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놈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나를 죽이네, 살리네, 를
놓고 나름대로 이유 있는 설전을 버리고 있었다.
지금 내가 죽는다면 내 목숨 값이 대체 얼마나 되는 거지..?
지금까지 내가 번 돈이 약 이 만원 되고 지갑 속에 스페아 돈이
한 삼 만원쯤 되고 동전이 십 원짜리 오십 원짜리 합하면 만원쯤
되니 총 합계가 육 만원 인데 육만 원 때문에 세상을 하직
할 수는 없는 거였다.
C~8 새끼들, 아무리 시다바리 기는 인생 이지만 육 만원에
사람을 죽이냐..?
설령 죽인다고 치자, 니들은 가면 그만 이지만 죽은 나는
또 얼마나 쪽팔린 노릇이냐,
치사하게 육천 만원도 아니고 육백 만원도 아닌 육 만원에
내 목숨이 농락당하다니...
개 같은 놈들...
죽고 싶어도 쪽 팔려서 죽지 못하겠다.
내가 비록 가진 것 없고 영업용 택시기사 이지만 친구들
모임에 가면 언제나 주도하고 동네 잔치집에 가더라도 상석으로
초대되고 회사에서 깜냥에 말마디 깨나 허는 형님들도 서로
나를 자기네 동아리에 가입시키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고
거 뭣이냐 TV에서도 뉴스 시간에 전주의 교통문제에 대한
인터뷰로 두 번이나 나왔다.
(..크크크크 여러분께만 밝히는데 사실은 터미널 앞에서 호객행위
하다가 전주 KBS 이 PD에게 걸려서 울며 겨자 먹기로 한 인터뷰다,
어휴 무슨 카메라 렌즈가 그리 까매며 쳐다보니 시커먼 동굴
속처럼 커 보여 기겁을 하고 NG를 여러번 내었었다 크크크...)
지역신문에는 '문화와 생활' 란에 4단짜리 기사記事가 나와서
우리 기사(技士)들과 심지어는 사장까지 흐뭇해하며 회사 창립
기념일에 표창까지 받은 인물이다, 이 쌔끼들아...알어..크크크.
또 있다 식당이나 술집을 가도 젊은 아지매들이 뭐 하나라도 더
챙겨 주려고 신경깨나 쓰는데, 인기 상한가를 때리고 있는 이때
단돈 육만원 털리고 죽었다면 얼마나 쪽~ 팔. 리. 냐,
죽고 싶어도 쪽팔려서라도 살아야겠다.
나는 두 눈에 힘을 주고 이빨을 앙 다물었다.
전주대를 지나오니 이놈들이 이동교 옆에 대한방직 쪽으로 가잔다.
흐미~ 거기도 비포장 도로여서 차 한대 다니지 않는데 거기서
오늘 단돈 육만원에 하직하는구나
이윽고 방천 옆으로 들어서니 모래 채취장에서 온갖 장비들이
야간작업을 하고 모래를 가득 실은 덤프트럭 들이 물을 질질
흘리며 연신 들랑거린다.
“야, 이렇게 차가 많아 안 되겠다, 다른 곳으로 가자”
“그게 좋겠지?”
내가 쉼넘어가는 모기소리로
“저~ 여기서 택시하고 돈을 있는 대로 드릴 테니 그냥 택시를
몰고 가시지요”
일말의 희망을 걸었었다. 그런데 이 새끼들 하는 소리가 걸작이다.
“어이, 우리같이 거룩하신 분들께서 친히 핸들을 잡아야 쓰겄
냐? 잔말 말고 어서 가드라고잉~“
아~ 절망의 나락으로 한없이 빨려드는 느낌이다.
씹 쉐이들이 운전도 못하는가 보았다, 순 촌놈들 같으니라고,
신문이나 라디오에서 들으면 어떤 강도들은 돈 하고 차만 뺏어
갖고 기사는 한적한 시골에다 내려놓고 잘만 하이방 놓더구만...
그러면 운동부족에 시달리는 기사는 걷기운동 뛰기운동
뭐 이런저런 운동, 모자랐던 운동 다 해보고 신고하고 그렇게
시나리오가 짜이는 거였다.
내가 원래 매스컴 잘 타는 체질인거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
이런 식으로 메스컴을 타는 것은 내가 생각해도 너무 한심하다.
아까 일나올때 동료들이 오늘 사냥 간다고 같이 가자고 하는 걸
사양하고 돈 좀 더 벌려고 나왔는데....
그냥 사냥이나 따라 갔으면 여러 놈이 입금 정도는 맞춰 줄 테고
오리 몇 마리 잡아서 지금쯤 한잔 술에 노랫가락 질펀하게 놀고
있을 터 인데..
크크크크.. 앞으로는 돈에 연연하지 말아야지...
이제 와서 후회해도 부질없는 짓 이다.
“야 그럼 아까 말한 대로 구이로 가자”
구이는 어떤 곳 인가?
전주 교도소 지나 편도 일차로... 그 곳도 도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사람새끼 하나 잡는 건 일도 아니다.
