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살라 국의 부호 가운데 한 사람인 아뿟따까가 죽자 국왕 빠세나디는 관계 장관에게 물었다.
“그는 자녀가 없는 것으로 아는데, 그 재산은 누가 상속하게 되는가?”
“그런 재산은 국왕에게 귀속됩니다.”
그래서 왕은 이레에 걸쳐 그의 모든 재산을 왕궁으로 실어 날랐다. 왕은 그 일을 다 마치고 부처님을 찾아뵈었다. 부처님께서 물으시었다.
“대왕이여, 지금은 한낮인데 어디서 오는 길이오?”
“부처님이시여, 사왓티에 사는 부호 한 사람이 며칠 전에 죽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아들이 없어서 그의 재산은 모두 왕에게 귀속되었기 때문에 저는 그의 재산을 모두 궁으로 옮겼습니다. 그 일을 끝내고 곧바로 이곳으로 온 것입니다.”
왕은 계속해서 이런 말을 사뢰었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그 부호는 이상한 습관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인들이 그에게 맛있는 음식을 황금접시에 담아 올리면 그는 ‘보통 사람들이야 이런 것도 맛있다고 먹는가 보더라만 나는 싫다. 너희들은 이런 맛없는 음식으로 나를 조롱하는 것이냐, 뭐냐?’라고 말했고, 그래도 아랫사람들이 자꾸 그런 음식을 그에게 권하면 그는 화를 내며 그들을 때리거나 내쫓았다는 것입니다. 그는 평소 쌀겨로 쑨 죽을 먹었는데, 그것도 식거나 시큼하게 된 것을 즐겨 먹곤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말하기를 ‘이야말로 먹을 만한 음식이로다.’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또, 그는 화려한 옷이나 꽃가마 일산 등을 싫어해 아랫사람들이 그런 것을 올리면 야단을 치거나 내쫓아버렸고, 그 대신 삼베 따위로 지은 옷이나 남이 입다 버린 옷 따위를 입었다고 합니다. 부처님이시여, 그는 참으로 이상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그가 그런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전생이야기를 들려주시었다.
노랭이 부자의 전생 이야기
옛날 아뿟따까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이번에 죽은 그 부호의 전신으로, 어느 때 따가라시키라는 명호로 불려온 빳쩨까붇다께 음식을 공양 올린 적이 있었다. 그는 그때 자기 집 문 밖에 빳쩨까붇다께서 와 계시는 것을 보고 자기 아내에게 이렇게 일렀다.
“저분께 음식을 공양하도록 하시오.”
그는 이렇게 말한 다음 훌쩍 집을 나가 버렸는데, 그의 아내는 그 말이 잘 믿겨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대단히 인색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그의 아내는 부처님에 대한 신심이 깊었으므로 그녀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 참으로 오랜만에 남편의 입에서 베풀라는 말이 나왔다. 나는 이제 내가 원하던 공양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곧 빳쩨까붇다의 받따를 받아다가 향기롭고 맛있는 음식을 담아 올렸다.
그런데 그 부자는 밖에서 돌아오는 길에 빳쩨까붇다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는 여쭈었다.
“그래, 저희 집에서 뭘 좀 얻으셨습니까?”
그리고선 다짜고짜 빳쩨까붇다의 받따를 받아들고 뚜껑을 열어 보았는데, 그것을 보자 그의 마음은 금방 후회로 가득 찼고, 곧바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이 음식을 집에서 일하는 하인놈들에게나 줄 걸 그랬나 보다. 그랬으면 놈들은 나를 위해서 훨씬 더 열심히 일할 게 아닌가. 그런데 나는 이 좋은 음식을 저 빅쿠에게 주었고, 저 빅쿠는 이것을 먹고 나서 잠이나 잘 테지. 나는 쓸데없는 짓을 했다.’
그는 이런 생각을 함으로써 모처럼 지은 공덕을 훼손하였다. 그뿐이 아니라 그는 자기의 형님이 죽으면서 남긴 많은 재산이 탐나서 형의 아들을 죽인 일이 있었다. 형님이 죽은 뒤 어린 조카는 이리저리 뒤뚱뒤뚱 걸으면서 손가락으로 이것저것을 가리키고는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이 수레는 내 것이어요. 그리고 이 황소도 내 것이고요.”
그러자 그는 생각했다.
‘이놈은 항상 이런 식으로 말하곤 한다. 지금 어릴 때도 이런데 장차 크면 오죽할까. 그때는 내가 이 재산을 차지할 수 없으리라.’
그래서 그는 마침내 조카를 해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는 어린 조카를 으슥한 숲 속으로 유인했다. 그는 거기서 조카를 목 졸라 죽인 다음 덤불 속에 던져 버렸던 것이다.
이런 일이 과보가 되어 그는 현재와 같은 사람이 되었던 것이다. 그가 빳쩨까붇다께 공양을 올린 공덕으로 그 후 일곱 번이나 부자로 태어나 살게 되었고, 또 여러 번 천상에 태어났다. 그러고도 그 공덕은 마르지 않아서 그는 이번에도 사왓티의 부호로 태어났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공양한 것을 후회했기 때문에 음식과 의복 따위를 싫어하는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또 그는 재산을 탐내어 조카를 죽였기 때문에 그 뒤 수백 수천 생을 지옥에서 태어나 이루 형언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어야만 하였다. 그리고 그 때문에 그는 부자로 태어나는 일곱 생 동안 자녀가 없는 과보를 받았던 것이다. 그는 이번 생에도 별다른 공덕을 짓지 못했다. 그리하여 그는 죽어서 마하로후와 지옥에 태어나게 되었다.
부처님의 이 같은 설명을 듣고 빠세나디 왕은 말했다.
“부처님이시여, 그 부호의 잘못은 참으로 크다 아니 할 수 없습니다. 그는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재산을 자신을 위해서도 쓰지 못했고, 부처님 같은 위대한 성자께 공양을 올리지도 않았습니다. 또한 그는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보시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었다.
“그렇소. 대왕이여, 어리석은 사람이 재산을 가지게 되면 그것을 바르게 사용할 줄을 몰라, 저 평화로운 닙바나에 이르는 깨달음을 성취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지 않고, 오히려 그 재산 때문에 더욱더 욕심만 키우게 되는 것이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어리석은 자는 재산 때문에 망한다.
그러나 저 언덕에 이르기를 열망하는 사람은
망칠 수 없다.
재산을 탐내는 어리석은 자가
자기와 남을 멸망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