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가지 색깔, 자전거 브랜드 열전
등록일 : 2014년 4월 9일 by 백 기자
산을 찾은 라이더들이 등산객이 놀라지 않도록 멈춰선 후, 큰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지나가겠습니다~”라는 외침과 미소를 던진다. 곧 인기척을 느낀 등산객 역시 “산까지 어떻게 자전거를 타고 오나요, 체력이 대단합니다. 고맙습니다~” 식의 화답이 오간다.
월급을 벌어다 주느라 정신 없는 한 주를 보내고 나면 “집에만 있지 말고 좀 좀 나가”란 와이프의 말 한마디에 기가 꺾여 뒷산을 찾는다. 그렇게 찾은 산에서 등산객의 행렬을 따라 걷다 보면 문득 “안녕하세요!”를 외치며 달려가는 산악자전거의 무리가 눈에 들어온다.
어쩔 땐 중년의 취미생활이란 이렇게 참 멋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근래 들어 이런 슬픈(?) 여가생활의 틀을 벗어나고자 하는 중년층 사이에 익스트림 스포츠의 인기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주자로 산악자전거가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이고 있어, 앞에서 묘사한 등산객과 라이더 사이의 새로운 풍속도를 보는 것도 어렵지만은 않다.
물론 정반대의 마찰도 적잖히 일어나고 있지만, 중년들의 취미생활을 누리기 위한 시간적 여유나 활동범위가 겹치다 보니 서로 한발씩 양보하는 추세이다. 더욱이 등산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산악자전거에 입문하여 좀 더 새로운 도전에 나서길 원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등산용품이 그러하듯 산악자전거에도 수없이 많은 브랜드가 존재한다. 이에 대하여 사전 조사 없는 섣부른 접근은 예상치 못한 출혈로 이어지기 마련, 시장에 수없이 많은 브랜드 중 어떤 것이 나에게 어울리는지 막막하기 마련이다. 이번 기회를 빌어 자전거 동호인들이 선호하는 산악자전거 브랜드는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하자.
고스트바이크
미국에서 시작한 산악자전거 문화의 도입에 거부감이 크던 유럽 내의 분위기에도 불구, 고스트바이크는 1992년 독일의 작은 프레임 튜닝 및 제작 공방으로 시작했다. 1993년 73대의 고스트 바이크를 시장에 선보인 이후 꾸준히 스칸디움, 악티늄 소재와 서스펜션 기술 개발로 산악자전거의 혁신을 꽤한 고스트바이크는 결국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사비네 슈피츠를 비롯하여 다수의 월드·유럽 챔피언을 배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100년이 넘는 자전거 기업이 즐비한 유럽에서도 독일 최고의 하이테크 기술을 담은 신흥명가인 셈이다.
▶ 지난해에도 어김없이, 여성 월드챔피언 알렉산드라 엥겐을 배출하는 등,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유럽·월드챔피언을 배출하면서 산악자전거의 강자임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 고스트팩토리레이싱팀은 상위 랭크에 올라있는 오랜 경력의 선수들이 포진해, 레드불 램페이지 등의 다이내믹한 행사에 흔히 보이곤 한다. 이 외에도 88명의 프로 선수를 후원하고 있다.
▶ 산악자전거 문화의 본산인 북미 지역은 물론 매년 큰폭으로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는 2012년 전후에 뒤늦게 진출하여 비교적 인지도가 낮다. 하지만 높은 품질과 월드워런티 정책 등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점차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 2014년을 이끌 올마운틴바이크 라이엇은 2014년 엔듀로매거진 디자인혁신상, 타이페이사이클쇼 D&I 골드어워드 및 레드닷 어워드에 올랐다.
▶ 국내에서는 일부 대리점의 유통 혼란으로 인해 ‘제 가격을 주고 사면 안되는 브랜드’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2014년 제품은 소비자가를 10% 인하하는 “통큰 MTB” 정책을 강했했다.
▶ 문의 – 악셀코리아
메리다
대만은 생산, 독일의 연구소는 R&D와 마케팅을 담당하여 높은 품질과 기술 혁신을 이어오고 있다. 그 결과 산악자전거의 격전지인 북미 지역에서 스페셜라이즈드와 트랙과 같은 본토 브랜드의 뒤를 바짝 뒤쫓으며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키우고 있다.
▶ 전통적인 MTB 강자로써, 역시 유럽 기반의 메리타 팀을 통해 다수의 월드챔피언,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배출
▶ 2013년 프로투어팀인 람프레팀을 스폰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기 시작하였다. 그로 인하여 올 시즌을 통해 로드바이크 부분에서도 비로소 세계적 브랜드로서의 대열에 오를 것으로 기대됨.
▶ 스페셜라이즈드를 OEM 생산하는 것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즉, 동급의 품질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흥미롭게도 메리다는 스페셜라이즈드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을 때 절반 가까이의 지분을 획득하였다.
▶ 국내의 평가는 가격대비 성능비가 뛰어나 유저 층이 두텁다. 특히, 자전거의 핵심 부품인 폭스 포크, 스램 변속기 등의 정비 및 A/S가 확실하다.
▶ 문의 – 오디바이크
라피에르
1946년 프랑스에서 첫 자전거를 출시한 라피에르는 1990년대 DH 월드챔피언쉽을 휩쓴 니콜라스 부요가 개발에 참여하면서 프리미엄 산악자전거 브랜드로서의 방점을 찍었다. 그 결과 최고의 성능과 디자인으로 세계의 주요 매체와 벤치 리스트에서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다.
▶ 니콜라이 부요는 이제 겨우 불혹에 가깝지만, 2002년 은퇴시까지 다운힐 분야에서 16회 우승, 그 중 월드챔피언에 오른 것만 10회에 이르는 등 그가 달성한 위업은 지금까지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 로드바이크 역시 창업자 가문과 오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프로투어팀인 FDJ를 오랜 기간 후원하여, 세계 시장에서도 인지도가 매우 높다.