시골 허허벌판에 가로등이 있나, 차가 다니겠나, 죽었다고
복창해야 되겠지?
한참 가는데 점빵 앞에 차를 세우란다.
한 놈이 내려 점빵 으로 들어가고 한 놈은 내 머리채를 뒤에서
당겨 쥐고 목 뒤에 지긋이 칼끝을 지르며 한마디 한다.
“어이 힘주지 마, 여차하면 목젖 날아간다...”
아~ 지금이 기회인데 꼼짝도 할 수 없다. 요놈 참으로 틈을
안주는 것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다.
다시 두려움이 엄습한다.
이윽고 점빵 에서 한보따리 가지고 나와 차에 오른다.
“야, 뭘 그렇게 많이 샀냐?”
“응, 쐬주 몇 병 샀다, 담배도...”
다시 출발이다.
‘머리카락 뭉텅 빠지고 목에 칼침한방 맞더라도 힘 한번 써
보고 튀어볼걸 잘못했나? 에라이~ 될 대로 되라지...’
이윽고 구이면 못 미쳐서 동적골 사거리 이다.
한 놈이 다급하게 소리 지른다.
“야, 우회전!! 우회전!!”
그랬다, 우회전을 하면 삼천천 상류로 가는 길이 있어서 택시가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있었다.
두 놈은 뒤에서 연신 담배를 피워대며 소주 병나발을 불어댄다.
갑자기 담배가 피고 싶고 소주 맛이 그리워진다.
“저, 저도 담배한대 주시면 안 될까요?”
일순, 조용해지더니 말없이 한 놈이 담배를 준다.
담배를 피워 물고 다시 한마디,
“이왕이면 소주도 한 모금만...”
이놈이 킥킥거리며 소주병을 내민다.
“어이, 너도 술 깨나 좋아하는 모양 이구나”
이윽고 넓은 공터가 나온다.
이곳은 지난 여름에 와서 천렵도 하고 닭도 먹고 개도 먹고..
동네 사람이나 전주에서 사람들이 솔찬히 오는 곳 이지만
지금은 겨울이라 개미새끼 한 마리 없고 물바람, 칼바람이
몰아치는 냇가옆 공터이다.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만 들릴 뿐 …….
이따금씩 저쪽 큰길에서 질주하는 자동차 소리만 들린다.
“내려.”
이놈들이 내리란다.
내렸다.
드디어 수색에 들어간다.
동전 포함 육만 원이 채 못 되는 돈을 보고 조금 실망한 눈치다.
“돈은 또 갖다 줄 수 있어요, 그러니 제발…….”
사정하는 나를 보더니 기세 등등 죽일 듯이 노려본다.
“꿇어, 꿇어 이새꺄”
“크크크…….”꿇었다.
“눈 깔아 이새꺄”
‘크크크......’ 깔았다“
“고개 숙여 이새꺄“
‘크크크…….’ 숙였다.
씹 쉐이가 좋은 말로 하지 좆같이 욕만 하고 자빠졌네.
내가 만약에 살아 나간다면 네놈을 어떻게든 찾아내어 씹어 먹어
버릴 것이다. 크크크.
“야, 꼭 죽일 것 있어?”
“이 새끼야, 몇 번을 말해야 알아 쳐 먹겠냐? 죽이지 않으면
우리가 죽는다, 이새꺄”
“그래도.”
휴~ 한 놈! 은 나를 죽이지 말자하니 일말의 기대감은 있다.
아까 마신 소주 기운이 얼큰히 올라온다.
“저 슬 남았으면 좀 마실 수 있을까요?”
“그래라,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고 했으니 마셔라, 마셔”
목에다 칼 대고 소주 병나발을 불어본 기억이 있는가?
안주도 필요 없고 물인지 소주인지 달착지근하기만 하다.
목에다 칼 대고 담배 한 모금 깊게 들이킨 적 있는가?
내 생에 그렇게 절실하게 맛난 담배는 첨 피워봤다.
훈련소에서 처음 피우던 화랑 담배는 아무것도 아니다.
소주 한 병 나발 불고 담배한대 피워 물으니 이상하게 차분해 진다.
어차피 이놈들 기분에 따라서 내가 죽던지 살던지다.
기왕에 죽더라도 말이나 하여보고 여차하면 하이방 이다.
내가 장거리는 못 달려도 단거리 백 미터 달리기는 일가견이 있었다.
소시적에 패싸움에 밀려 도망칠 때,
한번도 잡혀보질 않았고 과수원 서리 할 때도 복숭아 한 자루
짊어지고 과수원 주인과 시합을 벌여 따돌린 실력이고 군에
있을 때 비록 예선 탈락 했었지만 중대 대표로 계주도
뛰어본 놈 아닌가,
첫댓글 풀님...............홧팅이당 용기내이소.ㅎㅎㅎ 그 단순한넘들 머리한번만 잘 굴리먼 이긴당께요~~^^
11부 기대하며..........
언능 11편 올리주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