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샤를 페로의 <어미 거위 이야기> 중의 <푸른 수염>
대본 벨라 발라즈 / 헝가리어
초연 1918년 부다페스트 국립 오페라극장
배경 전설의 시대, 푸른 수염 영주의 성
<2015년 12월 파리 가르니에 극장 / 60분 / 한글자막>
파리 오페라 오케스트라 연주 / 에사-페카 살로넨 지휘 / 크쉬슈토프 바를리코프스키 연출
푸른 수염 영주...............................존 렐리아(베이스 혹은 바리톤)
유디트.....푸른 수염의 아내..............예카테리나 구바노바(메조소프라노 혹은 소프라노)
프롤로그(내레이터 혹은 음유시인).....(대사 역)
푸른 수염의 세 전처들......................(묵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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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2015 가르니에 실황 : 버르토크 <푸른수염의 성> & 플랑크 <목소리>
구바노바와 해니건이 완성시킨, 문제적 연출가의 화제작
버르토크의 <푸른 수염의 성>이나 풀랑크의 <목소리>에는 비극적인 여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묘한 공통점이 있다. <푸른수염의 성>에서 전 아내들처럼 죽음을 맞이하는 유디트 역의 구바노바, <목소리>에서 남자의 배신으로 목숨을 끊는 여성 역의 해니건은 연기와 작품 몰입력은 정말이지 압도적이라 할 수 있다. 두 작품이 커플링된 이 영상물은 2015년 12월 파리 가르니에 극장 실황이다. 폴란드 연출가 크쉬슈토프 바를리코프스키가 연출한 무대와 영상은 바르톡과 풀랑크가 작품에 불어넣은 광기를 미디어아트와 영상이 설치된 4차원적인 무대로 구현한다. '공연을 보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무대나 영화 속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도 이 영상물만이 주는 매력이다. 살로넨이 이끄는 파리오페라 오케스트라의 연주 또한 매우 뛰어나다.
바르톡(1881~1945)의 유일한 오페라로 1918년 초연작인 <푸른 수염의 성>, 플랑크(1899~1963)가 장 콕토의 대본을 바탕으로 작곡하여 1959년에 초연한 1인 오페라 <목소리>가 커플링된 영상물이다(<목소리>에는 남자도 등장하지만 그는 노래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1인 오페라'로 정의하기도 한다). 2015년 파리 가르니에 극장 실황으로, 폴란드 출신의 문제적 연출가 크쉬슈토프 바를리코프스키가 연출한 화제의 공연이다.
드뷔시의 오페라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버르토크는 후기 낭만주의적 관현악 편성의 힘을 빌려 강렬한 사이코 드라마적인 <푸른수염의 성>을 만들었다. 이 작품은 푸른 수염의 성주와 새 아내 주디스의 비극적 죽음을 그리고 있다. 다른 방에서 비밀처럼 죽어간 성주의 전 아내들처럼 유디트도 그 운명의 굴레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채 비극적 죽음을 맞이한다.
<목소리>는 현대인의 소통 불능과 외로움을 그린 오페라이다. 여주인공은 자신을 떠난 남자와 통화를 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전화는 신의를 지키지 못한 남자 주인공의 입장에서는 좀 더 냉소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반면, 버림받는 여인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큰 고통을 경험하게 한다.
두 작품은 '비극적 여성'을 그리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연출가 크쉬슈토프 바를리코프스키는 그녀들의 혼돈과 광기를 미디어아트와 영상이 설치된 4차원적인 무대로 구현한다.
무엇보다 이 영상물은 기존의 영상물과 철저히 다른 카메라 워킹으로 작업했음이 느껴진다. '공연을 보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무대나 영화 속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최근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촬영기법의 최첨단 기법과 실험성을 느껴볼 수 있는 것도 이 영상물만의 장점이다.
<푸른 수염의 성>의 예카테리나 구바노바, <목소리>의 바바라 해니건은 여주인공들의 비극적 운명을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특히, '현대음악의 프리마 돈나'인 바바라 해니건의 팬이라면 반드시 소장해야 할 영상물이다. 현대음악의 정수를 길어 올리는 에사-페카 살로넨이 이끄는 파리오페라 오케스트라의 연주 또한 매우 뛰어나다.
=== 작품 해설 === <다음 클래식 백과 / 이은진 글>
푸른 수염 영주의 성
벨라 바르토크
바르토크의 유일한 오페라 〈푸른 수염 영주의 성〉은 그의 가까운 친구 벨라 발라즈(Béla Balázs, 1884~1949)가 프랑스의 동화작가 샤를 페로의 ‘푸른 수염’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대본에 붙인 단막 오페라이다.