▶ 국내에서는 “승리의 라피에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대중적인 인기를 가지고 있으나,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높은 가격대가 유일한 단점이다.
▶ 문의 – EXO
자이언트
대만의 자전거 OEM 업체로 더 유명한 자이언트는, 세계적 자전거 브랜드는 대부분 이곳에서 생산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있을 만큼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쉽게 말하면 삼성 스마트폰이 구글의 레퍼런스폰을 만드는 격.
▶ 2010년 이후 “뚜르 드 프랑스”와 같은 그랜드 투어 경기의 우승팀인 T-Mobile, 라보탱크 등의 메인 스폰서로 활약하면서 트렉, 비앙키 등의 OEM 공급 업체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 던지게 되었다.
▶ 한국 지사 설립 이후 매년 파격적인 가격 인하를 통해 대 성능비를 앞세워 입문급에 있어서는 경쟁자가 없을 정도이며, 이를 경쟁 업계가 영업 정책 수립에 벤치마킹을 할 정도.
▶ ‘대리점 쏠림현상’으로 재고 수급이 어렵고, A/S 처리가 오래걸리는 것이 단점
▶ 문의 – 자이언트코리아
윌리어
100년이 넘는 역사의 브랜드로, 소위 말하는 ‘이탈리아 감성’을 가진 브랜드다. 유명 로드바이크 프로투어 팀인 람프레 ISD를 오랜 기간 후원하였으나 2013년부터 메리다에게 밀려나고 말았다. 로드바이크로서의 이미지가 강한 윌리어는 당연히도 유럽 내 사이클 전문지에서 대단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플래그십 모델에 대한 국내의 팬 층도 두터운 편이다.
▶ 국내에서는 높은 가격대로 인하여 일반적인 보급기의 비중이 낮은 편이다.
▶ 문의 – 오디바이크
스페셜라이즈드
미국 히피 문화의 정점이 일던 74년, 창업자 마이크 신야드는 캘리포니아에서 산악자전거라는 카테고리를 창시한 사람 중 하나다. 기존 유럽 브랜드들이 로드사이클 부분에 안주하던 상황에서 새로운 북미 시장을 만들어내면서 세계 3대 브랜드 중 탑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 80년대 전후 생산 비용이 저렴한 일본에서 최초의 대중적인 산악자전거인 “스텀점퍼” 시리즈를 출시하였고, 지금까지도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시마노의 산악자전거 구동계와 변속기도 혁신과 발전을 꽤할 수 있었다.
▶ 2010년 전설적인 로드바이크 프로투어팀인 컬럼비아-HTC팀의 스폰서였던 스캇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마크 카벤디시와 파비앙 칸첼라라, 포스트 랜스 암스트롱으로 불리는 콘타도르 등과 함께 하게 된다.
▶ 스페셜라이즈드는 개발과 마케팅의 귀재로, 맥라렌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F1 기술을 도입하거나, 전 세계의 고객이 디자인을 마음대로 커스텀할 수 있는 커스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타 브랜드보다 언제나 한 발 앞서 가고 있다.
▶ 국내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고가정책을 고수하고 있으며, 그에 걸맞는 의류 및 용품 등을 함께 공급하고 있다.
▶ 북미의 “삼천리자전거”인 셈.
스캇
자전거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2010년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현빈과 하지원이 제주도의 진초록빛 난대림을 질주하던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국내 시장에서 북유럽에서 날아온 하이테크 자전거의 이미지와 높은 가성비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 스위스에 위치한 유럽 산악자전거 브랜드로 지니어스쇽 및 트윈락과 같은 독자기술 개발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아 북미, 아시아에서 입지를 크게 높였음. 최근 월드챔피언 니노 슐터의 활약이 눈부실 정도.
- 특히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 환호받는 650B 규격을 창시하여, 전통적인 북미 브랜드인 트랙, 스페셜라이즈드, 캐논데일 등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 로드바이크의 경우, 2010년 에이스 마크 카벤디쉬를 앞세워 전설이 된 HTC하이로드 프로투어팀의 활약으로 대선전하였으나, 현재는 스페셜라이즈드에게 밀림. 그럼에도 초경량과 품질, 적절한 가격대로 인기가 높은 편.
- 최근에는 높은 가격, 평균치 정도의 성능(특허 회피 이슈)으로 타 브랜드와의 경쟁에 뒤쳐짐
트랙바이시클
“리브 스트롱”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고환암을 극복한 철인 출신의 사나이 랜스 암스트롱은 ‘뚜르 드 프랑스 7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하는 역사를 이룩하였으나, 이후 그의 도핑 행적이 밝혀지면서 트랙은 한동안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3대 브랜드이자 북미에 뿌리를 내린 탄탄한 유통망을 가지고 있으며, 여전히 포스트 랜스 암스트롱으로 손색이 없는 쉴랙 형제와 함께 하고 있다.
▶ 최초의 산악자전거를 창시한 게리피셔와 그 브랜드를 흡수합병하였다.
▶ 어떤 의미에선 북미의 “알톤”인 셈.
벚꽃이 한 주 만에 거짓말처럼 지고나니 기온은 20도를 육박하고 있다. 바야흐로 산으로, 강으로, 바라도 떠나볼 만 하다. 마치 에스컬레이터에 오른 직장인들의 뒷모습을 닮은 등산객의 행렬, 산악자전거와 함께 벗어나보는 것은 어떨까.
첫댓글 멋진 글 잘 읽고 공부했습니다/
감사합니다/ ㅎ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MTB 가 미국에서 시작했다는 거 처음알았네요.
내용도 재미있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