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최규순
최규순 선생님은 산과 바다가 아름다운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어요.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아동문학을 전공했어요. 한국아동문학창작상을 받았어요. 지금은 반딧불이 아름다운 산골 마을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글을 쓰며 살고
있어요. 지은 책으로는 『촌뜨기 선생님이 뭘 알아』 『날개를 단 바이올린』 『하품쟁이 할아버지』 『보물지도』 『작은 아주 작은…』 외에 여러
권이 있답니다.
그림 : 김휘녕
김휘녕 선생님은 전북대학교 산업디자인과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하고 꾸준히 일러스트
작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거나 재능을 나누는 것을 좋아하고, 행복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그린
책으로는 『엄마의 지갑에는』 『두메분취』 그리고 재능기부로 참여한 『우리들의 행복 레시피』가 있습니다.
함께 어우러져 사는 삶을 추구하는 동시집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전공하고 동시와 동화를
활발하게 창작하는 최규순 작가의 두 번째 동시집 『엄마의 로봇』이 청개구리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수록된 작품들을 훑어보면 생활과 밀접해
있으면서도 평범하게 읽히지 않는다. 많은 동화작품을 창작해 온 이력 때문인지, 최규순 작가의 동시는 따뜻한 동심과 사실적 묘사가 공존하고, 그로
인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정겨운 이야기가 동화처럼 들려온다.
―사용 금지
아빠가 수세식 화장실에
쪽지를
붙였다
호박밭에 거름한다며
바깥에 있는 뒷간을 쓰란다.
밤중에 똥이 마려웠다.
뭉그적거리다
할 수 없이
갔다.
싸아~
겨울바람에
엉덩이가 얼어붙는 것 같아도
거름발 받아
주렁주렁 달릴 호박
생각하며
끄응!
큰일을 한 것 같다.
―「호박을 위하여」 전문
이 동시의 화자는 시골에 사는 한 아이다.
한밤중에 ‘똥’이 마렵자, 뭉그적거리며 고민하기 시작한다. 아빠가 호박밭에 거름으로 쓴다며 집 안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추운 겨울밤에 집에 있는 깨끗한 수세식 화장실을 두고서, 바깥에 있는 냄새 나는 푸세식 화장실로 나가기란 아이 입장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군것질이 너무나 하고 싶은데, 눈앞에 맛있는 과자를 두고서 굳이 밭에 나가 토마토를 따서 먹는 격이랄까? 그래도 아이는 굳게
결심하고 밖으로 나간다. 역시나 불어오는 겨울바람에 무방비로 드러내놓은 “엉덩이가 얼어붙는 것”만 같다. 하지만 자신의 ‘똥’이 호박밭의 거름이
되어 주렁주렁 호박을 맺게 할 생각을 하니 “싸아~” 하는 매서운 겨울 추위에서도 “끄응!” 하고 힘이 난다. 흔히 대변 누는 것을 두고 “큰일
보고 왔다”는 말을 쓴다. 아이의 작은 수고가 생명들을 일구어 낼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정말 “큰일”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농약으로 뿌리면
쉽고 편할 텐데도 굳이 해충을 일일이 손으로 잡는 농사꾼 아버지를 바라보는 「참 힘들겠다」를 읽고 난 뒤에 만나게 되는 작품이라 더 가슴에
와닿는다. 아마도 「호박을 위하여」의 화자의 아버지와 「참 힘들겠다」에서 묘사하는 아버지는 동일 인물 같다. “농약 안 쓰고, 화확비료 안 쓰는
친환경 농사꾼” 아버지를 누구보다도 존경하는 어린 화자이니 수고로움을 무릅쓰고 “큰일”을 한 게
아닌가.
자연과...함께 어우러져 사는 삶을 추구하는
동시집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전공하고 동시와 동화를 활발하게 창작하는 최규순 작가의 두 번째 동시집 『엄마의 로봇』이
청개구리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수록된 작품들을 훑어보면 생활과 밀접해 있으면서도 평범하게 읽히지 않는다. 많은 동화작품을 창작해 온 이력
때문인지, 최규순 작가의 동시는 따뜻한 동심과 사실적 묘사가 공존하고, 그로 인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정겨운 이야기가 동화처럼
들려온다.
―사용 금지
아빠가 수세식 화장실에
쪽지를 붙였다
호박밭에 거름한다며
바깥에 있는 뒷간을
쓰란다.
밤중에 똥이 마려웠다.
뭉그적거리다
할 수 없이 갔다.
싸아~
겨울바람에
엉덩이가
얼어붙는 것 같아도
거름발 받아
주렁주렁 달릴 호박 생각하며
끄응!
큰일을 한 것 같다.
―「호박을 위하여」
전문
이 동시의 화자는 시골에 사는 한 아이다. 한밤중에 ‘똥’이 마렵자, 뭉그적거리며 고민하기 시작한다. 아빠가 호박밭에 거름으로
쓴다며 집 안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추운 겨울밤에 집에 있는 깨끗한 수세식 화장실을 두고서, 바깥에 있는
냄새 나는 푸세식 화장실로 나가기란 아이 입장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군것질이 너무나 하고 싶은데, 눈앞에 맛있는 과자를 두고서 굳이 밭에 나가
토마토를 따서 먹는 격이랄까? 그래도 아이는 굳게 결심하고 밖으로 나간다. 역시나 불어오는 겨울바람에 무방비로 드러내놓은 “엉덩이가 얼어붙는
것”만 같다. 하지만 자신의 ‘똥’이 호박밭의 거름이 되어 주렁주렁 호박을 맺게 할 생각을 하니 “싸아~” 하는 매서운 겨울 추위에서도
“끄응!” 하고 힘이 난다. 흔히 대변 누는 것을 두고 “큰일 보고 왔다”는 말을 쓴다. 아이의 작은 수고가 생명들을 일구어 낼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정말 “큰일”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농약으로 뿌리면 쉽고 편할 텐데도 굳이 해충을 일일이 손으로 잡는 농사꾼 아버지를 바라보는
「참 힘들겠다」를 읽고 난 뒤에 만나게 되는 작품이라 더 가슴에 와닿는다. 아마도 「호박을 위하여」의 화자의 아버지와 「참 힘들겠다」에서
묘사하는 아버지는 동일 인물 같다. “농약 안 쓰고, 화확비료 안 쓰는 친환경 농사꾼” 아버지를 누구보다도 존경하는 어린 화자이니 수고로움을
무릅쓰고 “큰일”을 한 게 아닌가.