묻힐 뻔한 오페라
발라즈는 처음에는 자신의 룸메이트였던 졸탄 코다이에게 이 이야기를 다룬 대본을 주기로 하고 2년 동안 집필에 매진했다. 그러나 1910년 이 대본이 출판되었을 때 발라즈는 코다이와 바르토크에게 함께 헌정한다. 발라즈의 대본에 매료된 바르토크는, 1911년에 예정되어 있는 헝가리 예술협회 콩쿠르에 출품할 작품으로 오페라를 기획하였다. 그러나 심사위원단은 오직 두 명의 가수가 동일한 배경 속에서 진행하는 플롯만으로는 극음악에 요구되는 극적인 효과가 부족하다고 평가하면서 바르토크의 작품을 선정하지 않았다. 바르토크는 이 일에 크게 좌절했고, 이 작품이 결코 무대에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로부터 7년이 흐른 뒤인 1918년, 1917년에 초연한 발레 〈허수아비 왕자〉가 성공을 거두면서 그 인기를 발판으로 마침내 〈푸른 수염 영주의 성〉이 초연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듬해인 1919년, 대본작가 발라즈가 정치적 이유로 추방되면서 그의 모든 작품이 상연금지명령을 받았고, 〈푸른 수염 영주의 성〉 역시 1936년까지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고도의 상징으로 그려내는 남성의 내면
페로의 동화 《푸른 수염》은 여성의 호기심에 대해 경고하는 이야기로, 오펜바흐, 뒤카 등 많은 음악가들의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그 중에서 바르토크가 그려내는 푸른 수염 영주의 이야기는 매우 독특한 심리극을 보여준다. 바르토크는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여주인공보다는 푸른 수염의 내면 심리를 그려내는 데 집중한다. 그가 연출하는 심리극은 다양한 상징들을 통해 남성의 욕망과 정신세계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오페라는 푸른 수염과 갓 결혼한 유디트가 그의 성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어두운 무대는 일곱 개의 문으로 둘러싸여 있다. 각각의 문이 열릴 때마다 서로 다른 색의 조명이 켜지면서, 각 방이 상징하는 푸른 수염의 내면심리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푸른 수염은 유디트에게 그와의 결혼을 다시 생각해 보라고 경고하지만, 유디트는 영주의 어둡고 음산한 성에 자신이 사랑의 빛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빛의 세계를 대변하는 유디트는 푸른 수염의 모든 것을 알고자 하고, 굳게 닫힌 일곱 개의 방을 보여 달라고 말한다. 이후 오페라는 각각의 방을 들여다보며 푸른 수염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본다.
첫 번째 방인 고문실은 남성의 잔인함을 상징한다. 붉은 조명으로 비춰진 첫 번째 방에서 유디트는 핏자국을 발견하지만, 다음 방이 품고 있을 비밀을 계속해서 보려 한다. 두 번째 방인 무기고는 남성의 호전성을 상징하며 황적색 조명으로 물든다. 세 번째 방인 보물창고는 그 이름에 걸맞게 황금빛 조명이 비춰지면서 푸른 수염 영주의 소유욕을 보여준다. 청록색 조명으로 물든 비밀의 화원은 남성의 권력욕을 상징하며, 푸른 수염의 성 주위를 보여주며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그의 욕망을 드러내는 다섯 번째 방은 창백한 흰 색의 조명으로 상징된다. 여섯 번째 방 눈물의 강은 상처 받기 쉬운 감수성을 지닌 푸른 수염의 내면을 보여준다. 이 여섯 번째 문이 열릴 때 전체 무대가 어두워지면서, 푸른 수염이 숨기고 싶었던 약한 심성을 암시적으로 재현한다. 푸른 수염이 가장 열기를 거부한 마지막 일곱 번째 방은 아내들의 방으로, 남성이 끝까지 감추고 싶어 하는 영원한 비밀을 상징하면서 은은한 달빛 같은 조명으로 비춰진다. 이 마지막 방에서 마침내 유디트는 자신의 운명을 깨닫는다. 그녀는 왕관과 보석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채 ‘영원한 새벽’, ‘영원한 낮’, ‘영원한 저녁’으로 명명되어 전시된 영주의 전 아내들을 바라보며 경악하고, 영주는 그녀들과 똑같은 왕관과 보석으로 유디트를 치장한다. 왕관의 육중한 무게에 유디트의 머리는 아래로 떨궈지고, 그녀는 결국 푸른 수염의 ‘영원한 밤’을 상징하는 기념물로 일곱 번째 방에 남게 된다.
강렬한 음색으로 만들어내는 음악적 심리극
오케스트라의 느린 서주가 짧게 연주된 뒤 대사로 이루어진 프롤로그가 전개된다. 바르토크는 오페라의 교훈을 역설하는 음유시인의 대사를 헝가리의 전통시 형식으로 구성하였다. 이윽고 무대 위에 유디트와 푸른 수염 영주가 등장하면, 단2도 음정을 중심으로 한 선율이 전개된다. 이 불협화적인 음정은 슬픔이나 갈등, 위험, 충격 등의 감정을 표현하는 한편, 유디트가 각각의 방에서 핏자국을 발견할 때마다 사용됨으로써 ‘피의 모티브’라고도 불린다. 두 사람이 노래하는 성악 선율은 고도의 반음계 기법과 헝가리어 특유의 리듬을 사용하고 있어 고난도의 기교를 요구한다. 헝가리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연주자에게는 더욱 난해한 선율이라 하겠다. 동시에 헝가리 민요의 어법을 적용하여 서구 음악과 뚜렷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음악의 구성에 있어 누구보다 논리적이었던 바르토크답게, 전체 오페라의 조성구조 역시 매우 세심하게 계획되었다. 그는 전체적인 음악을 F#음을 중심으로 한 선법으로 구성하고 있지만, 중간부분에서는 F#와 가장 거리가 먼 조성인 C장조를 사용함으로써, 푸른 수염의 어둠과 유디트의 빛을 극명하게 대조시킨다. C장조로 대변되는 유디트의 빛의 세계는 결국 F#조성으로 귀결됨으로써, 유디트가 푸른 수염의 성에 유폐되는 결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바르토크는 극 전반에 흐르는 강렬한 심리적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사용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조성음악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종종 복조성을 사용함으로써 긴장감을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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