접을 하며 희화화해도 되는건지 내가 다 속이 상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영화 속 북한의 대처가 좀비 바이러스 유포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하며 무릎을 쳤다. 뒈지는 것보다야 앞 이빨이 좀 없는 게 낫지 않은가. 이걸 보고 무식하다고 조롱하면서 전 대륙이 좀비로 변해가는 미 본토보다 국민의 생명과 공화국의 존엄을 지키는데 합죽이면 또 어떤가.
사직공원 전망타워에서 바라본 무등산.
코로나19 사태를 지켜보면서 예기치못한 신천지의 헛발질, 가짜뉴스 창궐, 이통을 틈탄 사기꾼 준동 등 아, 정말 말 더럽게 안들어쳐먹는구나 생각이 절로 들었다.
지난 주말 시골에 다니러갔더니 마을회관 다녀온 어머니께서 "동네 아줌씨들이 그러는디 신천지가 여호와 증인이라드라"며 카더라 통신을 전하셨다. "어무이, 여호와 증인은 따로 있고요, 신천지는 걍 신천지에요." 했더니 바로 수긍을 못하시는 눈치.
오후에 광주에 올라와서 미장원엘 갔더니 원장님은 대뜸 "설마 신천지 아니시죠?" 뜬금포를 날리신다. "뭐래요. 저 절에 다니거덩요." 했다. 그랬더니 좀 있다 "신천지 교주가 유병언이람서요?"하고 막 던지신다. "뭐래요. 유병언은 구원파고 신천지 교주는 이만희라고 노친네 따로 있어요." 말해줬다.
난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 머리도 좋고 다이나믹하고 유머감각도 뛰어나고 잠재력도 많은 민족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이라든지 일본하고 대결이라든지 몇 가지 숙명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지역감정도 그렇고 선거국면도 그렇고 파벌짓기 좋아하고 세대차이 극명하고 꼰대문화 쩔고 그런 면에서는 조금 비관적인 생각이 든다. (뭐 그것도 하도 병맛같아서 난 개인적으로 유쾌하고 재밌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자가격리 수칙을 어기고 병원에서 도주하고 대구 안갔다고 거짓말하고 이러면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댔는데 무튼 지금 대중들의 반응은 너무 호들갑이다. 치사율이 0.2%라는데 무슨 좀비바이러스 대하듯 하니 본질보다 허상이 과하지 않은가 싶다.
6년 주기설이라는게 있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그리고 다시 5년 만에 코로나. 전문가들은 5년쯤 후 코로나와 비슷한 바이러스 창궐을 예언했다.
이제 정말 우희종 교수의 말처럼 인간문명의 성찰, 바이러스와 공존을 심각하게 되돌아볼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