자연과 함께 공존하고 교감하는 삶을 추구하는 이러한 작품들은 1부에 주로 수록되어 있다. “반딧불이
아름다운 산골 마을에서” 살고 있는 최규순 작가는 산골 마을에서 사는 삶이 외롭거나 심심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숲 속에서 만난 산비둘기,
개구리, 다람쥐, 반딧불이, 진달래, 애기똥풀 등 수많은 자연물이 그의 친구라고 말한다. 이러한 “친구들 이야기를 어린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창작의 동기가 되었음을 「시인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앞서 살펴본 작품 「호박을 위하여」를 통해 느낄 수 있듯이, 어린아이가
화자로 직접 등장하는 경우에는 일기장을 몰래 읽은 기분이 들 정도로 이야기성이 느껴진다. 어른인 시인이 어린 화자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공감했기 때문이다.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성은 표제작 「엄마의 로봇」에서 두드러진다.
자전거 타기, 딱지치기,
야구
마음껏 놀고 싶고요
만화책 보기, 컴퓨터 게임하기, 텔레비전 보기도
실컷 하고 싶어요.
그런데
엄마는
피아노 학원, 영어 학원, 수학 학원도 모자라
학습지를 세 개나 풀라고 해요.
늦은 저녁
휘적휘적 어두운
골목길 걸어오면서
나는 없고
엄마의 로봇만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엄마의 로봇」
우리의 일상은 로봇과 기계로
가득 차 있다. 최근 인간의 능력이 우위에 있으리라 믿었던 바둑에서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패배의 쓴맛을 보긴 했으나, 오히려 인공지능 산업에
관심을 갖는 계기로 인식할 뿐이다. 우리는 그들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언제까지나 인간을 위해 봉사해 줄 존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태어나면서부터 인간의 리모콘으로 조종당하며 주체적인 행동은 용납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엄마의 로봇」의 화자는 자신의 삶도
그러한 로봇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자전거 타기, 딱지치기, 야구, 만화책 보기, 컴퓨터 게임하기, 텔레비전 보기…… 아이는 하고 싶은 것이
많다. 하지만 학원과 학습지, 즉 공부에만 매여 있는 현실에서는 그 어느 것 하나 해 볼 시간이 없다. 피아노 학원, 영어 학원, 수학 학원을
돌고 돌아 집에 오는 길, “늦은 저녁”이지만 집에 돌아가면 아직도 “학습지를 세 개나 풀”어야 한다. 이러니 아이의 발걸음이 가벼울 리가
없다. “휘적휘적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오면서/나는 없고/엄마의 로봇만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라는 마지막 연을 읽으면 가슴이 먹먹해 온다.
로봇은 감정이 없고, 피로도 느끼지 않는다. 너무나 기계에 둘러싸여 지낸 탓일까? 어른들은 아이들을 그것들과 동일시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 힘들어요!” “내가 하고 싶은 건 이런 것들이 아니에요!” “나에게도 나만의 시간이 필요해요!” 이렇게 외치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그저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음을 체념하는 아이를 마주한 것 같아서 더 마음이 아프다. 「넌 할 수 있어」라는
작품에서는 비행 연습을 하는 아기 새에게 연신 “넌 할 수 있어”를 외치며 지켜봐 주는 어미 새가 나온다. 아기 새는 그 말을 들으며
“날갯죽지가 찢어지는 아픔을 견디”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날갯질을 하더니, 결국 “온몸이 가뿐해지”더니 “어느새 하늘을 날”게 된다. 아기 새의
눈에 비친 하늘은 “무척 푸르고 아름다웠다”. 아기 새가 이러한 성장을 이루게 된 것은 어미 새가 옆에서 이해해 주고 응원해 준 덕분이다.
아이들의 삶에 있어 부모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최규순 작가는 두 작품을 예로 들어 우리에게 넌지시 보여 주고 있다.
김완기 동시인은
해설에서 최규순 작가를 “붓끝이 아닌 가슴으로 쓰는 시인”이라 소개한다. 가슴으로 쓴 아름다운 동시는 독자 역시 눈이 아닌 마음으로 읽게 된다.
그래서일까? 『엄마의 로봇』을 읽고 나면 어느새 마음이 전보다 풍성하고 더 단단해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동시집 『엄마의 로봇』을 통해
독자들이 건강한 내일을 그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첫댓글 동시와 동화를 함께 쓸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가. 최규순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선생님, 협회 카페에 갔다가 봤어요. 눈물나게 고마웠어요.
@빨간 머리 앤 아이고, 제가 해드릴 수 있어서 기뻤어요^^
최샘! 저도 축하드려요~~
샘, 축하 고마워요.
외도한 것 같이 좀 부끄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