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간 전이가 있는 경우
- 황대용 교수, 건국대학교병원 대장암센터장
대장암은 우리 몸의 해부학적 특성상 간으로의 전이가 가장 잘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이유는 대장의 혈액순환이 모두 간으로 향하기 때문인데 소장과 대장에 있는 정맥이 ‘간문맥’이라고 하는 큰 정맥을 통과하여 간으로 흘러 들어가게 됩니다. 이러한 경로는 우리가 먹은 음식물의 영양소가 장에서 흡수되고 일단 간을 거쳐 해독과 영양소 저장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통로입니다.
마찬가지로 대장암이 있는 경우, 같은 경로를 통해 간으로 암세포가 흘러 들어가기 때문에 간에 도착한 대장암 세포가 간에서 자라나 전이 암이 생겨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것은 간세포 자체에서 생긴 간암이 아니라 대장암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전이 암, 즉 전이성 대장암인 것입니다.
이렇게 간으로 대장암 전이가 일어난 경우에는 수술로 떼어낸 경우가 떼어내지 않은 경우보다 생존율이 네 배 이상 높게 나타나, 간 전이가 된 경우에 수술로 절제가 가능한 경우에는 절제를 해주는 것이 좋다는 데에 현재로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간에 전이된 암의 수가 너무 많다든지, 전이 암이 간의 왼쪽 부분과 오른쪽 부분에 모두 있다든지, 간을 떼어내고 난 뒤 남아 있는 간의 부피가 너무 작아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든지, 간문맥 부근의 림프절 전이가 있다든지, 간의 기능이 심한 간경화 등으로 절제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쁘거나 간 외에 복막파종 등 다른 형태의 전이가 함께 있을 경우에는 간 절제 수술을 할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들을 통계적으로 보면 간 전이가 있는 대장암 환자의 (최대한으로 잡아) 약 33% 정도만이 간 절제술이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즉, 간 전이가 있는 대장암 환자 약 3명 중 1명 정도만 간 절제술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대장암과 간 전이가 동시에 발견되었을 때에는, 간 절제가 가능하다면 대장암과 간 절제 수술을 동시에 시행할 수도 있고 얼마 정도의 간격을 두고 대장암을 먼저 수술하고 간 수술을 나중에 시행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동시에 수술을 할 것인가 아니면 두 번에 나누어서 수술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환자의 상태, 간을 얼마나 떼어낼 것인가 하는 간 절제의 범위, 대장암의 위치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하여 결정하게 됩니다.
수술이 되지 않는 대장암 간 전이의 경우 간 이식술
간 전이의 경우에서 수술로 절제가 되지 않을 때 간 이식술이 가능한가를 문의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 역시 현재로서는 그리 희망적이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우선은 뇌사자 간 이식의 경우 이식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은 많은 데 비해 간을 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치료효과를 확실히 알 수도 없는 경우에 간 이식을 했다가 실패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간을 낭비하게 되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미 서구에서는 간 전이 암 환자에게 간 이식을 하여 보니 이식한 간에서 다시 전이 암이 생겼다는 보고도 있기 때문에, 무진 애를 써서 간을 이식하였는데 병이 다시 재발한다면 이 또한 환자나 보호자, 간 제공자, 의료진 모두에게 여러 측면에서 매우 큰 손실이 될 뿐입니다.
대장암의 간 전이로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의 환자는 대개 전신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간 이식술과 같은 큰 수술을 견디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이렇게 간의 절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전이가 심한 경우에는 간 이외의 다른 장기에도 전이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재는(아직까지 논란의 여지가 많이 있지만) 간 이식술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에 속합니다.
간 절제술이 불가능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치료방법
간 절제가 불가능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물론 이런 방법은 수술로 간에 있는 전이 암을 떼어내는 것보다는 그 예후가 다소 떨어지지만 현재 다음과 같은 국소 치료방법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환자의 배에 수술로 간동맥 내로 약을 투여할 수 있는 기구를 이식하거나, 방사선과에서 엑스레이로 투시하면서 사타구니에 있는 동맥을 통해 항암제를 간 속으로 투여하는 방법, 냉동 응고법, 100% 알코올 직접 투여법, 초단파 응고 괴사요법, 방사선 동위원소 종류인 홀륨 투여법, 직접 방사선 주입법, 고주파 온열치료 등 대장암 간 전이에 대해 많은 국소 치료요법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구미에서 이들을 이용하여 치료한 결과들이 많이 보고되고 있지만, 현재 국소 치료요법과 전신 항암제 투여법 중 어느 것이 치료효과가 더 높은지, 그리고 이 두 가지를 같이 병행하는 것이 더 좋은지를 알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