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조용하게 만드는 법. 가장 효과적인 건 흡차음재를 쓰거나 차음 유리를 채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소음의 원천을 차단한다. 그와 방식은 다르지만 효과는 비슷한 게 있다. ‘노이즈 캔슬레이션’이다. 소리를 소리로써 상쇄하는 기술이다. 사실 말도 안되는 것처럼 여겨질 터다.
소리는 진동으로부터 시작된다. 진동은 그래프로 그릴 수 있다. 예컨대 진동이 얼마나 크게(진폭), 얼마나 많이(진동수), 어떻게 발생(파형)하느냐에 따라 그래프 형태가 변한다. 이에 맞물려 소리도 달라진다. 노이즈 캔슬레이션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소음과 정반대의 진동을 내보내 없애주는 것이다. 파도끼리 맞부딪히면 으스러지는 것과 비슷하다.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외부에 장착된 (스피커에 내장되는 경우도 있다) 마이크로써 소리를 모은다. 이 소리를 디지털화 한 다음 정반대의 소리를 내보낸다. 그렇다면 소리의 그래프는 서로 완벽히 겹친다. 이때 소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이론에 따르면 말이다.
노이즈 캔슬레이션의 탄생은 193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발명가 폴 루웩이 처음으로 제안했다. 확성기의 잡소리를 줄이기 위해 검토됐다.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건 1950년대부터다. 제트엔진 탑재한 전투기 파일럿들이 시끄러운 소리에 대한 고통을 호소했다. 이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술이 적극적으로 쓰였다. 이후 BOSE를 선두로 음향 장비 업계에서 쓰이기 시작했다.
자동차에 도입된 건 1992년부터다. 닛산이 일본 내수 시장용 9세대 블루버드에 처음으로 노이즈 캔슬레이션을 적용했다. 여기에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시스템’이라는 거창한 이름도 달았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노이즈 캔슬레이션에 한계가 있어서다.
닛산 블루버드는 왜 효과를 못 봤을까? 예를 들어보자. 엔진음은 규칙적이다. 엔진 회전에 따라 거의 같은 소리를 내기에 디지털화하기에 쉽다. 하지만 노면 소음과 풍절음 같은 것들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들릴지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미리 디지털화하기 어렵다. 노이즈 캔슬레이션 탑재한 자동차가 완전 조용하지 않은 이유가 이 때문이다. 엔진음은 미리 설정해놓은 디지털 신호에 맞춰 소음을 상쇄하면 되지만 그 외의 소음은 달리 방법이 없다. 그나마 최근에는 상황이 나아졌다. 소리를 디지털화하는 연산 속도가 빨라져서 순간적인 소음도 매끄럽게 상쇄한다.
노이즈 캔슬레이션은 국산차에도 쓰이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쉐보레다. 쉐보레는 이쿼녹스, 말리부, 임팔라, 심지어 카마로에도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을 기본으로 달았다(말리부 2.0, 임팔라 3.6 제외). 현대는 이에 비해 소극적이다. 제네시스 G90에서 제공하며 팰리세이드는 177만 원짜리 테크 옵션을 선택해야만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이 탑재된다. 기아, 르노삼성, 쌍용은 적용된 모델이 없다.
그렇다면 노이즈 캔슬레이션을 적용한 자동차는 무조건 조용할까? 평가는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확실히 조용하다’고 하지만 또 어떤 이는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자동차의 사운드는 양면성을 지녔다. 누군가에게는 듣기 좋은 소리일지라도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소음이 될 수 있다. 결국 판단은 각자가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아무리 연산 속도가 빨라졌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모든 소음을 상쇄할 수 없다. 기술의 한계다. 다만 이는 언젠가 극복될 수도 있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는 자동차에 정적만 흐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